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가능성

K는 가능성을 기억한다.

기억이 완벽하지는 않다.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은 인과율을 비틀기로 결심하게 만든 그 이유뿐. 그러니까 아마 스물 즈음이였을 것이다. 소꿉친구가 죽고 1년여 정도 지난 어느 날 K는 그 세계선을 포기했다. 가능성을 끊어낸다는 것은 이 세계에서 그동안 쌓아온 그 모든 인연을, 추억을, 기억을 없던 일로 만든다는 것. 그리고 그 기억에는 소꿉친구와 함께했었던 나날들까지 포함된다. 실제로 K는 M과 있었던 모든 일들까지 세세하게 기억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K는 M을 기억한다.

자신이 모든 것을 포기하도록 만든 것은 M의 죽음이였고, 망설임 없이 시간을 되돌린 것 또한 M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에서였다. 그 과정에서 인과율은 다시 매듭지어졌고 K와 M을 구성하는 모든 과거들은 흩날려 사라져버렸다. 새로운 세계에서 K와 M은 더 이상 소꿉친구가 아닐지도 모른다. 아마 서로를 알아보지 못할 것이고, 어쩌면 서로가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나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K는 괜찮았다.

머뭇거리고 있는 자신의 손을 잡고 이끌어주던. 그 웃는 모습을 다시 한번 볼 수 있다면. 그렇다면 나는 그 어떤 인과율이더라도 감수할게.

그러니까 M.

곧 다시 만나자.

나의 첫번째 구원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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