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술회전 패러디] 나쁜 주술사의 꿈 2
우리가 애가 있어서 (2)
한국인 오리지널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작중최강자라는 설정의 먼치킨물입니다
후시구로 유사가족 물입니다
“당신 반전술식 사용자야?”
“글쎄, 어떨까.”
반전술식.
이론에 따르면 부정적인 성질을 띠는 주력에 부정적인 주력을 더 해 반대 성질을 띠는 정(正)의 주력을 만들어 내는 것. 이론만 살펴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실은 과정에 엄청난 주력 조작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주술사는 주술계 전체를 뒤져봐도 몇이 없다.
주술사의 성장 한계는 재능이 팔 할 이상을 차지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닿을 수 없는 지점이 있기 마련. 이는 주술계에서 흔히 통용되는 말이었지만 한 번이라도 반전술식을 시도하려 노력해본 주술사에게는 특히 더 와닿는 말이기도 했다. 그러나 수차례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주술사의 수 또한 적지 않다. 반전술식은 그 만큼 매력적인 술식이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능력인 재생과 치유는 사선이 넘치는 전장에서 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게 하였고 생득술식 소유자에게는 반전이라는 성질 자체를 응용해 더 많은 술식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품게 했다.
반전술식을 익힌다면 입버릇처럼 말하는 최강에 진정으로 더 가까워질 수도 있다.
그러나 고죠 사토루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됐어. 그게 뭐 아무나 가르칠 수 있는 건 줄 아나...”
확실히 매력적인 조건이기는 했다. 혹했을지도 모른다. 그의 주변에 반전술식 사용자가 없었다면. 하지만 고죠 사토루 주변에는 타인에게까지 영향을 끼칠 수 없는 아주 귀한 반전술식 사용자 이에이리 쇼코가 있다. 그냥 아는 사이도 아니고 동급생이라는 아주 가까운 위치에. 그런 쇼코조차 고죠를 가르치는데 실패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쇼코의 성의 없는 설명은 가르침이라 부르기도 뭐했지만. 아무튼, 쇼코의 말을 빌리자면 반전술식은 여타 다른 기술처럼 이론적으로 가르치고 연습한다고 배울 수 있는 게 절대 아니라고 했다. 그게 가능했다면 진작 고전에 반전술식 수업이 있지 않았겠냐며.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상층부로 인해 특급인 고죠와 게토보다 더 바쁘게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쇼코의 늘어가는 흡연량을 보며 고죠는 반전술식 가르쳐 달라 조르기를 깔끔하게 포기했다. 홀로 이것저것 연구해 보고는 있지만 거듭할수록 쇼코의 말이 맞음을 더욱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건 노력으로 어떻게 되는 경지가 아니다. 가르칠 수도, 배울 수도 없다. 방법은 어떠한 계기로 인한 깨달음. 그거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떤 술식을 사용하는지도 알 수 없는 처음 보는 수상한 사람이 하는 말을 어떻게 덥석 믿겠는가. 지금보다 한 참 어린 시절 사탕 사준다는 어른의 꼬임에도 넘어가지 않던 그 고죠 사토루인데 말이다.
고죠는 스스로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현명하게 대처한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그 대답이 너무나 빠르고 단호하며, 또한 상대를 향한 조롱이 담겨 있었기 때문일까.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도 주지 않고 빠르게 변해버린 여자의 분위기에 고죠는 그제야 너무 섣불렀나, 라는 짧은 후회를 속으로 삼켰다. 고죠를 진정시킬 때를 제외하고 시종일관 무표정이었기에 얼굴 자체는 변함없지만 육안의 힘이 없을지라도 타고나길 관찰력이 좋은 고죠는 알 수 있었다. 방금까지가 평범한 대화였다면 지금부터 진짜 이야기가 시작될 예정이라는 걸.
여자는 갈색빛이 도는 짙고 검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고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본 채 말했다.
“도련님, 이건 부탁이 아니야.”
고죠는 본능적으로 무하한을 사용하려 애썼으나 여전히 실패였다. 요동친 주력의 흐름이 느껴졌을 텐데도 불쾌한 기색 하나 없는 여자는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나는 지금 속박을 전제로 한 거래를 제안하는 거야.”
속박.
주술계에 몸담은 이들 중 그 말의 무게를 모르는 자는 없다. 영혼 대 영혼과의 계약. 약속한 내용을 어길 경우 어긴 당사자에게 불특정한 시간, 불특정한 방식으로 예측할 수 없는 페널티가 발생하기 때문에 명백한 악인일지라도 어지간히 미친놈이 아닌 이상 이는 절대적으로 지켜야만 하는 불변의 법칙이었다. 그렇기에 주술사간의 속박은 함부로 입에 담아서 안 되는 금기와도 같다.
비록 힘은 잃었어도 주술사의 정체성은 그대로인 고죠의 눈빛이 변했다.
“거래 내용은?”
그제야 말이 통한다는 듯 위압감을 거두어들인 여자는 친절하게도 손가락 하나씩을 펼쳐가며 설명을 반복했다.
