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지

무지개 유령

자캐 로그

비가 오는 날엔 항상 무지개가 뜬다. 나는 그녀가 무지개와 정반대인 유령같다고 생각했다. 고개 힘껏 들어도 눈 한번 마주치기 힘들고 어쩌다 보아도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제대로 말해본적도 없다. 선생님들은 그래도 나와 관련있는 높으신 분이니 잘 보여야한다고 했다. 나는 그것이 불만이었다. 애초에 그녀를 뭐라고 불러야하는 지도 몰랐다. 선생님. 겨우 생각해낸 호칭이 선생님이었다.

“선생님.”

그녀는 무심코 뒤돌아 나를 바라보았다. 무표정이었지만 그안에 의문이 떠오르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금방 지워지고 다시 앞으로 걷기시작했다. 얼마나 조용히 걷는지 물웅덩이가 있어도 물이 튀지도 않았다. 옷도 늘 검은 제복을 입고있어 흐린 날씨 사이로 섞인것 같았다. 말을 걸기 싫었다. 그분께 잘 보여야한다는 선생님의 말만 아니었어도 그저그런 눈인사나 나누고 지나쳤을거다. 이 학원을 나가기전에 한번 제대로 인사나할까. 그녀도 자기에게 관심없어 보였다.

“저기요, 제 말 안들려요? 왜 비오는데 밖에 나와있어요?”

무심코 버릇없게 튀어나갔다. 실수했다. 걷는거나 보고 있었으니 그나마 신발에 두던 시선이 바닥으로 처박혔다. 그런데도 그녀는 말이 없었다. 말을 할수는 있는건지, 자신이랑 대화할 생각이 아예 없는것 같아 어떻게 마무리할지 고민할때였다.

“무지개 본 적 있어?”

“네?”

비가 내려 온세상이 회색빛이고 그녀는 검은 제복을 입고있다. 우산도 검은색이었다. 비를 맞고 있는 산책로도 흐릿하다. 자신마저 흐린 날이었다. 그제서야 눈을 들어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새싹을 닮은 연둣빛이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여러가지 색이 담긴 그녀의 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아, 비오는 날 떠돌아 다니는 유령은 무지개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그제서야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다들 너처럼 나를 보지않아서 물어본거야.”

뜬금없이 무지개를 본 적있냐는 물음의 이유를 덧붙였다. 그녀는 자신이 왜 따라오는지 어째서 말을 붙이는지 이유를 잘 아는 눈치였다. 그리고는 덧붙였다.

“선생님들 말씀 듣지 않아도 돼. 그냥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하다가 이곳을 떠나.”

“선생님은요?”

“선생님? 재밌는 호칭이네. 나는 이곳을 떠날 수 없어. 그게 약속이거든.”

그리고 다시 빗 속을 걸어다녔다. 이번엔 똑바로 보면서 따라갔더니 비를 맞고 색이 더 진해진듯했다. 이곳을 떠날 수 없는 무지개를 품은 유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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