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장기 프로젝트 데이(기념일) 장기 합작 : 04월 14일 블랙 데이

가비지타임 박병찬 드림

여자친구 있는 친구 놈이 비벼주는 자장면을 먹어야 할 때. 다음 중 할 수가 있는 말은?

1. 뭐하냐 2.내가 알아서 해 3.고마워 4.그냥 너 다 먹어라.

이 중에서 고를 수 있는 건 3개나 있지 않나?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까 너 다 먹어.”

“이걸 내가?”

“네가 먹으려고 다 비빈 거 아냐?”

툭 내뱉은 말에 자장면을 비비던 박병찬(고등학교 3학년, 동갑인 대학생 여친 있음)은 젓가락을 빼더니 그대로 내민다. 제대로 섞이지 않아 얼룩덜룩한 자장면을 가만히 바라만 보다 이어서 젓가락을 푹 꽂았다. 대충 둥글게 돌리다 그것마저 귀찮아 그대로 젓가락에 둘둘 말린 자장면을 들어 입안으로 쑤셔 넣었다. 며칠 전, 남친과 헤어졌다는 소식을 엄마를 통해 들었는지 대뜸 14일에 자장면 먹으러 가겠네?^^ 라는 메시지가 메신저로 와서 읽고 답을 안 했다. 대답을 하지 않았는데도 며칠 내내 놀리다 전날에만 잠깐 답이 없고 14일인 오늘. 점심이 되기 한 시간 전쯤 자취방으로 쳐들어왔더라. 피곤해서 별말을 안 하고 있으니 대충 겉옷과 모자를 가져와 씌어주는 정성을 보이고 나서 도착한 곳이 근처 중식. 블랙데이라고 혼자는 무슨. 그냥 자장면 먹으러 연인 친구, 가족들끼리 있던데. 하긴. 혼자서 먹으러 오면 몇이나 올까. 귀찮아서 시켜 먹겠지.

“먹기 싫어?”

입안 가득히 자장소스에 대충 버무려진 면을 우걱우걱 씹으며 양파인가 고기인가 아, 이건 오이다. 재료를 맞추고 있는데 눈치를 보는 얼굴이 보였다. 입안에 너무 많아 조금씩 삼켜야 했는데 표정을 보니 바로 답을 해줘야겠다 싶어 급히 크게 삼켰다. 무리한 탓에 목이 좀 아팠지만.

“그건 아닌데. 크게 한입 먹어서.”

“그럼 다행이네.”

“솔직히 맛없었으면 따졌겠지만… 맛있으니 그냥 넘어가는 거야.”

이어 말하니 웃음소리가 이어진다. 아니 근데 얘는 주말인데 왜 나랑 여기서 밥을 먹고 있나 했지만, 오늘이 그냥 주말이 아니라서 그런가? 혼자 결론을 내고선 다시 젓가락을 둥글게 돌려 감긴 면을 들어 올렸다. 아까보단 작아진 면 타래를 보고 그대로 입안으로 넣는다. 맛있다. 과제와 알바 때문에 제대로 밥도 못 먹었기에 줄어든 위장은 당연히 기름진 음식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해 금방 가득 찬 느낌을 받았지만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위를 늘려보겠나. 목 끝까지 채워보자는 생각으로 꾸역꾸역 단무지, 생양파로 느끼함을 달래며 넣었다.

“죄송합니다.”

“아, 네.”

뒤에서 갑자기 툭 치는 느낌에 고개를 돌리니 커플 중 한 명이 사과하기에 사과를 받아내고 다시 생양파를 집기 위해 손을 뻗었다. 또 한 번 탁. 이번엔 제법 큰소리가 났지만, 사과도 하지 않더라. 그리고 또 한 번 더 이어진…이번엔 딱. 조금 전보다 크고 단단한 소리가 이어졌다. 왜 저러는지 보니 아니 왜 맞은편 자리 놔두고 옆으로 나란히 앉아서 알콩달콩 하고 있더라. 사람 있는 쪽에서 저러냐 싶어 몸을 일으키며 의자를 뒤로 뺐다. 아까와 같은 딱 소리에 이번엔 커플이 바라보더라. 인상을 쓰고선. 몸을 일으키고선 직원을 불렀다. 뒤에 있는 분들이 안 그래도 좁은 곳에 너무 가깝게 앉은 탓에 뭘 집어먹을 수가 없으니 자리를 옮겨달라고. 그 말에 인상을 쓰던 커플은 곧 주변의 시선을 받았다. 당연했다. 둘이 가까이 붙어 그렇게 움직였는데 말을 조용히 했겠나? 그제야 커플 중 한 명이 맞은편으로 옮겼지만 내 기분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바쁘신 거 아는데 저희 자리 옮겨주세요.”

