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러스 커미션 샘플

유머러스 6

공포 7412

“표정이 왜 그래요? 모처럼 이런 곳에 놀러 왔는데. 좀 웃어 봐요.”

P는 M의 볼을 찔러서 그의 입꼬리를 강제로 움직였다. M은 가차 없이 그 손을 내치고 말했다.

“싫습니다. 평소에도 제가 웃는 상은 아니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데이트인데요? 신경 좀 써달라고요. 내게 미소 정도는 지어주는 게 예의가 아닌가요? ”

P가 M에게 가깝게 다가갔다. M은 작게 두 걸음 물러났다. 줄에 서 있는 중이어서 멀리, 대략 10km 정도 떨어지지 못하는 상황이 상당히 안타까웠다.

“저는 그딴 예의를 지켜 줄 생각이 없습니다.”

“매정해라. M, 너 성격 나쁘다는 뒷말이 도는 거 알아요?”

“네. 알지요. 더불어 당신이 나서서 퍼뜨렸다는 사실까지 이미 파악했고 조만간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예정입니다.”

M은 담담하게 읊었고 P는 혀를 찼다.

“그거 어떤 녀석이 불었어요?”

“저희 데이트 중인데 남한테 신경 쓰시는 겁니까? 지금 데이트에 집중하시지요?”

M은 제법 친절하게 줄어든 줄을 가리켰다. 마치 정중한 에스코트에 같았다. P는 제법 약이 올랐지만 내색하지 않고 매표소로 다가갔다. M도 자신의 발언에 욕을 뱉고 싶었지만, 꾹 참으며 그를 따라갔다.

과정을 건너뛰고 결론만 말하자면, 둘은 놀이공원에 왔다. 바로 데이트라는 명목을 붙여서 말이다. 그리고 둘의 관계상 데이트란 서로 누가 더 커다란 엿을 먹이는지를 두고 대결을 벌이는 것과 다름없다.

P는 매표소의 직원에게 카드를 내밀며 말했다.

“내 것과 우리 자기 것 하나요.”

“아 X발.”

M이 저도 모르게 눌러두고 있던 욕을 내뱉었고 P가 홱 돌아봤다.

“방금 뭐라고 했나요, M?”

“전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헛것이 들리신 모양입니다.”

M이 뻔뻔하게 무표정을 유지하는 사이 알록달록한 유니폼을 입은 매표원은 카드를 받아 들고 발랄하게 되물었다.

“성인 두 사람으로 종일 이용권 맞나요?”

“맞아요, 우리 자기 것 포함해서 둘.”

P는 M에게 붙어 팔짱을 끼며 말했고 M의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매표원이 서비스직의 미소를 최대한 상냥하게 지어 보이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로즈 데이 때 특별 적용되었던 연인 할인 혜택 옵션은 이제 종료되었어요. 서로 그렇게 그렇게 애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니 그게 아니고. 저희는 진짜인데요?”

“네, 네. 어쨌든 적용 안 됩니다.”

P가 할 말을 잃은 사이에 M은 팔을 빨리 빼내고 구겨진 제 옷을 탁탁 털었다. 매표원이 다시 물었다.

“그냥 2인으로 계산할게요. 괜찮으시지요?”

“그렇게 해주시죠.”

M은 빠르게 답했고 매표원은 표 두 장을 내밀며 경쾌하게 말했다.

“그럼 꿈의 나라, 모험의 세계로 어서 오세요! 마법이 가득한 이곳으로! 다만 입장 후 환불은 어떤 사유로든 불가능하며 한번 놀이공원을 나왔을 경우 재입장은 다시 매표소에서 정식으로 표를 구매하셔야 가능합니다. 행복한 시간 되세요! 또한, 표를 분실하셨을 경우 매표소 측에서 해 드릴 수 있는 일이 없으니 꼭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들어가세요! 다음 손님!”

