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권

[진화랑] 도련님의 곁에는 항상 그 메이드가 있다. - 외전

진의 전투 메이드가 되기 전 화랑의 과거 회상이자 2부로 가기 위한 빌드업 외전.

화랑, 궁금한게 있는데. 결국 메이드복에서 벗어나는 것에 실패한 화랑은 오늘도 이제는 트레이드 마크처럼 된 메이드 복을 입은 체 진의 곁에서 호위를 빙자한 농땡이를 피우고 있을 때였다. 제가 가져온 간식인 마들렌과 커피를 즐기고 있던 진이 저를 부르자 화랑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입에 남아있던 마들렌을 커피와 함께 목으로 넘긴 진이 잔을 내려놓으며 화랑을 바라보았다.

" 너는... 날 만나기 전에 뭘 했어? "

" 뭐야, 지금 내 과거가 궁금한거야? "

" 응, 난 너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니까. 사실... 지금까지 물어볼 생각도 못했고. 그러니까 말해줘, 화랑 "

" 아... 과거를 캐묻는 남자는 별론데... 그래도 뭐 어쩔 수 없나. 도련님께서 물어보니 대답을 안할 수 없지 "

장난스럽게 웃던 화랑이 진의 옆에 앉더니 그의 손에 들린 마들렌을 덥썩 한입 베어 물고는 오물오물 먹기 시작했다. 천천히 먹어. 그런 화랑의 행동에 진은 화를 내기는 커녕 오히려 거의 다 먹어가는 그의 입에 다시 한번 더 마들렌을 가져갔고 화랑은 그의 손에 들린 마들렌을 다시 한번 더 베어 물었다. 자신을 지켜주는 전투 메이드지만 이럴 때 보면 그는 자신이 지켜줘야 할 것 같은 행동을 하곤 했다. 그렇게 진의 손에 들린 마들렌 하나를 모두 먹어치운 화랑이 덥썩 커피잔을 잡더니 그대로 남은 커피마저 모두 마셔버렸다. 마들렌 하나와 커피 반잔으로 그의 과거를 들을 수 있다면 진은 얼마든지 줄 수 있었다. 후아, 대충 단거랑 커피로 머리를 돌렸으니까... 기억을 떠올려가면서 이야기 해볼까나. 입맛을 다시던 화랑이 자세를 편하게 잡으면서 진과 눈을 마주쳤다.

" 난 소년병이었어 "

" 소년병? "

" 뭐 좋게 표현해서 소년병이지, 실상은... 자아없는 살인병기 취급이었다고나 할까나... "

" 뭐? "

" 장소 안가리고 여기저기서 정신없이 구르다가 준씨랑 보안 팀장님을 만나게 됐고 어쩌다보니 고용되었다고나 할까나... "

" 자, 잠깐만.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 해줘 "

" 알았어, 급하기는. 그러니까 대충... 6년 전이었나. 내가 15살 정도였을거야... "


" 도착했습니다, 준씨 "

" 수고하셨어요, 백두산님 "

" 여전히 높여서 부르시는군요, 회장님이 알게되면 저희만 혼나게 됩니다만 "

" 그런 걱정은 하지 마세요. 그렇게 되면 제가 카즈야씨에게 한마디 할테니까요 "

" 후후, 그럼 준씨만 믿겠습니다 "

미시마 재벌의 보안팀의 호위를 받으며 미시마 재벌의 전용 비행기에서 내린 준은 자신의 옆에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는 백두산 보안 팀장과 가벼운 농담을 주고 받으며 천천히 목적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이 머나먼 중동까지 오게 된 이유는 바로 미시마 재벌의 파트너이자 이 중동 지역의 미시마 재벌 소유의 석유 회사의 보안을 책임지고 있는 민간 군사 회사의 책임자와 만나기 위해서였다. 평소와 같이 카즈야가 오지 않은 이유는 다른 일과 겹쳐서 인 것도 있으나 이번 일은 그저 계약 연장을 확정 지은 것에 대한 통보에 가까웠기에 카즈야 대신 준이 오게 된 것이었다. 물론 처음 카즈야는 준 대신 리나 라스를 보내려 했으나 준이 자신이 가겠다며 나섰고 그녀의 고집을 꺽는데 실패한 카즈야는 결국 준에게 조금이라도 다치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협박 아닌 협박을 하며 - 그녀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지만 - 보안 팀장인 백두산과 그의 직속 팀을 그대로 딸려보낸 것이었다. 준은 고작 계약 연장하러 가는 것 뿐인데 보안 팀장과 그의 직속 팀이라니 너무 과보호가 아니냐며 웃으며 말했지만 이번에는 카즈야의 고집이 꺾이지 않았다. 나중에 사정을 알게 된 리는 폭소했고 제 오랜 친우이자 그 사이에 끼게 된 백두산에게 애도의 메시지를 보냈다. 물론 백두산은 그 메시지를 무시했지만.

