伴奏

자작 캐릭터 x 애인 캐릭터 첫 만남 서사

說話 by 傳達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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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었다. 차에서 내려 밤사이 내린 버석한 눈을 밟으며 공연장으로 향했다. 한겨울의 바람이 높게 올려 묶은 새하얀 머리칼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쾌적한 공기와 대조되는 무거운 침묵이 몸을 감쌌다. 가볍게 입김을 내어 덕지덕지 따라붙은 한기를 몰아내고 곧장 대기실로 향했다. 40분쯤 뒤에 올라갈 무대를 위하여.


 

륜은 이번 공연의 주인공인 이를 바라보았다. 클래식 음악계의 떠오르는 바이올리니스트 샛별. 각종 음악 채널은 너도나도 지금 눈앞의 상대를 그렇게 평했다. 그 기세에 몇 번, 연주 영상을 들어보긴 했어도 가까이서 마주하긴 처음이다. 어젯밤 내린 눈처럼 하얀 머리칼은 눈을 가렸고 길게 내려와 코끝에 걸쳐 있었다. 뒷머리는 올려 묶었지만 그리 길진 않았고, 한쪽 귀에는 귀걸이를 했다. 앞머리가 얼굴을 반쯤 가린 탓에 아직 어떠한 사람인지 판단이 잘 서질 않았다.

눈은 사람의 마음을 비치는 거울이라 했는데, 눈이 잘, 안 보인다. 륜은 눈을 천천히 깜빡이며 보이지 않는 상대의 눈을 열심히 찾으려 했다. 하지만 지금 문제는 이것이 아니었다.

“반주자분이 갑자기 쓰러지셨다니요.”

“그게, 그분이 지병이 좀 있으셨는데, 하필 어제 약을 드시는 걸 깜빡하신 모양이더라. 지금 응급실 가셔서 난리도 아니야. 죄송하다고, 그쪽에서도 연락이 왔고. 미안하게 됐다. 그쪽에서 책임을 지신다고, 어떻게든 다른 반주자분을 모셔와 주시긴 했는데….”

“아니,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자못 무뚝뚝한 목소리. 답답한 듯이 매니저를 향해 한숨을 내쉬던 그를 바라보다 륜은 고개를 조금 숙였다. 역시 공연 40분 전에 반주자 교체는 조금 무리겠지.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그분 상태는요. 공연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더 중요하죠. 심각하신 거예요?”

반주자가 교체됐는데, 그게 문제가 아니라니. 륜은 귀를 의심했다. 바이올리니스트와 반주자는 공연이 결정되면 쉬지 않고 호흡을 맞추려 연습을 거듭한다. 이는 완벽한 연주뿐만 아니라 두 사람의 호흡이 공연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호흡을 맞춰 연습해 온 반주자가 공연이 임박한 순간에 교체됐다. 공연자로서는 큰 손실이다. 그런데 지금, 자신의 공연보다 반주자 걱정에 여념이 없다니.

보기보다 무뚝뚝한 사람이 아닌 건지도 모른다. 륜은 고개를 들고 다시금, 하얀 머리칼에 가려진 그의 눈을 천천히 꿰뚫어 보기 시작했다.

 


 

시간이 없었다. 공연은 30분 뒤고, 새 반주자분과는 아직 초면이다. 게다가 이번 공연은 상당히 규모가 큰지라, 걱정이 산더미였다. 일단 새 반주자분과 한 번 맞춰보기는 해야 하니, 무대로 올라왔지만, 주안은 여전히 집중이 잘되지 않았다. 쓰러진 반주자분 측에서 믿어도 된다며 추천해주신 반주자분. 과연 차분하고 침착하신 모습이 보는 사람까지 진정되는 분위기를 가졌다. 실력도 좋으실 것이라 예상한다.

하지만, 30분 남짓한 짧은 시간에 호흡을 맞출 수 있을까. 어쩌면 공연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작게 읊조리며 바이올린을 꺼내 들었다. 활에 송진을 바르는 손짓이 약간 초조해졌다. 겨울이라 손도 어셨을 텐데, 갑작스레 떠맡게 된 반주자 역할이 부담스럽진 않으실까, 같은 생각을 하며.

“일단, 제가 시험 삼아 한 번 쳐 볼게요. 자연스레 치고 들어와서 연주해 보실래요?”

