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니걸르셰찾기
*타타루나옴
“테미스, 오늘은 늦게 돌아올 것 같아요”
조금 떨어진 곳에 일이 있다며 아침 일찍 르셰는 숙소를 나섰다.
어딜 가는 걸까? 어디든 잘 지낼 사람이니 걱정은 없다며 책상 앞에 앉았다. 그런데 책상 위에 못 보던 편지봉투가 눈에 띄었다. 봉투를 살펴보니 보낸 곳의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골드소서?
오전의 올드 샬레이안은 한산했다. 평소에는 이렇게 한적한 시간에 르셰와 산책하곤 했지만, 오늘은 혼자다.
이렇게까지 밖에 나올 생각은 없었는데 골드소서가 무엇인지 궁금해져 오지카에게 물어보러 나왔지만, 자리를 비운 상태라 산책도 할 겸 발걸음이 닿는 데로 걷다 보니 광장까지 나왔다.
”어라 테미스 님 아닌가용?“
말을 걸어 돌아보니 르셰의 동료인 타타루였다.
"혼자 여기서 뭘 하시나용?”
“오늘은 르셰가 먼 곳에 일이 있다고 아침 일찍 나가서 혼자 산책하러 나왔어“
“르셰님은 한동안 멀리 나가신 적은 없으셨는데 의외네용?“
아, 타타루에게 물어봐 볼까?
“그런데 궁금한 점이 있는데 봐줄 수 있을까? 이 편지봉투에 있는 로고는 뭘 뜻하는 건지 알고 싶어서”
편지봉투를 받아 들자마자 타타루는 곧바로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여기는 골드소서! 에오르제아 최고의 오락장이에용!“
“오락장? 그런 곳에 모험가에게 일이 있다면...”
”도전을 좋아하는 모험가라면 골드소서를 즐길만하지용! 어라? 르셰님이 여기로 가신 건가용? “
”왠지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골드소서에 대한 개인적인 호기심이기도 해”
“계속 올드샬레이안에만 있었는데 골드소서에서 스트레스 해소하러 가신걸수도 있겠네용”
그렇구나 나 때문에 발이 묶여서... 티는 안냈지만 답답했을수도 있겠어
테미스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지자 르셰를 혼자 보내서 걱정하는 걸로 착각한 타타루는
”르셰님이 걱정되시나용? 마침, 오늘 골드 소서에 대박 상점 물품 상담하러 가는데 같이 가보시겠어용?“
타타루는 골드소서에서 보내준 비행선이 곧 올 거라고 했다. 올드샬레이안에서 울다하까지는 거리가 꽤 있었지만, 골드소서 vvip 전용 비행선이라며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도착했다.
이런 비행선은 처음 봐.
테미스는 내리자마자 어지러움 때문에 비틀거렸다. 타타루는 골드소서는 꽤 넓으니 길을 잃지 않게 잘 따라오라며 앞서 걸었다. 휘황찬란한 금색이 눈을 아프게 했고 멋진 양복을 입은 직원들과 머리에 토끼머리띠를 쓴 여자들이 인사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입고 있는 거지? 토끼머리띠 여자들의 의상은 몸에 걸친 게 거의 없고 배와 다리가 그대로 드러낸 모습에 의아했다, 르셰가 전에 잘 때 입었던 것과 다르지 않은 것 같아. 르셰는 이런 모습은 남들 앞에서 보여주기 부끄러운 일이라며 실수했다고 얼굴을 붉혔었다.
골드소서 로비에 서 있는 직원이 타타루를 알아보고 약속 장소를 말해주었다. 그러면서 타타루는 르셰가 어디에 있는지도 물어 보아주었지만, 그 직원은 그것까지는 모르는 듯 했다.
“아직 약속까지는 시간이 있어서 같이 르셰님을 찾아보도록 해용!”
“고마워”
.
.
.
“르셰님은 어디에 계신 걸까용”
한참을 돌아다닌 것 같은데 사람도 많고 부지가 넓어서 찾기 힘들었다.
“같이 다녀줘서 고마워 이제 약속 시간은 되지 않았어? 이제부터는 혼자서 돌아다녀 볼게 ”
“어쩔 수 없네용 길 잃지 않게 조심하시고, 비행장 앞에서 뵙기로 하죵!”