전용기에서 내려 조금 걷다보니 그들을 마중 나온 민간 군사 회사의 대표가 보였다. 어머, 대표님이 직접 나오실 줄은... 조금 놀란 준이 작게 중얼거린 것도 잠시 이내 태연한 표정으로 그의 앞까지 다가간 준이 인사를 건냈다. 처음 뵙겠습니다. 미시마 재벌의 카자마 준입니다. 이렇게 직접 마중까지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샤힌님. 그녀의 말에 샤힌이라 불린 남자가 부드럽게 웃으며 그녀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 먼길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대표 샤힌이라고 합니다. 옆의 분은? "

" 미시마 재벌의 보안 팀장 백두산님이라고 합니다. 워낙 그 사람이 걱정을 많이해서 저를 호위하기 위해 함께 오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실력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니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 하하, 네. 오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든든하니 좋습니다. 그럼 이만 저희 회사로 출발할까 합니다만 "

" 네, 부탁드립니다 "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샤힌이 준비한 차를 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던 세 사람 중 그 광경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사람은 백두산이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주위를 넓게 보며 이동하던 백두산의 눈에 주차장 한쪽 구석에서 천을 푹 뒤집어 쓰고 앉아있는 작은 형체가 들어왔다. 처음엔 물건 같은 것에 단순히 천을 뒤집어 씌운 건가 했지만 이내 조금씩 보이는 움직임에 사람이라는 걸 알아차린 백두산이 처음으로 걸음을 멈췄다. 무슨 일이신가요, 백두산님? 잠시 그 형체를 바라보던 백두산이 이상했는지 앞서 가던 준도, 샤힌도 멈춰서서 백두산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목소리에 퍼득 정신을 차린 백두산이 아니라며 말을 꺼낸 것도 잠시. 이내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라고 말하며 천천히 그 형체를 향해 다가갔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주변을 호위 중인 직속팀에게 수신호를 보내면서. 저벅저벅, 백두산이 그 형체 앞에서 멈춰서더니 이내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조용히 말을 건넸다.

" 실례지만 괜찮다면 잠시 얼굴을 보여줄 수 있겠습니까? "

" ...... "

정중한 그 말에도 어떠한 대답도 움직임도 없던 작은 형체가 이내 모포 속에서 부스럭부스럭 움직임을 보였다. 그리고 슬쩍, 천 속에서 눈만 들어낸 작은 형체의 눈을 바라본 백두산이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안광이 없는 죽은 눈. 자신과 같은 검은 눈에는 한 조각의 의지도, 열망도, 소망도 없어보였다. 어째서 이런 눈을? 의문을 가진 것도 잠시 백두산은 지금까지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었던 반사 신경과 육감에 감사할 수 밖에 없었다. 작은 형체가 순식간에 꺼낸 것은 분명... 총이었다. 그것도 데저트 이글 L6. 백두산의 이마를 정확하게 겨냥하고 당겨진 방아쇠에서 튀어나온 총알은 그의 이마가 아닌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다. 타앙! 갑작스런 총격음에 모두가 놀란 것도 잠시 작은 형체가 순식간에 몸을 일으켜 뒤로 크게 물러섰다. 그 움직임에 몸을 덮고 있던 천이 하늘로 펄럭이며 날아가 바닥으로 떨어졌고 그제서야 백두산은 그 작은 형체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 어린 아이...? "

" ...... "

그 작은 몸에 어울리지 않는 밀리터리 의상과 왼손에는 칼을, 오른손에는 방금 전 백두산을 향해 쏜 데저트 이글 L6를 든... 소년이었다. 검은 머리칼과 검은 눈동자. 누가봐도... 이 중동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동양인 소년. 안광이 없는 죽은 눈으로 잠시 그를 바라보던 소년이 뭐라 작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백두산은 주변에서 들리기 시작한 거친 소리에 큰 소리로 외쳤다.

