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가 되고 싶어

6회차, 마멜 님

B에게 by HB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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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감자가되고싶어넓적하고둥글둥글폭신폭신한찐감자흙이잔뜩묻어서피부마다파고들어서점박이가되어도그게본래의모습인감자아무리깎이고굴러도아무도더럽다고하지않는햇감자모르는사람의식탁에올라가잡아먹히고싶어내자아같은건처음부터영영없었던것처럼뜨거운냄비안에서푹푹익어가고싶어난뭐든될수있어감자채볶음감자빵감자조림감자샐러드감자튀김감자전감자고로케뇨끼옹심이볶음밥에그인헬카레닭볶음탕무엇이될지는고를수없지만그게인간의삶과뭐가그렇게달라?아감자가되고싶어고구마도

잠깐

고구마도?

잠깐

감자가되면무슨짓을저질러도아참나는저지를수없지자아가없으니까무슨일이일어나도고구마가될수는없잖아그럼맛탕이먹고싶을땐어떡하지내몸에꿀을바르고설탕을넣고올리고당을둘러도고구마는될수없어감자맛탕같은건들어본적도없는걸어그럼그냥고구마가될까아냐내가감자맛탕이되면그건세상에처음으로존재하는감자맛탕인거잖아나는선두를여는거잖아내가새로운바람을세계에일으킬지도모르잖아나는그런가능성을가지고있는거잖아근데왜내가고구마가되고싶어했더라어그러면감자는왜원했지잠깐잠깐눈을감고태초로돌아가는시간을……

벌컥

얘 밥 먹어라

시간을……

오늘 저녁은 너무 고민이 되어서 냉장고에 있는 걸 전부 넣고 만들었다 감자고구마김치치즈그라탕이야

……

먹고 해라

…… 네!

모르겠다! 나머지는 저녁으로 올라 온 감자고구마김치치즈그라탕을 먹고 나서 생각하자


쓰던 시가 있었는데 중간에 때려치우고 되는대로 쏟아내서 만든 시랍니다 뭘 소재로 삼아도 문장이 턱턱 나오지 않고 뭘 보아도 소재로 삼을 정도의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기에 그런 답답함을 터뜨리듯이 썼답니다 좀 웃길지도 모르지만 제 마음에는 드는 시가 완성되었어요 기쁘네요

 

여기 아래부터는 시의 해석을 담고 있어서 피드백에 영향이 갈 것 같다면 추후에 읽으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거의 보이는 대로의 시인데 고구마가 되고 싶은 건 감자에서 파생되는 온갖 자리를 가져볼 수 있지만 그런데도 다른 분야 다른 곳에 호기심/관심을 두는 특성이고 마지막에 김치나 치즈 같은 쌩뚱맞은 단어가 등장하는 건 사람이 두 가지 선택지를 두고 고민하더라도 금세 다른 선택지들도 함께 몰려온다는 의미를 담았답니다

사실 엄청 중요한 건 아니라서 시에 알아챌 수 있도록 넣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해 사견으로 살짝쿵 달아보아요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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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댓글 2


  • 퇴근하는 산양

    어릴 때 자주 불렀던 동요 '멋쟁이 토마토'의 어두운 버전이 있다면 이 시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숨 가쁘게 나열한 감정 표현이 참 귀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공감이 돼서 웃음이 나옵니다. 기분이 오르락내리락 뜨거웠다차가웠다 하는 게 의도하신 것 같기도 하고 제가 문장을 따라서 요리 되는 기분이었어요. 스스로는 끊어낼 수 없었던 생각의 고리를 타인이 끊어줄 때 나도 그랬었지, 하기도 했고요. 감자는 뭐든 될 수 있지만 결국 그 목적은 요리가 되어 누군가에게 먹히는 운명이네요! 만일 먹혀야만 한다면 감자와 같이 자아도 고통도 없는 상태에서 완전하고 깔끔하게 사라지고 싶다… 곱씹어보면 이런 욕망조차 참 인간다운 욕망이어서 이 역설에 웃음이 나옵니다. 재미있는 시 감사합니다!

  • 즐거운 새우

    꼭 감자도리의 일기를 보는 것 같았어요 감자도리의 소원이 고구마가 되는 것인 걸 아시려나요(ㅎㅎ) 비록 화자는 처음엔 감자가 되고 싶었지만요 음 뭐랄까 그래서 그런지 되게 욕심은 끝없다는 걸 얘기하고 싶으신 걸까 생각했어요 감자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어떤 모습이든 그냥 감자 그 자체이기 때문이었는데 내면이 아주 달달한 고구마도 되고 싶다고 하는 걸 보면 말이에요 정말 쓸데없는 사견이지만 새벽이라 그런가 감자고구마김치치즈그라탕이 먹고 싶어지는 것 같네요 저희 집으로 배민 부탁드립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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