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봄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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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웠지만 하늘이 너무나 맑은 그날. 저마다 휴가며 바캉스며 왁자하게 들뜨는 황금 같은 성수기에서 조금 비껴난 그 8월 중순. 나는 내 일상을 지키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그러지 않으면, 시간이 모든 것을 치유한다는 그 말이 야속할 정도로 아프고 괴로웠기 때문이었다. 정수현을 내 인생에서 끊어내는 것이 꼭 장기라도 끊어
내 절교를 받아라 10. 내 절교를 받아라 下 ㅇㅇ고 얼짱 정수현이 ㅇㅇ여상 일진퀸 임진아에게 개털려서 온 날. 나는 언어영역 비문학 지문에 집중하고 있었다. [사회적 관계에 있어서 상호주의란 “행위자 갑이 을에게 베푼 바와 같이 을도 갑에게 똑같이 행하라.”라는 행위 준칙을 의미한다. 상호주의 원형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표
봄에 잠깐 시작했던 꽃집 알바가 학교행사랑 맞물려 버렸다. 단기로 주말에만 하기로 했던 알바가 장기 알바가 되고 있었다. 예술대학 쪽 행사는 물론이고 입시설명회와 세미나가 터지면서 내가 일하는 꽃집은 엄청난 대목을 맞이하고 있었다. 작은 꽃집이었지만 오랜 기간 동안 장사를 했던 터라 교직원이나 학생회 쪽에 단골을 많이 잡아두어서 꾸준히 바쁘긴 했다.
"저, 저기 괜찮아?!" 뭐 이런 찹쌀떡같이 생긴 애가 다 있어, 라고 생각했어. 그때 네가 물었지. 중간고산지 기말고산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시험이란 거에 목숨을 거는 애 치고는 되게 표정이 신기했어. 우리 교복 재킷, 하얗잖아. 근데 나는 네 얼굴이 더 하얗고 뽀얘서, 뭐 이런 찹쌀떡같이 생긴 애가 다 있지, 하고 생각했는데... "
최근에 자꾸 같은 꿈을 꾼다. 꿈속에서 나는 교복을 입고 있었고, 내 옆엔 자꾸만 정수현이 쫄레쫄레 붙어서 빵 셔틀, 우유 셔틀, 스타킹 셔틀 등을 시켰다. 악몽이었다. 그렇지만 늘 당했던 거라서 딱히 악몽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고 다만 그 시절의 꿈을 꾸는 게 너무 황당하고 이상해서 깰 때마다 기분이 묘해졌다. 꿈속에서 정수현은 자꾸만 나를 불러
"싫다고!" "어머." "만지지 마!" "왜애애-" 가슴 사수. 가슴 사수. 가슴을 사수하라. 결국 침대에서 내려왔다. 내 팔자에 정수현이 끼여서 제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는 걸 다시금 실감하며, 나는 베개를 툭 밑으로 던지며 씩씩거리며 내려왔다. 내가 요를 마저 깔고 진지하게 정수현을 째려보자 정수현은 팔자 눈썹을 하고 어
친구가 가슴을 만져요, 라는 문장을 치자마자 촤르륵- 뜨는 검색 결과들. 그런데 온통 있는 것이라곤... 남자친구가 가슴을 만져요, 남자친구가 키스할 때 가슴을 만져요, 남자친구가, 남자친구가... 남자친구가!!! ......아니 남자친구가.... 아니란 말이야. 다시 쳐야지. 나는 문장의 첫 부분에 커서
모니터 위에 아무렇지도 않게 켜져 있는 직사각형의 초록색 창. 네이놈 지식인.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궁금증을 커버해주는 천국 같은 그곳. 그리고 그곳에 내가 있다. 나는 오랜만에 컴퓨터 앞에 앉아 한참 동안 멍하니 초록색 검색창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몸을 바로 하고 숨을 한번 들이키고 키보드에 손가락을 얹었다. 깜빡거리는 커서처
지금 내가 4학년이니까 이 일은 휴학을 할 때인 약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때 나는 모든 알바를 관둘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내가 좋아했던 라이브 카페에서의 야간 공연 알바도 그만두었다. 학교를 다니면서 한 번도 알바를 하지 않았던 날이 없었던 내게 이건 정말 엄청난 선택이었다. 살기 위해 꾸역꾸역 몸부림치다가 덜컥 찾아온 슬럼프의 타이
