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형에밀

댄스파트너

번역하면 동반자... 맞나요? 아마 그 뜻일 거에요.

  • 둘이 미국와서 동거하는 시점의 이야기…

  • 크리스마스 재즈 캐롤을 들으면서 보시면 아마 좋습니다.

“으아아앗! 벌써 시간이… 미안해요. 시형, 저 이만 가봐야…”

“에밀리, 목도리 해야죠. 어제 눈이 내렸잖아요.”

“아…”

시형은 허둥거리다 그대로 굳은 에밀리에게 다가가 조심스러운 손길로 목도리를 둘러주었다. 옅은 옥색의 털실로 짠 목도리는 시형이 틈틈이 손수 짠 것이었다. 뜨개질은 에밀리가 늦게 오는 날 고요한 집안을 채우기엔 딱 좋은 소일거리였다. 미국에서 같이 살게 된 지도 제법 시간이 지났다. 각자가 없는 시간을 에밀리는 연기 연습하며 보낼 수 있었지만, 시형은 아직도 에밀리가 없는 집안이 두려웠다. 걱정할까 봐 말하지 않았는데, 에밀리는 시형의 불안을 기민하게 알아차려 자신이 혼자 있지 않게 무리를 해버리곤 했다. 그러니 이렇게라도 자신이 고독을 잘 때운다고 알려주어야만 했다. 시형은 에밀리의 걸림돌은 되고 싶지 않았음으로. 

 부드러운 시형의 손길에 목도리의 매듭이 매어지며 자연스럽게 둘의 얼굴이 가까워지자 에밀리가 우물거리던 입술을 살며시 시형의 뺨에 꾹 눌렀다. 

“헤헤… 늘 고마워요. 시형.”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이 정도로는 아직 부족한데요.”

“네?”

아직 이런 농담에 익숙하지 않은 에밀리의 안경 너머의 눈동자가 동그래지는 틈을 타 시형이 에밀리의 입술에 키스했다. 움찔거리던 에밀리의 어깨도 점차 느릇한 숨을 내뱉으며 시형의 어리광을 받아들였다. 잠시 둘의 호흡이 섞이고, 정말 버스 시간이 늦어지기 직전 에밀리가 어색하게 웃으며 시형의 어깨를 밀어냈다. 

“더 하면 늦어버릴 테니까요.”

“… 네. 그렇죠.”

한 손으로 자기 뺨을 쓰다듬는 시형의 손을 에밀리가 어루만졌다. 그러나 이내 곧 에밀리는 시선을 내려 자기 가방을 들었다. 

“오늘은 되도록 빨리 올게요. 아, 그… 저번에 말했던 건 혹시… ”

“그건… 미안해요. 역시 조금 더 생각해볼게요.”

“왜 시형이 미안해해요. 그럴 필요 없어요.”

에밀리는 고개를 저으며 눈썹을 늘어트리곤 시형을 향해 웃어 보였으나 시형은 그녀의 얼굴을 표정 없이 잠시간 바라볼 뿐이었다.

“그럼 정말 다녀올게요.”

탁. 현관문이 닫히자 단숨에 시형의 세상은 고요해졌다. 거실의 소파에 앉으면 잿빛 먼지가 공중에 미약하게 흩날리며 창문으로 새어 나오는 햇빛에 반짝였다. 에밀리가 없는 공간은 시형에게 이토록 정적이었다. 오후 일이라도 잡아둘 걸 그랬나. 주말에는 에밀리와 집에서 느긋이 있고 싶어 부러 주중으로 잡아뒀던 청소부 일이었다. 이렇게 에밀리가 주말에도 극단 연습을 나가버리면 쓸모가 없었지만. 

‘그래도… 이번 공연은 에밀리에게 중요하니까…’

최근 유명한 브로드웨이 작의 뮤지컬을 맡게 된 에밀리는 요새 들어 쉬는 날 없이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다. 시형은 에밀리가 꿈에 매진하는 얼굴을 제대로 마주하기 힘들었다. 에밀리는 연습의 고단함에 피곤해하다가도 이런 과정이 좋다며 늘상 웃곤 했다. 그런 표정은 시형이 무슨 짓을 해도 끌어낼 수 없다. 이미 체념을 한 일에 패배감을 느끼는 과정은 왜 이리 겪어도 겪어도 욱신거리는지. 

“하아…”

에밀리의 배웅을 위해 일찍 일어났기에 약간 피곤했지만, 시형은 잠을 자고 싶진 않았다. 느릿하게 눈을 깜박거리다 벽에 걸린 달력에 시선이 머물렀다. 크리스마스에 쳐진 동그라미는 에밀리가 그려 놓은 것이다. 