무거운 한숨만 내쉬던 제게 날아든 제안. 주안은 정신을 차리고 제안을 받았다. 네, 라는 대답을 신호탄으로 둘은 각자 자리를 잡고 손을 풀었다. 조금 뜸을 들이나 싶더니, 곧바로 가벼운 반주가 제 귀에 날아들었다. 주안은 가만히 듣다가 박자에 맞춰 바이올린 활을 힘차게 그었다. 좋은 반주, 좋은 몸 상태. 최악이라 명명할 수 있는 상황과는 달리 반주가 통통 튀고 매력 있었다.

주안은 그 덕분에 잠시나마 자신을 감싼 모든 상황을 잊고 연주에만 빠져들 수 있었다. 올곧고 차분한, 또렷한 반주. 바이올린 현을 누비는 활도 덩달아 정확한 제 위치를 척척 알아냈다. 한 곡의 연주가 끝날 때까지, 주안은 자신이 리허설만도 못한, 하물며 초면의 반주자와 호흡을 같이 한다는 것을 모두 잊었다.


 

시험 삼아 해 본 한 곡이 끝났다. 직접 들으니 확연히 달랐다. 역시 개성 있다. 괜히 떠오르는 샛별이 아니다. 륜은 감탄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저 감상만 한 것이 아니다. 주의 깊게 듣지 않으면 모를 부분이지만, 륜은 그의 연주에서 몇 포인트를 포착했다. 빠르게 돌아가는 머리는 그에 꼭 맞는 반주를 생각해냈다. 륜은, 이 반주를 적용해보기 위해 용기를 내어 말을 꺼냈다.

“그, 저희 방금 그 곡 다시 해 봐요.”

“네?”

“한 번만 다시 해 보면 될 것 같아요.”

“그게 무슨….”

륜은 대답 대신 눈빛으로 말해 보였다. 날 믿어달라고. 륜도 알고 있다. 촉박한 시간에, 준비된 곡들은 한참 남았다. 이렇게 한 곡만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하면 안 되고, 다른 곡들도 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데도. 날 믿어줘요.

상대는 잠시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바이올린을 어깨에 올렸다. 륜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피아노 건반에 손가락을 가지런히 올렸다. 숨을 한 번 천천히 들이마시고, 잠깐 멈춤. 정신을 집중하고, 부드럽게 손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역시나, 들어맞았다. 원래 반주에서 미묘하게 변형된, 하지만 본래 연주에서 조금 이탈한 상대의 연주에는 꼭 맞는. 더불어 그 연주를 부드럽게 받쳐주는 듯한, 더 풍부한 느낌의. 륜의 머릿속에서 즉흥적으로 재탄생한 반주는 주안의 바이올린 연주와 마치 빗방울과 우산처럼 꼭 들어맞았다. 빗방울은 그 자체로 홀로 바닥에 떨어져도 그럴싸한 소리를 낼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 우산을 펴고, 수많은 빗방울이 그 위로 떨어지면, 왠지 듣는 이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발휘되는 은은하게 부드러운 소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륜은 반주자 역할을 맡을 때마다 상대에 맞춰 변형한 반주를 할 줄 알았다. 단순히 호흡이 맞는 것뿐만 아니라, 서로의 연주를 더욱 극대화하는 반주. 사람들은 보통 반주자의 연주보다 공연의 주인공이 하는 연주에 주목하여 듣기 때문에, 륜의 그 미세한 변형을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알아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제가 좋아서 하는 일에 불과했으니. 따라서 또 한 차례 반주를 마치고, 피아노 건반에서 손을 뗐어도, 한 번에 변형된 반주를 누군가 알아차렸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뭐지? 첫 느낌이었다. 도입부를 연주할 때만 해도 왜 한 곡만 반복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계속 연주를 이어가며 그는 무언가, 달라짐을 느꼈다. 아까와 똑같은 곡, 똑같은 반주? 아니, 조금 다르다. 진지해진 눈빛으로 주안은 홍륜, 이라고 하는 이 반주자에게 시선을 던졌다. 달라진 반주에서 무엇인지 모를 위화감이 들었다. 그러나 결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었다. 나빠지긴커녕 오히려 제 연주를 더 돋보이게 해주는 것이 아닌가. 착각일까?