한 달 전. 내 자취방은 오빠의 삼수 성공으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그동안 열심히 살았던 공로를 인정받은 셈이었다. 나는 삼수를 하는 데에 내 등록금보다 더 많은 돈을 쓰는 오빠를 위해 열심히 공부했고 알바를 뛰었다. 오빠가 돈을 쓰는 만큼 나는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부모님의 근심 어린 표정을 보며 느꼈다. 나는 열심히 '아껴'생활했다. 장학금을 받
"임신했다구, 나." "......" "입에 파리 들어가겠어어-" "미쳤어!?" 그러나 정수현은 여전히 빙긋 평소에도 자주 보여주는 포커페이스의 그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다. 입만 슬쩍 웃고 있다. 나는 그 짧은 찰나에 나와 눈이 마주친 정수현의 그 치켜뜨는 그 눈매가 나로선, 도대체 얘가 기쁜 건지, 슬픈 건지, 아픈 건지
그러니까 내가 궁금한 건 친구란 이름하에 우리가 하는 일련의 행동들이 과연 맞는 건가 하는 거야. 생각을 해봐. 제발 나는 네가 생각이란 걸 좀 해보길 바라. 그렇게 능청스럽게 있지 말고 생각을 좀 하란 말이야. 물론 네 인생에 진지한 순간이야 그 지긋지긋한 삼시 세끼마다 나를 어떻게든 골려 내서 네 식모로 만드는 때뿐이겠지만. 그래도 나이를 그렇게
나는 펫 4부 시동을 걸고 어깨와 뺨으로 휴대전화를 고정한 채 재빠르게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고 엑셀레이터를 밟았다. 일전에 급출발을 해 접촉사고를 냈던 큰딸 계집애에게 일장연설을 늘어놓으며 절대로 급출발을 하지 말라고 기를 죽여댔던 당사자인 자신이, 미친 사람처럼 엑셀레이터를 콱! 밟아버린 것이었다. 가죽 시트에 물이 흥
나는 펫 3부 "가정교육이 중요하지... 이래서 졸부들은 안돼. 돈이 넘쳐나면 뭘하니. 기본 교오양이란게 없는데." 세아가 보기엔 가정교육으로 치면 상대도 만만치 않았지만 참았다. 큰 딸 계집애가 중년 여성의 말을 듣자마자 경찰서에서처럼 눈이 뒤집혀 가르릉 거리기 일보직전으로 보이길래 세아는 재빨리 큰 딸 계집
나는 펫 2부 "힝...먹을 거 없어. 나띵! 나띵!" "먹을걸 왜 쇼파에서 찾아?! 냉장고 열어봐." "열 줄 몰라." "너 바보야? 냉장고 열 줄 모르는 애가 어딨어?" "아, 배고프다." "....야." "클윔스파게리~ 먹을래요." "그러든지." "
* 아주 예전에 썼던 글이라 맞춤법 오류와 큰 공백이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려요. 나는 펫 1부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딩동
죽어도 못 보내 라고 생각하는 순간 조금 슬퍼졌다. 나는 이미 죽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언니의 카톡프로필은 그 사이에 누군가와 맞잡은 손으로 바뀌어 있었다. 언니의 손등에 포개어져 있는 커다란 손. 남자는 손이 크고 어깨도 크고 배포도 큰 사람이라고 했다. 약지에 끼인 반지가 딱 언니의 취향이다. 심플하고 얇
* 아주 예전에 썼던 글이라 맞춤법 오류와 큰 공백이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려요. "그 아일..." 움찔, 분명히 들리는 소리에 소영은 위를 올려다 보았다. 어떤 특정한 방향에서 들리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러다가 문득, 제 머리 위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릴 리가 없다는 생각에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금 주차된 차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