에밀리는 바쁜 시기에도 늘 시형과의 기념일을 챙기는 사람이었다. 심야 공연 이후에도 자신을 위해 한걸음에 달려와 늦은 케이크에 불을 붙여 둘만의 파티를 즐겼던 날도 있었다. 그런 급하게 채무를 갚듯 챙기는 날에 에밀리는 시형에게 미안해했고 시형은 괜찮다는 말 대신 깊은 입맞춤으로 대답을 대신하곤 했었다. 시형의 욕심을 에밀리는 욕심이라 하지 않았다. 자신에겐 과분한 사랑이라고 느꼈을 뿐이다. 

그런데…

“이번 크리스마스는… 저와 함께 제 극단 사람들과 파티에 가지 않을래요?”

“크리스마스는… 원래 우리 둘끼리만 보내던 날이잖아요.”

천천히 한숨을 내쉬던 시형은 에밀리가 없어져 집안에 미약한 한기가 돌고 나서야 내내 마음에 담고 있던 불평을 중얼거릴 수 있었다. 아주 작은, 티끌 같은 섭섭함이었으나 시형은 그것마저 에밀리의 짐이 될까 무서워 차마 입에 올릴 수 없었다. 언제나 먼저 자기 손을 잡아주던 참, 다정하고 따듯한 사람이지만… 

“에밀리…”

나는 당신의 마음이 변한다는 전제조차도 두려워요. 끝끝내 타오르진 못할 감정을, 시형은 또 한 번 삼켜내고 말았다. 


후우- 한 장면 리허실이 끝난 후 에밀리가 크게 숨을 내쉬며 이마의 땀을 훔쳤다. 뮤지컬이란 장르에 도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어서 쉽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형태의 연기를 한다는 건 상당히 즐겁고 설레는 일이었다. 

“에밀리, 수고 많았어.”

“아, 감사합니다.”

“오늘은 어찌 저 깐깐한 감독이 쉽게 넘어가 주네? 이러다 제시간에 퇴근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아직 감독님 저기 계시는데… 동료의 말에 에밀리는 그저 겸연쩍게 웃기만 했다. 

“그러고 보니, 이번 파티에 에밀리는 올 거야? 저번에는 네 파트너도 데리고 온다면서.”

“아, 그건…”

그의 말에 에밀리가 표정을 흐리며 머뭇거렸다. 극단 투자처에서 열어준다는 크리스마스 파티. 작은 호텔의 홀을 하나 빌려 가벼운 음악을 곁들인 스텐딩 형식의 댄스파티라고 그랬나. 그리 엄숙한 분위기도 아니고, 마침 시형을 모두에게 소개하고 싶은 참이었으나…

“음, 죄송해요. 조금만 더 고민해볼게요.”

“그럼 그렇게 해. 아직 아직 신청할 수 있는 기간이 좀 남은 거 같더라고.”

에밀리는 씁쓸하게 웃었다. 파티에 가고 싶은 맘은 있었으나, 시형이 원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권할 수는 없었다. 시형이 미국에 따라와 준 뒤로 크리스마스는 꼭 시형과 단둘이 보내곤 했었다. 절대 그것에 불만이 있던 건 아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한 시간이다. 에밀리는 시형과 함께하는 모든 시간에 깊은 애정을 느꼈다. 하지만 에밀리는… 그래, 아주 조금, 걱정되었다. 자신의 이기적인 부탁 때문에 미국까지 와준 시형이 여기에서 찾은 의미가 오로지 에밀리 엔더슨이란 보잘것없고 초라한 사람에 한정될까 봐. 

 “그래도 난 에밀리 네가 좀 왔으면 좋겠다. 넌 회식도 잘 참석 안 하고, 끝나면 항상 집으로 가잖아.”

“아, 제가… 그, 그랬나요?”

“자각이 없었다니 더 충격이네. 말은 않지만 눈빛으로 얼마나 퇴근을 바랐는지 알아? 너 때문에 다들 NG 하나라도 낼까 덜덜 떨고 있었다고?”

“허, 허억…! 그, 그럴 의도는 결단코, 없, 없었…”

“참 내, 농담이야. 농담.”

