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돌아갈 경로가 남아있지 않습니다
네비게이션이 시끄럽게 적막을 깨트렸다
"경로를 이탈했습니다 경로를 재검색합니다."
네비게이션의 안내음을 무시한채 악셀을 더욱 힘을 주어 밟았다 점점 속도가 올라가며 빠르게 돌아가는 사고회로 이제 다른 방향으로 꺾을 핸들도 고장났고 브레이크는 출발하기 전 망가진 걸 확인한 후 엑셀을 밟았다
"경로를 이탈했습니다 경로를 재검색합니다."
ㆍㆍㆍㆍㆍㆍ
"경로를 이탈했습니다 경로를 이탈했습니다"
듣자하니 이길이 맞나보네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거야 지금이라도 페달에서 발을 뺀다면 모르겠지만 생각과 다르게 속도판에 찍힌 숫자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더이상 찍히지 않는다
"경로를 이탈했습니다"
"경로를 이탈 nd;÷》○£○¥●■》2>"
"경로가 끊겼습니다 경로를 이탈했습니다"
"안내를 중지합니다"
헤드램프가 깜빡임을 멈췄다 빛이 잠시 사라졌다가 다시 생겨날 것이다 시동도 이곳으로 진입한 순간 꺼버렸다 이차는 이제 버려질테니 차키를 꽂은 상태로 차에서 내리자
"...."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시자 매연과 섞인 쾌쾌한 입자가 넘어들어온다 애써 나오는 기침을 참고 낮에도 꺼지지 않을 네온사인에 빛을 따라 걸어들어갔다
ㆍ더이상 돌아갈 경로가 남아있지 않습니다
비틀대는 사람들 사이에서 풍기는 담배냄새와 조율이 제대로 안된 악기들이 찌르는 불협화음은 눈을 정말이지 피곤하게 했다 어쩌다 내가 이곳까지 떨어졌나 하는 현타가 어느새 파도가 되어 그를 덮친다
눈을 감으며 다가오는 파도를 맞이한다 정말 파도에 떠내려가듯이 눈을 뜨고 나면 아예 모르는 곳으로 도착하길 바라며 천천히 긴장이 풀리는 몸에 힘을 풀고 그자리에 주저앉았다 바닥이 차다 이젠 이것도 일상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할려 했는데 그래야 맞다고 생각했는데 인생은 늘 생각과 반대로 돌아간다
"엄청 밝네...."
화려한 네온사인 테러에 감긴 눈이 찔려 자동으로 실눈을 떠서 그광경을 바라봤다 무슨 네온 사인이 저렇게까지 밝아
"네온 사인 새로한 건데 어때요? 가게랑 잘어울리나요?"
자신보다 체격이 작아보이는 남자가 자연스레 말을 붙이며 다가왔다 갈색모에 약간 펌을 한 스타일
"....말티즈"
"네?"
"아"
망했네 그냥 처음 본 사람한테 뭔 말을 한거냐 심지어 이곳에서 처음 본 사람한텐 할게 뭐냐 아 신광일 진짜 되는 일 하나 없다
"아아 취객아닌가?"
"저 안취했거든요."
"안 취했는데 왜 바닥에서 자 입돌아간다 그러다"
딱보니 자신보다 어려보이는데 따박따박 반말을 꺼내며 신경을 건들이고 있었다 그런데 굳은 표정과 작은 체구가 뿜어내는 아우라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뭐야 여기 사람 아니에요?"
"뭐요?"
"아닌가 보네 처음 본 얼굴이긴 한데 뉴페시구낭!"
갑자기 남자의 표정풀어지며 이내 다시 우리사이로 정적이 찾아왔다 그남자는 웃는 표정을 풀지 않으며 손에 든 캔맥주만 홀짝 거리고 있었다
"술 마셔요? 마실 나이?"
"못 마시는 편은 아니죠"
"그럼 하나해 서비스"
남자가 건낸 검은 봉다리는 겉으로는 수상쩍은 부분이 한두가지 아니었지만 내용물은 초코우유 딸기우유 캔맥주 캔커피가 전부였다
"뭐해요? 나 팔아파! 얼른 가져가"
"누구세요?"
"응?"
"누구신데 처음보는 사람한테"
나름 광일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신중이란 신중은 따 끌어모아 건낸 질문은 잘못된 게 없다 질문을 던진 상대가 잘못이었다
"푸핫"
"왜 웃어요;;"
예찬은 끝내 웃음을 참지 못하고 크게 풀어진 모습을 보이며 경박스럽게 웃기 시작했다 그러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옆자리를 꿰고 앉아 동석을 하게 만들었다
"알아서 뭐하게요?"
"네?"
