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영원을 바라오니
사랑을 위해 인간으로서의 삶을 맺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될때가 진짜 진창이 시작되는 법이다. 아폴론의 아들은 그것을 알았다. 모든 것을 끝내고 새로운 진창을 열어야했다. 그래서 카미유 베르트랑은 페룬의 신성을 창처럼 벼렸다. 아니, 화살촉처럼이라 해야하나? 아폴론, 당신은 지금부터 모든 것을 잃을 것이요. 당신이 쏘아올린 모든 고통과 저주로 인하여.
카미유가 신이 되기로 한 이유는 별 것 없었다. 그 힘이 흩어지는 것이 아까웠기 때문이다. 그 힘이면 세상을 더 낫게 만들 수 있을까? 아니. 세상은 그깟 힘 가지고 나아지지 않는다. 힘으로 모든 걸 바꿀 수 있다면 애초에 이 개같은 짓거리들이 튀어나오지도 않았을테니까. 카미유는 힘을 믿지 않았다. 그리고 그 힘을 얻을 자신도 믿지 않았다. 다만 믿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영원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는 하나였다.
카미유 베르트랑은 제 옆에서 웃고 있는 여신을 보았다. 그녀는 분명 떠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분명히 그랬지. 그러나 그것은 영원한 맹세는 아니었고, 시간이 지나면 흩어질 무언가였다. 카미유는 그것을 영원으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이 것은 미친 짓이다.
한 개체만을 믿고 인간됨을 버리는 것은 그른 일이다.
안다.
알지만, 뭐 어쩔 것인가? 카미유는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많은 짓들을 해왔고 이 것에 그는 어떠한 이유도 정당성도 붙이지 않을 것이다. 다만 한가지 유일한 변명이 있다면 -
“카미유. 날 왜 그렇게 보나요?”
“잠시 널 떠날거라서.”
“네?”
“아폴론을 죽이고, 계승해야겠다고 생각했어. 나, 신이 될거야.”
“…”
“많이 생각했어. 내가 신이 되어서 잃을 건 뭔지, 얻을 건 뭔지. 단 한 가지 만이 분명했어.”
이 것은 한 반신의 오만.
“나는 죽음따위로 너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아. 나는 감히 영원을 뒤집어쓸거야.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오직 그 이유로 - 신이 되기로 했어.”
사랑이라는 이름의 무모.
“지금 대답해주지 않아도 돼. 돌아올게. 네 옆에. 그때 내친다고 해도, 달게 받을테니까.”
샤스탱, 카미유의 마지막에 장례를 치러주오. 그는 이제 사랑으로 죽고 다시 거듭 태어나니, 신으로.
이 어리석은 사내를 감히 불쌍히 여기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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