또 한 번, 에밀리는 그의 말에 미묘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쉰 그녀를 보며 그가 가벼이 어깨를 떨며 웃었다. 참 좋은 동료들이다. 함께 좋은 공연을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서로 조언하며 웃을 수 있다. 그들의 연기를 보면 에밀리 또한 자신의 꿈에 더 가까이 가고 싶은 자극이 들었다. 회식에 참여하지 않는 건 그들을 싫어하거나, 어색하게 느끼기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을 친밀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시형을 소개해 주고 싶기도 했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함께 연기를 하고 있다고, 이렇게 사랑스러운 사람이 내 꿈을 지지하고 있다고. 성격에 맞지 않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시형이 낯가림이… 큰 건 아니지만…’

 시형은 이제 제법 영어를 잘하게 되었지만, 아직 이곳에서 개인적인 친분은 없는 듯싶었다. 직장 동료 얘기도 에밀리한테 잘 해주진 않는다. 가족은 어머니 한명 뿐이었나, 그 어머니하고도 사이가 소원한 것 같았다. 

‘시형은 나 하나만을 보고 미국까지 와 주었어… 그러니 이곳에서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어.’

인간관계를 늘리는 것이 시형의 행복이 될 수 있을지는 에밀리도 장담할 수 없었다. 자신의 극단 사람들이니 시형과는 안 맞을 수도 있었다. 이게 되려 자신의 주변 관계를 시형에게도 강조하는 꼴이 되면 어쩌지. 그런 망설임에 속이 울렁거리던 와중 에밀리는 시형의 얼굴을 떠올렸다. 자신을 배웅할 때 약간 쓸쓸하게 웃는 시형의 얼굴을. 

이기적인 욕심이라고 해도, 한 번쯤은…

“저, 저기… 그, 상담… 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네 번째. 에밀리가 왈츠를 추며 시형이의 발을 밟은 횟수다. 에밀리가 어쩔 줄 몰라 할 때마다 덤덤하게 괜찮다고만 하던 시형도 이쯤 되자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에밀리, 뮤지컬이라는 건 춤도 추지 않았던가요?” 

“네. 맞아요. 무대 위에서는 저 말고도 다른 배우와 함께 춤을 추니까, 동선 같은 것도 생각해야 하더라구요. 부딪치거나 하면 무대를 망칠 수 있으니까요.”

“… 연습은 잘하고 있나요?”

“그, 이, 이번 공연은 왈츠는 추지 않았고… 그리고…”

시형의 걱정 섞인 물음에 에밀리가 우왕좌왕 거리다 발을 그만 또 헛디뎠다. 넘어지려는 에밀리의 팔을 시형이 바로 잡아주자 에밀리의 푸른 눈동자가 멋쩍게 휘어지다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시형은 재촉하지 않고 천천히 에밀리의 걸음을 둥글게 유도했다. 본인도 왈츠 같은 건 처음이었지만, 조금 전 본 동영상 강의의 이해력은 에밀리보다는 시형의 에게 더 좋았던 모양이었다. 

“으음, 이렇게 시형과 어, 얼굴을 마주 보고 있으려니…좀, 부끄럽달까요….”

에밀리의 이어진 말을 듣자 이번엔 시형의 발걸음이 우뚝 멈추었다. 시형의 어깨와 손을 잡고 있던 에밀리의 발도 덩달아 멈춘다. 응시하는 회청색의 시선에 못 이겨 두 뺨을 물들인 에밀리가 시형의 얼굴을 다시 똑바로 마주했다. 서로의 팔이 자연스럽게 상대를 감싸 안고 가까워진 거리를 더 메우려 두 여자의 입술이 살포시 맞닿았다.

부드러운 감촉을 길게 느끼려 눈을 감은 에밀리의 눈가가 파르르 떨린 것은 시형의 고개가 더 가까이 밀어붙여질 때였다. 발끝이 조금 뒤로 밀릴지언정 에밀리가 시형에게서 떨어지는 법은 없었다. 잠시 후에 아까보다 발개진 뺨을 한두 여자가 다시 시선을 마주했다. 에밀리가 멋쩍게 입꼬리를 올리자 시형이 말없이 고개를 내려 에밀리의 가슴 부근에 귀를 대었다. 둥둥둥… 왈츠를 추는 것 치곤 조금 빠른 박자감이다. 시형은 그것이 기꺼워 천천히 한숨을 내뱉었다. 

“어…시, 시형 힘드시면 이만 쉴까요?”

“… 아니에요. 힘들진 않아요. 연습… 해야 하잖아요.”

마지막 공연 기념 커튼콜에서 춘다고 그랬나. 그렇다면 당일날 에밀리의 손을 잡고 춤을 추는 것은 본인이 아닌 또 다른 사람일 것이다. 시형은 다시 한번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가 천천히 내뱉었다. 아까 전의 편안함을 독식하고 있다는 안심이 아닌, 그걸 뺏길 수 있다는 불안감이 올라오는 뜻의 한숨이었다. 그럴 일은 자신의 터무니없는 망상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시형은 종종 에밀리의 ‘일’에 대해서 이렇게 유치하고 찐득한 감정이 들곤 했다. 