환상을 심어주기 위한 응원과 동시에 수많은 약관을 높은음으로 읊은 매표소 직원은 프로폐셔널하게 둘에게 관심을 끊고 바로 다음 손님을 응대했다. 두 사람은 어째 낭만과 동심을 상품화하여 다루는 거대한 자본주의 단면을 본 것만 같은 기분으로 놀이공원에 입장했다.

그래도 놀이공원 안의 세상은 제법 유토피아스럽게 만들어졌다. 여기서 유토피아란 고유명사가 아닌 보통명사로 이주하기 위해 새로 만들어진 우주선이 아니라 현실의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을 뜻한다. 다른 표현을 찾자면 어린아이들의 네버랜드나 원더랜드 등을 떠올리게 하는 구조였다. 기념품점에서는 캐릭터 이미지의 풍선을 잔뜩 매달아 놓고 팔았으며, 동글동글한 인형 탈을 쓴 직원들이 손을 흔들며 반겼고, 놀이 기구에서는 환호성이 들렀다.

둘은 세상 돌아가는 꼴을 제법 봐온 나이였다. 즉, 이런 놀이공원에서 들떠서 날뛰기에는 좀 낡아빠진 어른이다. 따라서 이 오색찬란한 세계에서 뭘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좀 어색하게 있었다.

“뭐……. P, 당신. 여기서 하고 싶은 것이라도 있으십니까?”

“네가 웬일로 내 의견을 먼저 묻나요? M, 너는요?”

“없습니다. 전 좋아하는 것이 없다는 거 이미 아시잖습니까?”

“그래도 데이트잖아요. 기껏 나왔는데 폐장 시간까지 여기 허수아비처럼 서 있기만 할 건가요? 하고 싶은 것을 빨리 말하라고요.”

“제가 먼저 물었잖습니까? 그쪽이 먼저 대답하라고요. 놀러 다니는 건 당신 전문 아닙니까?”

“하 젠장.”

P는 일단 앞서 걸었다. 목표를 정하지는 않았고, 가다 보면 뭐라도 나오겠지 싶었다. 놀이공원에는 단란한 가족들. 순수하게 즐거워하는 아이들, 모든 경험이 낭만이 될 수 있는 연인들. 어른이어도 정신과 체면과 수치심을 내던지고 도파민에 취한 채 뛰어다닐 수 있는 어느 무리 등이 있었다. M과 P는 그 어느 쪽도 아니었다. 두 사람의 깎여나간 감수성 때문만은 아니었다. 둘의 표면적인 관계는 단란한 연인을 가장이지만 실제로 그들 사이에 오간 것은 무수한 놀림과 꼽주기였다. 따라서 단순하게 즐기는 행위의 난이도가 극도로 올라갔다.

 

그들에게 있었던 일을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1. 둘은 코끼리 열차를 발견했다. 우스꽝스러운 코끼리 머리 조형물을 맨 앞차에 달고 노란색으로 칠한 어린이용 열차였다. 그리고 가슴팍에 코끼리 배지를 단 기관사가 아이들에게 친절하게, 또 호응을 잘 끌어내며 천천히 레일을 돌았다. 레일을 도는 도중에 발랄한 동요가 울려 퍼졌다. 칙칙폭폭 뿌우뿌우 비켜주세요! 코끼리 열차가 나아갑니~다. 우리 친구들과 함께 칙칙폭폭 뿌우뿌우 칙칙폭폭!

P는 키득거리며 그것을 보고 M에게 말했다.

“당신 저런 거 좋아하지 않나요? 안 그래도 당신도 기관사였잖아요, 저기 기관사 대신 몰아보는 건 어때요?”

P는 M의 과거를 생각해주는 척하며 물었고, P가 건드린 과거가 떠오른 M의 답은 간결했다.

“역시 오늘 당신 죽이고 지옥 가야겠습니다.”

