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가 뜨는 날에 너를 만나러 갈게

6월 1주차

by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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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입 밖으로 내어 나올듯이 미친듯이 두근거린다. 이 마음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이 상태를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심장이 뛰는 원인에는 여러가지가 존재한다. 크게 위협이 닥쳤을 때나, 엄청나게 놀랐을 때나, 공포에 휩싸였을 때나, 굉장히 분노했을 때나. 하여간에 세상에 살아가면서 사람의 심장을 크게 뛰게 하는 일이란 각양각색 다채로운 법이다. 하지만 지금 내 심장이 뛰는 이유는 나열된 그 어떤 것도 포함되지 않는다. 리본을 단정하게 묶고, 치마를 예쁘게 정돈한다. 머리를 깔끔하게 빗고, 뺨에 생기를 더한다. 그 와중에도 두근거리는 심장을 가지는 오늘은, 내가 그 아이에게 고백하러 가는 날이다.

언제부터 그 아이를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스스로 가늠조차 가지 않았다. 나는 다소 겉도는 면이 있는 사람이었고, 그 애는 언제나 사람에게 둘러쌓여있었다. 굳이 첫 인상을 말하자면 굉장히 피곤해보인다, 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던 것 같다. 그 정도로 우리 둘은 서로 엮일 일 같은 건 없는 사이였고, 아마 그대로 영영 만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많은 인연의 시작은 의외성에서 발현하듯, 그 영영 만나지 않았을 사이가 변화를 만들었다. 나는 언제나처럼 바라만 보고 있었지만, 그 아이는 나에게 먼저 다가와주었다. 처음은 부담스럽지 않게 조잘이는 대화로, 그 다음은 옆 자리에 앉는 걸로, 다음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수많은 인연의 의외성이 쌓이고 나니 어느순간부터는 첫 인상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그저 함께 있으면 즐거웠고, 계속 시간을 보내고 싶었고, 그 다정한 웃음을 계속 본다면 그보다 더 좋을 것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정말 자연스러운 일이 된 것이다. 내가, 그 아이를 좋아하게 된 것은. 설익고 서투르고 어설픈 마음이지만 그래도 분명하게, 사랑이라는 싹이 틔워서 결국에 연정이라는 이름으로 무르익게 된 것은 어느 소설이나 노래가사 속의 등장인물처럼 당연한 순리가 되었다.

마음을 알았다. 하지만 당장에 고백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미 그 아이의 앞에 서면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라서 걱정도 끼쳤으면서, 기대어 있으면 터질듯한 심장소리로 잠을 깨웠으면서, 손을 맞잡으면 떨리는 손과 그 안의 땀으로 성가시게 만들었으면서, 이전과는 달리 눈을 맞추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피하면서, 친애의 의미로 뺨에 입맞춤을 당할때는 파르륵 떨면서 멀리 도망쳤으면서.

티라는 티는 전부 내고, 그럼에도 다정한 시선을 받았으면서, 고백을 한참 미루고 미루었다.

왜냐면, 그 아이는 나에게 언제나 아름다웠으니까. 함께하는 시간이 세상에서 가장 설레는 날이니까. 학교에 가게 되는 걸 기대하게 만들고, 매일매일을 이야기 할 시간만 손 꼽아 기다리게 만드니까. 비록 같은 마음이 아닐지라도 내가 어떤 마음인지 일부나마 알려주고 싶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날에, 최고조로 아름다운 것만 있는 날에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무지개를 기다렸다. 무지개가 뜨는 날을 기다렸다. 빛이 반사되어 오색빛깔의 색을 찬란하는 날. 무지개가 뜨는 날에 그 아이를 만나러 가고 싶었다.

사람의 힘으로는 되지 않는 것이라, 약간은 두려움에 핑계를 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제 비가 내렸고, 오늘 무지개가 떴다. 푸른 하늘에 휘영청하게 떴다. 나의 기분을 모두에게 알리려는 것인지, 멀리서 보아도 또렷하게 뜬 나의 무지개는 이 세상이 등 떠밀어주는 기회 같았다. 그러니, 전혀 두려움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직 설레고, 긴장되는 마음 뿐이다. 사랑하는 마음이 이렇다.

우리는 좋은 것을 보면 바로 공유하는 사이라, 예상은 했지만 그보다는 빠르게 그 아이는 우리집 문을 두드렸다. 활짝, 내가 가장 좋아하는 미소를 띄고 상기된 볼을 띄워 하늘을 보았냐고 말하는 너의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다.

감정이 느껴지니 뱉어지는 것은 연습이 더 필요하지 않았다. 고백은 일직선으로, 달려가고픈 마음을 말에 담아 전한다.

정말 아름다운 날의, 아름다운 사람 앞의, 아름다운 순간의, 아름다운 감정이 남았다.

기쁨이 넘쳐흐르는 사이를 축복하듯, 기쁨을 발견한 무지개가 빙그레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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