연기는 에밀리 엔더슨의 첫 번째이다. 꿈이자 희망. 시형은 가져본 적 없는 반짝이는 무언가. 그리고 시형은 그것을 지지해줄 의무와 권리가 있었다. 맹시형에게 반짝이는 건 이제 에밀리 엔더슨 그녀 하나뿐이었으니까. 

‘가끔 너무 눈이 부신 것만 빼면…’

전부 버틸 수 있었다. 에밀리가 돌아올 집은 여기 한 곳뿐이니. 

다시 음악을 틀자 아까보다는 조금 더 명확하게 두 여자가 자세를 잡았다. 어깨와 허리를 잡고 그저 빙글빙글 돌 뿐임에도 서로 시선이 마주하니 역시 입가가 절로 올라가 버리고 만다. 에밀리도 시형도 무도회라는 걸 겪어본 적은 없었지만, 단둘이서 박자와 분위기에 맞춰 선율이 흘러가는 순간을 공유하는 감각은 확실히 특별했다. 

“이번 제 마지막 공연에 와주실 거죠?”

에밀리가 고개를 시형의 귓가로 가까이 움직이며 작게 속닥거렸다. 그녀가 연기자라 그런 걸까. 톤을 약간 다르게 한목소리와 들뜬 표정이 이곳을 뉴욕의 한 좁은 아파트의 거실이 아니라 진짜 무도회장으로 만들어 준다. 에밀리가 부리는 마법에 시형은 언제나 넘어갈 수밖에 없다.

“그럼요. 당신만을 위한 꽃다발을 들고 찾아갈게요.”

덩달아 에밀리의 목덜미에 입술을 대곤 시형이 속살거리자 에밀리의 어깨가 움찔거리며 경직되었다. 발이 꼬이려던 걸 시형이 거들어 다행히 넘어지진 않았지만. 허둥거리다 멋쩍게 웃어버리고 마는 에밀리의 얼굴을 보자 시형은 참던 것을 멈추고 결국 입술을 그녀의 쇄골에 묻고는 그대로 깊게 빨아올렸다. 원 투- 쓰리, 앤 포. 영상의 박자감을 알리는 목소리에도 두 여인의 발걸음은 밀회를 위해 멈출 수밖에 없었다. 먼 옛날의 어느 날에서부터 쭉 그랬듯이. 


시형은 극장으로 가는 발걸음을 서둘렀다. 예약했다고 안심했는데, 오늘이 크리스마스이브라는 걸 그만 간과하고만 탓에 꽃집에서 너무 시간을 지체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직장에서 크리스마스에 선뜻 휴일을 준 것이 시형은 신기했다. 한국에서야 명절이 며칠이 되든 그녀는 일했으니까. 딱히 청소부라는 직업의 특수성도 휴일에 일거리를 주는 직장의 업무 강도 탓도 아니었다. 시형 본인이 그렇게 했었다. 돌아갈 본가를 자기 손으로 지워버린 사람에게 휴일이란 그저 긴 시간의 공백을 견뎌야 하는 형벌이었다. 

그랬던 자신이, 이제 다른 누군가처럼 명절을 기념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내기 위해. 시형은 새삼 감사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신도 무엇도 믿지는 않았지만… 이건 분명 기적이기는 했으니까. 감사해하지 않으면 어딘가로 날아가 버릴 것 같은 행복이었기에. 시형은 체념에 익숙한 인간이었으나, 두 번 다시는 에밀리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약속하지 않았던가. 서로의 이기심을 이해하고, 다시는 서로를 놓지 않기로. 

그러니까 태연한 척을 해야 해. 

에밀리가 고국을 떠나온 자신을 걱정하는 걸 안다. 자신을 믿고 힘든 점을 먼저 털어놔 주기를 바라는 것 또한. 시형은 본질적으로 인간관계가 넓지 않은 사람이었다. 에밀리와 사귀기 전에 자신이 어떤 인간이었는지 알면 그녀는 기겁할까. 실망할까… 혹은 

‘동정이라도…받을 수 있다면.’ 

