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단순과 고지식 그 사이에!

크리스탈 W. 스노우

ARK by 척추


크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가 넣고 또 내밀었다가 넣었다. 두 번, 어쩌면 세 번일까. 기억도 잘 나지 않았지만 앞에 있는 ‘크리스탈’이란 이름의 친구와 얘기하면 아크는 고지식함에 종종 울컥했다. 줄곧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모험을 우선시하며 겁 없이 전진했던 아크였다. 안전보다는 흥미, 규칙보다는 틀을 깨며 지냈던 자신의 앞에 정반대의 인간상이 떡하니 있으니 어찌 고집을 안 부릴 수 있을까?

“너는 정말 좋은 친구인데, 또 한편으로는 친구라는 틀 말고도 ‘샌님’ 같아.”

옆집에 살던 톰, 뒷집에 제시카 그리고 맞은 편에 사는 탄은 아크의 소꿉친구인데 성격과 성정이 아크와 몹시 흡사했다. 길을 개척하고 모험을 기대하며 전진하는 자신과 마음 맞는 친구들. 부모님부터 사이가 좋아 이 친구들과의 인연은 퍽 오래됐다. 그래서 아크는 세상 모든 ‘친구’가 자신과 흡사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물론 열차의 오르기 직전까지도 말이다. 그런데 지금, 이 흑발에 안경을 가지런히 쓴 친구에게 주목하자. 아크는 크리스탈의 얼굴에 점이 몇 개인지 정확히 몰랐다, 그냥 ‘많다’로 대신했고 안경은 ‘오, 안경!’으로 생각했다. 머리카락은 가지런히 묶었고 척 보기에도 타의 모범이 될 것 같은 행실에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함께 호그와트로 향하는 신입생, 그것도 같은 열차 칸이었다. 아크는 마침 선배가 쥐여준 양피지를 떠올렸다. 이 친구랑도 친해져야지, 얘는 어떤 모험을 좋아할까? 어떤 식으로 길을 개척하는 타입일지도 궁금하고 이 밖에 좋아하는 건 뭘 지. 또 어디서 왔고, 학교에 뭘 기대하고 있는지 따위를 궁금해했다. 크리스탈이 입을 열기 전까지, 아크는 단순히 접근했다. 얘도 나랑 같을 거라고.

“모두와 생각이 같을 수는 없지.”

그래서 크리스탈의 그 말이 퍽 놀라웠다. 줄곧 서로의 생각이 다르단 시그널을 받았지만, 은연중에 무시하고 있던 아크는 그 말에 한참을 입술만 달싹였다. 얄밉게 옳은 말만 하는 신입생. 자신의 또래 아이. 그리고 자신보다 아는 것이 많고, 행실에 문제 될 것 없는 모범생.

“인생에 한 번뿐인 학창시절을 우수하게 마무리 짓는다면 어른이 되었을 때 새로운 시작도 좀 더 활기차지지 않을까 했거든. 그런 생각 해본 적 없어?”

이전의 크리스탈의 말에도 답하지 못한 아크였다. 이후 이어진 질문에도 쉽사리 입을 열 수 없었다. 인생에 한 번뿐인 학창 시절. 부모님은 그저,

아들아, 내가 다녔던 호그와트에서 좋은 마법사가 되길 희망한다. 종전 100주년, 평화가 지속되길 바라며 사랑하는 너의 엄마가.

라는 편지를 아크에게 건넸다. 편지엔 학창 시절을 우수하게 마무리 지으란 말은 없었다. 그저 좋은 마법사가 되라는 당부가 전부였다. 그래서 아크는 마을에서 펼쳐졌던 모험의 장이 학교에서 새로이 열릴 거라 감히 기대했다. 눈앞의 친구와 함께 호그와트를 탐방할 계획이나 짜고 있었다. 크리스탈이 그걸 바란다고 한 적 없음에도. 어른이 되고 나서의 일은 계획도 해본 적 없었고,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당장 내일 뭘 먹고 뭘 할지 생각하기 벅찬 11살이 아크 쉘던이었다.

“없어. 나는 공부를 우수하게 할 생각 같은 거 한 번도 한 적 없거든. 개인적인 만족감은 너랑 반대로, 여기저기 둘러보고 탐험하면서 ‘규칙’을 깨는 거야.”

‘어른’은 너무 멀었다. 내일이 몇 번이나 겹쳐야 어른이 될 지도 짐작가지 않았다. 시큰둥한 표정을 밀어 넣고, 처음으로 아크는 무뚝뚝한 얼굴로 크리스탈을 보았다. 토라졌다던가, 속상해서 나온 표정이 아니었다. 상대에 대한 흥미 그 자체가 사라져서 나온 ‘진심’에 가까운 표정이었다.

“나는 ‘지금’이 활기차면 좋겠어. 새로운 시작도 어른이 되고 나서가 아닌 ‘지금’이면 좋겠고. 너는 말하는 게 모두 미래에 몰려있잖아. 너 진짜 재미없네, 그러고 7년 내내 호그와트에서 지낼 거야?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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