"뭐에 쓸려고 여기 그런거 막 까고 그러는거 아니다"
어벙벙해진 정신상황에 꿈이길 바라는게 정말 최선인걸까 그가 볼에 갖다댄 캔맥주가 차가움으로 멍한 정신을 다시 붙잡았다
"뭐 초면엔 알필요는 없지 안그래요? "
"아 뭐 그렇죠...."
"여기는 왜 왔어? 그렇게 좋은 곳 아닌데"
광일이 어느새 캔맥주를 까서 입에 털어넣었다 시원한 액체가 식도를 타고 들어가며 탄산과 함께 정신을 깨우면서도 알콜이 천천히 그의 정신을 다시 헤집어놓았다
"알아요 그래서 온거예요"
"그래? 나랑 같네"
다시 찾아온 정적 이번엔 맥주를 홀짝이는 소리를 브금으로 적막을 채워본다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조심하세요 이곳은 어두운 곳이랍니다?"
어딘가 익숙한 낯선이에 입에서 흘러나오는 문장이 귀에 닿자 친근함에 몸이 더 녹는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상태라면 처음 본 남자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불어버릴거 같았다
"안어두운데요"
"하긴 이것도 옛말이다 여기 원래 진짜 어두웠어요"
"빛 하나 없어서 다들 손전등 들고 다녔다니까"
시끄럽고 정신 사납게 밝은 이곳 눈이 부신걸로 모자라 아린 느낌이 들었다 코도 어느새 피로가 누적되었는지 더이상 아무냄새도 맡을 수 없었다
"여기 앞 이가게가 제가 일하는 곳이에요"
예찬의 말을 따라 바닥으로 떨궈졌던 광일의 시선도
천천히 네온사인이 비추는 간판을 따라갔다
"ISLAND of Resurrection"
광일은 자신도 모르게 시선의 이동에 따라 간판에 있는 글자들이 소리내어 읽었다 웅웅거리던 목소리가 천천히 먹혀들어간다 몽상이 그를 덮어버렸딘
부활이라 이곳 동네 명칭과 안어울려도 너무 안어울리는 거 아닌가 그런데 여기는 바인가 술 파는 곳? 근데 캔맥주를 마셔? 물론 취향일수 있지만 우유들은 뭐지 그리고 .... 밴드 밴드바구나
Death By Hell 이곳의이름이다 정확한 명칭은 당연히 아니고 이곳 사는 사람들이 이렇게 부른다더라 데바헬 평범한 슬럼가는 아니고 어딘가 많은 상황이 꼬인 동네라고 들었다 경찰도 여기는 기피한다던데 정말인가
그나저나 지옥의 죽음이라 자신의 상황과 딱 들어맞는 곳에 왔네 원래는 이곳이 아니라 다른 동네에 갈 생각이었는데 네비가 안찍어주는 이유는 다 있었다
이미 지도앱에도 찍히지 않는 동네로 와버렸다는 거 정말 이렇게까지 밑바닥을 찍을줄 몰랐는데
"무슨 일 하다 왔어요? 뭐 사채라도 하나 썼어?"
"그런거 아니거든요;;"
"ㅋㅋ 뭐 아니면 말고"
혼란스럽고 갑갑한 느낌이 심장을 쎄게 옮아맸다 목소리 마저 턱하고 막히는 기분이 들어 손에 있는 맥주를 다시 목에 들이부었다 탄산이 따갑게 목을 치고나가 역효과를 일으켰지만 굳이 티내지 않았다
"난 보다시피 저기 작은 바 하나 운영하고 있죠"
"밴드바인가봐요"
"오오 눈썰미 좀 있네에 난 포지션 뭘거 같아요?"
"갑자기요?"
"보니까 밴드 관심 좀 있는거 같은데"
"으음...."
그렇게 갑자기 질문을 해도 대답하기엔 초면이라고요 광일이 이번엔 고개를 돌려 예찬을 마주봤다 예찬의 얼굴을 자세히 훑으며 머리를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좀 알거 같아요?"
"으음.... 건반?"
"땡"
"베이스?"
"땡!"
"보컬??"
"아 진짜 못맞추시네"
이제 남은 악기도 얼마 없지 않나 이제 밴드하면 남는 악기가 음 뭐있더라 아 하나 있지
"드럼"
"네?"
"은 아니고! 전혀 드럼 우리중에 없어"
"바이올린! 바이올린 키고 있어요"
"바이올린?"
"밴드에 무슨 바이올린이냐고 하겠지만 암튼 바이올린 하고 있어요"
놀란 눈을 하면서도 적의를 드러내진 않는 눈 그래 이런 눈 오랜만에 본다 얼마만이지 원상이 처음 데리고 올때 이후론 처음 보는 눈이다 이런 눈은 항상 귀여운데 말이지 요즘 상이나 엽이나 아주 형을 못잡아먹어가지고 말야!
