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쫑] 옛날에 썼는데 안 올린 것들

* 준수네 어머니랑 종수네 아버지가 재혼합니다 진지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대충 재혼가정 맛만 즐기시길

분명 상견례를 하려고는 했었다. 제법 오래 사귀기도 했고, 혼인 신고를 하려면 해외로 나가야 하는데 그 전에 한 번은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허락을 받는 자리가 아니라 이런 아들들이니 양가라도 친하게 지내면 좋지 않겠느냐는 최종수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결과다. 성준수는 날짜부터 잡으려고 했다. 그러려면 일단 운을 띄워야 하고, 그러려면 또 분위기 파악도 해야 하고, 그러려면 또 어머니 기분이 좋을 때를 노려야 했다. 마침 근래 들어 어머니 기분이 놀랄 만큼 좋아 보였기에 슬슬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 안녕하세요. 성준수입니다.”

“아, 그, 저어…… 성지수…… 라고 해요.”

“…….”

“종수야. 인사해야지.”

“…… 최종수입니다.”

차라리 상황 파악을 포기했으면 모르겠는데 아쉽게도 단순한 머리가 순식간에 계산을 끝내는 바람에 2시간을 제정신으로 앉아있어야 했다. 최종수와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반찬을 입안에 욱여 넣느라 뭘 먹었는지 생각도 안 났다. 분명 대화가 오가기는 했을 텐데 귀담아 들을 내용도 아니었다.

아무래도 우리 엄마랑 애인네 아버님께서 결혼하시겠다는데 귀담아 들을 필요가 없긴 하지…….

“오빠……. 괜찮아?”

지옥의 2시간을 버티고 나서야 해방되었다. 최종수는 구단에서 볼일이 있다는 일로 호출해서 먼저 사라졌고, 두 사람은 따로 오붓한 시간을 보내겠다며 사라졌다. 저와 함께 덩그러니 남은 성지수가 제 눈치를 보며 묻는다. 최종수와의 교제 사실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었다. 분위기로 볼 때 어머니가 재혼 상대와 잘 되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그게 최세종일 거라곤 생각지도 못한 것 같았다. 그게 아니라면 저렇게까지 안색이 안 좋을 리 없다.

“괜찮겠냐…….”

벌벌 떨리는 손으로 안전벨트를 매는 걸 보다가 글로브 박스에 대충 처박아뒀던 소화제를 꺼내 줬다. 조수석에 가장 자주 앉는 놈이 툭하면 꼴보기 싫은 놈이랑 마주앉아서 밥 먹느라 속이 뒤집힌다는 말을 밥 먹듯이 해서 상비약처럼 준비해 둔 것이다. 뭘 얼마나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성지수는 벌써부터 울적해졌다. 누구 편을 들어야 할지 혼란스러운 것 같았다.

뭐, 편을 들 필요가 있나.

황당하긴 했지만 두 분께서 그러신다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재혼해서 서로 행복해진다면 좋은 일이다. 어차피 자식들 분가하면 남는 게 배우자뿐이니 경사라고도 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을 켜기 위해 스마트폰을 들었다가 액정 화면에 뜬 메시지부터 보게 됐다.

[일단 집으로 와]

이 개새끼가 자리 거북하다고 지 혼자 튀었다 이거지. 뒤졌어.

혼란스러워 하는 동생을 전철역까지 데려다 준 뒤 핸들을 꺾었다. 누구네 집이라고 하지 않았으므로 최종수네 집일 터다. 늘 대던 자리에 차를 놓고 올라가는 내내 이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했다.

양가가 모인 식사 자리는 기실 재혼 사실에 동의를 구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성준수는 제 성향이 어머니에게서 왔음을 뼈저리게 느꼈다. 바로 저만 해도 상견례 자리를 만들되 허락을 구할 생각은 없지 않았나. 혼인 신고는 어차피 할 거였으니까. 그러니 재혼도 곧 현실이 될 것이다. 그들이 재혼했을 때 제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뭐가 있을지를 생각한다. 오래 생각하는 건 의미가 없다.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생각이 내핵을 뚫고 들어갈 최종수에게 브레이크를 걸어 줄 수 있으니까.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자마자 한 가지가 떠올랐다.

“야. 우리 혼인 신고 안 해도 되겠다.”

“뭐?”

“심지어 진짜 가족이라 미국 가서 서류 내는 것보다 훨씬 이득 같은데?”

“성준수 미쳤어?”

“아니, 생각 좀 해 봐. 맞지 않냐?”

1시간 내내 여기 앉아서 여러 시뮬레이션을 돌려 봤을 게 분명한 놈의 얼굴이 황당함으로 물들어있다. 어차피 하나씩 꺼내봐야 다 개소리일 테니 한꺼번에 쓸어 넘기는 게 훨씬 나았다.

음, 이게 맞군.

입밖에 꺼내고 나니 훨씬 마음에 든다. 결론을 내고 목이나 축이기 위해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득달같이 달려온 최종수가 여전히 황당한 얼굴로 저를 돌려 세웠다.

“아니, 야. 너 진짜 우리 아빠가 너네 엄마랑 결혼해도 된다는 거야?”

“안 될 게 뭐가 있어. 내 성격 엄마랑 똑같아서 반대하든 말든 어차피 하실 거니까 니가 포기해.”

“포기하게 생겼어? 우리나라 그…… 근친상간 불법인 거 몰라?”

“모르겠냐? 성지수만 입 다물면 아무 문제 없어. 걔도 어디 가서 말할 위인이 못 되니까 신경 끄고 그냥 박수나 쳐 드려.”

“야!”

“뭐. 근데 그렇게 따지면 내가 형 되는 거 아니냐? 니보다 생일 빠르잖아.”

“너는 지금 그게 중요해?”

“아니? 니가 구단 핑계 대고 1시간이나 일찍 탈출한 게 더 중요하다, 이 씹새끼야.”

일부러 화제를 돌려봤지만 들은 체도 안 하는 놈 때문에 헛짓한 꼴밖에 안 됐다. 해결할 수 없는 일은 잽싸게 포기해야 한다. 더 이상 어머니의 재혼 이슈에 말을 얹고 싶지 않았다. 최종수는 아버지의 재혼 이슈라 할 말이 많은 것 같지만 아무리 자식 새끼가 입을 털어 봤자 소용없다는 걸 아직 몰라서 그러는 모양이다.

다 흘릴 거지만 일단 하고 싶은 말이라도 들어 주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소파를 가리키자 얌전히 앉은 최종수가 억울해 죽겠다는 눈으로 저를 쳐다봤다. 그 옆에 앉아 내일 모레면 가족이자 동생이 될 애인을 같이 쳐다봐 줬다.

“야.”

“왜?”

“형이라고 불러 봐.”

“성준수 진짜 미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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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교한 거북이

    뒤가 너무너무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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