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무술 모임 썰 모음

• 전부 안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근데 이어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음

<리 메이리>

“⋯⋯.”

위에 씨와의 백화점 쇼핑 중. 양과자점 앞에서 발이 멈춰버렸다.

신기하게 생긴 과자들이 줄을 이었고, 먹어본 적이 없는 것들임에도 그것들이 아주 달콤할 것이라는 상상이 되어⋯⋯.

“메이리, 케이크 먹고 싶어요?”

“케이크⋯⋯.”

이 주먹만한 장식품 같은 음식들은 케이크라고 하는 물건인 듯하다. 확실히 가격표에 그런 이름들이 적혀있다.

위에 씨는 우물거리고 있는 나를 두고 점원을 불렀다.

“모든 종류를 하나씩 주세요.”

“네?!”

“전부 맛보지 않으면 아쉽지 않을까요? 같이 먹으면 금방 사라질 거예요.”

그런 걸까. 그런⋯⋯ 걸까?

주문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내 마음은 어지러운 상태였다. 어쩌지, 이 세계는 정말로 내 상식이 안 통해!

하지만 케이크들은 정말 맛있었다.

“또 먹고 싶어요?”

“네⋯⋯ 앗!”

“후훗, 그럼 나중에 또 사먹죠.”


“어머나, 동춘 선생님!”

오늘의 수업시간. 집으로 찾아온 선생님의 얼굴은 이상했다. 마치 누군가에게 맞고온 듯한⋯⋯.

“눈탱이가 밤탱이세요!”

“푸흡?!”

걱정이 되어서 한 말이었는데 어깨를 부들부들 떨며 웃고 계셨다. 무슨 말실수라도 한 것일까?

“어, 그래. 찬장에서 떨어지는 유리병에 맞아서 말이다.”

“그것 참 욕 나오는 상황이네요.”

“⋯⋯이따가 보호자분과 얘기 좀 해야겠다.”


메이리는 달달한 디저트를 좋아한다는 이야기, 그리고 언어를 배우는 도중이라 그렇게 되었다는 이야기.

위에랑 있는 시간도 길지만 슈앙 말투에 영향을 크게 받아서 그, 그렇게 되었습니다.

<하동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실업자 기간 끝에 생긴 새로운 제자, 메이리는 특이한 애다.

“어서옵쇼!”

“⋯⋯.”

당황, 아니 황당해서 나도 모르게 찌푸렸더니 제가 뭔 잘못이라도 저지른 양 울먹거리기 시작한다.

큰 문제아는 아니다만⋯⋯. 뭔가 근본적인 상식이 어긋난 아이다.

“슈앙 씨는 매번 이렇게 손님을 맞으시길래⋯⋯.”

“⋯⋯그건 슈앙 씨 같은 사람이 쓰는 말투야. 어서오세요면 된다.”

충격을 받은 듯, 입을 떡 벌리고 얼어붙었다. 직후, 서둘러 교재를 꺼내는 모습.

진도는 아직 반이나 남았는데 이미 너덜너덜해졌다. 숙제는⋯⋯ 오답이 많지만 영 엉뚱한 답도 아니다.

살짝 웃음이 새어나온 것은, 왼손으로 가렸다.


만일을 위해서.

언제부터였을까, 그걸 좌우명으로 삼게 된 것은. 어릴 땐 안 그랬던 것 같다만.

“통장잔고를 확인하실 때 왜 화면을 어둡게 하고 계시는 겁니까?”

“뭐? 그야, 개인정보니까⋯⋯.”

세 명으로 불어난 제자. 그리고 꼽사리 낀 조수 한 명. 골은 조금 울리지만 나쁘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럼 개인정보는 전부 가리는 건가요?”

“⋯⋯그래.”

참고로 지금은 전혀 상관없는 수업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일상적인 질문은 좋은 습관이지만 류싱 이 녀석은 눈치라는 걸 조금 배웠으면 한다.

모든 개인정보를 가릴 필요는 없지만 뭐, 만일을 위해서는 이렇게 답해두는 게 낫겠지.

⋯⋯낫겠지?


“아. 야, 거기⋯ 눈 퀭한 애.”