녜찬이 자신도 모르게 빠진 공상으로 생긴 공백이 광일은 채울 생각이 없었다 그저 신나보이는 얼굴을 한 사람이 자신에게 계속 말을 거는게 놀랐을 뿐 그런데 초면이고 분명 불편할 상황인데 오히려 편했다 마음이 편했다 오래전부터 이런 상황이 펼쳐질 거라는 걸 알았다는듯이
'근데 그때 애들을 어떻게 꼬셨더라?? 아 이놈의 기억력'
광일은 오히려 이느낌이 불편했다 편한 이상황도 자신이 누려서는 안될거라고 생각했으며 계속이고 몰려오는 자학의 감정을 처내기엔 남아있는 힘이 없었다 일단 이곳을 벗어나자 감사인사하고
"맥주 감사했어요 저 이만 가보겠...."
"잠깐!"
예상치 못한 전개에 놀란 사람은 광일뿐만이 아니었다 예찬은 처음 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뭐 처음 본 사람인데 처음 본 표정이라는게 웃기긴 한데 다급하고 초조한 표정으로 자신을 잡는 모습에 몸이 돌이 된것 같았다 발이 떼지지 않았다
"이것도 인연인데 밴드 관심없어요?"
"밴드요?"
광일의 머릿속을 빠르게 탁 치고 지나간 하나의 생각
여기서 어떤 대답을 해야 맞는 걸까 여기서 더 밑으로 떨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사람에 손을 잡아도 될까 잡을 손이 없다면 무엇이라도 잡으라던 말
그 문장 하나로 사실 지금까지 버텨왔다
"어어 그게 지금 밴드에 드럼이 없거든여! 혹시 드럼 괜찮으세요?"
"드럼이라...."
보컬이 주전공이긴 하다만 아 물론 대학은 경영이 전공이다 아 이게 아니지 드럼 해본 적은 있다 아주 진득한 경험이 하나 있다 하나도 아니긴 한데
"저희 애가 드럼이 없어서 괴로워하더라고여! 그러니까 그 아 프로듀서 친구 하나 있는데 귀여운 동생 있거든여 근데 지금 저희가 드럼이 없어서"
"해 본적은 있어요"
"그래서 하실래요?"
간절히 부탁 받는 눈빛 누군가를 닮았다 기억에 저편에 묻어버린 그형을 닮았다 그렇게 닮은 얼굴은 아닌데 눈빛이 닮았다 그형도 프로듀싱을 했고 드럼을 칠 줄 아냐며 음악실에서 노래 부르던 자신을 불러세웠었지 그래서 그랬나 지금 대답이 이렇게 나온게
"네 한 번 해볼게요"
이미 던져진 주사위는 굴러갔고 자신에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더이상 돌아갈 경로는 남아 있지 않다
그렇다면 앞으로 갈일만이 남았다면 가야하는 거 아닐까 이대답에 후회를 할 순 없다 더이상 남아있을 기대 같은건 져버린 후다 후회 할 이유는 남지않았다
"신예찬이예요"
"신광일입니다"
"정식으로 스카웃하겠습니다 신광일군"
예찬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광일을 바라봤다 아직 혼란이 서린 얼굴을 보며 은은하게 얼굴에 미소를 띄었다 그리고 맞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걱정마 후회 없는 선택이 될테니까 약속할게 그렇게 말하는듯 한 얼굴이었다
광일은 그렇게 팀루시로 편입되었다 갑작스러운 새멤버의 부담을 느끼거나 어색해하는 끼 없이 자신을 맞아주는 사람들 때문에 역으로 광일이 낯을 가렸다
"어? 원상이형"
"웅? 누구야아? 새로운 얼굴인데에!"
"상아 형이 큰 건 하나 해냈다 드러머 데려왔어"
"징짜? 드럼치세요? 와아 잘부탁해여어"
원상이 광일에 두손을 잡고 힘을 주어 팔을 흔들어댔다 아무렇지 않게 남의 손 턱턱 잡는 거 보면 맞는거 같은데 아닌가 착각일까
"신입 이름이 신광일이라고?"
"넵 신광일입니다"
"잘부탁해 광일아 난 최상엽이야"
자신을 자연스레 맞아주는 사람들과 이분위기 얼마만에 느껴본 것이었을까 이곳이라면 자신의 모습 그대로 존재해도 괜찮을거 같았다 자신의 본모습을 보고도 도망가지 않을 거 같았다
그렇게 쏟아지는 환영인사 사이로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지어 보인 광일이었다
ㆍㆍㆍㆍ
"광일아 신광일! 일어나라 밥 먹어"
"으윽 네...."
"어제 늦게 잤어?"
"아 원상이형이 드럼 수정하자 해서"
"아이고 원상이한테 잡혔어? 그러게 탈출하지"
퍽 괘씸해서 힘없이 주먹을 날렸다
"아야 아 미안해 일어나 먹고 얼른 출근해야지"
이젠 이곳이 자신의 일상이다 여기가 돌아올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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