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시온 프로젝트

Elysion Project (엘리시온 프로젝트)

3화- 갑작스런 만남들

현재시간 저녁 7시. 현재 내가 있는 곳은 에덴의 위치한 큰 공원으로 지금 시간대가 저녁이라 그런지 공원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가장 인적이 드문 장소, 그곳에서 나는 약속 시간 보다 1시간 일찍 도착한 상태로 만나기로 한 상대방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평소에도 약속한 시간보다 10분에서 20분 정도 빨리 와서 상대방을 기다리는 편이지만 오늘은 어쩌다 보니 평소보다 더 빨리 오게 되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는데 그 이유는 바로 하교 시간에 받았던 수수께끼의 발신자에게서 받은 메세지 때문이다.

그 발신자는 자신을 다름 아닌 이브와 가까운 관계자라고 하였으며 갑자기 나한테 할 예기가 있으니 내가 지금 있는 이곳으로 와달라고 했다. 물론 처음에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으며 아예 누군가가 장난으로 이러는거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게. 이브의 관계자라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곧 이 프로젝트의 관계자이기도 하다는 것인데 어째서 그런 대단한 인물이 나와 무슨 목적으로 만나려고 하는 것인지 기숙사에 돌아오고 나서도 계속 생각했지만, 도저히 생각을 해봐도 모르겠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한가지 짐작되는 게 있긴 하지만..... 혹시 그때와 관련 있는 건가.....?

그렇게 기숙사에서 나오기 직전까지 나를 부른 이유는 알지 못했고 결국 마지막까지 내가 선택한 것은 '일단, 만에 하나라는 것도 있으니 한 번 정도 속는 셈 치고 그 관계자라고 하는 사람을 만난다. 그리고 만약 이게 진짜라면 할 예기가 뭔지 직접 만나서 나를 만나려고 한 그 이유를 들으면 되는 거고 만일 누가 장난으로 그런거라면....... 다시는 이런 헛짓거리 못하게 조.....아니, 제대로 정신 차리도록 만들어 버린다.' 그런 다짐으로 평소였으면 오지 않았을 이 늦은 시간에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이다.

'그나저나, 메시지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어째 관계자라고 말하는 것치고는 문자 보낸 말투가 영...... 게다가 메세지 중간마다 보낸 이모티콘도 그렇고.... 혹시 이 관계자라는 사람 성격이 굉장히 특이한 사람인가? 아니면 혹시 생각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인건가?'

 "뭐..... 약속시간이 다 되면 전부 다 알게될테니 상관없나."

라고 아까부터 아무도 없는 곳에서 조용히 혼잣말을 하다가 목에 걸고 있던 블루투스 이어폰에서 이어버드를 당겨 빼고 그대로 귀에 꽂아 약속시간이 될때까지 바람이나 쐬면서 음악을 듣기로 했다.

재단 측에서 특별제작해서 만들어진 물건이라 그런지 이어폰의 음질과 성능은 다른 것과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가히 최고였고 거기에  풀과 땅, 그리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호수가 있어서 그런지 세 개의 냄새가 섞인 바람이 부드럽게 살랑이면서 불어오니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약속으로 온 것과는 별개로 가끔은 이렇게 저녁 시간 때 공원에 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응......?”

한참 그렇게 음악을 들으면서 바람을 느끼고 있던 그때 뭔가 천 같은 무언가가 바람을 타고 하늘하늘 오고 있었다. 일단 땅에 떨어지기 전에 잡아야 할 것 같아서 음악을 끄고 손을 뻗어 그것을 잡았는데 자세히 보니 그것은 분홍색 바탕의 꽃 자수가 수놓아져 있는 달린 손수건이었다. 게다가 이 손수건 질이 매우 좋고 비싼 물건인지 잠깐 만졌는데도 무척이나 부드럽고 포근한 감촉이 느껴졌다.

"그런데 이런게 왜......바람에 날아온 건가?"

"저기........."

