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도 감정을 느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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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도 감정을 느끼나요? 1

종상/약준상

쉼터 by 하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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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12월 31일. 드디어 우리 연구소의 첫 인공지능 로봇이 완성되는 날이다. JS-23, JS는 연구 팀장님의 초성을 따서 지었다. 23은 23번째 작품이라는 뜻.

“기상호, 뭘 그렇게 중얼거려. 그만하고 이리 와.”

“아, 준수햄! 한창 중요한 때였다고요!”

“헛소리 말고, 빨리. 문제가 좀 생겼는데.”

준수햄은 저번 실패할 때와는 다르게 한층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화를 내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 큰일은 아니겠지.

“상호야. 감정, 네 담당 아니었니?”

“감정이요?”

“그래, 감정. 감정 칩이 빠졌는데? 인공지능인데 감정 칩이 빠지면 어떡하냐, 이 새끼야!!”

“아아, 햄햄, 잠시만, 햄!!”

역정을 내며 등짝을 때리던 준수햄을 급하게 불렀다.

“나 감정 칩 넣었어요!! 햄도 나랑 같이 있었잖아!”

“있었잖아는 반말이고. 그때 나랑 같이 있었다고?”

“저기 씨씨티비 함 보던가요! 난 그때 햄이랑 같이···.”

“야, 뭔 소리 하는 거야. 나 그날 연구소 안 나왔잖아. 외부 출장 간다고 연락도 했으면서.”

준수햄의 말에 나는 머리가 하얘졌다. 그럼 그날 나랑 같이 있던 그 사람은 누구였지?

“아니, 그럼 그 사람은 누구···.”

“씨씨티비 한 번 돌려보던가. 그럼 누군지 알 거 아니야.”

“네···.”

혼란스러운 마음을 뒤로하고 씨씨티비 실로 들어갔다. 관리자분께 양해를 구하고 씨씨티비를 돌려봤다. 그 속에는 환하게 웃으며 감정 칩을 들고 있던 나와 옆엔 그때 당시 내가 준수햄이라고 착각했던 그 사람이 있었다. 약 2분간 씨씨티비를 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화면이 살짝 치지직 거리더니 어느새 내가 감정 칩을 그 사람에게 건넸고, 나는 그 사람에게 잔뜩 쓰다듬을 받으며 좋아했다.

“이야, 저 개새끼는 누굴까? 나도 아닌 사람한테 쓰다듬 받으면 좋니?”

준수햄의 한껏 비꼬는 말이 들려왔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씨씨티비 화면을 보았다.

“햄! 이 부분! 여기가 좀 이상하지 않아요?”

“뭐가 이상한데. 난 니 새끼가 계속 웃고만 있는 것만 보이는데···. 어?”

“뭔가 이상하죠! 제가 맨날 웃고 다닌다고 해도 저렇게까지 활짝 웃거나 계속해서 웃은 기억은 요근래 한 번도 없었거든요. 저 사람이 도대체 뭘 했길래 저렇게 좋아하는 걸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좀 많이 이상한 것 같아서···?!”

나는 뒤이어 나온 장면에 그만 입을 다물었다. 연구소에서 감히 상상도 해본 적 없는 행위였다. 키스라니. 난 기억도 없거니와 모르는 사람하곤 스킨십을 할 생각도 없다. 내가 저렇게 좋아하면서 키스를 하는 거면 준수햄..이었거나, 아니면.... 하, 그 사람을 기억 속에서 지운 지가 언젠데 이러고 있는지. 나는 마구 피어오르는 생각을 억누르며 준수햄을 바라보았다. 햄도 적잖이 충격 먹은 모양이었다.

“저저, 미친. 너 누구랑 키스한 거야. 내가, 내가···. 하! 너는 나를 찬 와중에 연애질이나 하고 있어?”

“아니 햄, 해앰, 나는 저렇게 한 기억이 없어요!! 난 애초에 내가 준수햄이었어도 감정 칩을 넘기고 저렇게 할 사람이 아니잖아요!!”

“아니긴, 이 새끼가···.”

‘이 인간이 왜 이렇게 감정적으로 변했어··. 지수랑 비슷해져 가고 있는 기분인데····.’

준수햄은 한참을 훌쩍이다가 이내 씨씨티비 실을 나갔다. 나는 관리자분께 연락을 드리고 준수햄을 따라나섰다.

“햄, 준수햄! 잠시만요, 아!”

저렇게 빠른 사람이 아닌데 후다닥 사라지는 것을 따라가다가 이내 누군가에게 부딪혀 나도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뒤로 넘어졌다.

“아으···. 아, 놓쳤네···.”

“누굴 놓쳐? 왜 부딪히고 지랄이야. 일어나 기상호.”

준수햄은 팔을 뻗어 뒤로 넘어진 나를 일으켜 세워주었다.

“어···? 준수햄?”

“왜 귀신 본 듯한 얼굴이야. 내가 그 씨씨티비 실을 나온 지가 언젠데 넌 이제 나오냐?”

“햄 방금···.”

“방금 뭐. 일어나기나 해.”

“햄, 나 거기서 얼마나 더 있었어요?”

“한 10분? 난 너 감정 칩 넣는 거 확인하고 바로 나왔는데.”

“나, 아니 내가 다른 사람이랑 둘이 같이 있는 것도 봤어요?”

“뭐? 거긴 너 혼자였어.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정신 차리고 일단 돌아가자. 어떤 새끼가 감정 칩을 빼둔 거야. 기상호 가자.”

준수햄은 맨몸으로 돌아다니는 무언가에 부딪혀 잠깐 휘청거렸다. 나는 그런 준수햄을 부축했다.

“윽, 뭐야 저건.”

“햄, 괜찮아요?”

“어. 괜찮은데 저거 설마···.”

“JS-23인 것 같은데요. 저거 감정 칩 안 들어갔는데 저렇게 벌써 일어나도 되는 거예요?”

“당연히 안되지 씨발···. 저거 어떻게 혼자 일어난 거야?”

“그, 다른 연구원분들 나오는 거 같은데, 일단 제 연구실로 데려가죠?”

준수햄은 한숨을 쉬고는 무언가를 끌고 내 연구실에 들어갔다. 나는 일단 옷장을 뒤적이며 그가 입었던 옷을 건네주었다.

“너, 그 옷···.”

“괜찮아요. 일부러 비슷하게 만든 거잖아요. 어? 하하! 그 햄은 나름 잘 입었는데 얘는 아직 입는 게 어려운 건가….”

나는 웃으며 흐트러진 옷을 정리해 주었다. 그러고는 그 로봇의 눈동자를 보며 말했다.

“안녕, JS-23. 나는 기상호야. 저쪽은 성준수. 너무 일찍 일어난 것마저 그 사람 같네···. 음···. 앞으론 네 이름은 최종수야. 앞으로 잘 부탁해.”


소장용입니다. 300p로 고정될 것 같아요.

밑은 아무 내용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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