주안은 부러 다른 곡을 빨리해 보자고 졸랐다. 물론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댔으나 실은 명확하게 알고 싶었다. 한 번 연주를 듣고 즉흥적으로 그 연주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는 반주를 편곡할 수 있는 천재성을, 제 눈앞의 상대가 가진 것이 맞는가. 이런 촉박하고 긴장되는, 큰 공연을 앞둔 상황에서. 만약 맞는다면, 저 사람은 여기 있을 사람이 아닌데. 쿵쿵 진동하는 심장을 뒤로 한 채 주안은 바이올린을 집어 올렸다.

바이올린 활을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제 미묘했던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어 갔다. 이 사람은 어떤 반주를 하든 앉은 바로 그 자리에서 편곡하고, 건반으로 옮겨갈 수 있다. 그걸 확인하니 갑자기 제 눈을 덮은 앞머리가 답답하게 느껴졌다. 땀에 살짝 젖은 앞머리를 옆으로 넘기고 시계를 보았다.

“이제 시간이 거의 다 됐어요.”

“아, 벌써….”

“이쯤하고 대기실로 갈까요, 곧 관객분들이 입장하실 거예요.”

“네, 그래요.”

연습 때 이 정도로 연주에 몰입한 적은 없었다. 빠져드는 반주에 저도 모르게 양껏 몰입했다. 인제야 저리는 팔을 재빨리 주무르며 대기실로 느릿하게 걸음을 옮겼다. 앞서가는 륜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이번 공연은 정말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왠지 모르게 들떠서, 주안은 제 입가에 미소가 피어오른 줄도 모르고 대기실에 들어섰다.

 


 

공연은 그런대로 성공적이었다. 공연 40분 전에 반주자가 교체된 것 치고는, 관객들은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다행이다. 무대에서 내려오고 나서야 륜은 긴장을 풀었다. 아무리 륜이라 해도 실수 없이 공연에서 반주하려면 그 곡들을 미리 연습을 해둬야 했다. 정말 다행히도 이번 공연에서 반주를 맡게 된 곡들은 평소 자신이 연습 삼아 즐겨 치던 곡들이었다. 아니었다면 분명 실수를 몇 번은 했을 것이다. 긴 숨을 내쉬며 의상실로 향했다. 부탁을 받고 급히 오느라 신경 쓰지 못한 의상을 의상실에서 빌린 탓이다. 잰걸음으로 의상실에 도착해서 의상을 교체했다.

공연장을 나와 벌써 어두워진 하늘을 보고는 잠깐 걸음을 멈추었다. 시간이 이렇게 지났구나. 덩달아 추운 날씨도 체감했다. 새삼 공연장의 열기가 그리웠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환한 조명 아래 수백의 관객에게 둘러싸여 반주하고 있었는데. 기분 좋은 집중의 표시로 내려앉은 침묵을 가르는 피아노 반주, 그와 어울려 화답하는 바이올린 연주. 진지하게 연주에 심취한, 앞머리를 올린 바이올리니스트……. 잠깐, 앞머리를 올린?

륜은 그제야 깨달았다. 무대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할 때 주안의 앞머리가 옆으로 올려져 핀을 꽂고 있었다는 것을. 리허설 때도 내려가 있었는데, 언제 올리셨지? 생각하던 륜은 리허설이 끝나고 대기실로 이동할 때 그의 앞머리가 옆으로 치워져 있었음을 기억해냈다. 공연이 임박해 너무 긴장한 나머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가려져 있던 눈을 볼 수 있을 기회였는데. 자세히 보지 못했다.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시 볼 수 있을 리 없다. 이 바닥엔 프로든 아마추어든 자신을 대신할 반주자는 발에 챌 정도로 많다. 할 수 없이 반주하며 흘낏 본 기억을 회상했다. 살짝 벌어진 입술. 음악에 빠져든 듯 가볍게 감은 눈. 옆으로 올린 하얀 앞머리. 조명에 반사되어 더욱 빛나 보이던 올려 묶은 하얀 머리칼, 그래, 저기 뛰어오는 사람같이.

“잠시만요!”

륜은 퍼뜩 정신을 차리었다. 내가 잘 보고 있는 게 맞나? 눈을 천천히 끔벅이던 륜에, 다시 앞머리를 내린 순백의 바이올리니스트가 다급히 뛰어왔다.

“저, 저요?”

당황한 태가 그대로 드러나는 목소리가 튀어 나갔다. 상대는 제 앞에 멈춰서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말을 내뱉었다.

