ㅊㅊ

야마토가 내 생일을 축하해줌

뿡. 둘이 사귐. 대충 알아서 잘 보시길.(??)


"아저씨 아직도 안 잤어?!"

끼익 거리는 소리와 함께 셰어 룸의 문을 열면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야마토가 보였다. 딱히 다음 드라마의 대본을 읽는 것도 아닌 그는 그저 먼 산만 쳐다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냥 뭐... 생각할게 좀 있어서."

"무슨 생각?"

머그컵에 물을 따라 마시며 미츠키가 야마토의 옆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미츠키가 물을 마시는 소리가 적적한 공간을 채워간다.

"뭐랄까……. 곧 츠보미 생일이잖아? 물론 미츠 생일도 기억하고 있어."

"아아. 그러네. 츠보미 내 생일 이틀 후였지."

미츠키는 머릿속으로 달력을 그려본다. 본인의 생일 이틀 뒤엔 바로 아이나나의 코디이자, 야마토의 여자 친구인 츠보미의 생일이 온다.

"그래서 생일 선물 생각하고 있는데 좀처럼 안 떠올라서……."

"하긴 야마토 씨 본인 생일날 츠보미한테 엄청난 거 받았지."

"절대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생긴 날이었어."

야마토는 슬며시 눈을 감고 자신의 생일날을 떠올렸다. 기억의 중심엔 귀엽게 리본을 단 츠보미가 서있다. 얼굴을 붉히며 수줍어하는 표정이 아직도 생생했다. 저절로 입 꼬리가 올라갔다.

"츠보미가 좋아하는 거 뭐가 있을까?"

야마토가 다시 눈을 뜨고 가만히 중얼거린다.

"유키 씨."

"기각. 절대 안 돼. 당분간 유키 씨 언급 금지야."

"하여간 질투는 심해서!"

"당연한 거야! 내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이럴 거라고!"

야마토는 표정을 구기며 크게 소리쳤다. '다들 자고 있으니까 살살 말해.' '응, 미안.' 다시 정적. 미츠키는 저도 모르게 츠보미 생일 선물 고르기에 집중하며 눈을 감고 미간을 찌푸렸다. 10분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정적을 깨고 미츠키가 입을 연다.

"...계속 생각 해봤는데 역시 야마토 씨도 야마토 씨를 선물로 주는 건? 지금 츠보미가 가장 좋아하는 걸 말하라면 역시 야마토 씨지."

"으윽. 역시 그런가……."

"부끄럽구나."

야마토는 대답 대신 시선을 피했다. 미츠키는 조용히 웃는다. 야마토는 괜히 헛기침을 하고는 소파에서 일어섰다.

"자러가?"

"응. 뭐 대충 선물 정했으니까..."

"리본 내가 달아줄까? 부모님 도우면서 포장 꽤 해봤다구."

미츠키는 장난 가득한 표정으로 야마토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머리속엔 어떻게 묶을지 시뮬레이션을 마친 상태다. 리본은 이런색을 쓸까? 라든지. 의욕 가득이었다. 야마토는 그런 미츠키를 향해 눈을 가늘게 뜨며,

"됐습니다요."

 


"흐흐흥, 흐으흐흥~"

츠보미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집의 문을 열기위해 가방을 뒤적이며 열쇠를 찾고 있다. 비록 퇴근 시간은 한참 늦었지만 츠보미는 오늘 기분이 좋았다. 내일은 본인 생일이고 오늘은 모처럼 리바레와 이야기를 나눴다. 내일 생일 파티에도 온다는 것 같았고.

"얼른 씻고 누워야지."

밤 11시를 한참 넘긴 휴대전화 화면을 보며 중얼거린 츠보미는 열쇠를 돌려 조금 낡은 현관문을 열었다. 같이 사는 룸메이트가 오늘은 사정이 있어서 밖에서 자고 온다는 연락을 했기에 집안은 어두웠다. 어둠에 약한 츠보미는 최대한 집중하며 어둠을 향해 한 발짝 발을 들여놓는다. 현관문이 닫히고 짧은 복도를 지나 중문을 열면,

"우왓!!!"

