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렉 2차 창작 단편 모음

[스타트렉/NCP] 그 함장의 매력

인생이란 정말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것이라고, 스콧은 생각했다. 제임스 커크에게 코 꿰여서 USS 엔터프라이즈에 탑승해 이렇게 제복을 입고 스타플릿에 서 있을 수 있으리라곤 불과 2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하지 못 했다. 2년 사이에 인생의 많은 것이 바뀐 사람은 비단 스콧 뿐만은 아니었다. 낙하산이라 불리며 은근히 멸시와 조롱을 받던 커크는 1년 전 존 해리슨의 테러를 막고 추락 위기의 엔터프라이즈 호와 대원들을 구해내며 당당히 스타플릿의 함장으로 인정을 받았다. 스팍은 겉으로 보기엔 전혀 변화가 없어 보였지만 사실 그 속은 누구보다도 많은 변화를 겪었을 거라고 스콧은 생각했다. 다른 대원들 역시 탐사를 거듭할수록 성장해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최연소 함장이 이끌던 불안하고 무모해 보였던 엔터프라이즈는 이제 행성 연방의 탐험가라면 누구나 꿈꾼다는 ‘5년 임무’를 앞두고 있었다.

“미스터 스콧, 제복이 잘 어울리십니다.”

“정말 그러네여! 몰라보게씁니다!”

“이 자식들, 늙은이 놀리지 마!”

술루와 체코프의 칭찬에 스콧이 손사래를 쳤지만 그저 하는 시늉만 낼 뿐, 얼굴엔 기쁜 미소가 가득했다. 어린 대원들도 즐겁게 따라 웃었다. 오늘은 그들에게 자랑스럽고 행복한 날이었고 커크의 연설이 끝난 후엔 모두 모여 축배를 들 것이다.

다른 대원들은 벌써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다는 술루의 말에 그들은 연설회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동 중 그들의 주요 화젯거리는 역시나 오늘 연설의 주인공인 커크였다.

“저희 함장님이 대표로 연설을 하시다니, 정말 감개무량함미다!”

“그러게 말이다. 그 새파란 놈이 이 정도로 클 줄은 몰랐는데.”

“생각해보면 함장님께서 어설프고 막 나가는 것처럼 보여도 결과적으론 수완이 좋으신 것 같습니다.”

“내가 보기에 그 놈은 그냥 운이 오지게 좋은 거야! 생각해 봐, 너희 같이 젊고 뛰어난 크루들도 있고 -“과, 과찬이심미다!”- , 닥터 맥코이 같이 없던 합성 혈청까지 만들어서 목숨도 살려주는 뛰어난 메디컬 치프도 있겠다 -“아, 그땐 정말 아찔했었죠….”- , 스타플릿이 자랑하는 최신형 함선인 ‘USS 엔터프라이즈’의 함장 자리를 낚은 데다가 나같이 뛰어난 기관사가 거저 굴러 들어오고, 심지어 난 새로운 트랜스포트 공식까지 제공했잖아?”

“맞슴미다! 그 공식은 정말 대단하심미다!”

“솔직히 함장님이 엔터프라이즈의 함장 자리를 꿰찬 건 그 공식 덕도 크다고 봅니다.”

“역시 그렇지?! 근데 짐은 날 그렇게 헌신짝 버리듯 버리고 말이지. 하여간 배은망덕한 놈이야! 그 뿐이야? 행성 연방을 통틀어서 유일한 벌칸인 항해사까지 두고 있잖아? 저번에 USS 브래드버리의 기관사와 만나서 잠깐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거기 함장이 벌칸인 항해사를 구하고 싶어서 그렇게 안달이 났는데 결국 못 구했다더군. 솔직히 스팍은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어느 함선이든 갈 수 있을 거야. 다들 ‘어서 옵쇼!’하고 두 팔 벌려 반기겠지. 아무튼 내 말은 짐이 다른 건 몰라도 인복 하나는 타고났다 이 말이야.”

체코프와 술루가 고개를 위아래로 세차게 끄덕이며 강한 동의를 표했다. 그리고 한 번 물 터진 뒷담화(?)는 주체할 수 없이 입 밖으로 넘쳐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함장님이라지만 가끔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실 때가 많습니다. 비행 각도가 도저히 나오지 않는다고 말씀 드렸는데도 굳이 거길 통과해야겠다고 고집을 부리시고….”