하지만 시형은 안다. 아마 에밀리는 슬퍼할 것이다. 말없이 자신을 안아주며 다시는 그런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해주겠다고 다짐하고, 또 맹세해 주겠지.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에밀리의 공연 또한 그런 내용이었다. 가까운 관계를 만들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에게 거부당하고 밀어내져도 기어이 다가가 소통하며 서로 연결되는 이야기. 조금 새로운 게 있다면 인간관계를 깊게 맺지 않으려 하는 사람은 겉보기에는 밝고 사교적으로 보여지는 인물이고, 반대로 그런 사람에게 어떻게든 다가가려 노력하는 사람은 음침하고 소심한 인물이었다는 점이었을까.

에밀리는 두 주인공 중에서 소심한 쪽의 유일한 친구 역을 맡았다. 자신과 정반대 유형의 사람에게 다가가고 싶은데 망설이는 주인공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역할이었다. 기어이 관계를 거부해서 주인공이 상처받자 그 상대에게 직접 찾아가 큰 소리를 내는 참견쟁이면서 든든한 내 편의 모습도 보여주고 있었다. 연말 시즌의 공연답게 따뜻한 내용이었다. 에밀리의 연기력이 나날이 늘어가는 것 또한 확연히 보였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커튼콜에서… 춘다고 했던 것 같은데?’

연극이 다 끝났음에도 둘이서 그렇게 연습했던 왈츠는 추지 않았다. 다른 것이 있다면 커튼콜 하는 내내 에밀리가 시형과 눈을 안 마주치려고 했다는 게 다 티가 났다는 것뿐이었다. 어쩐지 연습하던 내내 뭔가 숨기고 있는 것으로 보이더니. 작게 한숨을 내쉰 시형이 꽃다발을 들고 무대 뒤로 향했다. 거짓말을 못 하는 애인에게 속아 넘어간 자신의 탓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죄, 죄송해요. 시형!”

예상했던 대로 에밀리는 대기실에서 자신을 보자마자 냅다 두 손을 잡고 연신 사과했다. 큰일이 아니면 추궁조차 하지 않으려 했던 시형의 청회색의 눈동자 슬쩍 옆으로 굴러가다 다시 에밀리를 바라보았다. 

“음, 어떤 점이 미안하시다는 건가요?”

“그…시, 시형을 속여서…”

“춤 연습의 이유가 따로 있다는 말이죠?”

시형은 들고 있던 꽃다발을 에밀리에게 건넸다. “어쨌든, 일단 공연 무사히 마친 것을 축하해요.” 은은한 장미 향이 코끝을 넘어 자신의 마음속 양심까지 콕콕 찌르는 기분이었다. 에밀리의 파란 눈동자가 시형을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하고 꽃다발과 바닥을 왔다 갔다 했다. 시형은 그저 가만히 기다렸다. 에밀리는 본래 거짓말이 서툰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연기자를 꿈꾼다는 건 연기를 거짓말이 아니라 사람을 즐겁게 하는 예술의 일종으로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그런 에밀리를 믿으니까, 그리고 

“저는 시형을 상처입히는 거짓말을 절대로 하지 않을 거예요.”

언젠가 에밀리가 본인의 입술로 직접 말해줬던 다짐을 기억하기에. 시형은 인내심은 길어질 수 있었다. 사람 간의 관계를 믿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제게 큰일인지 에밀리는 알고 있을까. 

“그, 사실 시형의 허락을 먼저 맡았어야 맞는 건데…”

내내 우물거리던 에밀리의 입술이 드디어 열렸다. 풀숲 속에서 벌레가 굴러가는 듯한 음량의 목소리에 시형은 에밀리의 입술을 더 잘 보기 위해 고개를 움직였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에밀리는 갑자기 훅 끼쳐오는 시형의 냄새에 흠칫 놀라 고개를 든다. 달싹거리는 입술이 거의 붙을만한 거리에 에밀리는 깜짝 놀라 얼른 제 입을 두 손으로 막아냈다. 새빨개진 그녀의 얼굴은 아직도 귀엽고 또 순수해 보였다. 함께 보낸 시간이 제법 되었음에도 에밀리는 여전히 시형이 주는 모든 감각에 이리도 예민해지곤 했다. 

에밀리는 걸음을 한발짝 뒤로 옮겨 고개를 들었다. 떨리는 제 심장을 움켜잡을 수 없으니 두 손을 가슴 중앙에 모아 쥐곤, 

“시, 시형!”

그렇게 이름을 부르고 연이어 심호흡했다. 문득 고등학교 졸업 파티가 떠올라 버리고 마는 건 어째서일까. 파트너를 구하러 다니던 당시 또래들의 심정이 이런 것이었나. 그때의 에밀리는 이미 첫사랑을 실연당한 터라 파티에도 가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 아니, 달라진 건 어쩌면 상대뿐일지도 몰랐다. 무슨 일이 있어도 파티장에서 함께 춤을 추고 싶은 사람. 아마 에밀리는 지금 그때로 되돌아간다면, 그리고 시형이 자신의 눈앞에 있다면. 그곳에 있는 에밀리도 같은 말을 하려 몇 번이고 식은땀을 흘리며 쿵쾅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했으리라. 