팟. 하고 거실의 전등이 켜지는 소리와 함께 시야가 빠르게 변화한다. 정신 차리면 포근하고 따스한 온기가 몸에 퍼진다. 손목은 누군가가 잡고 있는 감각이 느껴진다.

"어서와 츠보미."

익숙한 목소리다. 놀라는 것도 잠시, 츠보미는 천천히 시선을 위로 올린다. 녹색 눈동자엔 얼굴이 조금 붉어져있는 자신의 연인이 눈에 담긴다. 그리고 시선을 더 위로 올리면 머리에 리본이 달려있다. 녹색과 갈색이 섞인 매끄러운 리본의 끝이 야마토의 볼을 간지럽히는 것 같아 보인다. 이 모습만 봐도 그가 엄청난 결심을 했다는 것이 느껴져, 무심코 웃어버린다.

"웃지 마……."

"크, 크흠! 그것보다 왜 여기 계세요?! 숙소로 가신다면서요!!"

야마토의 품에 안겨있는 츠보미가 뾰로통한 목소리로 소리친다.

"츠보미도 내 생일날에 거짓말했잖아?"

"앗. 그날의 복수에요?"

"뭣. 따, 딱히 그런건 아니고……."

야마토는 츠보미의 머리를 슬쩍 정리해주었다. 길게 늘어트린 옆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천천히 입술을 귓가에 가져다 대었다. 아까까지의 얼굴을 붉힌 채 멋쩍어하던 표정은 금세 지워지고 금방 여유 넘치는 평소의 그가 되었다.

"생일 축하해 츠보미. 네 생일날 가장 먼저 축하 해주는 건 내가 하고 싶었어."

야마토의 말에 시선을 돌리면 시선의 끝에 들어온 시계의 시침이 12를 가리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시간을 확인하고 시선을 다시 정면을 향하면 야마토와 시선이 얽힌다.

"감사해요. 정말 이런 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이번엔 츠보미의 얼굴에 홍조가 피어오른다.

"좋은 서프라이즈가 되었어?"

"네... 저 그런데 선물은 혹시……."

"응?!"

결국 야마토의 얼굴엔 다시 붉은 홍조가 피어난다. 이런 그의 반응에 츠보미는 야마토가 입으로 직접 말해 주길 기다리며 다소 짓궂은 표정을 짓기 시작한다.

"얼른 말해줘요!!"

보채며 올곧은 그 눈동자는 야마토를 똑바로 쳐다본다. 지금 이순간 만큼은 자신의 이런 꼬라지가 츠보미의 눈동자에 담기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아. 정말~! 그래!! 서, 선물은 바로 오빠야...? ...마음에 들..어?"

"네!!"

기다렸다는듯이 밝은 미소를 지으며 야마토의 품으로 츠보미가 더 파고들었다. 연인의 품은 따스했다. 이런 따스함이라면 꽃샘 추위도 무섭지 않다고 생각할 정도로!

"리본도 정말 잘 어울려요!!"

"그, 그래? 리본은 미츠가 만들어줬어. 녹색이랑 갈색 리본이 너랑 나의 색이라고 하면서... 미츠 녀석 잘도 그런 부끄러운 소리를 한단말이지.“

야마토의 얼굴은 점점 더 붉게 익어간다.

"저는 그런 거 좋아 하는걸요. 히히"

츠보미의 미소는 더욱 사랑스러워졌다. 휘어진 눈동자는 여전히 아름다운 보석을 품고 있고, 그는 이 보석에서 눈을 떼지 못하였다. 누구라도 이럴걸. 야마토는 츠보미의 허리에 팔을 두른다.

"아무튼 얼른 선물의 리본 풀어줘."

"꼭 풀어야 해요? 아쉬워요……."

