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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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 원안 재료: -점토 모데나 소프트 -식물 모형 1 (포레스) 사과나무 사탕수수 안수리움 알리움 옥수수 -식물 모형 2 (?) 산타나무
야, 호열아! 되게 반갑다! 진짜 널 보니까 이렇게 좋네. 네가 올 줄 알았어. 너라면 조만간 오겠거니 했다고. 콜라 마실래? 물은? 됐어? 할 말 많을 텐데. 그래. 알겠어. 그럼 난 계속 얘기하고 있을게. 넌 거기서 듣고 있어. 뭐부터 말할까. 우리 집 어때. 상당히 낡았지? 기숙사 신청 삐끗해서 급하게 집 찾았단 얘기는 저번에 했지. 그 이후
https://glph.to/xvksrc 불쌍한 양호열! 어떤 여름밤 이후 강백호는 자주 한 사람을 떠올렸다. 그를 한없이 안타까이 여겼다. 어쩌다가 그런 취향이 생겨서는. 어쩌다가 이상한 거에 눈길 가서는. 이상한 거, 라고 말하긴 했지만 오해는 말라. 강백호는 스스로가 좋았다. 빠른 다리, 큰 손, 길쭉한 허우대, 열정의 현신 그 자체인 빨간 머
저승길 초입, 아직 그럭저럭 이승인 이곳에서 서러운 울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소리의 출처는 갓 망자가 된 영혼 한 명이요, 난동은 없으나 그를 맡은 저승사자는 제법 난처했다. 이승 기준으로 한 시간은 흘렀는데 이 망자는 도통 뚝 그칠 기색이 없다. 더군다나 난동만 안 부렸다 뿐이지 저승사자를 항거불능으로 만들었다. 사자의 사지를 부둥켜안아서. 한 시간
머리카락에서 손을 떼 바지 옆으로 내렸다. 바지는 새로이 빨았고 재킷은 몸에 제일 잘 맞는 것이다. 사흘 전 다듬은 머리카락은 슬슬 손에 익어 깔끔이 손질 가능했고, 피부도 여드름 하나 없이 말끔했다. 호열은 방 한가운데에 서서 거울 속 멋쟁이를 바라봤다. 또래 중에서, 아니 그 외의 나이대여도 첫인상에서 그를 싫다고 여길 이는 적으리라. 정말로, 호열
오늘도 너는 나의 꿈에 나타났다. 너는 나에게 웃어주고 나의 이름을 불렀다. 나는 네가 부르는 나의 이름을 들었고 너의 미소를 보았지만 나는 그림자처럼 너를 올려만 본다. 네가 다시 나의 이름을 부른다. 나는 입을 열려 애쓰지만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필사적으로 귀를 기울인들 오늘도 나는 너의 이름을 듣지 못했다. 눈을 뜨면 세상의 빛이
https://pnxl.me/mpep9k 여름방학이 끝난 뒤 당신은 교실로 돌아옵니다. 누덕누덕한 표지 속 손때 묻은 종이를 보며, 끝났되 끝나지 못한 이야기를 되뇝니다. 호열이와 호열 아저씨가 만난 다음 날, 다시 학교로 가니 호열이는 우리를 모르는 호열이가 됐다. 몇 시간이고 기다렸지만 그 애의 원맨쇼는 멈추지 않았다. 그 애는 결국 개학식에서
산타 할아버지,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백호군단 네 명을 다 보게 해주세요. 혼자만 떨어져 있으려니 아주 쓸쓸하기 짝이 없네요. 결단코 이런 소원을 빈 적은 전혀 없다. 그런데 왜 지금 그중 세 놈이 보일까. “백호 일어났다!” 백호의 눈이 뜨이자마자 시선이 마주친 용팔이 외쳤다. 뭔가 흔들거리는 바닥, 뭔가 차가운 바람, 뭔가 탁 트였으면서