“봉백천이래이. 그리고 피차 똑같음서?”

윽. 그건 맞는 말이다. 하지만 거기에 반박해도 쓸데없는 대화로 빠지겠지.

나는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서 카페를 가리켰다.

“백천 씨. 좋아하는 음료 있어?”

“보리차.”

“보리차.”

“뭐 문제있나.”

“아니, 없지.”

젊은이답지 않은 초이스로구만. 남말할 처지는 아니다만⋯⋯.

나는 보리차와 녹차를 시켰다.

“근데 왜 사주는 기고?”

“어? 뭐, 고마워서? 뭐가 고마운 건진 나도 모르겠다만.”

정말 모르겠다. 백천 씨가 때때로 위험하다고 이상한 조언을 해주면 늘 들어맞는다. 교통사고를 피하거나 화재가 날 뻔 하는 걸 미연에 방지하거나 가방을 되찾거나⋯⋯.

“아무튼 뭐, 고맙데이.”

“어.”


동춘씨는 관계 정립을 위한 가벼운 썰.

제자인 류싱과 친?구인 봉백천 씨.

친구는 한진하 씨라고 하나 더 생겼습니다.

<장미르>

지하에 있는 대련실에서 나오면 바로 다른 집안 사람들이나 외부 학생들이 이용하는 수련장이 나온다.

나는 접이식 의자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면서 애들이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을 구경했다. 세대교체가 되면 저 애들 중에서 몇 명, 검도나 검술에 진심인 애들을 데리고 올까, 하는 생각을 했다.

“또 할매랑 하다가 뻗은 거야?”

그때, 사촌동생이 내 옆으로 찾아왔다. 중학교 입학 후에는 훈련을 곧잘 빼먹고 놀러다니는 앤데, 오늘은 웬일로 여기 있는 것 같다.

“밑에서 언니랑 할매랑 뭐하는 거야?”

“음⋯⋯ 실험.”

“검술에 실험?”

“그런 게 있어.”

다음에는 어떤 부분을 바꿔서 시험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튀어버려 입꼬리가 풀어졌다. 흐흐흐, 하는 기분나쁜 웃음이 흘러나와버리고 동생은 얼굴을 찌푸렸다.

머쓱해져서 웃음의 종류를 바꿨다.

“굳이 집에서 할 필요가 있어? 좋아하는 선배님이랑 하면 되잖아.”

“좋아하는⋯⋯?!”

“대청소 때 늘 빠릿하게 움직이던 언니가 웬일로 땡땡이까지 치고 신문지 뜯어가던 거 내가 다 봤거든. 찾아보니까 그 사람 유명인이던데, 또 폭주해서 다른 기사까지 쓸어모으는 거 아냐?”

멍하니 그날을 회상했다. 그건, 그냥, 우연히 아는 이름이 나와서 기념삼아⋯⋯!

하지만 이미 비슷한 일이 있었던지라, 뭐라 변명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고 어버버하는 사이 말할 기회를 빼앗겼다.

“아무튼 검술을 살릴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으면 그런 거 봐줄 사람 많으면서 왜 여기서 하는 거야?”

“그건⋯⋯.”

이유는 있다. 이유는⋯⋯.

“말하기 싫구나?”

“응⋯⋯.”

여기저기 알렸다가 실패하면 안 되니까. 현 가주와 차기 가주가 정한 비밀이다.

게다가──

“형아 왔어?!”

“케흑?!”

“오늘은 왜 왔어? 언니?”

“우윽⋯⋯!”

“술래잡기 같이 하자!”

“꾸엑.”

“그냥 집으로 돌아오면 안돼?”

“⋯⋯.”

생각하던 중에 충격이 연달아 몸을 덮쳤다. 어린 동생들이 달려든 것이다. 마지막에는 비명도 지를 수 없었다.

평소라면 전부 받아낼 수 있는 무게들이지만 그 기술을 시험해본 직후의 몸으로는 버티지 못하고 쓰러져버렸다.

그러자 아이들은 왜 안 받아주고 엎어지냐며 고장난 TV를 고쳐쓰듯이 퍽퍽 때리기 시작했다. 아아아⋯⋯.