"...사실 오빠 이제 한계라서요."

우우, 알았어요. 츠보미는 리본의 끝을 잡아당긴다. 그러면 리본이 스르르 풀리며 바닥으로 떨어진다. 야마토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연다. 입에서 나오는 소리엔 행복감이 잔뜩 묻어있다.

"사랑해. 사랑해, 츠보미."

내 뱉은 말을 뒤로 하며 야마토는 츠보미의 입술에 자신의 입을 가져간다. 두 사람의 입술이 포개어지며 행복의 맛이 두 사람을 감싸기 시작했다.

 


"자. 이건 오빠가 준비한 다른 선물."

작고 네모난 상자를 야마토는 자신의 품에 안긴 츠보미에게 건네준다. 녹색 리본이 묶인 상자였다. 상자를 받아든 츠보미는 침을 삼키며 조용히 상자를 연다.

"아! 피어싱이네요... 사실 저 반지인가? 생각했어요."

"알지알지 그거. 오빠도 츠보미에게 상자 받았을 때 긴장했어요."

둘은 동시에 소리 내며 웃었다. 츠보미는 상자에서 피어싱 하나를 꺼내어보았다. 샵 모양의 단순한 디자인이었지만 마음에 들었다. 누가봐도 니카이도 야마토가 준 선물! 이라는 느낌이라 더욱 그러했다.

"지금 당장 껴봐야겠어요."

"내가 해줄게."

야마토는 긴 손가락을 츠보미의 귀로 가져갔다. 귀에 그의 손이 닿으니 작게 움찔거렸다. 가만히 있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츠보미는 눈을 질끈 감는다.

"자, 다 됐어. 보여?"

근처에 있던 작은 거울을 들어 츠보미의 앞에 가져다주면 츠보미의 눈엔 자신의 귀에 새롭게 달린 피어싱이 보인다. 잘 어울린다고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다.

"헤헤. 감사해요 야마토 씨. 오늘 최고의 생일이 되었네요!"

"그렇다면 다행이야."

쪽. 야마토는 츠보미의 이마에 입술을 가져갔다. 아, 참고로 오빠의 이 키스옵션은 생일이 끝날 때까지 계속 되니까. 또 덧붙여 오프 기능은 없습니다. 야마토의 황당한 말에 츠보미는 금세 표정이 굳었다. 내 생일인데 왜 본인이 더 제멋대로야?!

"그럼 더……."

삐롱. 삐롱. 래빗챗이 오는 소리가 야마토의 폰에서 계속 울렸다. 무시하지 못할 만큼. 결국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들어 확인하면 아이나나의 멤버들이 츠보미의 생일을 축하해주고 있었다. 안 자냐고 얘들아.

"어라, 그런데 제 휴대폰은 조용해요."

"응?"

단체 채팅방을 확인해보면 츠보미가 보이지 않았다. 열심히 축하해주고 있으면서 아무도 모르는 거냐고.

"뭐랄까 아이나나답네요...!"

"그렇지?“

저 이번만큼 행복한 생일은 다시 없을 거 같아요. 츠보미의 한마디.

"어라. 그건 안 되는데."

"네?"

"내가 매년 너에게 최고의 행복을 줄 거니까. 이걸로 만족하면 된다구"

야마토는 손을 뻗어 츠보미의 안경을 벗긴다. 그리고는 입 꼬리를 올린다. 천천히 다가가 또 다시 입술을 포갠다.

"읏... 이제 그만해요..."

"싫은데?"

다시 츠보미의 입술로 자신의 입술을 가져간다. 이번엔 야마토 본인의 안경도 벗어 던진다. 다시 한 번 말하게 해줘.

"생일 축하해 츠보미. 사랑해."

 

 

+

"그런데요……. 집에 있는 거 어떻게 허락 받은 거예요?!"

"열심히 빌었어. 덕분에 오빠 이번 달은 빈털터리야~"

"왜요...??"

"많이 먹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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