새천년 맞이 달 여행 당첨자가 마지막으로 등장했습니다! 양호열! 이제 와서 팔겠다 하면 무리겠지. 세계에서 단 세 장뿐인 당첨권을 만지며 호열이 생각했다. 다른 손에는 오늘 자 조간신문이 들렸다. 일 면에 실린 커다란 제 얼굴. 무표정의 영역을 가까스로 벗어난 미소, 농작물을 소개하는 농부처럼 쑥 들이민 당첨권. 사진의 초점 자체도 호열보다는 네모
해동 중학교에는 양호열 후배님이 있습니다. 처음의 그는 친구입니다. 등교 첫날, 교실에 들어가 뒷자리에 앉은 그를 본다면 당첨. 운이 좋으시군요. 그와 같은 반이니. 그를 볼 수 있는 것도 행운입니다. 그는 자기가 원하는 대상에게만 얼굴을 비쳐요. 숫기 없는 아이, 활달한 아이, 말썽꾸러기, 잠꾸러기, 먹보, 음침한 아이. 뚜렷한 공통점은 없어 보이
언젠가의 기억. 너와 내가 처음으로 하나가 되어 싸운 날. 말로써 경고하거나 미숙한 충돌 없이 정말 한 몸처럼 움직인 날. 이 다음 너의 팔이 어디로 향할지 강렬하게 예지하고, 어떤 신호도 없이 나의 발이 디딜 위치를 알린 순간. 싸움 끝에 우리는 평행한 벽에 기대 숨을 골라냈지. 그때 너의 얼굴. 이 순간을 영원히 잊지 못 하리라 말하는 눈빛. 나
“형제분이신가요?” “아뇨.” 나는 이어질 설명을 기다렸지만 남자는 조용했다. 차를 홀짝이며 창밖을 구경하다가, 이내 나의 시선을 알아차리고는 희미하게 웃었다. “형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쯤의 관계는 된다고 생각해요.” 그를 찾는데 이 얘기가 필요한가요? 남자의 질문에 나는 아니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수첩에 적어둔 메모를 훑는 사이 남자가
양호열이 결혼 생각이 없다고 말하자, 강백호는 그 순간부터 양호열과의 결혼을 상상했다. 상상에 검은 속내가 있는 건 아녔다. 원래 상상은 고삐 풀린 망아지 아닌가. 코끼리를 떠올리지 말라 하면 코끼리를 떠올리고, 양호열이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하니 결혼하는 모습을 떠올린 것뿐이다. 다만 상대가 자신인 건 그게 품이 덜 들어서다. 양호열, 이 목석같은
태양이 뜨기 직전, 붉은 선이 하늘을 가로질렀다. 노구식은 오랜만의 귀성에도 얼굴을 채 피지 못했다. 이유는 다양하다. 귀성 직전까지 야근에 시달린 탓에 사회인의 고단함이 온 몸에 배기도 했고, 토요일 새벽에 도착했기에 아직 본격적으로 몸을 풀지 못한 탓도 있다. 친숙한 이부자리에 몸을 감싸 오후까지 휴식을 취하고 나면 분명 동태눈깔이 생태로 얼
일반인 친구를 텔레비전에서 만날 거라 상상해본 적 있나? 일어날 수 있으니 각오해라. 일반인 친구를 텔레비전에서, 그것도 이역만리 머나먼 타지의 기숙사, 어수선한 거실, 먼지가 치밀하게 낀 바닥 깔개에 앉아 반 시간 전 데운 팝콘을 우적거리며, 두 시간 전 다녀온 외출의 전리품을 비디오 녹화기에 넣은 뒤 먹구름 색 브라운관이 빨강 파랑 초록빛으로 물
