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올게."
헥스 헤이와이어 X 시클링 (당신)
※ 좀비 아포칼립스 AU.
※ 눙(@6uooU)님의 연성 https://x.com/6uooU/status/1658423371338752000?s=20 을 보고 작성한 내용임을 밝힙니다.
※ 헥스 헤이와이어에 대한 개인 해석과 날조가 있습니다.
“다녀올게.”
헥스 헤이와이어는 그렇게 말하면서 배낭을 어깨에 멨다. 허리춤에 찬 권총과 허벅지에 있는 잭나이프, 자켓 주머니에 넣은 탄환의 개수를 확인하던 그는 문득 당신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당신은 걱정이 가득 담긴, 거의 울 것 같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헥스 헤이와이어는 당신의 눈을 보고 그만 허물어지듯 웃어 버렸다. 헥스 헤이와이어는 그런 표정의 당신을 안심시키지 않고는 조금도 떠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무기와 장비를 점검하던 것을 멈추고 당신에게 다가왔다. 당신은 반쯤 울고 있었다. 헥스 헤이와이어는 당신의 몸을 당겨 품에 안았다. 그의 품은 단단했고, 넓었고, 따뜻했다. 당신은 그가 절대로 나가지 않았으면 했다. 저 바깥은 너무 위험했고, 까딱하면 죽을 수 있었다. 죽음이 너무나 많이 도사리고 있는 지상이었다. 대지는 죽은 자들에게 점령되었고, 그들은 더 많은 동족을 만들기 위해 살아 있는 자의 육신과 피를 탐낸다. 헥스 헤이와이어는 당신을 위해 무수한 위험을 헤쳐 나왔고, 그 무수한 위험의 대부분은 당신이 아니었으면 헥스 헤이와이어 혼자 충분히 헤쳐 나갈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 추격 당하면서 헥스 헤이와이어는 당신이 없었다면 더 빨리, 더 멀리 도망쳤을 것이고, 당신이 없었다면 더 많은 식량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며, 당신이 없었다면 더 나은 은신처를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헥스 헤이와이어는 당신을 버리지 않았다. 당신은 그 바보 같은 ‘사랑’이 무엇인지 이제 원망스러웠다. 그깟 사랑이 아니었다면 헥스 헤이와이어는 이 재난에서 무사할 수 있었다. 당신은 몇 번이나 헥스 헤이와이어에게 자신을 두고 가라고, 자신을 포기하라고 말하고 주장하고 외쳤지만 헥스 헤이와이어는 결코 당신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정작 그가 괴물들에게 물려 좀비가 될 뻔한 적도 잦았다. 다행히, 그 순간마다 어떻게든 헤쳐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그런 위험한 순간을 몇 번이나 겪고 나면 마음이 너덜해지는 법이다. 당신은 헥스 헤이와이어가 다가와 당신을 끌어안도록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당신의 몸에는 기운이 하나도 없었고, 그래서 헥스 헤이와이어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품 안의 당신을 내려다보았다.
“……그렇게 걱정하지 마, 자기야. 나 무사히 다녀올게.”
“…….”
당신의 눈에서는 눈물이 주륵 흘러내렸다. 기어이 울어 버린 당신의 얼굴을 보고 당황한 헥스 헤이와이어가 ‘오…….’ 하고 안타까운 소리를 내며 당신의 뺨과 눈가를 엄지 손가락으로 쓸어 주었다. 눈물은 그의 손가락에 닦이고 훔쳐졌지만 그럼에도 당신의 눈에서는 눈물이 멎지 않아, 곧 당신의 양 뺨은 물론 헥스 헤이와이어의 장갑까지 온통 적셔 버리고 말았다. 당신은 그게 또 미안해서 울음을 그치지 못한다. 헥스 헤이와이어는 어쩔 수 없이 당신을 충분히 달랜 다음 나가기로 한다. 헥스는 당신의 이마를 자신의 어깨에 닿도록 끌어안고, 뒷머리와 어깨를 가만히 어루만지듯 쓸어내렸다. 당신은 어깨를 떨며 흐느꼈고, 가지 말라고 속삭였다. 그럴 수 없음을 알면서도.
“가지 마…… 응? 가지 마…….”
