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퀘글

배수정과 박설희

꺄하, 하고 까르륵거리는 소리가 놀이터에 울렸다. 있는 힘껏 그네를 타고 노는 두 아이는 환하게 웃고 있었고, 속도를 천천히 낮추면서 그네에서 내린 뒤에는 -또래 애들이 그렇듯 어느 정도 속도가 적당히 낮아지면 뛰어올라 모래밭에 착지하는 것을 즐겼으나, 어머니들이 제지하자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벤치에 앉아있는 어머니들에게 인사하곤 시소도 타고 계단을 타박타박 올라 미끄럼틀도 타고 그랬다.

"애들이 같이 잘 노네요."

"다, 서, 설희가..착한 덕분, 이죠."

"아니에요. 설희도 동생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가끔 조르곤 했는데, 수정이를 동생 시켜달라고 하지 뭐에요?"

"수, 수정이도..설희 덕분에, 늘, 활기가, 넘쳐요. 가, 감사드려요,"

장지연과 홍은희는 서로 마주 보면서 웃었다.

이렇게 어머니들끼리 동행해서 놀이터에 앉아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것도 꽤 타이밍이 맞아야 했던지라 더욱 그랬다. 아이들 이야기도 하고, 남편들 이야기도 하고, 주변 이웃들 이야기나 시장의 과일이며 야채는 어느 가게가 좋다 등의 소소한 대화가 오갔다.

"엄마! 엄마!"

"엄마아~!"

그런 얘기가 오가던 중에 두 아이가 모래밭을 헤치며 벤치가 있는 곳까지 쏜살같이 달려왔다. 혹여 다치기라도 한 걸까 얼른 이야기를 중단한 어머니들은 아이들에게 무슨 일인지 물었다.

"설희 언니가 잠자리 잡았다? 철봉에 앉은 걸 두 손가락으로 샥! 하고!"

"봐봐, 봐봐, 엄마!"

"........"

"........"

벌레에 대한 공포심은 성인이 되어도 나아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아이들은 어릴수록 벌레를 접하는데 거침이 없었는데 아이의 두 손가락 사이에 잡힌 잠자리를 본 두 어머니는 잠시 얼굴이 싹 질렸으나 곧 표정을 고쳤다.

"대, 대단하네, 우리 설희. 하지만 잠자리를 괴롭히면 안 돼. 날개를 그렇게 잡고 있으면 날아다닐 수가 없잖아? 어서 놓아주렴."

"그, 그래, 잠자리는, 하, 하늘을 날아야..하는, 곤충, 이에요."

"네..."

"피..언니 어서 놓아줘."

박설희는 잠자리를 놓아주었고, 곧 잠자리를 낮게 날개를 퍼덕이다가 하늘 위로 도망치듯 높게 날아갔다.

"잘 가!"

배수정이 손을 흔드는 동안 눈빛을 주고받은 장지연과 홍은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 날이 너무 더우니까 오늘은 여기까지만 놀고 시원한 카페 같은데 갈까?"

"아직 더 놀 수 있을 것 같은데..."

"수, 수정이도..카페에 이, 있다가, 아, 아빠 보러..가자."

"알았어..."

물티슈로 아이들의 손을 닦아준 뒤 네 사람은 대로의 카페로 향했다.

***

두 아이가 마실 음료수와 케이크, 두 사람이 먹을 음료가 테이블 위에 놓였다.

자매처럼 꼭 붙어있는 박설희와 배수정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꼭 닮은 자매처럼 보이리라.

홍은희와 장지연은 흐뭇한 미소를 다시 한 번 지어보였다.

"엄마, 우리도 아빠 보러 가는 거야?"

"그럼. 수정이랑, 이모랑 다같이 가서 아빠 놀래켜주자."

"좋아!"

"아빠 보는 날은 외식하는 날이라서 좋아."

"수, 수정이, 집에서, 먹는 건..싫어?"

"으응, 그냥. 식탁은 큰데 앉는 사람도 적고..외식하면 한 식탁에 다 앉으니까."

장지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백석 저택은 장희준과 장지연 부부, 배수정만 살기엔 지나치게 그 규모가 컸다. 사용인들도 있기는 하지만 식사를 같이하거나 하는 일은 없고 숙소도 따로 마련되어 있어서 적적함을 느끼기 좋았다. 분가해 작은 집에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았지만 아버지를 홀로 둘 수는 없었던 지라 이야기만 주고받고 있었다.