 

2. 코끼리 열차를 외면한 M이 고개를 돌리다가 발견한 것은 범퍼카였다. M은 범퍼카를 가리키며 물었다.

“제가 기관사라는 점을 그리 물고 늘어지고 싶으시다면 저기 범퍼카는 어떠십니까? 저것도 운전인데.”

P는 고개를 돌려 범퍼카를 보았고, 어린이들이 무당벌레나 솔방울, 고양이 모습의 동그란 작은 차를 타고 서로 쿵! 부딪히며 까르르 웃는 모습을 보았다. P는 웃음을 머금었고 M에게 말했다.

“M 너, 열차는 싫어하면서 저런 거는 좋아하는군요? 나쁘지 않네요. 어울려 줄게요.”

“아니, 그쪽 말고요. 그쪽은 어린이 용입니다. 댁이 어린이입니까? 좀 더 오른쪽을 보세요.”

P는 오른쪽을 보았다. 조금 옆에 분리된 범퍼카는 확실히 체격이 좀 더 있는 청소년과 어른들이 위주로 운행되고 있었다. 그쪽 기구는 스포츠카에서 모티브를 따온 듯한 디자인이었고, 이상하게 그걸 탄 사람들에게서는 함성 대신 비명이 들렸다. 왠지 폭탄이 연쇄 폭발하는 것 같은 타격음도 들렸고 말이다.

M은 소매를 조금 걷으며 제 손을 풀었다.

“운전은 상당히 오랜만인데,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사고가 날 수 있지 않을까요?”

P는 M의 과거를 자극해보려고 애썼다. 이번에는 조금 필사적이었다. 그러나 의외로 M의 태도는 평이하기 그지없었다.

“저걸로 무슨 사고가 납니까? 시속 80km도 못 내는데. 제 기억상 범퍼카로 사고 보험을 받거나 입건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M 네가 놀이공원에서 일한 적 있어요?”

“없죠.”

“그러면 네가 범퍼카로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전해 들을 경로가 대체 어디에 있었나요?”

“당연히 없었지요.”

건성건성 대답하며 M은 범퍼카들을 눈으로 좇으며 가장 원활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범퍼카를 찾고 있었다. 흔치 않게 최선을 다해 상대를 치겠다는 열정이 피어올랐다. 잘만 움직이면 열두 가지 방향으로 스무 번은 공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P는 슬쩍 뒷걸음질 쳤다. 그의 몸은 연쇄 충돌을 견뎌낼 만큼 튼튼하지 않였다.

“어딜 가십니까, P?”

P는 모르는 체하며 더 멀리 떨어졌다. M이 외쳤다.

“설마 쫄리십니까?”

P는 이번만큼은 그 말을 못 들은 척하기로 했다.

 

3. 마법과 요정이 나오는 동화 속의 세계에서 생뚱맞게 사이버펑크 풍의 무너져가는(실제로 붕괴 사고의 위험이 있다면 놀이공원이 문을 닫아야 하므로 분위기만 그러한) 음산한 건물이 툭 튀어나왔다.

“귀신의 집인가요?”

“비슷한 계열인 것 같기는 한데.”

M은 표지판을 읽었다. 맨 위에 크게 놀이 기구의 이름이 쓰여있었다.

“‘절망의 미궁……?’”

어라? 둘은 어째 기시감이 들었다. M은 마저 읽어 내려갔다.

“‘갑자기 당신은 기이한 장소에 있습니다.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당신들에게 데스매치를 벌일 것을 강요합니다. 미친 과학자의 실험체, 무시무시한 기계들, 갑작스러운 트랩. 모든 난관을 헤치고 이 장소의 정체를 밝혀내며 이 절망의 미궁에서 탈출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두 사람은 그 설명을 읽고선 한동안 말이 없었다. 먼저 입을 연 쪽은 M이었다.

“당신들, 표절했습니까?”

“…… 하, 그렇겠어요? 당연히 아니거든요?”