“방금 말했다시피 나는 텐겐과의 만남을 원해. 거기에 육안 소유자인 너의 존재가 필요하고. 너는 텐겐이 있는 홍성궁까지만 나와 저 사람을 데려다주면 돼. 그럼 나는 네가 반전술식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줄게. 그래도 네가 반전술식을 얻는 데 실패할 경우.”
나는 죽을 거야.
제 죽음을 덤덤하게 선포하는 여자의 모습에 오히려 놀란 쪽은 고죠였다. 속박에 대한 페널티는 그 어떤 주술사도 예측할 수 없지만 단 하나 밝혀진 게 있다면 속박의 내용이 강력할수록 어겼을 경우 페널티 또한 극악무도해진다는 점. 목숨을 건다는 건 제정신이 아닌 이상 할 수 없는 짓이었다. 죽음보다 더 한 고통,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페널티가 대상자를 계속 괴롭힐 테니까. 그런 목숨의 대가를 반드시도 아니고 길 안내 정도로 받겠다니. 텐겐과 육안 소유자가 무슨 관계인지는 모르겠으나 제삼자가 들어도 너무나 비상적인 적인 경우였다.
게토는 여전히 기절한 상태. 고죠는 이 순간 유일하게 깨어있는 제삼자를 찾아 물었다.
“이런 정신 나간 제안을 하고 있는데, 그쪽은 말릴 생각도 안 해? 동료 아니야?”
어느새 편한 자세를 한 채로 두 사람의 대화를 지루하게 듣고 있던 토우지는 난데없는 질문에 코웃음을 쳤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소리 아니겠냐.”
“아무리 그래도 너무 태평한 거….”
“이봐, 도련님.”
토우지는 크게 한숨 쉰 후 짜증이 잔뜩 담긴 몸짓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너는 명색이 쓰는 술식은 무하한이면서 생각은 뭐 그리 갇혀있냐. 말도 안 되는 속박이든 뭐든 어쨌든 네가 손해볼 건 전혀 없잖아? 얘가 실패해서 죽든 말든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냐고.”
쉽게 생각해. 네가 아무리 최강이니 뭐니 떠들어도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 천지니까. 그리고 가끔 있거든. 주술사가 아니어도 주술사보다 더 한 미친놈이.
졸지에 미친놈이 되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심드렁한 얼굴로 자리를 지키던 여자는 대화가 대충 마무리된 거 같아지자 고요의 얼굴을 손가락 하나로 끌어와 가장 중요한 마지막 대답을 물었다.
“동의하니?”
물음이 끝났음에도 길어지는 침묵에 여자와 토우지는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솔직히 고죠에게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토우지의 말대로 이 속박은 고죠에게 손해될 부분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더욱 찜찜했다. 과연 이들이 대가 없는 호의를 내어 줄 만큼의 선(善)인일까? 아니 적어도 그건 전혀 아닐 거다. 속박이 성립되면 고죠가 얻게 되는 건 반전술식 실패 시 여자의 목숨. 그 무거운 가치에 비해 고죠가 제공해야 하는 건 홍성궁 내부로의 안내뿐이다. 그러나 홍성궁의 위치와 정보는 주술계에 발을 들인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 수 있는 공공연한 정보. 결국 텐겐이 머무는 본당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본인의 허락이 있어야 하므로 진입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 여자가 말한 텐겐과 육안 소유자의 관계가 무엇인지도 모른다. 한 번이라도 가문 사람이 관련 이야기를 해 준 적 있던가? 아무리 되짚어봐도 그런 기억은 없었다. 그런데 고죠가의 차기 당주인 자신도 모르는 정보를 저 여자는 어떻게 알고 있지? 역시나 찜찜하다.
“텐겐과 육안 소유자 사이 연관성이 있다는 정보는 어디서 얻었지?”
“그건….”
고죠로서는 현재 느껴지는 모호한 기분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심사숙고해 뱉은 물음이었으나 답변은 뜬금없이도 재촉하듯 발을 그루던 토우지가 채갔다.
“내 아내 죽인 살인마 새끼한테. 됐냐? 도련님 뭐 이리 생각이 많아. 너 제대로 고친 거 맞냐? 이 자식 무한한 돌리다 뇌 타버린 거 아니야?”
“아닐걸요. 전보다 쌩쌩하면 모를까.”
“그으래? 그렇단 말이지…. 그럼 답은 하나밖에 없네.”
뭐? 아내? 살인마? 뭐? 살인마가 육안이랑 텐겐의 관계를 알아? 뭐? 고죠는 순식간에 들이닥치는 정보 값에 무하한을 돌린 상태처럼 뇌에 과부하가 올 뻔했으나, 비죽이며 말하는 토우지의 한 마디에 복잡한 생각을 모두 날리게 되었다.
“무서운 거지? 지금 상황이.”
오래 살길 잘했네. 고죠가 도련님이 고작 비술사 두 명한테 잔뜩 겁먹은 모습도 보고.