혼자 남은 테미스는 생각했다. 평소 같으면 의뢰라고 했을 텐데 일이 있다고 했어, 타타루 말대로 스트레스 해소하러 온 걸까? 아니면 말하기 곤란한 의뢰여서 일이라고 한 걸 수도 있어.
말하기 곤란한 건 뭘까... 곤란하다... 보여주기 힘든 것이다...부끄럽다...
테미스의 앞으로 아까 비행장 앞에서 본 토끼머리띠의 여자가 지나갔다. ‘이런 모습은 다른 사람 앞에서 부끄러운 모습’이라고 말하던 르셰가 떠올랐다.
설마 여기서 저 옷을 입고...읏...!
르셰의 모습을 상상한 테미스는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앓는 소리를 내버렸다.
토끼머리띠 여자들 사이에 르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슬쩍 보기 시작했는데 보면 볼수록 어지러워져서 이제는 직원이고 관광객들이고 다른사람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토끼머리띠 여자들만이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것만 같았다. 결국 힘이 빠져 근처 의자에 주저앉듯이 앉았는데 누군가 말을 걸었다.
“지쳐 보이시네요 한잔하시겠어요?”
이런 토끼머리띠의 여자다. 앞이 뿌옇게 흐려져 괜찮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머리를 부여잡았다. 진정하자 왜 이렇게 어지럽지, 비행선에서 내렸을 때보다 더 어지러워 갑자기 멀리 나와서 그런 걸 수도 있어 일단 타타루와 만나기로 한 장소에 가 있자 혹시 몸에 이상이 생긴 걸 수도 있으니까.
비행장 근처에 서 있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테미스!“
르셰의 목소리다. 돌아보니 타타루와 함께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르셰님은 제가 만나기로 한 분과 먼저 만나고 있었더라구용!"
"고드베르트님이 새로운 무기를 조율해 준다길래 받으러 온 거에요. 미안해요 자세한 사정을 말 안 해서 테미스가 걱정했다고 들었어요"
"아니야 네가 별일 없었으면 그걸로 됐어 여기 온 건 내가 멋대로 온 거고..."
"테미스 안색이 안 좋아요. 얼른 돌아가서 쉬어야겠어요" 르셰의 표정이 미안함으로 가득 찼다.
비행장으로 가니 왔을 때처럼 직원과 토끼머리띠 여자들이 다시 인사했다. 테미스는 르셰로 말도 안 되는 추측을 해버린 자신이 어이가 없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테미스?“ 르셰는 테미스가 바니걸을 보고 얼굴이 붉어진 모습을 보았다.
올드샬레이안으로 돌아오니 어느새 하늘은 어두워져 있었다. 돌아오자마자 아포리아 본부의 연구원들이 몸을 살펴봐 주었지만, 이상은 없는 것 같았고 도중에 르셰는 먼저 분관에 가 있겠다고 했다.
분관 숙소로 돌아와 문을 열었는데 르셰는 토끼머리띠 여자들과 같은 옷을 입고 서 있었다. 테미스는 그제야 자신이 왜 토끼머리띠 여자들을 보면 어지러웠는지 알았다. 르셰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볼까 봐 걱정되었던 것이다. 애초에 르셰는 그 옷을 입지 않았었던 데다, 지금 이 방엔 둘밖에 없으니까 아무렇지 않았다. 그런데
"왜 그 옷을 입고 있는 거야?"
르셰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테미스가 이 옷에 관심이 있는 것 같아서 그래서..."
"아니야 난 "
그 옷에 관심없어. 그냥 네가 걱정되어서. 걱정인가? 아니 사실 질투였는지도 모른다. 네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은 나만 보고 싶을지도 몰라. 테미스는 소리 내서 웃었다. 너와 있으면 다양한 감정을 깨달아서 즐거워.
테미스가 웃자, 르셰는 당황하며 조금 삐진 듯이 말했다.
"왜 그렇게 웃으세요, 저..저는 안 어울리나요!"
"아니, 내가 본 사람 중에 제일 잘 어울려, 그러니까 나만 보고 싶은데?”
“네? 그렇게 말하니까 부끄럽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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