" 습격이다! 사모님과 샤힌님을 지켜라! "

" 자자, 일이다! 불한당들에게서 귀중한 손님들을 지키도록! 자, 그럼 준님. 일단 저희 방탄차로 가시죠 "

" 어머어머... 아뇨, 저는 여기서 여러분들의 솜씨를 지켜보겠습니다. 저 역시 제 한 몸 지킬 실력은 되니까요 "

순식간에 공항의 주차장이 전쟁터가 되었다. 쏟아지는 총탄 속에서도 준과 샤힌은 태연했다. 그건 아마도 자신들이 데려온 팀에 대한 믿음이 굳건했기 때문일거다. 백두산은 자신을 향한 소년의 거침없는 공격을 피하거나 흘리면서 힐끔 준과 샤힌을 쳐다보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너무 태평하시군, 저러다 조금이라도 다치기라도 하면 총수님의 불호령이 떨어지는 건 우리인데 말이야. 그나저나... 이 소년... 강하다. 지금까지 많은 습격을 받았고 많은 사람들과 상대를 해봤지만 이 소년만큼이나... 사람을 죽이는데 특화된 사람은 없었어. 백두산은 주저없이 저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고 급소를 노리는 소년의 행동에 다시 눈을 찌푸렸다. 찰칵, 탄환이 떨어진 소리에 이번엔 백두산이 소년의 오른손과 어깨를 붙잡았지만 그러자 날아온 건 눈을 향해 찔러오는 날카로운 칼이었다. 정말 주저가 없군. 그 공격에 어쩔 수 없이 소년을 놔준 백두산이 거리를 벌리며 주시했다. 찰칵, 찰칵. 다시 한번 더 탄환이 없다는 걸 확인이라도 하듯 방아쇠를 당기던 소년이 이내 데저트 이글을 총집 안에 넣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더 달려들기 위해 다리에 힘을 준 순간. 윽... 갑자기 소년의 입에서 작은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움찔, 어깨를 떤 소년에 백두산이 의아함을 가지기도 전 소년이 품에서 뭔가를 꺼내 입에 물고 바람을 불어넣었다. 삐이이익! 그것은 작은 피리였다. 그 피리 소리에 맞춰 그들을 습격했던 습격자들이 하나둘씩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래, 그것은 후퇴 신호였다.

" 이런 식으로 후퇴 신호인가... 생각보다 원시적이군. 무기는 최신식이면서... "

" ...한국어...? "

요즘 세상에서 예상하지도 못한 원시적인 후퇴 신호에 백두산이 주변을 둘러보며 저도 모르게 모국인 한국어로 내뱉은 혼잣말에 소년이 반응했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놀란 건 백두산도 마찬가지였다. 이 이역만리의 땅에서 자신 외에 한국어를 하는 사람이 자신들을 습격한 자라니. 그것도 이렇게 작은 소년이. 안광이 없는 죽은 눈을 한 소년이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다시 작게 중얼거렸다. 그리운... 울림... 간만에 듣는... 내 언어. 아주 잠시 안광이 돌아왔다 이내 다시 사라진 소년이 재빠르게 몸을 움직여 순식간에 백두산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잠깐...! 그리고 이내, 백두산은 저를 스쳐지나가는 바이크를 탄 소년의 뒷모습을 보다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 한국어를 사용하는 소년병... 인가요? "

" 네, 제가 상대했던 그 천을 두르고 있던 형체가 그 소년병이었습니다 "

" ...한국어를 사용하는 소년병은 모르지만 요즘 이 일대에서 유명한 소년병은 있긴 합니다만... "

"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겠습니까, 샤힌님 "

샤힌이 준비한 방탄차를 타고 샤힌의 회사에 도착한 준과 백두산은 형식적인 계약 절차를 모두 마치고 바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일단 응접실에서 방금 전 습격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백두산이 한국 출신이라는 걸 아는 준은 한국어를 사용하는 소년병이라는 말에 관심을 가졌고 그 이야기에 샤힌도 관심을 가지고는 조심스럽게 자신이 알고 있는 소년병의 이야기를 꺼냈다.