"다, 다음에, 수정이 생일파티..때처럼 많이, 초, 초대하자."

"좋아!"

"수정이네는 되게 동화속 성 같아서 좋아."

"그래? 특히 어떻게 좋은데?"

"숨바꼭질 하기 좋아. 근데 수정이가 엄청 잘 찾아."

"이미 숨바꼭질 실컷 해봐서....아차."

배수정은 제 입으로 커다란 비밀을 말한 것에 장지연을 바라보았지만 장지연은 저도 그랬다고 말하는 것으로 윙크를 했다.

"어딜 가나 다 똑같나 봐요. 저도 숨바꼭질하는 걸 좋아했거든요. 아무도 모르게 숨어있다가 깜짝 놀래켜 주는 게 얼마나 재밌던지."

"엄마랑 이모도 그랬었구나..헤헤, 나쁜 일한 거 아닌 거죠?"

"그럼 다음에 수정이네 가면 또 숨바꼭질해야지!"

케이크와 음료수를 먹고 마시며 미주알고주알 얘기를 나눈 뒤, 네 사람 모두가 배고파질 때쯤 카페에서 나왔다.

손을 잡고 아빠 보러 가자, 하는 말을 가장 좋아하는 딸들이었다.

***

엄마와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서인지, 퇴근길 마중을 갈 때면 유독 좋아하는 아이들이었다. 박설희는 박근태의 바짓단을 잡았고, 배수정은 달려간 그대로 배준혁에게 안겨들었다. 다른 팀원들은 가볍게 인사를 하고 퇴근을 재촉함으로서 가족들의 감동적인 마중 자리를 피해주었다.

"고생하셨어요, 아빠!"

"고생하셨어요!"

"엄마랑 이모랑 잘 놀았어?"

"응! 맛있는 것도 먹었어!"

"우리 설희, 별일 없었니?"

"네!"

딸들과 대화를 짧게 맺은 사이 장지연이 말했다.

"어, 언제..바, 밥이라도..가, 같이 먹어요. 서, 설희랑, 수, 수정이도..조, 좋아할, 거에요."

"예. 그래야지요. 배 형사가 허락만 해준다면야.."

"그럼, 괜찮은 식당을 알아보겠습니다."

"너무 부담가질 거 없어. 편하게 밥 한 끼 먹을 수 있으면 그만이니까."

"나, 나중에, 저희 집에도, 노, 놀러오세요."

"그럼요. 설희가 수정이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언니, 들었지?"

"응! 수정이도 나중에 우리집에 놀러오기!"

"오늘은 각자 오붓하게 식사하기, 어떤가? 배 형사."

"네. 그럼 저희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국장님.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두, 두 분도..자, 잘 들어, 가세요."

"잘 들어가세요."

"안녕히 가세요."

배준혁과 장지연, 배수정이 대로변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던 박근태와 홍은희는 곧 서로의 얼굴을 보다가 웃었다.

"말은 딱딱하지만 수정이와 지연 씨가 좋아하니 좋아하는 것 같이 보였어요."

"티는 안 나지만 그렇게 가족들을 위하는 마음이 깊더군."

"수정이도 좋아요. 동생이라 귀엽기도 하구..절 많이 좋아해요."

"그래? 그래. 수정이도 귀엽지. 하지만, 아빠한테는 설희가 제일 예쁘지~"

박근태는 딸의 머리를 쓰다듬은 뒤 주차장 쪽으로 이동했다.

주차한 차를 움직여 빼내 멈춰 서자 홍은희가 박설희를 데리고 뒤에 탔다.

박근태는 안전벨트를 매고 뒤쪽으로 고개를 돌려 물었다.

"은희 씨, 설희야. 아빠가 좋은 식당을 알아보았는데, 거기로 가도 될까요?"

"전 괜찮아요. 설희는?"

"설희도 괜찮아요."

"그새 어딜 알아본 거에요?"

"서울에 레스토랑은 많으니까요. 자, 가시죠."

"가시죠~!"

박설희는 까르륵 웃으며 퇴근길의 스타트를 끊었다.

카테고리
#2차창작
페어
#Non-CP
추가태그
#if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