바로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 그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았는데  그 순간 주변의 시간이 멈춘줄로만 알았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설치된 가로등의 불빛 때문인지 반짝반짝 빛나는것과 같은 동시에 보기만해도 굉장히 포근하게 느껴지는 파스텔톤 연둣빛의 풍성한 장발과 그와 대비되는 빨간 리본 머리장식, 사복으로 추정되는 프릴과 레이스가 달린 분홍색과 흰색의 하늘하늘한 롤리타 계열의 원피스. 그리고 한 쪽 눈이 불편한지 오른쪽 눈에는 안대를 찬 내 또래, 또는 연하로 추정되는 소녀였다.

"어......당신은......"

"아......오랜만이네......"

그리고 그 소녀는 놀랍게도 나와 안면이 있는 사람이었다.

*

"설마 여기서 다시 만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네. 그 동안 잘지냈어?"

"네......잘 지냈어요......"

일단 근처에 있는 벤치에 앉아 손수건을 돌려준 후 그동안 잘 지냈는지에 대해 물어보았는데 긴장을 했는지 조금 말을 더듬고 존댓말을 하긴 하지만 그래도 다행히 잘 지내는듯이 보인다.

이 소녀의 이름은 '미이'. 미이와는 지금으로부터 며칠 전, 편집자님과 일 관련으로 만나야 하는 일이 생겨서 지하철을 타러 갔었을 때 우연히 만나게 되었는데 그때 지하철을 별로 이용한 적이 없어서 무엇을 타야 하는지 몰라 지하철 노선도를 보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던 것을 보고 도와주었었다. 마침 가는 길이 같아서 지하철 표를 끊는 방법과 더불어 같이 지하철을 타고 어디에서 내려야 하는지에 대해서 등 이것저것 알려주고 그 애가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서로의 이름을 알려주고 작별인사를 나누며 해어졌었는데.......설마 이런 식으로 재회를 하게 될 줄은......현실은 소설보다 더 하다더니......

아무튼, 근황을 물어본 후 이대로 아무 말 안 하고 있기가 뭐해서 조금이나마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했지만.... 평소에 유행이나 그런 걸 거의 모르는지라 딱히 이렇다 할 주제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한참 그렇게 고민하던 찰나 문득, 미이가 입고 있는 옷을 보았는데 그게 마침 내가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브랜드의 의상이라서 그것을 주제로 예기를 한 번 꺼내 보았다. 다행히 좋아하는 주제인지 그 예기에 미이의 표정은 밝아지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는데 덕분에 긴장이 많이 풀렸는지 말도 점점 더듬지 않고 편하게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도 내가 지금 입고 있는 옷의 브랜드를 알고 있는지 그것에 대해 말하면서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고 칭찬을 해주었는데, 이때. 왠지 모르게 가슴 한구석이 무척이나 따뜻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언니 외에 다른 사람과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는 것이 처음이라 그런걸까.....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과 예기 하는 것을 안 좋아하는 데다가 이제 겨우 2번 정도밖에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같이 예기를 하면 할수록 왠지 모르게 안정이 되고 편안해지는 게 느껴진다. 나도 모르게 '그 사람'과 즐겁게 예기하던 닮은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을 무심코 해버릴 정도로....

그렇게 시간이 가는 것 조차 까맣게 잊어버릴 정도로 한참 동안이나 미이와 예기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미이는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귀에 손을 대며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왜 그래?“

“그게.....방금 무슨 노랫소리가 들려서.....”

“노랫소리......?”

그 말을 듣고 나도 귀에 손을 대며 집중하여 소리를 들어보는데 정말로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게다가 이 노래는 분명......

“.......!!!”

그러던 그때 미이는 갑자기 하늘을 보더니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는데 대체 뭣 때문에 놀랐는지 나도 고개를 들며 하늘을 올려 보았는데 그 광경을 본 순간 나도 미이와 같은 표정을 지으며 그대로 온몸이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

“와아~ 먼저 와있었네~? 이렇게 와주다니 정말 기뻐~!”

틀림없었다. 하늘에 있는 것은 틀림없는 ’그녀‘. 하늘에서 순수하게 우리를 보며 천진난만하게 웃는 그 모습은 마치 천사와도 같았다. 

“이브......?”

그렇다. 현재 누구보다도 최고의 인기를 달리고 있으면서 이곳, 아니 이 프로젝트가 탄생하게 된 이유라고 할 수 있는 존재인 버츄얼 아이돌 이브가.....지금 우리 앞에 나타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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