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기념 썰 - 유소월 연습생 썰

옮김 - 시호

이제 마지막 순서 소월입니다.

프로필, 이 정도면 좀 외우자(to. 나 자신에게)

또 다른 연기멤 답게 소월이도 소린님처럼 어린 시절부터 연기를 했어요.

하지만 차이가 있다면 본인의 의지는 아니었던 점이죠.

어릴 때부터 눈에 띄는 외모나 책을 읽고 외우는 걸 잘하는 똘똘한 아이였던 게 부모님에게 큰 꿈을 꾸게 하기 좋은 조건이었어요. 무명 배우셨던 어머니의 꿈을 이루기에 딸이란 조건 또한 너무 완벽했죠. 혹시나 해서 슬쩍 건네준 대본을 스스럼없이 받아 달달 외우던 소월이를 보며 부모님들은 박수를 치며 좋아하셨어요.

'역시 우리 소월이야.'

'이거 붙으면 아빠가 동화책 사줄게~'

어머니의 옛 지인들의 촬영장에도 아이를 데리고 찾아가서

소월이가 엄마 저거 뭐야? 하면 응 저건 카메라야~

하며 촬영장도 익히게 하며, 감독, 작가 눈에도 띄게 하죠.

오디션 기회는 어렵지 않게 찾아왔고, 아이는 긴장을 하나도 안 한 듯 또랑또랑한 눈은 변치 않았고, 어른들을 빤-히 보며 오히려 꿰뚫어 보는 눈이라며 어른들이 좋아했죠.

첫 역할은 귀신을 보는 꼬마 무당 역할이었고,

두 번째 역할은 연쇄살인마의 딸 역할이었고,

세 번째는 입양되는 가족마다 미스테리한 사고가 나서 다시 고아원으로 돌아오는 미스테리한 아이역도 맡았죠.

저 모든 역할을 연기하는 건 1년도 안 걸린 시간 동안이었어요.

소월이는 힘들다고 한마디도 하지 않고 스케줄을 따라오며 대본을 달달 외우는 착한 딸이었죠.

거기에 연기실력까지 출중하네? 거기에 시간 날 때마다 대본을 달고 사는 노력까지 하니 ...

누굴 닮아 이리 완벽할꼬.

내 딸은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을 이뤄줄 소중한 아이야...!

그리고 대박이 터진 건 한겨울의 시냇물에 손빨래하며 묵묵히 눈물을 참는 어린 막내딸 역할을 하는 소월이를 보며 감동 받은 한 드라마 감독에게 캐스팅되면서였어요.

그게 소월이의 마지막 연기가 되었지만, 부모님은 성공해서 행복을 누리는 자기들을 상상하기 바빴죠.

역할은 간단했어요. 학대하는 아버지 밑에서 양반들 아궁이 구멍 청소를 해주고, 삯값을 벌어 아버지를 보살피다가 주인공의 눈에 띄어 찐빵을 얻어먹다가 돈을 빼돌렸다고 오해받아 폭행당하다가 결국 죽음을 맞이하고 주인공의 첫 위기를 주는 인물이었어요.

대충 감이 오시겠지만 촬영은 또 한겨울에 이뤄졌고, 사극에 낮은 신분인 만큼 얇고 허름한 옷에 촬영은 밤샘도 많고 아궁이 구멍에 들어가야 한다던가 많은 고생을 1년 동안 하면서 소월이는 한 번도 불만이나 칭얼거림 하나 없이 촬영했죠.

그 모습에 스텝들은 천생 배우 할 아이였나 봐 라고 했지만

한편으론 무슨 애가 칭얼거린 한번 없냐...부모님들이 독한 건지 애가 진짜 맡았던 역할들처럼 사이코 끼가 있는 건 아닐까 하며 무서워하기도 했어요.

부모님은 그런 사실을 알았지만 무시했죠.

우리 애는 그냥 천생 배우가 될 체질인 거지 질투들은

그리고 여느 날처럼 오디션을 가려고 하는데

소월이가 나오지 않는 거예요.

노크하며 소월아? 하고 다정히 불러보았지만, 답변이 오지 않아 놀란 부모님은 문을 억지로 따고 들어가자 보이는 것은 황당한 모습이었어요.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 거죠.

아이가 책을 읽는 게 뭐가 문제인가 싶겠지만 소월이 부모님에겐 큰 문제였어요.

