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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기려] 내 안에 선명할 그대

당신이 지워지지 않기를

연성 교환용 단문입니다. 밑에 딱 한문장(기려의 대사입니다.)있는 소장용 100p 결제창이 붙어있습니다. 

퇴고를 안 한 글이라 지속적으로 수정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분량 약 1000자.

세상은 왜 그를 지우려 하는가.

하얀 입김이 그의 영혼처럼 피어오르는 날이다. 온 사방이 차가운 흰 빛으로 뒤덮여있고, 나무들은 추위에 옷을 벗은 지 오래라 세상이 온통 회색빛으로 보이던 날.

나는 그 어느 때를 떠올렸다.

눈을 처음 맞는 강아지처럼 눈만 보면 항상 방방대던 너. 기초 체온이 높아서 그런가, 여름보다는 겨울이 좋다고 했던 너. 그때 밖에서 오래 놀아 아이처럼 볼과 코가 빨개졌던 너를 바라보며 내가 뭐라고 했더라...

"날이 춥다. 이제 집으로 갈까? "

그래. 네가 겨울을 좋아해서 그런지 너는 가는 날도 겨울로 정했다. 그런데 말이야 하성아. 난 네가 좋아하는 그 겨울이 이제 미워지려고 해.

야속한 눈송이들이 네 위에 끝없이 내려앉는다. 세상이 너를 지우려고 하얀 수정액처럼 흰 눈들을 네 위에 뿌려대는 것을 나는 한없이 털어내고, 또 털어낼 뿐이다.

세상이 왜 널 지우려는 것 같을까, 하성아.

평소의 네 그 온기라면 이 눈송이들은 네 곁에 얼씬도 못할텐데. 너는 왜 더이상 따뜻하지 않을까.

나는 어쩔 수 없는 외계인인지라 평소와 다름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을 뿐이다.

널 이곳으로 내몬 정부에 화가 나. 이 눈 내리는 날씨가 짜증나고, 이 회색빛 세상에서 혼자만 붉게 빛나는 네 피가 너무 무서워. 네가 지키려했던 시민들이 미워.

그러니까, 한 번만 다시 눈 떠준다면 좋을텐데.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을 다시 사랑할 수도 있을텐데.

그렇지 않니 하성아? 나는 어쩔 수 없는 외계인이라 너 없이는 다정하기가 힘들어.

내 다정을 돌려줘, 하성아.

"날이 춥다. 이제 집으로 갈까? "

날이 춥다. 이제 집으로 갈까?

나는 그 어느 때처럼 애써 미소지으며 웃는 듯, 흐느끼는 듯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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