“저, 저랑… 대, 댄스파티에 가, 가지 않을래요?!”

“… 댄스파티라면, 저번에 말씀하셨던…”

“파, 파트너가 필요해요!”

시형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에밀리가 먼저 소리친다. 늘 시형의 말을 경청하던 에밀리치곤 조금 고집 있는 모습이었다. 헉! 하며 바로 자신의 두 입을 막곤 눈썹을 늘어트리며 시형을 보는 모습은 여전히 에밀리였지만. 

“죄, 죄송해요… 목소리, 너무 컸나요?”

“음, 괜찮아요. 그렇게 크지 않았어요. 그것보다, 그 파티는 분명 크리스마스에 열리는 게 아니었나요?”

“… 죄송해요. 오늘이었어요.”

“그리고 제가 생각을 좀 해보겠다고 했는데…”

“지, 지금 해주시면 되죠!”

시형의 두 손을 얼른 맞잡은 에밀리의 두 손을 미약하게 떨리고 있었다. 후하, 후하. 몇 번 더 심호흡하던 에밀리가 눈을 한번 감았다가 떴다. 시형을 바라보는 안경 너머의 눈동자가 곧고 진지했다. 

“저, 모두에게 시형을 소개해주고 싶어요. 이 사람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모두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그러니까…… 부탁드려요. 제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안 될까요?”

이 사람은 왜 이렇게 간절한 걸까. 조금만 간사함을 알아도 에밀리는 시형이 자신의 말이면 뭐든 들어줄 사람이라는 걸 알았을 텐데. 오히려 그렇게 의지하고 의존해서 나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고 해도 시형은 기꺼이 그렇게 했을 텐데. 하지만 에밀리는 시형에게 부탁하고 있었다. 시형은 이런 에밀리의 따뜻한 방식이 언제나 낯설곤 했다. 가슴 속에서 피어오르는 이 온기를, 오롯이 마음 놓고 사랑해도 된다는 사실이 아직도 거짓말 같을 때. 에밀리는 그때마다 또 상기시켜주곤 했다. 믿어도 된다고. 믿어달라고. 

“… 제가 어떻게 에밀리 부탁을 거절하겠어요.”

“그럼!”

“춤 연습까지 한 게 아깝기도 하잖아요.”

“아! 고마워요, 시형!”

에밀리가 감격에 차선 시형을 와락 껴안았다. 찬 겨울 밤바람의 장미 향이 묻은 에밀리의 옷이 그대로 시형의 코트에 비벼졌다. 향기와 사랑이 옮는 과정은 혹시 비슷한 걸까. 그러면 좋을 거라고 시형은 생각했다. 자신에게는 언제나 에밀리의 향이 났으면 좋겠으니까. 


파티장에선 은은하게 재즈로 연주하는 캐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호텔을 빌려서 한다길래 옷차림 같은 걸 신경 써야 하고 시형이 걱정했던 것 치고는 편안한 분위기였다. 

“빌린다고 해도… 작은 호텔 내의 바를 빌린 것뿐이니까요.”

그렇게 말한 것 치곤 에밀리도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지금 에밀리가 느끼는 긴장이나 설렘은 무대 위에 설 때와 비슷한 것일까, 아니면 다른 종류일까. 시형은 문득 궁금해졌으나, 에밀리가 자기 손을 가만히 맞잡는 것에 아무것도 묻지 않기로 했다. 

“아! 드디어 왔네!”

“아, 아 안녕하세요! 극단주님!”

“어서 오게. 에밀리. 이쪽은 내 아내인 살롯.”

허둥거리며 에밀리가 푸근한 인상의 남자에게 인사하자 시형도 얼떨결에 덩달아 허리를 숙였다. 

“이야~ 다들 에밀리가 온다고 해서 신기해하지 뭐야? 분명히 주연은 나였는데 말이지.”

무대 위에서 봤던 남자였다. 아마…주연 배우였지. 

“크리스, 손님 앞에서 허세는 그쯤 해둬요. 마지막까지 올 수 있을지 모른다 어쩐다고 하더니 결국 오셨네요? 드디어 에밀리가 취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건가요?”

이 여자도 무대 위에 있었던 사람이다. 연기할 때는 그렇게 소심한 모습이었는데, 확실히 무대 위와 뒤의 모습이 다른 건가. 