“그래, 그거 기억나! 내가 그렇게 조심하라고 했는데도 결국 그날 엔터프라이즈의 왼쪽 날개를 부숴 먹었었지. 빌어먹을! 그래 놓고 나한테 탐사 나갔다 오는 동안 고쳐 놓으라잖아! 함선 수리가 무슨 3분 카레인 줄 아나, 내가 마법사도 아니고 ‘붙어라, 뚝딱!’하면 되는 것도 아닌데!”

“트랜스포트도 마찬가짐미다! 솔찍히 이동하는 물체를 트랜스포트 하는 거시 쉬운 일이 아닝데, 자꾸 사방팔방 뛰어다니면서 ‘빔 업! 빔 업!’ 만 외치시면 저보고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슴미다.”

“내가 엔터프라이즈는 레이디처럼 부드럽게 대해줘야 한다고 누누이 말했건만, 내 말은 귓등으로 듣는지 엔터프라이즈를 바다에 처박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몸소 행성에 내려가셔서 탐사 임무를 하시고 오는 건 좋지만, 왜 꼭 갈 때마다 문제를 하나씩 일으키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아예 함장님이 돌아오실 때쯤 되면 미리 워프 작동시킬 준비를 해 놓는다니까요. 언제든지 바로 도주할 수 있게요.”

“무사히 도주라도 하면 다행이지. 그러다가 문제 생기면 결국 수습하는 건 스팍과 우후라의 몫이잖아? 내가 스팍이었음 당장 그만두고도 남았다.”

“게다가 나갈 때 마다 꼭 다쳐서 돌아오시지 않슴미까! 싸움도 잘 못 하시면서 왜 꼭 선빵을 날리시는 검미까? 그러다가 얻어터져 돌아오시면 고생은 메디컬 치프님이 다 하시는데 말임미다.”

“근데 너흰 가끔 닥터 맥코이가 부럽지 않냐? 닥터는 짐이 사고 칠 때마다 실컷 욕하고 마음껏 때리잖아. 나도 망할 계급장 때문에 참는 거지 가끔은 얄미워서 정말 때려주고 싶다니까?”

“맞슴미다! 그래도 닥터 맥코이께서 손봐주실 때마다 속이 시원함미다!”

“그리고 솔직히 사생활까지 간섭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스타플릿에서 USS 엔터프라이즈 소속이라고 소개하면 ‘내 친구가 거기 함장님이랑 잤다는데.’라는 말을 열 번 중에 대여섯 번은 듣습니다. 왜 사고는 함장님이 치시는데 부끄럼은 저희 몫인 겁니까?”

술루의 말에 스콧과 체코프가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엔터프라이즈 소속의 대원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 아니 스타플릿에 갈 때마다 백이면 백 겪어본 일이었다. 그렇게 함장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서 그들이 연설회장에 도착했을 무렵, 뒷담화로 만들어진 그들의 결속력은 더욱 단단해져 있었다. 늦게 도착한 탓에 그들은 연설회장의 제일 뒤쪽에 섰다. 곧 시작하려는지 행성 연방을 대표하는 함선의 함장과 부함장들이 차례차례 무대로 오르고 있었다. 커크와 스팍이 나타나자 체코프는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못 했다. 스콧 역시 자신의 함장과 부함장을 부지런히 눈으로 좇았다. 그렇게 커크의 얼굴을 뚫어져라 보던 스콧이 자신도 모르게 내뱉었다.

“확실히 우리 함장님이 훤칠하니 잘생기긴 했네….”

“역시 미슷터 스콧이 보기에도 그렇슴미까? 지금 들어오는 함장님들 중에 저희 함장님이 제일 잘생기신 것 같슴미다! 물론 부함장 중에서도 저희 부함장님이 제일 잘생기셨슴미다!”

“솔직히 함장님은 남자가 보기에도 정말 잘생기시긴 하십니다.”

사실 커크의 외모가 뛰어나단 건 모든 대원들이 인정하는 바였다. 대부분 연륜 있는 다른 함장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어서 인지 무대에 오른 커크는 새삼 더욱 잘생겨 보였다. 깎아놓은 것 마냥 잘난 얼굴 덕분이기도 했지만 상대에게 호감을 주는 미소와 자신만만해 보이는 태도 또한 그의 외모를 더욱 빛나게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역시 그의 새파란 눈이었다.

“…저 눈이 조금만 덜 파랬더라면, 저 녀석을 아직까지도 신나게 까고 있었을 텐데.”