" 이 일대에 돈만 주면 무엇이든 하는 용병 집단이 있습니다. 그 소년병은 그 용병단 출신인데... 어린 나이에도 전투 실력이 왠만한 용병들, 군인들 못지 않은데다가 사람을 죽이는데 조금의 주저함도 없어 작은 사신이라는 별명까지 읺는 소년병입니다. 다만... "

" 다만? "

" 이건 소문일 뿐입니다만... 그 용병단은 자신들의 명령 한마디에 쉽사리 목숨을 버리게 만드는 속칭 인형을 만든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조금 불편한 이야기가 될지 모르지만... "

" 인형? 그게 뭐죠? "

" ...이 중동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나라의 아이를 납치합니다. 미성년, 특히 자아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7살에서 10살 전후의 아이면 특히 더 좋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의 부모나 보호자가 있다면 그들도 죽입니다. 아이의 앞에서 말이죠. 그리고 납치한 아이를 약물과 고문 등으로 세뇌를 합니다. 그 세뇌 과정을 그들은 키워드를 주입한다고 표현하더군요 "

" 키워드... "

"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대로 소년병이 완성되면 처음에는 총알받이로 전장에서 사용되다 살아남는다면 그때부턴 암살자, 혹은 돌격대장으로 사용합니다. 그래서 보통 그 용병 조직의 소년병의 수명은 11살을 넘지 않습니다. 그 전에 모두 죽어버리니까요. 하지만 이 소년병이 이 일대에서 유명해진 이유는... "

" 여지껏 살아남았기 때문입니까? "

무거운 표정으로 샤힌이 고개를 끄덕였다. 11살을 넘지 못하는 소년병의 수명을 훨씬 뛰어넘었다면 대체 그 소년은 몇살이고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인걸까. 약물과 고문으로 세뇌되어 자신의 의지도 없이 오직 살인만을 반복해 온 그 소년은... 과연 살 의지가 있는 것일까. 준과 백두산의 무거운 침묵에 샤힌이 결정타를 가했다.

" 왜 그 용병단이 이 중동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나라의 아이를 이용하시는 줄 아십니까? 그건 아무도 자신을 구해줄 수 없다는 절망을 안겨주기 위해서입니다 "

" 절망...? "

" 네, 아무도 너를 구해줄 수 없다. 너는 더 이상 행복했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러니 체념하고 이곳에서 적응하고... 목숨을 바쳐라. 그게 그들의 방식입니다 "

" 그럼 아이의 부모나 보호자를 죽이는 이유도... "

" 널 구해 줄 사람은 더 이상 없다... 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입니다 "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한 순간에 사랑하는 가족, 혹은 보호자가 살해당하고 말도 통하지 않는 나라로 납치되어 고문과 세뇌 끝에 소년병으로 떨어져버린 많은 아이들을 떠올린 준이 작게 중얼거렸다. 백두산님, 저희의 다음 일정은 있나요? 없습니다. 그럼... 다음 일정이 정해졌군요. 준의 말에 당황한 건 오히려 샤힌이었다. 소년병에 신경을 쓰는 것 같아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설마 이런 반응일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준님, 괜찮으시겠습니까? 샤힌의 물음에 준이 제 앞에 놓인 다과용 쿠키를 하나 집어 들더니 그대로 준비된 접시에 내려놓고는 포크로 지긋이 누르며 말했다. 이내 작은 소리를 내며 쿠키가 두 동강이 났다.

" 샤힌님, 저는 모든 사람을 구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을 구하겠다? 그거야 말로 가식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눈 앞에 고통 받는 사람을 외면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 용병단을 이 세상에서 지워버리면 좋겠지만 그게 힘들다면... 적어도 그 아이만이라도 구해주고 싶군요. 백두산님 "

" 네 "

" 카즈야씨가 알지 못하도록 리씨 산하의 위그드라실에 요청해주세요 "

" 이미 연락을 취했습니다 "

" 후훗, 역시 백두산님이군요. 그러니 샤힌님 도와주시겠습니까? 저희는 이곳의 상황이나 지리를 잘 알지 못하니까요. 샤힌님의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 "

오랫동안 미시마 재벌의 보안 팀장으로 일하면서 준의 성격과 행동 패턴을 모두 파악한 백두산은 준이 이 상황을 결코 넘어갈리가 없다고 생각하여 이미 리에게 연락을 해 위그드라실의 도움을 요청한 상태였다. 연락을 받은 리도 이런 상황이 익숙한 것인지 별 다른 말없이 알았다, 는 답변만 보내왔고. 물론 나중에 카즈야가 알게 된다면 위험한 짓을 했다며 크게 질책을 받겠지만 그것도 준이 막아 줄 것이다. 이런 준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샤힌이 작게 한숨을 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 사실 그 용병단은 오래동안 이 중동에서 가장 골칫거리였습니다. 돈만 주면 주저없이 사람을 죽이고 납치하는 그 성향 때문에 말이죠. 그래서 어떻게든 뿌리를 뽑으려 여러번 시도했으나 그때마다 꼬리만 잘리고 몸통은 여전히 살아남아 계속되는 악행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이 참에... 그 용병단의 몸통을 끊어버리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야말로 부탁드립니다 "