“아 술은…”

“에밀리, 술은 못해요.”

시형이 입을 열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각자 웃고 떠드는 걸 우뚝 멈추더니 시형에게로 시선을 고정했다. 잠시 제가 오는 주목의 이유를 짐작하지 못하던 시형이 눈을 깜박이다 덧붙였다. 

“… 술버릇이 좀, 그래서.”

“오? 역시 에밀리에 대해서 잘 아시는구나?”

“그럼 당신이 소문으로만 듣던 그 시형?”

“매일 에밀리한테 얘기 잘 듣고 있어요!”

“한국인이라 그랬나요? 나 거기 가본 적 있는데!”

아까보다 더한 관심이 몰려오는 것에 시형은 적잖이 당황해선 머뭇거렸다. 

“저, 저기 여러분…! 모두…!”

“자자, 다들 예의 없게 구는 건 그만하고.”

에밀리가 막아 보려고 했지만, 한동안 왁자지껄하게 시형에게 모여드는 관심은 계속됐다. 시형은 곤란하긴 했지만, 이상하게도 나쁘게만 느껴지진 않았다. 에밀리가 그렇게 말하던 파트너, 라는 말이 귓가에서 계속 맴돌고 있기 때문일까. 사태는 극단주라 불렀던 사람이 가볍게 손뼉을 치자 겨우 진정되었다. 웃는 낯과 눈빛에 담긴 호의와 호기심은 그대로였지만.

“에밀리, 괜찮으면 옆의 분을 모두에게 소개해주지 그래.”

“어… 그,”

에밀리는 고개를 숙여 바닥을 보았다. 자신의 부츠 코 옆에 시형의 구두코가 나란히 붙어 있는 걸 보곤 새삼스레 빙그레 미소가 지어졌다. 맞잡은 손을 더욱더 강하게 쥔다. 에밀리가 고개를 들어 옆의 시형과 눈을 마주쳤다. 약간 커진 두 회청색의 눈동자. 두 뺨에 발그레해진 이유는 조금 전까지 추운 바깥에 있었기 때문일까. 에밀리는 지금 시형의 모습이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에밀리는 이날을 많이 기다려 왔었다. 

“여기는… 맹시형이라고 해요. 저의…”

모두에게 당당히 

“제 하나밖에 없는 파트너예요.”

라고 말할 수 있는 날만을. 

드레스가 아닌 평상복을 입고 추는 왈츠는 특이한 걸까. 하지만 그런 이상한 짓을 함께 할 때 특별한 경험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연인의 또 특권이겠지. 물론 에밀리는 연인이 있던 경험이 두 번 밖에 되지 않았고 그 두 번의 경력 모두 시형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아니지… 좀 의미가 다르네요.’

시형이기에 두 번의 연애 모두를 하고 싶었다. 서로를 믿고, 의지하고, 몸을 맞댔을 때 가장 위로가 되는 온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 에밀리는 시형을 봤을 때 그런 느낌이 들었고 시형도 자신을 그렇게 생각해 주었으면 했다. 그리움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마음속 수면 속에서 잔잔히 떠오르는 인영이 서로의 모습이길. 그 간절함을 한번은 거절당했었고, 아픔을 견뎌내려 에밀리는 연기에 더욱 매진했지만… 결국 욕심을 버리지 못해 시형에게 제 이기심을 이해해 달라며 간청했었다. 

‘어쩌면 오늘의 일도 죄책감을 가리고 싶어 벌인 일인지도 모르지만…’

“에밀리?”

은은하게 낮춰놓은 조명 아래의 에밀리의 낯빛이 어두워지자 시형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정신을 차린 에밀리가 발을 헛디뎌 비틀거리는 걸 다시 잡아주다 고개를 살짝 기울여 에밀리를 가만히 바라본다. 시형은 늘 말을 많이 하진 않았다. 언제나 에밀리가 먼저 말해주길 기다릴 뿐이다. 에밀리는 시형의 그 고요함에 안식을 많이 빚지고 있었다. 언제나 자신이 돌아올 곳은 여기, 이 옅은 안개가 자북히 낀 숲속 뿐이라고. 말로, 행동으로, 눈빛으로, 몸짓으로. 늘 표현해도 부족한 것 같은 이 마음을 시형은 알까. 알아주지 않아도 에밀리는 괜찮았다. 하지만 

“저… 시형, 오늘 어떠셨나요?”

“으음… 모두 친절했네요. 아직 저에게 궁금한 게 많은 것 같은데 참고 있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았고.”