“그렇게 주장하시면 한번은 믿어 드리겠습니다.”

“하나도 안 믿는 것 같은 그 대답은 뭐죠?”

“당신의 심사가 비틀려서 사람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성향인데 남 탓까지 하시다니. 참 골치 아픈 성질머리이시군요.”

“성질머리라니. M. 너야말로 저 안에서 나온다는 로봇들과 친구를 맺을 종류의 사람이잖아요?”

“저 절망의 미궁인지 미로인지에 친근함을 느끼실 사람은 당신 쪽이 아닙니까?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들어가 보시지요?”

둘은 서로를 노려보다가 동시에 해당 놀이 기구에서 돌아섰다. 둘이 겪었던 사건을 연상시켜서인지, 조악한 모조품에 불쾌해서였을지, 아니면 무서워서 튀었을지는 각자의 상상에 맡기도록 한다.

 

그 외에도 서로 쫄? 쫄? 을 시전하다가 과격한 놀이 기구를 연속 네 번을 타고 영혼이 탈탈 털린 일, 대관람차 내부에서 시비가 걸려 말다툼하느라 내리지를 않아서 다섯 바퀴 정도를 돈 일 등이 있었다. 놀이공원을 한껏 즐겼다고 주장하면 그렇다고 볼 수도 있고 돈 주고 고생을 사서 했다고 주장해도 그러하다고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둘은 서로를 많이 멕였지만 그만큼 자신이 멕여지기도 했다. 자잘한 승패가 쌓여서 누가 이겼는지는 가물가물해졌다. 어쨌든 둘 다 심신이 제법 피로해져서 벤치에 앉아 쉬고 있었다.

그때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으로 반복되던 놀이공원의 테마송이 그치고 다른 음악이 들렸다. 완전히 새로운 곡은 아니었고 변주된 버전이었다. 음의 톤이 내려갔고, 템포가 빨랐으며 더 익살스러워졌다. 또한 으스스한 효과음이 섞여 들었다. P는 전등이 전부 난색 계열로 바뀌는 광경을 발견했고 M은 저쪽에서 퍼레이드 행진이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검고 고혹적인 마녀, 기계가 머리에 박힌 인조인간, 섬세하게 움직이는 헤골 뼈다귀, 목 위에 아무것도 없는 인간 등이 잭 오 랜턴 디자인의 탈것을 타고 행진하고 있었다. 잠깐, 마지막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한 거지?

“할로윈 테마 이벤트인가 보군요.”

P가 유독 주변에 가득했던 보라색과 주황색 소품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M은 의아해했다.

“할로윈은 아직 한참 멀었지 않습니까? 지금은 9월 초반인데.”

“여름에 벌일 수 있는 물놀이 테마 등을 지나면 크리스마스가 오기 전까지 가을에는 우려먹을 수 있는 이벤트가 웬만하면 할로윈 하나뿐이어서 할로윈을 최대한 길게 끌고 가야 하거든요.”

“예?”

“……요즘 할로윈을 한 달 동안 즐기는 게 유행이에요.”

“그거 맞습니까?”

M은 마저 의아해했고 P는 더 설명하지 않고 행렬을 바라보았다. 행렬은 마법을 빙자한 특수효과를 부리고 춤을 추었고 관중들의 호응을 받으며 점점 다가왔다. 그리고 상당히 가까워졌을 때 뱀파이어 분장이 커다란 목소리로 외쳤다.

“오, 이런! 여기 우리의 친구가 숨어있었네요! 거기 있는 괴물 여러분. 저희 연회에 함께하시겠나요?”

관중 참여 이벤트였다. 이때 지목당한 사람은 합류해서 멋진 행렬을 함께 즐길 기회가 주어진다. 당사자에게는 최고의 추억을 만들 시간이 되기도 한다. 물론 그런 추억이 따위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었는데 M이 그 대표적인 예였다. 세상에는 다양한 성향의 사람이 있으니 이상해할 것은 없었다. 지금 뱀파이어가 정확히 M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만 제외하면. M이 자기 자신을 가리키며 되물었다.