백호 군단 앞으로 택배가 왔다. 발신지는 미국. 동봉된 엽서에는 ‘나 농구 과외 시작했다. 돈 생겼으니 늬들한테 미제 맛 좀 보여준다!’는 짤막한 통지가 적혀있었다. 그 말에 대견하다기보다는 어안이 벙벙해진 백호 군단은 상자를 뜯어 내용물을 풀어헤쳤다. 어떤 물건은 공평히 네 개씩 들어있었지만, 어떤 물건은 싸워서 쟁취하라는 듯 하나만 덜렁 보냈다
호열아! 우리 여행 가자. 가만히 있으려니 힘들어 죽겠다. 어디로 갈까. 한적한 곳에서 한숨 돌릴까? 애들 다 모아서 짐 챙기고 떠나자. 적당히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텐트 치고 야영이나 하자. 강에서 물고기 낚아서 구워 먹는 거야. 누가 제일가는 낚시왕인지 대결하자. 안 봐도 이 낚시 천재의 승리겠지만! 아, 내가 아무리 천재여도 용팔이 배를
양호열은 자신이 분실됐을 때를 기억한다. 새까만 바다, 몸을 채운 물, 차가운 세상, 그리고 이내 시야에 들어온 손. 아이의 손, 투박한 손, 커다란 손, 그를 붙잡았던 손을 기억한다. ≋ 해안 도로를 따라 작은 점이 이동했다. 저녁놀을 받아 긴 그림자가 붙은 점은 후덥지근한 공기를 날리려는 듯 시원스레 나아갔다. 점은 한참을 달리다 신호등의
로널드가 눈을 떴을 때, 실내는 지나치게 환했으며 공기는 후덥지근했다. 아, 진짜. 로널드가 속으로 탄식했다. 또 중간에 잠들었네. 밤까지 버텨야 하는데. 한숨이라도 쉬고 싶었으나 몸에 덕지덕지 들러붙은 통증이 방해했다. 조심히 손을 더듬거려 휴대폰을 찾았다. 손가락 아래에 그의 안부를 묻는 연락이 빼곡하다. 그가 입원했다는 소식은 빠르게 퍼져서 사흘
이곳은 신요코하마. 일본 요코하마 시 상단에 자리 잡은 작은 동네. 흡혈귀와 인간이 공생하는 이 시대에도 흡혈귀 사냥꾼은 남아있다. 대개 무지성으로 피를 찾는 하급 흡혈귀를 상대하지만, 때로는 봉사활동을 하거나 흡혈귀 관련 고민 상담을 해주고, 변태 흡혈귀를 개도한다거나, 흡혈귀를 변태로 각성시키기도 한다. 아무튼 간에 밤사이 일어나는 자질구레한 일은
“…면회 시간이 안 맞는다고?” 드라루크가 어리둥절히 되물었다. 히나이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괜스레 미안함을 내비쳤다. “응. 로널드가 입원한 병원이 낮에만 면회객을 받거든. 원래는 저녁도 받아줬지만 최근에 하급 흡혈귀가 그 주변에 늘어나서 낮으로 제한됐어.” 흐음― 그런가. 드라루크는 가볍게 숨을 뱉었다. 요란법석한 사고가 어젯밤 일. 어중이
페트병 하나가 데굴데굴 굴러떨어진다. 기울여진 땅 위에서 로널드는 기를 쓰고 중심을 잡았다. 가방은 떨어지지 않도록 몸에 묶다시피 맸다. 거친 바람이 얼른 꺼지라고 압박했다. 여름밤치고 싸늘한 한기 또한 그의 망설임을 야유했다. 분명 가방 안의 녀석도 그렇게 다그치고 싶겠지. 손을 더듬거려 다시 한번 가방을 확인했다. 필요한 건 다 챙겼다. 이제 해야
해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고 하지. 정말 그런지는 잘 모르겠고, 그냥 춥다. 뜨끈한 담배 연기를 마시며 로널드가 생각했다. 이렇게 담배를 찾은 것도 별일이다. 평소에는 거의 끊기 일보 직전의 상태고, 정말 긴장하거나 피곤할 때만 피우는데. 알게 모르게 피로가 쌓였나. 무탈한 며칠을 보낸 로널드가 스스로를 진단했다. 음, 역시 멀쩡한 상태서 피우니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