스콧이 멍하니 커크의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술루와 체코프 역시 동의를 표했다. 그리고 언제 그를 깠었냐는 듯 세 사람은 앞다투어 커크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함장님이 잘생기셔서 보기 좋은 건 사실입니다. 솔직히 힘들어 죽겠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함장님이 환하게 웃으시는 걸 보면 언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게 쏙 들어가 버리거든요.”

“그러니까 내 말이! 저 녀석이 조금만 덜 잘생겼더라면 내가 저 놈한테 낚이지도 않았을 걸….”

“맞슴미다! 저 얼굴로 부탁하시면 아무리 무리한 요구라도 어떻게든 들어드리게 됨미다.”

“사실 함장님이 잘난 게 외모 뿐만은 아니시지 않습니까. 특이한 행동에 가려져서 그렇지 함장으로서 능력도 뛰어나십니다. 생각해보면 항상 결과도 좋았고요.”

“맞아. 커크 녀석 알면 알수록 의외로 똑똑하더라고? 하긴 기본적으로 실력이 없었으면 아무리 낙하산이더라도 버틸 수나 있었겠어. 여기까지 초고속으로 승진한 것도 요행만은 아니야.”

“사실 꼼수를 쓰긴 했지만 지금까지 한 명도 성공한 적이 없던 고바야시 마루 테스트를 성공시킨 것도 우리 함장님이 유일하심미다. 애초에 스팍 부함장님이 절대 성공할 수 없는 시나리오로 고안해 낸 프로그램인데 말임미다.”

“가끔 셔틀을 직접 모실 때 보면 비행 실력도 상당하십니다. 어쩔 땐 조타수인 저보다 방향을 잘 잡으실 때도 있습니다.”

“얄밉긴 해도 그 녀석이 또 자기 크루는 끔찍하게 챙기잖아? 그러니 주위에 사람이 모이는 거지. 이것도 능력이야.”

“그리고 함장님이 권위적이지 않아서 정말 좋슴미다! 스타플릿은 군대가 아니지만 그래도 군대와 비슷한 체계를 가지고 있는데 엔터프라이즈는 다른 함선과 비교했을 때 훨씬 자유롭슴미다! 함장님이 젊으셔서 그런 건지, 커크 함장님이 워낙 성격이 좋으셔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요. 아마 둘 다가 아닐까함미다.”

“그러고 보면 강압적인 분위기는 아닌데 사람들이 믿고 따르게 만든단 말이지. 거참, 신기한 놈일세!”

“함장님이 먼저 믿음을 보여주시니 저희도 믿고 따를 수밖에 없죠. 게다가 항상 몸소 움직이시니 저희도 더 열심히 일하게 되고요.”

“그리고 또 우리 함장님은….”

그 시각, 무대 위의 함장님은 뭘 하고 있을까?

“이봐, 스팍! 뭘 보고 그렇게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거야? 무대 위잖아. 인상 피지 그래?”

“죄송합니다, 캡틴. 우리 크루들이 어디쯤 있나 찾아보고 있었는데 맨 뒤쪽에 선 세 사람이 좀 소란스러워 보여서 신경이 쓰여서 그렇습니다.”

“뭐? 넌 맨 뒤까지 보이냐? 역시 벌칸인이라 그런가 매의 눈일세! 아무튼 우리 부함장님 신경 거슬리게 한 그 세 사람은 누구누구야?”

“미스터 스콧, 미스터 술루, 미스터 체코프입니다.”

“오, 정말 보이나 봐? 신기하네. 혹시 무슨 얘기하는 지도 들려?”

“캡틴, 아무리 벌칸인이라도 이 정도로 떨어진 거리에서 소리를 들을 순 없습니다.”

“그래? 난 왠지 들리지 않아도 알 것 같은데?”

커크의 자신만만한 말에 스팍이 한 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게 무슨 논리적이지 못 한 말인지, 스팍이 반박하려던 참이었다.

“분명히 내 외모를 찬양하고 있는 거겠지. 내가 좀 잘생겼어야 말이지! 앞에 앉은 사람들이 다 나만 쳐다보고 있는 거 너도 느꼈지?”

“…짐, 왜 항상 내 감정 제어 능력을 시험에 들게 하는 겁니까?”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커크는 스타플릿에서 자신의 지위와 대원들의 신뢰를 굳혀나가고 있었고, 대원들은 자기도 모르게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함장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었으며, 스팍의 감정 제어 능력은 날이 갈수록 높아져만 갔다는 그런 이야기.

- 2013.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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