하지만 가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당신도 헥스 헤이와이어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식량은 거의 다 떨어지고 있었고, 식량 뿐만이 아니라 기본적인 생필품도 많이 부족했다. 미리미리 탐사를 자주 나갔다 왔으면 좋았겠지만 당신은 헥스 헤이와이어를 걱정한 탓에 바깥에 나가지 않도록 말렸고 그래서 헥스 헤이와이어는 당신을 안심시키기 위해 자원이 고갈되어 가는 것을 알면서도 당신 곁에 남아 당신의 불안과 공포를 어루만지고 위로하는 쪽을 선택했다. 함께 서서히 말라 죽어 가는 꼴이었다. 그럼에도 헥스 헤이와이어는 불안한 당신을 혼자 두고 나가느니 차라리 나가지 않고 당신을 달래어 안심시키고 좋은 꿈을 꿀 수 있도록 재우는 편을 선택했고, 당신 역시 자원이 떨어져 가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럼에도 헥스 헤이와이어가 혼자 탐사를 나가도록 놓아 둘 수 없었다. 헥스 헤이와이어가 바깥에서 무슨 사고라도 당한다면 당신은 꼼짝없이 혼자 남을 것이고, 헥스 헤이와이어를 두 번 다시 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당신은 그런 미래가 끔찍했다.
그래서 당신은 헥스 헤이와이어와 함께 몇 번인가 탐사를 나갔다. 무너진 건물, 망가진 슈퍼마켓, 낡은 창고……. 하지만 노련한 수색자이자 탐사자인 헥스 헤이와이어와 달리 당신은 함정에도 많이 걸렸고, 기껏 얻은 자원을 떨어트리거나 쏟아 낭비하기도 했으며, 자원이 있음에도 보지 못하고 지나쳤던 적도 있었다. 그런 당신에게 헥스 헤이와이어는 넌더리를 낼 법 한데도 시종일관 괜찮다고, 다치진 않았냐고, 조심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고 나니, 당신은 헥스 헤이와이어와 함께 탐사를 나가는 것을 그만 두게 되었다. 함께 나가서 그에게 걸림돌이 되느니, 아지트에 남아 물자를 정리하고 보존하고 청소를 하며 헥스 헤이와이어를 기다리는 쪽을 택했다. 그것은 나름 효율적이었다. 헥스가 너무 많은 위험 부담을 지고 있다는 것만 제외하면. 바깥에는 좀비와 괴물이 득시글했고, 헥스 헤이와이어는 그들의 눈을 피해 어두운 밤에 주로 나가서 자원과 물자와 식량을 확보해 왔다.
하지만 그곳은 언제나 위험 천만한 땅이었다. 다른 탐색자들이 설치해 놓은 함정이나 미끼 따위는 물론, 붕괴 중인 폐허가 있었고 걸어 다니는 시체들이 있었다. 그 외에도 시체를 노리는 까마귀와 산과 숲에서 나온 들짐승들이 있었고 굶주린 인간들이 있었다. 까딱하면 목숨을 잃기 쉬웠고, 그렇게 시체도 찾지 못하고 썩어 갈 가능성이 너무 높았다. 그래서 당신은 헥스 헤이와이어가 자원을 찾으러 나갈 때마다 울었고, 보통은 헥스 헤이와이어가 나간 뒤에 울곤 했지만 오늘만큼은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서 울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헥스 헤이와이어는 자신이 나간 뒤에 당신이 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것 때문에 더욱 걸음을 재촉해서 아지트로 돌아온 적이 많았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달랐다. 이곳 근처의 자원은 거의 다 고갈되었고, 헥스 헤이와이어는 좀 더 먼 곳으로 가서 새로운 아지트를 찾거나 식량과 자원을 찾아와야 했다. 하루 안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 당연했다. 적어도 사흘, 길면 닷새는 걸릴 만한 탐색 일정에 당신은 그만 덜걱 겁을 먹었고 헥스 헤이와이어는 그런 당신을 오래 달래 주었다.
그래서 당신은 울면서 헥스 헤이와이어에게 매달리는 것을 금방 그만두었다. 가지 말라고 말하긴 했지만 가야 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고, 그를 너무 붙잡아 두어서도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헥스 헤이와이어는 자신이 돌아오지 못할 경우, 를 한 번도 입 밖에 내지 않았지만 당신은 언제나 헥스가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 를 상상하며 두려워했다. 보통 그는 하루에서 이틀 내에 꼭 돌아오는 편이었지만…… 당신은 불안한 시선으로 헥스를 바라보았고, 헥스는 그런 당신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이마와 뺨, 젖은 눈가와 입술에 연신 입을 맞췄다. 부드러운, 동시에 까슬한 입술에서 쏟아지는 입맞춤 세례는 달콤했다. 당신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떴다.
“착하지.”
“…….”