단호한 말에 직원의 안내를 받아 안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커플이 뭐라고 했지만 그건 내 알 바가 아니었기에 개무시하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자리가 없어 작은 룸으로 들어갔다. 불은 자장면과 겉마른 단무지와 양파가 다시 세팅이 되고 직원분의 사과가 이어졌다. 다른 분들의 항의도 있긴 했는데 너무 바빠서 말릴 새가 없었다. 서비스 하나 해드리겠다는 걸 거절하려니 맞은편에서 오예 소리가 들렸다. 나 혼자 온 게 아니었지 참. 일행이 눈에 보였다. 고개를 끄덕이니 직원이 나가고 의자를 꺼내 앉았다.

“잘했어.”

“괜히 옮긴 게 아니고?”

“네가 먹는다고 집중해서 몰랐던 거지 주변에서 다 그 커플만 보고 있었거든.”

“그랬구나. 병찬아 너 뭐 더 먹을래?”

“서비스 준다잖아. 그거면 됐어. 그나저나 네 거 불었는데 계속 먹을 거야?”

“응. 먹을 거야. 그런데 뭐 하나 물어봐도 돼?”

물음표로 질문하던 대화가 이어지다 잠깐의 정적이 생겼다. 이 질문을 해도 될까. 커플을 보니 떠오른 생각. 아까는 마음대로 결론을 냈지만 궁금해졌다.

“여자친구랑 자장면 먹지. 왜 나랑 먹었어? 아까 봤잖아. 커플끼리도 자장면 먹으러 온 거.”

“왜겠어. ...으니까.”

“서비스 나왔습니다!”

직원의 등장에 또 한 번 조용해졌다. 분명 말을 했는데. 직원의 등장으로 소리가 섞여 들리지 않았다. 분위기를 파악하던 직원이 뭔가를 오해해서 급히 밖으로 나갈 때까지 가만히 서로만 쳐다봤다. 문이 닫히고 발걸음 소리가 멀어질 때쯤 숨을 내쉬는 소리가 이어 들려온다.

“다시 한번 말해봐. 뭐라고 한 거야?”

“아니...”

평소답지 않게 시선을 피하며 대답을 못 하기에 하기 싫으면 하지 말랬더니 다시 쳐다본다.

“뭔데. 도대체.”

“아니, 나도 헤어졌으니까 같이 자장면 먹으러 가자 한 거지.”

“아. 아아... 하하하!!! 하하. 언제?”

“어제.”

“그래서 찾아왔구먼. 야. 더 시켜. 내가 쏜다.”

나보고는 헤어졌다고 놀리더니 꼴좋다.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표정이 생각보다 좋지 않았기에 서비스로 나온 만두와 탕수육 몇 조각을 박병찬(고등학교 3학년, 동갑인 대학생 여친있음있었음) 쪽으로 살짝 밀었다. 애들이랑 농구하려면 잘 먹어야지. 한동안은 농구에 집중하겠네. 젓가락을 들어 군만두를 집어먹는 병찬을 보며 괜히 웃음이 나 소리 내 웃으면서도 잘 챙겨 먹으라며 그냥 앞에 가져다 놓으니 두어 개 더 집어먹더라. 먹는 걸 보면서 이미 퉁퉁 불은 자장면 쪽으로 젓가락을 가져간다. 대화하는 동안 어느 정도 소화가 되었다고 생각해 그냥 젓가락으로 원을 그리듯 돌렸다. 보기엔 맛이 없어 보였지만 소스 덕분인지 괜찮았다. 물론 면이 별로였지만 그 정도쯤은 소스가 커버했다. 씹는 데만 집중하니 맛 평가가 들려와 자장면을 보던 시선을 위로 들었다. 서비스라 해도 양이 좀 있었는데 어느새 몇 개밖에 남지 않았다. 잘 먹었네.

“맛있네.”

“엉.”

“내년엔 따로 가자.”

“병찬아 네가 날 불렀… 큽… 잖아.”

웃음이 섞여 대답하니 앞에서도 자기가 말해놓고 어이가 없었는지 새어 나오는 웃음을 굳이 막지 않았다. 다음엔 따로 가자. 혼자든 연인이 있던 각자 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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