“저 말입니까?”

“당연하지요! 우리 강시 친구!”

“강…….”

P는 옆에서 숨이 넘어가도록 웃었다. M은 해명하려고 했다. 자신이 눈앞에 종이를 붙이고 있기는 하지만! 이건 강시의 분장이 아니고 친구가 준 것이다! 강시가 주로 노란 부적 종이를 붙이고 다니는 것으로 묘사되기는 하지만……! 늘어놓고 보니 오해할 만했다. M은 단호하게 말했다.

“저는 됐습니다.”

“친구? 정말인가요? 우리와 함께하지 않는다고요?”

축제 분위기에서 소극적인 사람은 이단이 된다. 즉각 M을 향해서 사람들의 눈이 몰려들었다. 대신 자신을 택하기를 바라는 은근한 어린아이, 이 할로윈 세계관에 취해 왜 참여하지 않는 건지 궁금해하는 노인, 행렬이 밀릴까 봐 조바심을 내는 직원, 그리고 은근히, 아니 대놓고 M을 떠미는 P. 마지막 것이 가장 짜증 났다.

“M, 왜 그래요. 친구들에게 가야지요.”

이쯤 되면 당사자는 못 이기는 척 나가주는 게 행사의 불문율이다. 하지만 P가 피식거리고 있어서 M은 도저히 그럴 마음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M이 갑자기 오래된 명언을 떠올렸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행복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 그럼 짜증은?

“자! 올라오세요!”

뱀파이어가 호기롭게 외쳤고, 그래서 M은 올라갔다. 단, P를 단단히 붙잡고. 이름하여 물귀신 작전. P는 눈 깜짝할 사이에 끌려가서 함께 탈것에 올라탔으나 당연히 반발했다.

“잠깐, M, 나는 왜죠?”

M은 P를 무시하고 같이 놀란 뱀파이어 양반에게만 설명했다.

“얘도 강시입니다. 얼굴 앞에 뭐 단 거 보이시죠?”

“넌 이게 대체 뭔 소리죠?”

“여기 하얀색으로 그려진 문양 보이십니까? 이게 부적의 글씨입니다.”

“뭔 소리냐고.”

“아하!”

뱀파이어는, 그러니까 아마 공연 스태프는 능숙하게 상황을 처리했다. 설마 의문을 가졌어도 지금 행렬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모르는 척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럼 강시 친구들! 함께 연회를 즐겨요. 그럼 다시 출발!”

행렬이 다시 움직였다. 아이들은 환호하고 스피커에서는 다른 할로윈 음악이 나왔다. 세상에 색종이가 흩뿌려졌고 새로 합류한 강시 두 명이 손을 흔들었다. M은 의외로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무표정은 근엄함과 정중함으로 비칠 수 있었다. 또한 P를 끌어들이는 순간부터 갖춘 철저한 마음의 준비가 덕분이기도 하다. 그에 비해 P는 입꼬리가 좀 떨렸다. 갑자기 M에게 한 방 먹는 바람에 표정 수습이 안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M은 그런 P를 힐끗 보며 말했다.

“표정이 왜 그럽니까? 흔치 않은 기회인데 좀 웃어 보시지요. 애들도 보고 있는데. 안 그럽니까, 강시 친구?”

“그 입 닥치시죠?”

“하지만 모처럼 나온 데이트 아닙니까? 신경 좀 쓰십시오.”

P가 이를 가는 소리는 행렬의 음악에 묻혔다. 관중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사진을 찍어댔다. 오늘의 축제는 많은 이들에게 잊지 못할 광경이 되어 마음속에 깊게 남았다. 꿈과 추억, 그리고 다른 의미로도 말이다.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