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연가_#008

: 축제 속 인연(4)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축제를 보내셔야 할 텐데 시간도 그렇고 기분만 나빠지셨겠네요.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환자가 보이는데 어떻게 놀 수 있겠어요. 일부로라도 외면하면 아른거려서 못 놀아요. 다만 이 상처…약을 드시고 소독 받고 쉬셔야 할 텐데 약은 있으신가요?"

 

축제를 즐길 생각은 없었지만, 감사 인사를 하면서 다시 사과를 해오는 상대방의 태도에 시타라는 거짓말을 붙여가면서 괜찮다고 했다.

 

"약은 그…의사분들이 다른 의사들에게 따로 전달 해줬던 게 남았습니다. 혹시 시간이 되시면…아니면 지낼 곳이 없으시다면 저희가 머무는 곳에 모실 수 있을까요?"

"이 친구 집이 숙박업을 하고 있는데 머무실 곳이 없다면 모시고 싶습니다."

"내일…친구의 상처에 대해서도 듣고 싶기도 하고요."

 

치료를 할 수 있는 만큼 완전히 끝내고 짐을 다시 정리하며 시타라가 이그니에게 의중을 묻기 위해 돌아보자 이그니는 아직 의견을 말하기 힘든지, 여전히 눈을 가린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어쩔까 싶던 시타라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팔을 한번 툭 건드리고 답이 없는 이그니를 향해 시타라가 말을 걸었다.

 

"아샤."

 

누구를 부르는지 명백하게 티가 나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이그니가 시타라 쪽으로 고갤 돌리자 시타라는 치료를 위해 앉느라 주름졌을 외투를 털어내며 물어봤다.

 

"왜 그래? 몸이 안 좋아?"

"아니…좀 거북해져서. 속을 좀 달래느라."

 

손을 완전히 내려놓지 못 하다가 정신을 억지로라도 차리려는 듯 몇 번 세차게 고갤 저은 이그니가 시타라에게 자신을 부른 이유를 묻자 시타라와 이그니가 못 들었을 내용을 전달하고 서로 몇 번 의견을 나눴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그 둘의 논의가 끝나길 바라며 애타게 긍정적인 답을 기다리던 병사들 쪽으로 몸을 돌리고 끄덕였다.

 

"그럼 기회도 기회고…그쪽으로 가겠습니다. 필요한 것 좀 준비하고 장소를 알려주신다면 그쪽에서 묵도록 하겠습니다."

 

묵게 될 여관의 상세한 위치를 전달받은 시타라와 이그니가 병사들과 짧은 인사를 나누고 짐을 챙겨 다시 축제가 한창인 길목으로 자릴 옮겨 시장 쪽으로 이동했다.

 

맘에 들었는지 공용으로 꽃 절임 추가분과 여행하면서 먹게 될 보존식품을 사고, 대륙의 지도와 세부지도를 구매하고, 시타라는 조금 길게 잘린 천 조각과 같이 쓸 의료물품 몇 개 그리고 소분 되어있는 약초와 설명서를, 이그니는 헝겊으로 쓸 천과 외투를 고르고 다른 무기를 살펴보며 앞으로의 여행에 쓸 변명과 거짓말을 위한 대비인지 색이 있는 물약(일반 기침약 같은 약이었다)과 병도 몇 개 구매했다.

 

가지각색의, 생각보다 많이 필요했던 필요한 물품을 얼추 구매를 끝냈는지 사람들이 모여있는 시장가를 빠져나와 아샤가 남겼던 쪽지의 필요한 물품 목록을 대조하며 확인하고 약속된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달받았던, 숙박하기로 한 장소에 도착했는지 두 사람이 발걸음을 멈추고 메모와 간판을 연이어 확인하고 문을 두드려 앞에서 대기하며 건물을 살폈다.

 

어느 곳에서나 있을법한 베이지색 톤의 건물에 나무를 덧대 인테리어를 하고, 문 근처에는 숙박하는 건물의 상호인지 '올바'라고 적혀있었다.

 

숙박업을 한다던 말이 괜한 말이 아니었는지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건물은 높았고, 건물 주변 환경도 신경을 썼는지 올바 근처에 보이는 건물은 대체로 낮아 높은 곳에 위치한 방은 주변 경관도 넓게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두리번거리며 두드렸던 문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을 때 안에서 누군가가 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고, 벌컥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아까 봤던 병사가 갑옷의 부품들을 벗고 좀 더 편안한 차림으로 시타라와 이그니를 반겼다.

 

"아, 어서 오세요! 그냥 들어오셔도 되는데!"

