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AU
자컾 로그 / 랑월
랑랑이 그토록 꿈꿔왔던 대학은 생각보다 훨씬 더 낯설고 반짝였다. 제 또래 집단에 소속된 것이 초등학교 이후 처음인 랑랑은, 3월의 그 싱그러운 분위기에 전혀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OT에 참석해 같은과 동기들과 안면을 트긴 했으나 친해질 자신은 없었다. 긴 머리에 혹시 사연이 있는가 물어오는 질문들에 고개를 가로젓고 술만 마실 뿐 제대로 이야기도 나누지 못했으니까. 점점 화기애애해지는 분위기가 싫은 건 아니었지만 그곳에 섞이고 있단 생각 역시 들지 않았다. 그건 개강을 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컴퓨터공학과는 공대 특성상 대부분의 동기들과 같은 수업을 들었고, 그들은 랑랑을 따돌리지 않았지만 랑랑은 쉽게 말을 섞지 못했다. 작은 리액션들이 전부였다. 모처럼 용기를 내서 온 대학인데 이대로 있는 듯 없는 듯 지낼 수는 없었다.
"너희 동아리 들어갈거야?"
"아니."
"나는 밴드부."
자신들의 생각과 계획과 꿈을 이야기 하는 동기들 사이에서 랑랑은 돌아오는 질문에 고개만 가로저었다. 한번씩 작게 "궁금,해." 혹은 "재밌겠다." 등의 작은 반응을 보이긴 했으나 주체적인 이야기는 하지 못했다. 하지만 동기들이 말하는 동아리는 학과보다 조금 더 작고, 친밀하고, 좋아보였다.
"게시판에 광고 많은데 구경해봐."
"그래, 랑랑이도 가서 구경해봐. 재밌겠다며."
랑랑은 이렇게 자신을 빼놓지 않는 동기들이 고맙고 좋았다. 한껏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지만 작게 고맙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그렇게 랑랑은 몇몇의 동기와 함께 한창 동아리를 광고하는 학교 게시판들을 둘러봤다. 동아리마다 특색이 있었다. 거친 광고를 내건 유도부도 있었고, 귀여운 일본 영화를 내건 일본어 동아리도 있었다. 그리고 정체를 할 수 없는 외부 광고도 사이사이 끼어 있었다. 각자 동아리를 살펴보던 중, 랑랑은 게임 개발 동아리의 광고를 보게 됐다. 이젠 옛날 게임이 되어버린, 버블을 쏘는 작은 공룡들이 귀엽게 꾸며져 있었다.
『컴퓨터 공학과 포함 모든 신입생 환영! 』
의외였다. 물론 일본어 동아리 광고에서도 일본어학과를 사절한다는 말은 없었다. 하지만 과 동아리가 아닌데 이렇게 같은 일을 하는 과를 환영한다는 게, 랑랑은 신기했다.
'동아리는 면접도, 있다고 했는데…. 떨어지더라도, 연락… 해볼까.'
"나, 여기… 조금 더 구경해도 될까?"
용기 내 처음 친구들에게 양해를 구한 랑랑은 그렇게 한참 게임 개발 동아리 광고 앞을 맴돌았다.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가 지웠다가, 괜히 학교 지도를 보며 동아리실이 어딘지 확인했다가 인터넷 창을 지웠다 하며 망설였다. 그렇게 10분쯤 지났을까? 랑랑의 머리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수상한 사람으로 오해받은 걸까 겁 먹은 랑랑이 조심히 고개를 올려다봤지만, 보이는건 붉은 머리카락과 다정한 미소였다.
"혹시 우리 동아리에 관심 있어요? 그럼 여기 적힌 번호 말고, 내가 새 번호 줄게요."
그는 류랑랑의 20년 인생에서 제일 예쁜 사람이었다. 눈만 깜빡이며 올려다보자 그 사람은 더욱 웃으며 작게 잘린 종이를 주었다.
"작년 회장 번호로 잘못 뽑았거든요. 아니면 내 번호로 줄까요?"
예뻐서 멍하니 보고 있던 걸 들켰구나. 깜짝 놀라며 부끄러워진 랑랑은 얼굴이 빨개졌다. 그런 랑랑을 보며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았던 그는 랑랑에게 제 번호를 알려주고는 마저 광고지를 수정하러 갔다.
[게임 개발 동아리. 월터 움베르토. 010-XXXX-X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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