" 그럼 바로 작전 회의로 들어갈까요? "

소년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폭력을 신음 하나 없이 그대로 감내하며 견뎠다. 왜 죽이지 못한거야! 그 동양인이 죽은 충격으로 모두가 정신을 못 차릴 때 나머지 놈들을 모두 죽이고 여자를 인질로 잡는다는 작전이었잖아! 겸사겸사 그 눈에 거슬리는 샤힌놈도 죽이고! 작전이 실패한 건 모두 네가 처음에 죽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너 때문이야, 너! 작은 몸에 쏟아지는 폭력에 소년이 결국 붉은 피를 토해냈지만 그럼에도 남자의 폭력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손가락 하나 까딱 할 수 없을 정도의 폭력을 쏟아내고서도 분풀이로 소년의 목에 걸린 전기충격기까지 몇번이고 작동시키고 나서야 겨우 분이 풀린 남자가 씩씩대며 고문실을 나갔다. 당장 네 방으로 꺼져! 치료도 없이 당장 돌아가라는 그 명령에 소년은 경련이 가라앉고 나서야 겨우 몸을 일으켜 비틀비틀, 제 방으로 향했다. 방이라고 해봤자 겨우 몸 하나 눕힐 수 있는 아주 협소한 공간이었지만 이것조차 얻지 못한 자들이 많았기에 감지덕지했다.

털썩 겨우 얇은 모포 하나가 깔린 그곳에 쓰러지듯 누운 소년이 천천히 눈을 깜박였다. 아파. 소리없는 말이 소년의 입에서 튀어나오고 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소년은 제 목을 매만졌다. 너무나도 오랜만에 말이라는 것을 내뱉어서 일까 목이 시큰시큰 아파왔다. 9살에 가족 여행으로 이탈리아에 왔던 아이가 납치를 당한 건 순식간이었다. 그 과정에서 제 부모도 함께 납치되어 제 앞에서 아버지는 총살, 어머니는 화형을 당하는 모습이 아이에게는 악몽처럼 꿈에서 몇번이고 반복 재생되었다. 이미 그것만으로도 어린 정신에는 충격적인데 그 이후 아이에게 쏟아진 건 자신들의 명령에 복종하라는 고문과 약물을 통한 세뇌였다. OOOOO! 자신을 고문하고 세뇌하며 계속해서 여러번 들려오던 키워드는 그야말로 아이의 이성을 날려버리는 주문과도 같았으며 성인도 견디기 힘든 그 모든 처사를 아이가 견딜 수 있을리가 만무, 아이의 정신은 그대로 붕괴되어 버렸다.

총알받이가 되어서도 정말 끈질기고 질기게 살아남은 아이는 13살, 아이에서 소년이 되자마자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배웠다. 하지만 소년에게 불행했던 것은 바로 사람을 죽이는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남들보다 빠르게 총기를 다루는 법을 터득했고 남들보다 빠르게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깨달은 소년이 쓸모가 있다는 걸 알아차린 용병단의 리더는 소년이 반항하지 못하도록 전기충격기를 착용시키고 전장과 살인이 필요한 장소에 소년을 몰아내고 명령했다. 모두 죽이라고. 그 명령에 소년은 충실하게 움직였다. 그렇게 자신의 의지없이 명령대로 움직이며 살인을 하던 소년은 15살이 되었을 때 작은 사신이라 불리는 살인 병기가 되었다.

힘없이 누워 제 손가락 위로 올라오는 작은 벌레를 여전히 안광이 없는, 생기가 없는 눈으로 바라보던 소년이 그대로 손을 움직여 벌레를 짓이겨버렸다. 나도... 이렇게 죽어버렸으면.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 어차피 돌아갈 수 없잖아. 그... 사람이라면... 내가 죽이지 못한 그 사람이라면... 날 죽여줄 수 있을까? 여전히 안광이 없는 눈을 깜박거리던 소년이 결국 눈을 감았다. 수면조차 악몽의 연속이지만 적어도 깨어있는 지금보다는 나았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다. 콰앙, 거친 소리를 내며 열린 문으로 남자 몇명이 들어온 걸 본 소년이 다시 눈을 감았다. 언제나 그랬듯이 움직이지 않고 소리도 내지 않고 죽은 듯이 있으면... 해결될 일이었으니까.