“소월아 네가 지금 책 읽을 때니? 스케줄 가야 하는데 뭐 하는 거야? 그리고 글을 읽을 거면 저기 쌓여 있는 대본들을 읽어봐야지, 왜 그래”

답답한 듯 발을 동동 구르는 부모님을 뒤로한 채 소월이는 들리지 않는 듯 책을 읽고 있었어요. 부모님은 뭔가 이상한 걸 느낀 건지 생각에 잠기죠.

잠깐 기다려주면 나오려나, 저 책에 꽂힌 걸까, 일찍 찾아온 사춘기이려나

부모님 나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소월이를 기다려보기로 했죠.

그게 1년, 3년, 5년 ... ... ...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소월이는 웃었고,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그걸 찾기 위해 공부를 하는 거라는 소월이의 빛나는 눈을 부모님은 더 이상 말문이 턱 막혔어요.

소월이 얘는 분명 대 스타가 될 아인데 왜 꿈을 엉뚱한 곳에서 찾는 건지

부모님은 이해할 수 없지만 성장하면 깨닫겠거니 배우가 결국 좋았단 것을 깨닫겠지 하며

기다렸는데 어느 순간 부모님에게 돌아온 것은 대학 입학서였어요.

"너 어디까지 해봐야 멈출 거니?"

"공부 그래 좋지, 근데 연기랑 병행을 할 순 없는 거야?"

"엄마가 널 위해 몇 년을 희생했는데 이렇게 배신해?"

화도 내어보고, 회유도 해보았지만, 오직 공부만 즐겁다는 소월이는 변하지 않았고, 이쪽 계열엔 관심 없다는 소월이에 엄마는 말문이 턱 막혔죠.

동상이몽으로 섭섭한 건 소월이 또한 마찬가지였었어요.

19살에 대학교 입학하고, 대학 논문까지 쓰는 소월이였지만 부모님의 뜻대로 하지 않아 불효녀가 된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죠.

'왜 병행할 수 없다는 건지 엄만 여전히 이해를 못 하겠다 ... 하지만 이왕 시작했으니 최고가 되어야 해. 알지 딸?'

이란 부모님의 뜻에 따라 공부에만 집중하던 어느 날이었어요.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 후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힐긋힐긋 보더니 스윽 다가와선 명함을 내밀었어요. 자기가 방송국 PD래요.

"혹시 옛날에 연기 하던 소월양 아니에요?"

"... 네 그런데요?"

"혹시 아이돌은 관심 없어요? 딱 그럴 나인데"

"아뇨 딱히..."

소월이의 뜨뜻미지근한 반응에 PD는 ‘그럴 리가 없는데?’란 표정으로 바라보다 소월이가 들고 있는 책을 보더니 잠시 당황한듯했죠

"벌써 대학 갈 나이였어요...? 내 생각보다 나이가 있었나 보네요?"

"아뇨 그런 건 아니는데 좀 일찍 갔어요. 대학을"

"아 그쪽으로 아예 트셨나 보네요. 이쪽은 그러면 이제  아예 오실 생각이 없는 거예요?"

"네 뭐 아무래도요. 어릴 때야 부모님 뜻에 그랬지만 이젠 그럴 나이가 아니잖아요."

"혹시 모르죠. 이쪽 길을 사랑하지만, 부모님이 싫어서 모른 척하는 걸 수도?"

"....하 아 네 그럴 수도 있겠네요. 바빠서 이만"

"정말 혹시 모르잖아요, 생각 있으면 이쪽으로 연락하세요. 자리 비워둘게요. 운동선수 출신이나 아역배우 출신들도 함께하거든요. 기다릴게요."

그렇게 멋대로 말을 걸어놓고 유유히 떠나는 PD라는 사람을 뒤로한 채 소월이는 명함을 대충 가방에 넣어두고 커피를 받아 공부하러 떠났죠. 다시 연락하기까지는 얼마 안 걸렸어요.

어느 날 티브이를 보던 어머니가 술을 먹고 취해서 공부하던 소월이 방으로 들어오더니 읽던 책을 막고는

"@@이네 딸은 5살에 데뷔해서 지금 뭐 하는지 아니? 아는 형님에 드라마 홍보하러 나왔더라"

"$$는 너보다 2살 많아서 뜨기 어렵겠다고 했더니 지금 살 빼고 이뻐져서 연기계에 블루칩으로 불리더라? 넌 지금 이딴 책 읽어서 잘나서 뭐 어디에 쓰려고 그래?"