“왜 이렇게 낡았어⋯⋯?”

“낡은 거 아냐!”

옆에서 들리는 말에 반사적으로 부정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한 후 도망치듯이 집에서 빠져나왔다.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오후 3시. 나는 멍하니 걷고 있었다.

대련실은 냉방이 되기 때문에 시원했는데⋯⋯. 빙수 먹으러 갈까?

터덜터덜 걷고 있다보니, 옆을 보지 못하고 마주 오는 사람과 부딪혔다.

“아얏!”

“죄송⋯⋯ 장미르?”

“아, 상현 선배님! 한눈팔다가 그만⋯⋯ 죄송합니다!”

“아니, 나야말로. ⋯⋯그런데 방금 아야, 라고?”

“헉.”

반사적으로 내뱉은 소리가 선배님 귀에 들어가버렸다.

“또 어딜 다쳤냐?!”

상현 선배는 얼굴을 구기며 다가오셨다. 나는 괜찮다고 몇 번이나 말하며 뒷걸음질 치다가, 가로수에 살짝 부딪히고 몸이 비명을 질렀고 소리가 새어나왔다.

하필 제일 아픈 팔이다!

“다, 다친 건 아니에요!”

“거짓말 같지는 않지만⋯⋯ 팔 이리 내.”

다친 건 아니라지만 이상이 있어보이니 잠깐이라도 보여달라고 하셨다.

“뭐 하는 거예요?!”

그때, 우리 대화에 끼어든 사람이 있었다. 동글동글한 얼굴에 귀여운 옷을 입고, 두 발을 크게 벌려 자신이 화가 났음을 알리고 있다. 어째서 화가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눈은 상현 선배를 보고 있다.

이어서 내 앞을 가로막았다.

으음⋯⋯?

“싫다잖아요!”

이, 이건 무슨 상황이지?

잠시 머리를 굴리다가, 어디서 경험한 적이 있는 것 같은 상황이란 걸 깨달았다. 아하!

“아, 아니에요! 이 사람은 제 직장 선배님이고 의사시고⋯⋯!”

야, 약혼자⋯⋯라는 건 일단 숨기고.

“그, 그래서 그러니까, 예에에에전에 다친 곳이 어떤지 봐주신 거예요!”

지금은 아픈 곳이 없다는 걸 강조했다!

“어, 뭐야. 그런 거였어? 죄송합니다!”

“아니, 괜찮아. 미르는 좋은 친구를 뒀구나.”

“히히⋯⋯.”

이걸로 내 건강상태 얘기도 얼버무려졌을 것이다. 어차피 정밀검사를 받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아, 어머니.”

문득, 떠오른 것이 있어서 운을 떼었다. 그런데 소명 선배의 표정에 약간의 위화감이⋯⋯ 응?

내가 뭐라고 했지?

“어, 아니, 서, 선생님, 아니 이것도 아니고⋯⋯ 그, 그러니까⋯⋯!”

횡설수설. 그리고 우왕좌왕.

머리가 펑 터져버릴 듯이 달아올랐다.

“으, 아아아앗!”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식히기 위해 벽에 부딪힐 생각이었지만, 약간 온도가 낮고 힘 있는 손이 내 이마를 막았다.

아니, 온도는 내 이마가 뜨거운 거겠지.

“호칭을 헷갈리는 것 정도는 누구나 하는 실수야! 조금 진정해.”

“으, 네⋯⋯.”

결국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까먹고 말았다.


미르는 가주랑 같이 열심히 신기술을 연마하는 이야기와 그걸 들킬 뻔하는 이야기, 그리고 선배님을 어머니라고 부르는 이야기.

원래는 실제로 대련하는 상황도 쓰려고 했는데 너무 길어질 것도 같았고, 그러면 이제 그냥 료나물이 되기에… 그만뒀습니다.

중간에 있는 소명씨 기사를 잘라서 가져간 후에는 스크랩북을 만듭니다. 들키면 죽습니다. 수치사로.

근데 저는 이 스크랩북 설정을 키모오타 같고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다들 귀엽대요. 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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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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