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NT MHTS

24. 농담삼아 2세 이야기 했다가 얻어맞기

ADVENT MHTS / 동거 n년차 뿅감독×송선수 setup

RR's room by 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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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에 잘 넣어 보관했다 해도 막을 수 없었던 먼지를 바깥에서 탈탈 두들겨가며 털어낸 트리, 작년에 썼던 트리용품도 거실에 펼쳐놓고 쓸 만한 걸 남기고 버렸다. 상자 속에 있었던 것뿐인데도 시간을 지나온 용품들은 색도 촉감도 바래있었다. 남은 걸로만 장식하면 허전해 보일 것 같아 함께 트리 용품 쇼핑을 다녀오고, 저녁엔 본격 트리 꾸미기가 시작되었다. 골라 올 땐 제각각이던 것들이 트리에 하나둘 걸리면 이상하게도 어우러지는 것이 마법 같기도 했다. 평소의 운동과 훈련에 비하면 자잘한 움직임인데도 몸이 찌뿌드드하다. 태섭은 바닥에 철퍽 앉아 트리의 아래쪽에 이것저것 매단다. 트리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위치에 선 명헌은 뭐가 그렇게 심각한지 양손에 각각 든 장식품을 한번씩 트리에 대보며 고민을 한다. 그런 연인을 올려다보던 태섭은 손을 멈췄다.

“형, 아까”

운을 떼는 목소리에 명헌이 고개를 슬쩍 기울이며 시선을 태섭에게로 내렸다. 온갖 크리스마스용품이 즐비한 가게엔 본인들처럼 연인으로 보이는 사람도 많았지만 당연히 대다수는 가족 단위였다.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집어 들고 부모에게 내밀며 허락을 받기도 하고, 기분 좋음을 주체하지 못해 이리저리 뛰어다니기도 한다. 태섭이 눈에 드는 것을 고르다 흘긋 곁눈질로 본 명헌의 시선은 진열대에 있지 않았다. 둘 다는 안된다고 하나만 고르라는 엄마의 말에 쉽사리 정하지 못 해 머뭇거리는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을 떠올리다 말을 끊는다.

“왜 그래 뿅”

명헌이 조금 전까지 어느 것을 달까 고민하던 사람치고는 성의 없는 움직임으로 양손의 것을 모두 트리에 걸었다. 어깨를 잡아 태섭을 앉은 상태 그대로 빙글 돌리고 그 앞에 마주보고 앉다. 이젠 태섭의 등 뒤에 자리한 트리가 완성되기까지는 얼마남지 않았다. 쉬는 시간을 갖기엔 애매한 타이밍이었지만 연인의 표정이 마음에 걸리는 게 우선이었다.

한 번 떠오른 생각은 마음을 어지럽힌다. 아이, 좋아하니까… 그런 가족을 바랐던 적이 있었겠지? 분명 앞에 앉은 명헌의 눈을 보고 있는데 그 눈동자가 보이지 않는다. 없을 거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송태섭만으로는 채우지 못하는 부분이.

“태섭!”

“어? 어!”

“괜찮아용?”

“어어. 괜찮아요. 형, 우리 애기 가질래요?”

“ㅃ..ㅣ용?”

“아까 한참 봤었잖아, 애기 갖고 싶은 거 아니었어?”

“태섭. 잠깐만 진정하고”

“귀엽다고 생각은 했었는데요, 형은 단순히 귀여워서 보는 것 같아 보이진 않았어서 지금 떠올리니까 그-흐악”

태섭의 양볼을 잡아 늘인다. 명헌이 보기엔 태섭은 지금 본인이 어떤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 상태가 분명했다. 말이 빨라지고 길어지는 걸 보니 확실히 정신은 현실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 곳에 있어 보였다. 하지만 태섭이 말하는 확장된 미래에 이명헌이 너무 당연하게 존재한다는 건 말로는 다 하지 못할 기쁨이었다. 아프다 인상을 쓰는 사랑스러운 연인의 볼에는 금방 자유를 준다. 본인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깨닫는 순간 태섭의 얼굴 상상이 가면서도 잘 모르겠다. 그러니까 봐야겠어. 명헌이 특유의 변화 적은 무표정을 장착한다.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건 아니겠지만 귀여운 송태섭 보는데엔 일의전심이 당연히 있어 줘야 하는 거다.

“애기, 누가 가질건데?”

“…. 난가?”

“ㅋㅋㅋ, 그렇겠네? ”

“아무래도 내가 아ㄹ… 잠깐만!! 내 말은 그러니까”

“애기 가능하겠어용?”

“!!!!!!”

목 전체가 벌겋게 달아 교차한 팔로 얼굴을 가리고 숨으려 하는 연인을 명헌은 그냥 두질 않는다. 귀여운 송태섭을 숨기면 안되지. 팔을 잡아 내리려니 당연하게도 버티기가 들어왔지만 힘에 있어선 자신이 우위에 있었다. 천천히 힘의 양을 늘리며 팔을 조금씩 아래로 당기자, 바들바들거리는 팔이 콧방울 즈음까지 내려와 질끈 감은 눈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악! 이명헌!”

갖는다는 게 그런 말이 아닌 거 알면서 저 인간이! 태섭이 잡힌 팔을 세게 뻗으며 밀었지만 앞에 앉은 인간에겐 전혀 작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반작용에 넘어간 건 자신이었다. 뒤에 있던 트리와 함께 바닥에 엎어져 정신이 확 든다. 쓰러진 트리에서 튄 장식품들이 사방에 가득했다. 등 아래를 파고드는 익숙한 팔의 도움을 받아 상체를 일으켜 앉았다. 그대로 허리를 감으며 품에 기대는데 지금 상황에 놀란 건지 명헌의 심장이 빠르게 울리고 있었다.

이젠 누가 놀리는지, 누가 당한건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트리 어떡할래요.

내일 할까 뿅.

동의.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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