"아아 그래 공부 계속해서 척척박사 되겠다? 부모님께 효도 한번을 못 하고 혼자 잘나서 척척박사 되려고? 20살 되면 넌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아 혼자 밖에 모르는 계집애야"

모른 척하고 책을 다시 펼쳐 읽으려 해도 쏟아지는 어머니의 말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나쁜 년이라 욕하며 떠난 어머니를 뒤로한 채 이 책이 이 공부가 무슨 소용인가 책을 던져버렸다가 책에 부딪친 가방이 옆으로 쓰러지면서 짐이 쏟아졌어요.

그러면서 보인 명함 한 장에 떠오른 기억 하나가 있었어요.

촬영장에 보이는 아이돌들을 보며,

“연예인이랍시고, 공부 안 하고 외모만 가꾸면 저렇게 되는 거야 딸. 그러니까 유명한 스타일수록 공부는 필수야. 알았지?“

아이돌이라 ... ...

그렇게 거품을 물던 아이돌이라 ... ...

결심은 한순간이죠.

분노가 광기가 되는 그 순간이었고, PD님은 연락받자마자 웃으셨죠.

그렇게 속전속결로 인터뷰까지 하고, 스케줄까지 잡고 바쁜 나날을 보내니 전화와 외출이 잦아지자 부모님의 의심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하겠다던 공부는 안 하고 연애하는 그거 아니냐고 의심하는 부모님에게 그저 무시하고 지낸 지 몇 개월

순식간의 사방에서 아주사 이야기를 하고, 홍보하고, 재방이 이뤄지며 소월이의 휴대폰은 불이 날것 같이 매일 울렸어요.

부재중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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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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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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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하지만 소월이는 모두 모른척했어요.

그리고 또한 몇 개월이 순식간에 지나고, 마지막 날이었어요.

"대망에 1위 후보는 화면으로 공개합니다!"

"아-아, 지금 배미야씨와 유소월씨가 잡혔는데요! 그중 아쉽게 1위를 못 하고, 2위를 한 참가자는 바로~~~~~~~~~~~~~~~~"

유소월!!!!!!

또르르 흐르는 눈물을 뒤로한 채 간단하게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를 남긴 소월이는 모든 스케줄이 끝나고 혼자만의 시간이 되었을 때 휴대폰을 보고 웃게 돼요.

[엄마다. 그렇게 열심히 하는지 모르고 응원 못 해줘서 미안하다. 엄만 여전히 네가 배우를 안 하려는 이유를 전혀 모르겠지만 엄마는 모를 이유가 있겠지. 응원할게 딸.]

개운하게 답을 한 소월이는 뒤에서 들려오는 노크 소리에 휴대폰을 내려놓고 나가요

그리고 활동 중에 알게 된 사실은

배우 출신이던 어머니가 연예인 지인들에게 연락해서 자기 딸이 아주사에 나왔으니 홍보 좀 해달라고 연락했다는 사실이었죠.

“소월씨 어머니한테 잘해야겠더라~ &&씨가 나한테 이런 연락한 거 처음이야.”

“... 응원해 주셨다니 감사합니다 ... ”

가볍게 인사를 하고 넘어갔지만, 기분이 묘했어요.

반항 감에 시작한 이 길은 생각보다 여전히 아니 오히려 더 재미있었고,

생각보다 진심인 사람들과 함께하는 게 희열을 느끼기 좋았고,

생각보다 더 최선을 다하고 싶었으며, 여전히 부족할 텐데도 불구하고 날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 이 감정을 돌려주고 싶은 감정이 생기는 이 마음을 어찌 표현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어머니의 응원까지 소월이의 가슴이 간질간질하기 딱 좋았죠

지금도 바쁜 스케줄로 인해 부모님과 연락은 거의 못 하고 있지만

아이돌이 싫다던 어머니는 앨범을 사서 포카에 소월이가 나왔다고 자랑하는 카톡이 오며,

팬들이 부모님과의 고민을 말할 때면 누구보다 차갑지만 뜨겁게 상담해주는 유일한 모먼트가 되겠죠.

네가 가는 길이 모든 게 정답이었으며,

네가 하는 일이 모든 게 꽃길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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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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