고죠는 흥분하며 아니라고 소리쳤지만, 심장은 미친 듯이 쿵쾅거리고 있었다. 화가 났기 때문이 아니다. ‘정곡’이 찔렸기 때문이다. 그래 믿기지 않지만 고죠 사토루는 이 상황이 무서웠다. 파격적인 제안에도 안심할 수 없던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속박을 넘어선 무언가가 있으면 어떡하지. 죽이지 않는다는 말은 없었잖아. 만약….
“만약 내가 너를 죽인다면 어떡하지? 속박의 절대성은 대상자들에게만 적용하지. 나와는 상관없으니 내가 너를 죽인다면 그건 속박에 위반되지 않아. 그런데 주술도 사용 못 하는 네가 나를 이길 수 있을까? 그게 무서운 거잖아 지금.”
토우지는 하늘은 호령하는 용과 같은 기세에서 비 맞은 하룻강아지마냥 전락해 버린 고죠의 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아무리 차기 당주니, 육안이니, 최강이니 뭐니 해도 어린애는 어린애군. 크게 한숨을 내쉰 토우지는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고죠와 시선을 맞추기 위해 다시 다리를 벌리고 무릎을 굽혀 앉았다.
“그렇다면 나도 속박을 걸지. 네가 반전술식을 익히기 전까지 나는 너에게 아무런 상해도 입히지 않을 거야. 대가는 그 동안 너 또한 나를 공격하지 않는 걸로 하지. 어때, 이 정도면 만족하나?”
고죠는 눈앞에 내민 토우지의 두꺼운 새끼손가락을 멀뚱멀뚱 바라만 보고 있었다.
“왜, 모자라면 이쪽도 목숨이라도 걸어줘?”
“아니…. 그건 아닌데, 너무 안 어울리는 모습이라 제대로 본 게 맞는지 잠깐 헷갈렸어. 당신 평소에도 속박을 이런 식으로 체결하는 편이야? 아무튼 그런 조건이라면 납득할게.”
고죠는 얼떨떨한 얼굴로 토우지의 새끼손가락에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엮었다. 연달아 도장, 복사까지 물 흐르듯 진행하는 모습에 한 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닌 게 티가 났다. 고죠와 토우지간의 속박이 체결되자 토우지는 고개 돌려 여자를 향해 짜증을 부렸다.
“너는 이 간단한 걸 왜 이리 어렵게 만드냐. 그냥 안 죽인다 이 한마디 더하면 될 걸 가지고.”
여자도 그 점은 생각하지 못했다는 듯 어리숙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 그 정도야 당연히 알 줄 알았죠.”
그리고 오해받기 싫다는 듯 단호한 얼굴로 고죠에게 말했다.
“도련님. 이 사람이 말한 거처럼 우리는 너나 네 친구한테 손 델 생각 없어. 아까도 말했지만 사람 자체를 함부로 죽이지 않는다고. 그쪽 관련 의뢰도 가려 받아. 나중에 애한테 비난 받기 싫거든.”
그 말에 고죠가 고개를 끄덕이자 여자는 토우 지가 그랬던 거처럼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한 번 겪어봤으니 그 의미를 눈치챈 고죠는 잠시 망설이다 하얀 손가락에 제 손가락을 엮었다. 토우지와 같은 싸인, 복사 과정까지는 없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만족한 듯 희미한 미소를 지은 여자는 손목시계를 보더니 서둘러 움직여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깨를 붙잡고 있던 손이 떨어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 술식은 정상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다. 무생물 하나 마저 고요하지 않은 정보 값으로 뒤덮인 소란스러운 세계. 그 속에서도 고요한 여자를 바라보던 고죠는 황급히 따라 일어나 여자의 팔목을 잡아챘다. 흔들림 하나 없는 몸이 고개만 가만히 돌려 육안을 바라봤다. 여전히 고요하기 그지없는 여자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고죠는 다급하게 물었다.
“이름!”
“이름?”
“그래 이름! 내가 당신을 뭐라고 불러야 해?”
여자는 흔쾌히 대답했다.
“희령(喜寧).”
“희령?”
“성은 아직 없거든. 그냥 희령이라고 부르면 돼.”
그저 이름을 말할 뿐인데 그게 마치 엄청나게 즐거운 일이라도 된다는 듯 여자, 희령은 환하게 웃었다. 처음으로 보는 구김 없는 미소는 한낮의 햇살을 받아 더욱 화사하게 빛났다. 곱게 접히는 눈꼬리와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 그 모습은 무표정일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던, 피와 철 따위와 하나도 어울리지 않는 선한 얼굴이었다.
T:: @_HANK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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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도?
근데 너보단 아닌 듯.
※ 이것이 드림 통합의 날 ※ 날조 100% ※ 내드림 + 남에 드림(ㅋㅋ) 지금 이곳, 이슈가르드의 오래된 술집에는 두 명의 유명인이 앉아 나란히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었다. 짙은 머리색의 엘레젠과 밝은 머리색의 엘레젠. 오랜 친우 사이에, 서로 각자 사랑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그러한 두 남정네들. 다른 이들에게는 유명인이고 동경하는 이들이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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