“제가 시형은 아직 뉴욕에 적응 중이라 했거든요. 그래도 다들 시형의 얼굴쯤은 알고 있었을 거예요. 시형은 늘 제 공연을 보러 와주셨잖아요.”

“에밀리의 공연인데 당연하죠.”

“그게 늘 고마워요. 시형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저는 늘 자신이 생기거든요. 내 연기를 가장 보여주고 싶은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연기를 하자…라고.”

에밀리가 부드럽게 시형을 리드해 한 바퀴 돌린다. 시형의 안색을 살피기 위해서이기도 했고, 자신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했다. 다시 마주친 시형의 평온한 얼굴은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 그것이 좋은 뜻인지, 어떤지 에밀리는 아직 짐작하지 못했다. 그녀는 그 누구에게도 오만하게 자신의 잣대를 들이밀진 않았지만, 그런데도 연인인 시형에 대해서는 조금이라도 더 파악하고 싶어 했다. 

“저는 늘 무대 위에서 이렇게 빙글빙글 돌겠죠. 그것이 제 가장 큰 행복이고, 설사 그 무대에 서는 것이 괴로울지라도 저는 기꺼이 그 위에서 죽는 것을 택할 정도로 이 일을 사랑하지만…”

그렇기에 에밀리는 입술을 연다. 이 한발짝에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건 시형은 알지 못해도 괜찮았다. 알아줬으면 하는 건 단 한 가지. 

“제가 무대에서 내려왔을 때 맨 첫 번째로 받고 싶은 꽃다발은 시형이 주는 것뿐이에요.”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뿐. 

“앞으로도 쭉… 저의 파트너로 있어 주시겠어요?”

음악이 끝나는 것보다 에밀리가 서서히 발걸음을 멈추는 것이 미세하게 앞섰다. 꾹 다문 입술에 안경 너머의 새파란 눈동자가 작게 흔들렸다. 그러나 시선은 똑바로 시형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혼자 오는 건 좀 내키지 않아서… 이런 곳에, 좀 더… 그, 시형을 데리고 오고 싶은데…”

에밀리는 꽉 쥐고 있었던 손바닥을 펴 제 바지에 마구 문질렀다. 또 자신의 욕심을 밀어붙이는 건 아닐까. 자신만의 행복을 여기, 내가 있는 미국에서 찾아줬으면 한다는 뜻이 혹여나 나를 떠나가도 된다는 뜻으로 비치면 어쩌지? 말과 행동으로 다른 사람을 표현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면서, 자신의 마음과 생각은 어찌도 이리 왜곡될까 봐 전전긍긍하게 되는지. 에밀리를 시형의 잠시간 침묵을 깨고 얼른 시형이 거절해도 되는 변명을 깔고 싶은 걸 참아냈다. 그 어느 옛날, 신이 주는 고행을 다 받아내려 태어났던 신의 아들처럼. 

“저로도 괜찮은 건가요?”

그리고 시형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잠시 대답이 왜 질문으로 돌아왔는지 이해를 못 하던 에밀리가 활짝 웃으며 시형의 손을 힘주어 맞잡는다.

“시형이라서 괜찮은 거예요.”

알면서 그래요. 작은 푸념이 들어간 애정이 말게 부서지는 웃음소리와 함께 녹아들었다. 눈송이가 손바닥에 닿아서 아름다운 결정을 무너뜨리듯이 그렇게. 어떻게 다 받아낼 수 있을까. 어떻게… 다 건네주어야 할까. 목이 메는 감각이 시형은 두려웠다. 에밀리는 시형을 늘 무섭게 한다. 이 기적을, 행복을 다 줘놓고 또다시 제 앞에서 사라질까 봐. 어리석은 자신이 또 이 두려움을 견디지 못해 먼저 그녀를 밀어내게 될까 봐. 

그럴 일은 없으리라는 걸 이제는 깨달아야 했다. 혹은 오늘만이라도 성탄절의 기적을 믿은 셈 치는 수밖에는 없나. 에밀리는 시형의 울음 섞인 대답을 다 알아듣지는 못했으나 그 뜻을 이해했다. 전부는 아닐지라도, 겹쳐지는 곳을 잡고 추는 것이 댄스 아니던가. 

음악이 다시 창밖에서 내리는 눈처럼 시작되었다. 에밀리는 다시 시형의 손을 잡아 제 어깨 위에 올려놓았다. 연습한 본보기를 보여주자고요! 에밀리의 말에 시형은 웃음을 띠었다. 파트너의 소망엔 파트너밖에 보답할 수 없었음으로. 

카테고리
#오리지널
페어
#GL

해당 포스트는 댓글이 허용되어 있지 않아요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