00 실재하는 것의 존재는 인식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렇다면 인식하지 못할 관념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인가. 01 녹음이 산뜻하다 못해 무서울 정도로 우거진 어느 여름날이었다.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이 눈에 들어가 눈물이 핑 돌았다. 기본적으로 그는 호오(好惡)가 강하진 않았지만 이 여름날은 호보다는 오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할 성싶다. 몸을 타고
윤대협은 The M 호텔의 카페에 앉아 있었다. 로비에 자리잡은 카페는 고전적이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로 꾸며져 있었다. 대협은 자리를 안내해주려는 직원를 마다하고 가장 안쪽의 테이블로 향했다. 괜히 입구 근처나 중앙에 앉아 있다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는 일은 피하고 싶었다. 약속 시간을 일부러 브레이크 타임 근처로 잡은 것도 그래서였다. 빨리 용건만 끝내
인간 사회에 요괴들이 섞여 살기 시작한지 몇년 안 되어서, 요괴들의 인간 사회 적응을 위한 물건이나 생필품, 식품들을 개발하는 그런 회사와, 그 회사에 신입으로 입사한 벚꽃나무 요괴 사쿠라기 하나미치의 관찰기가 보고싶다.북산-신제품개발부 1팀능남-식품개발부 1팀상양-경영전략팀해남-영업부 1팀이런 식으로 나눠져 있고 회사의 이사님들(=감독님들)마다 좀 주력으
[안내] * 라이트 모드에서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 상하편 합본입니다. "어— 연애는 아직까지 생각이 없어서요. 특별히 하고 싶은 상대도 없고요." 곧이어 컵이 툭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방금 '나는 연애 생각이 없다.' 라고 말한 목소리의 주인이 허둥대는 소리가 들린다. 신준섭이 입을 가렸다. 신준섭, 금년 18세. 그는 지금 남남
고3 박경태 학교에서 야자하다가 깜빡 졸았는데 눈 떠보니까 전혀 낯선 풍경임. 아니, 아는 곳이기는 한데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고나 할까. 마치 눈 앞에 필터가 하나 씌워진 것처럼 이상한 느낌이었음. 사람이 전부 돌아가서 텅 비었기 때문에, 라고 하기에도 너무 고요함. 갈 거면 나도 좀 깨우고 가지. 친구들의 야속한 행동에 약간의 서운함을 느끼며 가방을 싸
"컥..." 숨이 막혀오는 느낌에 이정환은 눈을 떴다. 오늘따라 유달리 꽉 끌어안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센 것 같은데... "윽, 조금만..." "형?" "그래, 숨 막히니까..." "정환이 형?" 갑자기 몸이 허공에 붕 뜨는 느낌에 이정환의 눈도 번쩍 뜨였다. "형,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뭐?" 이정환은
그 인간이 생을 다하면, 너는 다시 내게 종속되는 거야. 맹세할 수 있겠어? 센도? 루카와는 간만에 홀로 외출했다. 볼 일이 있어 쇼호쿠에 잠시 들렀는데 마침 장이 서는 날이어서 센도에게 줄 선물까지 사 들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언덕을 넘어 강의 상류에 다다르자 센도와 함께 사는 집이 보였다. 그런데 집에 가까워질수록 루카와는
월한강청(月寒江淸) 「달빛은 차고 강물은 맑게 조용히 흐른다.」는 뜻으로, 겨울철의 달빛과 강물이 이루는 맑고 찬 정경(情景)을 이르는 말. 본디 자연이 어떠한 연유로 자아를 가지게 되면 그 자연에 속한 정령이 되는데, 정령이 된 영들은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자연의 힘을 부릴 수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간들은 이를 알지 못하였고 초자연적인
대협이 고등학교 시절에 잠깐 사겼다가 헤어진 여자친구 있었는데 그 여자애의 오빠가 이정환인거... 대협이는 그냥 무난하게 헤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여자애는 첫사랑이기도 했고 대협이보다 좋아하는 마음이 더 컸어서 엄청 아프게 받아들였던거. 이정환은 그 여자애의 오빠인데 그당시에는 유학가서 대학생활 하고 있었던 거임. 그래서 여동생이 매일 시차고 뭐고 무시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