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놀

pine FOR

혼자 있는 때면 간혹

타꼬야끼 by 타꼬
1
0
0

“그래, 나도 알아. 대화 상대도 없이 혼자 떠들어대는 사람을 보면 누구라도 미쳤다고 생각할 걸.”

안 그래도 큰 귀 때문에 눈에 띄는데 말이지.

“내가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줄 알아? 고를 수 있었다면 비에라로 안 태어났어.”

후회해?

“……조금은.”

조금만?

“아니, 엄청. 무지막지하게 후회해. 차라리…….”

차라리?

“……아냐. 됐어.”

말을 하다 말아, 궁금하게.

“안 해도 알 거 아냐, 너는.”

난 네가 아닌데 어떻게 알아.

“알 텐데?”

………….

“할 말 없지?”

그래애. 졌다.

“싱겁기는.”

웃지 마.

“싫은데.”

나, 참. 아무튼, 그래서? 후회해 봤자 아무 소용 없다는 거 알잖아.

“말을 그쪽으로 돌리는 거야?”

…….

“그래, 알았어. 알겠다고. ……있잖아, 난 아직도 가끔씩 그때 꿈을 꿔.”

………….

“그 꿈을 꾼 날이면 제대로 눈을 뜨고 있을 수가 없어. 귓가에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절규, 비명 뭐 그런 것들 말이지.

“잘 아네.”

……그런데?

“소리가 들린 다음에는, 눈에 보여. 하나 둘씩 내 앞에 나타나. 그리고…….”

………….

“……….”

…….

“꼭…… 그때로 돌아간 것 같이 선명하게…….”

………….

“……………….”

코타?

“나는…… 나도, 거기서…….”

코타.

“…………………….”

로미오!

“……아, 미안. 어디까지 얘기했지?”

‘그 꿈’을 꾼 날엔 일상생활이 안 된다까지 했어.

“그래. 그런 날은 이상하게도 숲에 들어가고 싶더라고.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도. 혹은 당장 먹을 게 없어 쓰러지기 일보직전이라도.”

………….

“밀림만큼은 못하지만, 그래도 풀이나 나무에 둘러싸여 있으면 낫더라고.”

돌아가고 싶어?

“아닌 사람도 있어?”

가고 싶지 않을 수도 있잖아.

“……있지, 난 마을을 떠난 그 순간부터 단 한 번도 돌아가고 싶지 않은 적이 없었어. 알잖아, 내가 떠나던 날 뭘 했는지.”

그때 눈물콧물이 저렇게 많이 나올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지.

“그래, 그거.”

……숲의 수호자로 사는 게, 고통스럽기만 했어?

“마냥 그런 건 또 아니야. 물론 얻은 것도 많았지. 혼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 같은 거. 전투 방법이나, 먹을 걸 구하는…… 그런.”

…….

“덕분에 정말로 혼자만 살아남을 줄은 몰랐지만.”

로미오…….

“아, 위로는 넣어 둬. 이젠 아무렇지도 않아.”

………….

“진짜야. 이백 년쯤 지나니까 이젠 기억도 흐릿해져서…….”

…….

“그렇게 보지 마.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울거나, 소리지르거나, 진탕 취해서 잠드는 것 말고는—.”

………….

“………….”

로미오?

“……그래, 하나 방법이 있긴 있구나.”

……그만둬.

“아직 실행에 옮긴 건 아닌데?”

로미오.

“그만 불러. 내 이름 안 잊어버렸어.”

안 돼, 로미오.

“내가 뭘?”

……로미오.

“그만 부르래도.”

그건 아냐. 너도 알지?

“아직 아무 것도 안 했다니까 그러네.”

로미오!

“그만하라고!”

“………….”

“미안해, 난 그게 아니라…….”

“잘못했어. 그러니까, 제발…….”

“다시는 그런 생각 안 할게. 앞으로 그런 쪽은 쳐다도 보지 않을게. 용서해줘…… 응?”

“제발, 부탁이야…….”

“………….”

“……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다하다…….”

“……………….”

“이래도 돼? 너는 내가 만들어 낸 망상이잖아. 네가 하는 대답도 전부 내 머릿속에서 나온 건데…….”

“………….”

“그래, 이 짓도 그만 하자, 이제. 다 그만하고…….”

“……그러고 나서.”

“그러니까…….”

아.

그러고 보니 갈 곳도 없구나.

가족에게 버림 받고, 고향으로부터 버림 받고, 끝내 나 자신에게서마저 버려진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카테고리
#2차창작
페어
#Non-CP
캐릭터
#로미오
추가태그
#자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