며칠 후, 소년은 제 방에서 무기들을 점검하고 있었다. 자주 잼이 발생하는 데저트 이글의 특성 상 점검을 자주 해줘야 잼이 발생할 확률이 줄기 때문이기도 했고 할 일이 없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소년에게 주어진 건 오직 사람을 죽이기 위한 무기 밖에 없었으니까. 잠시 바닥에 놓인 무기들을 바라보던 소년이 일순간 본부에 울리는 사이렌 소리에 번쩍 고개를 들었다. 이게 울렸다는 건... 재빠르게 무기를 챙긴 소년이 문을 열자마자 보인 것은 본부를 덮친 낯선 병사들이었다. 어디 쪽이지? 아니, 그건 중요하지 않아. 소년이 일순간 제 목에 채워진 전기충격기가 1번 작동하자 움찔 몸을 떨고는 빠르게 보스의 방으로 향했다. 2층에서 3층까지 단숨에 뛰어 올라간 소년이 보스의 방 문을 열기가 무섭게 보스가 소년의 얼굴을 가격했다. 휘청, 그 작은 몸이 비틀거릴 정도로 세게 때린 보스가 소년의 멱살을 잡으며 뭐라 무섭게 소리를 질렀다. 이곳의 언어를 제대로 익히지 못한 소년이 알아듣기에는 너무나도 빠른 말이었다. 결국 보스가 소년의 멱살을 거칠게 놓으며 따라오라는 듯 크게 손짓을 했다. 아마도 자신을 지키라는 말이겠지. 그리고 목적지는... 옥상일거고. 매번 이런 일이 발생할 때 마다 보스는 항상 부하들을 버리고 혼자 도망가기 바빴다. 와중에 소년을 같이 데리고 간 이유는 쓸모 있는 인형이었기 때문이었다. 보스를 호위하며 옥상으로 향하던 소년의 눈 앞으로 탄환이 하나 날아왔다. 명백하게 자신을 견제하는 탄환에 소년의 발이 멈추고 그와 동시에 그들의 앞에 나타난 건.

" 아, 드디어 만났구나. 날 기억 하나? 삼일 정도 밖에 안되서 기억할 것 같은데... "

" ...... "

" 다행이다, 아직 살아있구나 "

다행? 다행이... 무슨 뜻이더라... 또 다시 듣게 된 한국말에 잠시 감상에라도 빠져있던 탓이었을까. 소년은 순식간에 저에게 다가와 칼을 든 제 왼손을 잡는 손길에 흠칫 놀라며 오른손에 든 데저트 이글을 겨누었지만. 이내 커다란 손이 제 오른손을 부드럽게 누르며 제압했다. 따뜻한 손이 혈향이 가시지 않았던 제 손을 부드럽게 감싸자 소년은 당황했다. 죽여야 하는데... 그렇게 명령 받았으니까... 죽여야 하는데... 조금 떨어진 곳에 그런 소년을 보며 뭐라 소리를 질러대던 보스가 무언가를 꺼내 꾹 버튼을 누르자. 소년이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며 그, 백두산의 손을 뿌리쳤다. 전기충격기의 강도를 최대로 높인 것인지 소년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소년의 반응에 백두산이 빠르게 보스에게 달려들어 그의 손에 들린 전기 충격기의 스위치를 발로 차내더니 그대로 부셔버렸다.

" 아이한테 무슨 짓인가! "

대노한 백두산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리고 이내 어디선가 날아온 총탄이 그대로 보스의 머리를 궤뚫어버렸다. 날아온 방향을 힐끔 바라본 백두산이 이내 주저앉아 제 목을 부여잡고 있는 소년에게 다가가 그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앉았다. 괜찮으냐. 그리고 그런 백두산에게 겨누어진 건 데저트 이글이었다. 고통으로 눈물을 흘리면서도 소리 한번 내지 않고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깨문 소년이 겨눈 데저트 이글에 잠시 아무 말이 없던 백두산의 손이 소년의 오른손을 감싸고는 천천히 손을 내리게했다. 그리고 손에서 총기를 놓게 한 백두산이 소년과 눈을 마주쳤다.