“네, 륜 씨요. 그, 혹시, 오늘 어땠는지 물어도 될까요?”

“오늘이요? 정확히 뭘 말씀하시는 건지….”

갑작스레 묻는 상대에 영문을 모르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주안은 가지런히 내려와 눈을 가린 앞머리를 옆으로 옮겼다. 비로소 제대로 볼 수 있었다. 한쪽은 분홍, 한쪽은 보라색인 그의 눈이. 그리고 더없이 진중한 눈빛도.

“저와 같이 공연한 게 어땠는지, 갑자기 반주자 역할을 맡으셔서 당황하진 않으셨는지, 같은 거. 아, 오늘 진짜 감사했어요. 덕분에 공연을 무사히 마쳤네요.”

꾸벅, 고개를 숙이는 상대의 눈동자를 륜은 정말 오래, 바라봤다.

 


 

무작정 뛰어나왔다. 놓치고 싶지 않았다. 공연은 정말 최고였다. 바이올린을 연주해온 지난날들 동안 이런 반주를 만난 적은 없었다. 모든 공연을 통틀어 가장 심취했다. 끝나고는 환호가 빗발쳤다. 하지만 주안은 그 환호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 륜의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연주를 빛나게 해준 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래서, 지금 상황에 도달했다. 상대는 많이 당황해 보였다. 하긴, 갑자기 헐레벌떡 뛰어와 자신을 붙잡는 초면의 바이올리니스트라니. 자신이 생각해도 이상해 보였다. 어쩔 수 없었다. 눈앞엔 섬세한 천재가 있고, 자신은 잡아야겠으니까.

“당황하기야 했어요. 순식간에 맡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주안 씨도 마찬가지잖아요, 반주자 교체…. 공연은, 좋았어요. 주안 씨 연주도 너무 좋았고, 저도 즐거웠어요.”

아니, 지금 자신은 반주자 교체가 다행이었단 생각마저 드는 참이다. 애써 들뜬 마음을 누르고 상대의 말을 경청했다. 보기 드물게 떨리는 목소리가 어쩐지 간절했다.

“즐거우셨다니 다행이다. 다음에,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또 반주를 맡아주실 수 있을까요?”

말을 마치고 주안은 품에서 명함 두 장을 꺼냈다. 하나는 자신의 매니저 명함, 나머지 하나는 당연히 자신의 명함. 그저 제 눈을 바라만 보는 륜을 바르게 마주했다. 푸른 빛의 눈이 맑았다. 상대는 망설이더니 우선, 제가 내민 명함을 받아들었다. 받기만 했는데도 기쁨에 눈꼬리가 절로 휘었다.

“저야 그럼 감사하지요. 아, 그럼 제 명함도 드려야 되겠네요.”

상대가 건네준 명함을 소중히 받아들었다. 당장이라도 바이올린을 들고 길거리에서 연주하고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연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 그게 이렇게까지 좋은 일이었나. 기분이 곧 태도로 연결되어 따듯한 미소를 보냈다. 그걸 본 상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뜻밖의 말을 꺼냈다.

“혹시 나중에 괜찮으시면 커피라도 한잔할 수 있을까요…? 그, 음악에 관해서 얘기 나누고 싶어서요. 되게, 음악에 대한 사랑하고 열정이 느껴지셔서….”

“환영이에요, 환영. 저는 륜 씨 반주 정말 좋았거든요, 앗.”

자기도 모르게 속마음을 말해버렸다. 입술을 꾹 깨물었더니 상대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 웃음소리가 피아노하고 똑 닮아 맑고 부드러워서,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

“감사해요. 그럼 시간이 늦었으니 먼저 가 봐도 될까요?”

“네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즐거운 듯 뒤를 돌아 걸음을 옮기는 륜을, 주안은 그 자리에 서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았다. 손에는 륜의 명함을 꼭 쥐고, 한동안 망부석이 된 것 같았다. 어느새 다시 내리기 시작하는 작은 눈송이들을 자각하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포근한 것이 꼭 륜의 목소리 같다는 터무니없는 생각도 했을지 모른다. 주안은 새로운 만남에 대한 보답으로 원래 반주자에게 고마움의 전화를 걸었다. 앞으로의 날들이 기대되기는 실로 오랜만이었다. 주안은 한껏 가벼워진 몸놀림으로 자신의 차량을 향해 뛰어갔다.


공미포 5,223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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