"하하…실례하겠습니다. 머무는 동안 잘 부탁드려요.“

 

여관에 방문하는 게 익숙지 않은 초보 모험가와 의사는 남의 집에 방문하듯이 서 있었고, 시타라와 이그니가 서로에게 조용히 넘어가자는 듯이 눈짓으로 이야기했다.

 

‘그냥 들어갈 걸 그랬나.’

‘넘어가자.’

 

안내를 받으며 입구의 짧은 복도를 지나 내부에 들어서자 시타라와 이그니 말고도 올바에 묵는 사람들이 있었는지 그들은 조용히 혼자서, 혹은 자신의 일행들과 살짝 떠들며 식사 중이었고, 시타라는 내부를 둘러보며 걸음을 옮겼다.

 

"저희가 야영을 하다 와서 그런데 씻을 곳이 있을까요?"

"큰방에는 내부에 공간이 마련되어있고요, 일반 방은 나무통과 물을, 그리고 닦으실 수건을 가져다드립니다. 주변에 다른 여관과 비교했을 때 가격은 비슷하지만, 음식을 받아오는 게 아닌 직접 조리하는 곳이라 입맛에 맞으실 겁니다."

"그럼 큰방 하나 주시고 일반 방 하나 주세요."

“일단…좀 쉬었다가 뭘 먹든 해야겠어요."

 

미리 둘이서 오면서 협의했던 사항인지 시타라가 큰방을, 이그니가 일반 방을 쓰기로 하고 주문을 전달했다.

 

자신을 베리프라 소개한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고 카운터로가서 뭐라 뭐라 말하더니 카운터를 보던 아주머니가 옆으로 나와 시타라의 손을 잡아주고 인사했다.

 

"제 아들과 아들 친구들에게 힘이 되어주셨다고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었는걸요."

"큰방과 일반 방이라 하셨죠? 일반 방은 무료로 해드릴게요. 그 정도로 감사드립니다."

 

작은 마을에 쉼터로 마련된 곳에 묵는 것이 아닌 도시에서, 괜찮은 묵을 장소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는데 이러한 친절까진 예상하지 못했는지 자신의 행동에 관한 주목이 부끄러워진 시타라가 아니라는 듯 고갤 젓자 이그니는 당연하다는 듯 고갤 끄덕이고 시타라의 한걸음 뒤에서 뿌듯하게 쳐다보았다.

 

"방 준비가 되었습니다. 이쪽이에요, 씻는 건 바로 하실 건가요?"

 

카운터 안쪽으로 들어가 열쇠와 필요한 물품을 꺼낸 베리프가 방이 있는 위쪽의 방향을 가리키고 물어보자 베리프의 어머니는 시타라의 손을 잠깐 꾹 감쌌다가 열쇠를 확인했다.

 

"네 아무래도…여독을 좀 풀고 쉬려고요. 아직 시간은 있으니 낮잠 삼아 겸사겸사…."

 

베리프의 어머니는 여관의 직원에게 뭐라 전달하고는 이그니에게 열쇠를 건네주고 시타라에겐 이그니가 머물 방을 두고 계단을 더 올라가 문이 띄엄띄엄 배치되어있는 방으로 안내했다.

 

크고 값나가는, 자신있게 말했던 좋은 방으로 안내받아 문을 여니 질 좋은 모포와 담요, 그리고 하얀 베개가 놓인 깔끔한 인상을 주는 침대가 있고 그 옆에는 협탁과 가볍게 앉을 수 있는 자유롭게 움직일수 있는 의자와 낮은 탁자가 놓여있었다.

 

아래 층과 다르게 옆에 방까지 넓혀진 방인지 씻을 수 있는 공간과 분리된 방이 더 나오고 아주머니는 자신 있어 하는 표정으로 시타라를 쳐다보고 말했다.

 

"어느 집에 가도 큰 객실에 이렇게까지 공간을 내어주는 여관은 없을 겁니다."

 

첫 여행인 만큼 첫 ‘숙소’인 시타라가 그건 알 길이 없지만, 자신 있게 말하는 아주머니 말이 믿음직스러웠는지 들뜬 표정으로 고갤 끄덕이고 건넨 열쇠를 받아들었다.

 

"편히 쉬시고 나오시면 아까 말한 대로 식사를 마련해드릴게요. 친절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의사 선생님."

 

조용히 방문을 닫으며 친절한 미소와 함께 웃으며 나가는 아주머니의 말에 부끄러웠는지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한 시타라가 가방 밑을 털고 침대에 얹어 짐을 정리한다.