" 이제 더 이상 힘들어 할 필요 없다. 다 끝났으니까 "

" ...... "

" 잘 버텼구나... 이제 다 끝났다 "

그 말에 느릿느릿 눈을 깜박이던 소년의 시선이 백두산의 등 뒤의 시체로 향했다. 자신의 운명을 뒤틀리게 한 용병단의 리더는 죽었다. 더 이상 괴롭게 사람을 죽일 필요도 없고 고통을 받지 않아도 된다. 근데... 그럼 나한테 남는 게 뭐가 있지? 아무도 없는데. 부모님은... 제 눈 앞에서 잔혹하고 고통스럽게 죽었다. 그 동안 자신을 구하려고 했던 일부 사람들은 제가 죽였다. 어째서? 명령이었으니까. 이미 소년은 명령 없이는 살 수가 없었다. 그렇게 배웠으니까, 그렇게... 교육 받았으니까. 소년의 머리 속에 제가 죽인 작은 벌레가 떠올랐다. 이제 죽을 수 있을까? 부모님의 곁으로 나도 갈 수 있을까? 제가 죽인 사람들 처럼 나도 그렇게 죽을 수 있을까? 소년이 입술을 달싹거리다 이내 결심한 듯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돌아가고 싶어 "

소리를 높여 우는 법도 잊어버린 듯 소리없이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내뱉은 그 말은 죽고 싶다는 것도 아닌, 살고 싶다는 것도 아닌 그저 돌아가고 싶다는 말이었다. 돌아가도 더 이상 저를 반겨 줄 사랑하는 가족이 없음에도. 공포와 고통과 죽음으로 제 손을 더럽히던 지금이 아닌 제가 행복했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그 말에 백두산이 소년을 품에 안고 그 등을 천천히 두드려주었다.

" 이제 어떻게 할건가요 "

" ...일단 제가 데려가려고 합니다 "

" 어머, 백두산님이요? "

" 네. 갈 곳이 없는 아이니까요. 무엇보다 온갖 약물과 고문으로 세뇌가 된 그 아이는... 분명 보통의 가정에서는 적응하지 못하겠죠 "

지역에서 제일 골치덩어리로 통하던 용병단이 절멸된 후 준과 백두산은 소년을 데리고 그대로 일본으로 돌아왔다. 긴장이 풀린 것인지 아니면 해방 되었다는 해방감 때문일까, 소년은 간단한 질의문답 후 그대로 잠이 들어 이틀 째 깨어나지 않고 있었다. 그 사이 미시마 재벌 전용 병원에 입원하여 의사를 통해 소년을 진찰한 백두산은 결과를 보고 기함을 토할 수 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상상하지 못할 온갖 몹쓸 짓이 이 소년에게 가해졌다. 이 몸으로 어떻게 살아있는건지 궁금합니다. 의사가 한 말에 가장 분노한 건 준이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그녀에게도 이 소년과 비슷한 나이대의 아이가 있었으니까. 온갖 고생을 다해서일까, 처음 12살 정도로 생각했던 아이의 나이를 들은 두 사람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 그나저나 15살이라...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진보다 훨씬 더 어려보여서 12살 정도로 생각했는데... "

" 그 동안 많은 일이 있었으니까요. 주변 환경이 성장을 방해했을겁니다 "

" 그런가요... 그나저나 아이의 이름은... "

" 아, 그게... "

순간 끼익, 병원 침대의 프레스에서 거친 소리가 나고 두 사람의 눈에 드디어 이틀 만에 눈을 뜬 소년이 몸을 일으키는 것이 보였다. 준이 작게 웃더니 이만 가보겠다며 인사를 하고는 병실을 나가는 걸 배웅한 백두산이 의자를 끌어와 침대 옆에 앉고는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는 소년과 눈을 마주쳤다. 여전히 그 눈에 빛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 눈과 눈을 마주치며 백두산이 조용히 말을 꺼냈다.

