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피아노 치는 옆에서 노래 불러주기
ADVENT MHTS / 동거 n년차 뿅감독×송선수 setup
넓고 긴 사각의 형태의 광장과 건물들이 닿아있는 한쪽 라인을 따라 일정한 간격을 두고 심어진 나무들이 따뜻한 색의 전구로 겨울옷을 해 입었다. 짧아진 해는 도시의 반짝이는 밤을 재촉한다. 해가 비치는 동안은 집에서 하는 일없이 뒹굴거렸다. 쉬는 날은 그런 거라며 품에 안은 팔을 풀지 않는 이명헌과 한참을 별거 아닌 힘싸움으로 놀다 보니 시간은 금방 갔다. 이명헌 돼지. 결국 한소리했다. 저녁은 외식할까 뿅. 감독님이 사주는 건가?. 연봉은 태섭이 더 받는다 뿅. 그럼 돈 잘 버는 송태섭이 쏜다. 이왕 나가는거 좀 걷기도 하자며 제법 외출티가 나게 준비를 하고 나오길 잘한 것 같았다. 집 앞 가자며 대충 나왔으면 아직 몇 주나 남았지만 겹겹의 조명으로 한가득 크리스마스를 알리고 있는 이 분위기도 몰랐을 테니까.
“와아-”
광장에 인접한 건물 입구 앞 공간 한켠에 놓인 피아노 건반 위로 쉼없이 손가락이 닿았다 떨어진다. 크리스마스가 올때마다 흥한다는 한번쯤은 들어봤었을 팝이 타현의 선율로 광장을 채운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명헌과 태섭도 그 무리 속에 서서 아름다운 음악의 발원지에 시선을 고정했다.
“형, 피아노 쳐본 적 있어요?”
고개를 어깨 위로 툭-대며 몸을 붙이며 질문을 던지는 태섭의 호흡이 긍정의 뿅소리에 멈춘다.
“진짜? 어째서?”
“어째서라니용…”
“크흫, 그게 아니고 정말 의외라서. 여태 그런 말 한 번도 한 적 없잖아요”
“들려줄까 뿅”
사람들의 박수소리가 집중되다 흩어졌다. 연주를 하던 사람이 일어나고, 모여있던 사람들이 미소를 띤 얼굴로 자리를 뜬다. 이제 그곳에 서 있는 이는 둘뿐이었다. 명헌이 태섭의 손을 잡고 피아노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배운 적은 없는데, 딱 한 곡만 칠 줄 알아. 이명헌답네. 그런가 뿅. 교내 어딘가엔 반드시 피아노가 있으니 학생일땐 기껏 익힌 곡 잊어버릴까 자주 연주를 했었지만 대학까지 졸업을 해버리고 나니 더이상 연습을 자유로이 할 수가 없어 이젠 손이 굳었을 지도 모른다고 했다. 의자에 자리를 잡고 소매를 살짝 끌어올리며 연주를 준비하는 폼이 제법이었다. 단순한 음들이 명헌의 손에서 만들어지고, 왼손과 오른손이 비슷한 음을 끌고 가며 한음이 두 번씩 반복된다는 느낌과 함께 너무도 익숙한 멜로디. 명헌의 뒤에 서있던 태섭이 푸학-하는 소리와 함께 무게를 실어 명헌의 목을 끌어안았다. 명헌은 다시 한번 같은 구간의 음을 짚는다. 굳이 배우지 않았어도 알고 있는 노래의 가사가 자연스럽게 연주 위로 얹어진다. 명헌에게만 들릴만한 소리로.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
본인이 불러놓고 부끄러운지 어깨 위로 푸스스 얼굴을 묻는 태섭에게 이제 진짜다 뿅이라 신호를 올린 명헌이 손의 움직임을 바꾼다. 변주 구간을 채우는 음이 조금 전 멜로디만 올리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그의 손 치곤 제법 화려했다. 한 곡 칠 수 있다 자신만만한 이유가 있었네. 물론 음을 쌓으며 차례대로 움직이던 손가락이 한 번씩 맘 같지 않게 버벅여서 연주가 매끄럽지는 못했다. 시간이 날 때 혹은 일부러 시간을 내어 피아노가 있는 공간을 찾아가 건반을 두드렸을, 어린 이명헌이나 음악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코트 위에서 마주했던 그 빡빡이 고딩 이명헌과 가끔은 도서관이 아닌 음대 건물을 드나들었을 캠퍼스의 이명헌. 정말로 어떻게 이 긴 연애동안 한번도 말을 안 했을 수가 있지? 1분 남짓한 짧은 연주에 흘러들어오는 상상 속 여러 이명헌 때문에 그의 목을 안고 있던 팔에 힘을 꽉 줬다. 속이 콩콩 뛴다. 곡은 끝이 났다.
“태섭, 추워?”
“아니, 그냥…”
“그냥?”
“집에 가고 싶어요, 이명헌을 더 많이 알아야겠어”
fin.
명헌이 연주했던 곡.
twinkle twinkle little star mozart variation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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