당신이 간신히 진정했다는 것을 느낀 헥스는 다정히 웃으며 당신의 이마에 입 맞추고 속삭였다. 착하지. 그게 마법의 단어였다. 당신은 손아귀 안에 꼬옥 말아 쥐고 있던 헥스의 옷깃을 놓아 주었다. 헥스 헤이와이어는 당신이 보는 앞에서 장갑을 고쳐 끼우고, 신발끈을 다시 묶고, 마스크를 코 위까지 잘 덮은 다음 배낭을 고쳐 맸다. 당신은 헥스 헤이와이어가 준비를 다 마칠 때까지 가만히 훌쩍이며 기다려 주었다. 마침내, 헥스가 나갈 준비를 마치고 몸을 돌려 걸음을 뗐고 당신은 그를 배웅하기 위해 그 뒤를 따라 나섰다.
아지트의 출구는 단단히 봉쇄되어 있었다. 바깥에서 쉽게 침입할 수 없도록 굳게 막아 놓은 그 문은, 헥스 헤이와이어만이 열고 닫을 수 있었다. 헥스도, 당신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헥스 헤이와이어가 돌아와서 문을 열어 주지 않으면 당신은 이 아지트 안에서 말라 죽어 갈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헥스 헤이와이어의 죽음은 당신의 죽음이 된다. 그것이 차라리 기꺼웠다. 당신 혼자 살아 남아 이 세상을 살아 가느니, 헥스 헤이와이어가 죽을 때 함께 죽고 싶었다. 헥스는 문 앞까지 따라 나온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가볍게 팔을 뻗어 당신을 품에 다시 끌어안았다. 그 역시 가고 싶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리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관점에서. 당신은 헥스 헤이와이어의 뺨에 행운을 비는 입맞춤을 남겼고, 헥스는 빙긋 웃었다.
“금방 다녀올게. 정말 금방 일거야.”
“……응.”
“조심히 있어, 공주님.”
헥스가 육중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바깥은 어두웠다. 일부러 달이 뜨지 않는 밤을 골랐기에, 별빛만 쏟아지는 밤하늘은 지나치게 어두웠고 스산했다. 하지만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었다. 헥스는 당신을 돌아보며 다시 한 번 안심시키듯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문을 밀어 닫았다. 끼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무거운 문이 닫혔고 당신은 혼자가 되었다.
당신은 차가운 문으로 다가가 손을 짚었다. 당신의 힘으로는 절대 열 수 없는 무거운 문에 기대어, 헥스 헤이와이어가 듣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목 놓아 울음을 터뜨렸다. 그를 위해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부끄러웠고, 자기 자신이 혐오스러웠고 미웠다. 당신은 문에 이마를 댄 채 주르륵 아래로 미끄러져 주저앉고 한참을 울었다. 텅 빈 아지트 안에서 어둠과 함께 울음이 메아리쳤고, 그렇게 한참을 더 울던 당신은 문가에 기대어 지쳐 잠들었다. 헥스 헤이와이어가 바깥으로 사라지면 언제나 벌어지는 당신의 일상이었다. 울며 그리워하고, 걱정하고, 아무것도 못하는 자신을 자책하고, 그러다가 지쳐 잠들고. 그 다음 간신히 자신을 추슬러 일어난 다음, 헥스 헤이와이어가 무사히, 안전히 어서 돌아오기를 바라면서 아지트의 안쪽을 치워 두는 것. 그것이 당신의 할 일이었다.
지금은 잠들어 있는 당신은 이제 곧 몇 시간 뒤에 일어날 것이다. 먼지투성이 뺨 위로 눈물 자국이 선명했다. 당신은, 헥스 헤이와이어가 무사히 돌아와서 당신을 안아 주고 달래 주고 미안하다고 사과해 주기를 바랐다. 아무것도 찾지 못해도 좋으니, 그 무엇도 가져오지 않아도 좋으니 그저 무사히, 건강히, 아무 부상 없이 돌아와 주길 바랐다. 당신의 소원은 간절하지만 아지트 안에서는 별도 달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당신은 그저 어둠을 향해 간곡하게 빌고 또 빌 수밖에 없었다.
바깥에서 괴물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은 악몽을 꾼다. 흠칫 어깨를 떨며 헥스 헤이와이어가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끔찍한 꿈 속에서 괴로워한다. 헥스. 당신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이름을, 한숨 섞여 흘러나온 이름을 그 누구도 듣지 못한다. 다치지 마. 보고 싶어. 당신은 잠꼬대처럼 중얼거리며 울먹인다. 밖에서 기나긴 짐승의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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