" 괜찮다. 여긴 병원이란다 "

" ...병원... "

" 그래, 이곳은 일본이란다. 일본이 어디인지 아느냐? 네가 살던 한국 바로 옆의 섬나라란다. 난 지금 일본의 미시마 재벌이라는 곳에서 일을 하고 있거든. 그래서 피치 못하게 한국이 아닌 일본으로 왔단다 "

" ...... "

" 네가 잠들어 있는 동안 검사를 좀 했는데 살아있는 게... 기적이라고 하더구나. 그 동안 고생이 많았다. 이제 괜찮아 "

" ...나는... "

" 응? "

" 나는 이제... 어떻게 되나요...? 이젠... 누굴 죽여야... "

" 그럴 필요 없다. 너에게 더 이상 억지로 그런 걸 시킬 사람은 없단다. 일단은... 그래, 푹 쉬도록 하자꾸나 "

" ...쉰다... "

" 그래, 쉬는 거란다. 그리고 너만 괜찮다면... 내가 널 데리고 가고 싶구나 "

그 말에 잠시 뭔가 생각하던 소년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체념일지 아니면 그저 이 말도 명령이라고 이해한 것인지 알지 못했지만 백두산은 천천히, 천천히 사람으로 돌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백두산이 조심스럽게 이름을 물었다. 이것만큼은 직접 이야기해주지 않으면 모르니까. 그러나 돌아온 것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상상을 초월한 대답이었다. 흐음,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것도 잠시 백두산은 이내.

" 어머, 혹시... 화랑군? "

" 아, 준씨! 안녕, 오랜만이야! "

그 동안 꾸준히 화랑을 찾아왔던 준이 가문의 일로 오랫동안 보지 못하고 드디어 1년 만에 그를 만나러 왔을 때 그녀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기억 속 그 작은 아이가 순식간에 제 키를 넘어서 듬직한 청년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아이의 눈에 빛이 돌아오는데 1년, 이렇게나 크게 자라는데 정확하게 2년이 걸렸다. 그래, 소년은 18살이 되었다. 저를 보며 반가워하는 화랑에 준도 같이 인사를 건넨 사이 뒤에서 소리없이 다가온 백두산이 화랑의 머리를 주먹으로 쾅 내리쳤다. 아야! 왜 때려요, 사범님! 너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들에게는 존대를 쓰라고 분명 말하지 않았느냐. 아, 익숙하지 않다고요! 아직도 가끔 한글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을 때가 많은데! 백두산과 함께 살게 되면서 그의 제자가 되어 이제는 사범님이라 부르며 투덜투덜 거리는 화랑을 보며 준은 괜찮다고 말하고는 다시 그를 바라보았다.

" 화랑군, 진짜 엄청 커졌네... 1년 사이에 키가 이렇게 클 수도 있는거야? "

" 이제서야 몸이 환경에 적응한건지... 잘 모르겠지만 덕분에 무릎이 아파서 밤마다 무릎 잡고 울었다고. 이젠 괜찮지만 "

" 그렇구나... 흐음... 백두산님, 그 권유... 생각해 보셨나요? "

" 그 건... 말입니까... "

" 음? 뭔가요, 사범님? "

" 화랑군, 화랑군에게 제안할 게 있어 "

" 제안? "

" 응. 난 화랑군을... 내 아들, 진의 전속 사용인으로 고용 하고 싶어 "


" ...이렇게 되서 준씨의 제안을 받고 내가 너의 전속 사용인으로 고용이 됐다, 이거지 "

" ...... "

"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 없어? 아무리 널 지키기 위해서라지만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거리낌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나를? ...그런거야 "

" ...화랑 "

" 아, 울려고 하지마! 그건 이미 오랜 일이고 지금은 괜찮으니까 "

" ...정말 괜찮은거야? "

" 응, 뭐... 아직 내 머리 속에 키워드가 남아있긴 한데... 그 키워드를 아는 인간들은 없고. 나도 그 키워드를 기억하지 못하는 걸 "

" 키워드... "

" 그것만큼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안되더라고. 최면 치료까지 동원해봤는데... 뭐, 여하튼 괜찮아! 지금의 난 그때 그 소년병이 아니라 도련님의 전투 메이드인걸 "

저와 눈을 마주치며 웃는 화랑에 진도 마주보며 같이 웃어주었지만 마음 한 켠은 불편한 마음이 가득했다. 키워드. 그 단어가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조금... 알아볼까. 어머니나... 백두산 보안 팀장님께 여쭤보면... 자세히 이야기 해주시겠지. 진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화랑은 시덥지 않은 이야기를 하며 그저 웃을 뿐이었다. 그래, 정말 괜찮을 줄 알았다. 하지만 위기는 항상 평화로울 때 오는 법이었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작게 웃었다. 사진 속의 붉은 머리칼의 남자를 보던 그가 작게 중얼거렸다.

으헤헤헤헤... 그때 봤던 그 작은 사신은 어디로 가고... 아주 우스운 꼴을 하고 있군... 블러드 탈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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