 

아까 산 지도와 봉지가 조금 뭉개진 꽃 절임의 봉지가 터지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협탁에 따로 빼놓은 뒤 여태까지의 딱딱한 바닥이 아닌 적당한 쿠션감이 있는 침대에 자신도 앉아보고 그대로 뒤로 넘어간 채 다리를 까닥거리며 생각한다.

 

"일단 옷을 갈아입고, 먼지를 털고…옷을 정리하고…이러고 있으면 안 되는데…."

 

집에서 나와 마을을 지나온 지 며칠이 지났다고 오랜만에 편안한 잠자리에 누워본 탓인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던 시타라가 눈을 감으려 들자 이러고 있으면 안 된다고 일깨워주는 것처럼 다리의 움직임 반동에 놓았던 짐들이 주르륵 바닥에 떨어져 큰소리를 내며 쏟아진다.

 

큰소리에 느리게 눈을 감을 뻔한 시타라가 눈을 뜨고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 짐을 다시 정리해 벽에 세워두고 따로 공간이 나 있는 씻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그래 움직여야지. 엄마랑 아빠가 안 계신다고 혼날만한 행동을 해도 되는 건 아니야."

 

창문을 열고 외투를 몇 번 팡팡 털어낸 시타라가 자신이 누었던 침대도 털고 옷을 정리한 뒤

가방에서 옷가지를 들고 씻기 위해 마련되어있는 나무통에 물을 받으며 온도를 확인했다.

 

"일단 씻고, 쉬고, 밥을 챙기자."

 

 

-

 

 

똑똑똑-

 

할 일을 하고, 씻고 수첩에 글을 적다 잠들었었는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손을 움찔 떤 시타라가 감각을 쥐기 위해 손을 몇 번 쥐었다 폈다 해보고는 이불을 걷고 일어나 문 쪽으로 다가간다.

 

"무슨…."

"많이 피곤했어? 조금 더 있다가 밥 먹자고 할 걸 그랬나?"

 

문틀을 짚고 문을 연 시타라의 앞에 이그니가 막 잠에서 깬듯한 시타라를 발견하고 여상하게 말하자 시타라는 눈을 길게 깜빡이곤 문틀을 짚은 손에 힘을 주고 주변 풍경을 돌아본다.

 

"아…여관이지."

"식사는 어떻게 할까? 나는 먹은 후에 밖에 나가서 좀 움직여야 할 거 같아."

"식사는 내 것도 부탁해. 어질러둔 것만 정리하고 내려갈게."

 

상당히 깊게 자고 있었는지, 입을 가리고 크게 하품한 시타라가 이그니에게 고갤 끄덕이자 이그니는 한발 물러서며 문을 닫아준다.

 

닫힌 문 앞에 한동안 서서 남은 잠을 깨려고 속으로 숫자를 세며 움직이는 시타라가 침대에 놓여있던 자신을 수첩을 보고 짧게 탄식했다.

 

"그냥 얌전히 쉴 걸 그랬나."

 

수첩에는 뭐라고 쓰다가 조는 바람에 그려진 알 수 없는 그림과 알아보지 못하는 글자들이 함께 적혀서는 끝에 가서 잉크가 번져 큰 점이 찍혀있다. 수첩을 탁- 소리 나게 덮고 잉크가 넣어진 펜을 다시 닫아 정리하고 협탁에 놓은 뒤,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머리를 정리한 시타라가 혹시 모를 겉옷을 챙기고 열쇠를 들어 문을 열었다.

 

"좀 더 걸릴 줄 알았는데."

 

아까 문을 닫아주고 문 옆에 시타라가 나오길 기다리며 계속 서 있었는지 복도의 벽에 기댄 체 방에서 나오는 시타라와 눈이 마주친 이그니가 고개를 까닥이자 시타라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뜬다.

 

"먼저 내려갔던 거 아니었어?"

"내려가서 말하고 다시 올라온 거야. 내 겉옷도 챙겨서? 다시 거리로 나가봐야 하니까."

 

꼼꼼하게 열쇠로 문을 잠그고 몇 번 돌려보고 열쇠를 챙긴 시타라가 기다린 이그니에게 미안한지 내리 기다렸을 법한 이그니에게 사과하자 이그니가 미간을 좁히고 이상하게 쳐다봐.

 

"사람들은 이런 거로도 사과해?"

"…기다리게 했으니까?"

"내가 행동이 빨랐고, 내 맘대로 기다렸던 거잖아. 그리고 걱정돼서 기다린 거야."

 

아직 잠 덜 깼나? 하고 물어보는 이그니의 반응에 이젠 짧아진 머리카락 끝을 꼬다가 덜 마른 끝을 비벼 머쓱함을 표했다.

 

"진짜 아샤 같으면서도 아샤가 아니네."

 

자신의 신체에 남아있는 감정과 기억에선 읽을 수 없는 정보인지 시타라의 기억에 남은 아샤는 어땠는지 물어보려던 찰나, 계단을 다 내려온 시타라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걸 보고 이그니가 자신들에게 마련된 테이블 쪽을 가리켜 자리로 안내했다.

 

"어머, 딱 맞게 내려오셨어요. 지금 막 나오고 있거든요."

 

테이블에 음식을 놓은 뒤 위치를 정리하고 작은 접시의 음식들을 놓고 있던 베리프의 어머니, 올바의 여주인 페찬은 어서 오라는 듯 시타라를 반겨주었고 시타라는 놓인 의자 쪽으로 가 인사했다.

 

자신이 너무 늦게 나오진 않았는지 물어보고 페찬은 아니라는 듯 여독이 쌓이면 그럴 수밖에 없다며 시타라에게 괜찮다고 했다.

 

페찬이 차린 요리는 스프와 샐러드, 그리고 갈색 소스가 뿌려진 육류로 샐러드를 제외한 요리는 조리한 지 얼마 안 됐는지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어 지친 이들의 입맛을 돋울 만 해 보였다.

 

"마침 이르긴 하지만 저흰 저녁 준비할 시간이라 이 시간 특별메뉴도 드실 수 있는데 어떻게 하시겠어요?"

"이것만으로도 양이 많을 거 같은데요?"

"저녁 시간이니까, 베리프씨랑 페찬씨도 같이 드시면…."

"저희는 일해야죠. 권유만으로도 감사드려요. 아휴, 이렇게 사려 깊은 분들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네요."

 

상냥한 권유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는지 손사래를 저은 페찬이 주방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가자 저녁과 이미 묵고 있는 객들의 시끌벅적함과 함께 식기로 손을 움직였다.

 

"여행도 처음이고 밖에서 묵는 것도 처음이고, 식사도 부모님이랑 이웃 외에 제대로 먹게 되는 건 처음이네."

 

처음으로 마을을 떠나고, 이전과 달라진 삶에 열악하다고 할 수 있던 몇 일을 보내고 식사다운 식사의 첫 술을 숟가락을 집어 조금 떠서 맛을 본 시타라가 조금 음미하듯 우물거리다가 맛이 괜찮았는지 화색을 띠자 이그니도 손을 움직여 입에다가 가져다 대기 시작했다.

 

"오, 맛있네."

"처음 먹어보는 맛인데 속에 받네. 뭘 로 만들었는지 물어볼까? 스프 정도면 우리도 나중에 만들어 먹을 수도 있으니까."

"조금 향이 독특하긴 한데 만들어 볼 수 있으려나?"

 

식사 때 흔히 나눌 수 있는 대화와 함께 주변의 분위기에 녹아들듯 달그락거리는 소리만이 들리다가 먼저 주제를 바꿔 입을 연 건 이그니였다.

 

"밥 먹어보고 주변 상황을 더 파악하러 나가서 돌아다녀 볼 건데, 너는?"

 

스프를 몇 번 연이어 떠 먹다가 주변 다른 음식으로 식기를 옮겨 샐러드의 채소를 입에다가 가져다 대던 시타라가 채소를 입에다가 넣고 대답하려 바쁘게 씹자 이그니가 만류하고 천천히 말하라 다독였다.

 

"나는 수첩에 아까 정리하던 걸 마저 정리하려 했거든. 아까 시장에서 샀던 잘게 나뉘어 나뉘어있던 약초도 내가 원하던 종류가 맞는지 한 번 더 확인하고 말이야."

 

비록 졸다가 잠들어버려서 살짝 일이 밀린 감이 있지만 할 일을 정해뒀던 시타라가 말했다.

 

입에 있는 채소들을 씹어 삼키고 주변에 플래터로 놓여있던 채소들로 손을 옮겨 제 접시에 가져가 반을 자른 뒤 먹기 좋게 채소들을 잘라 입속에 넣자 이그니가 여태 채소만 골라 먹는 시타라를 보며 말로 내뱉지는 못하고 토끼같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도착한 첫날인 만큼 달라지는 이렌을 구경하는 것도 괜찮을 거 같아. 조금 걸리는 것도 있고…."

 

이렌에 한창 길게 벌어지는 축제는 이제 신경도 안 쓰이는 듯, 아까 낮에 봤던 상황이 걸리는지 식기로 딸각거리며 채소를 가르고 내는 소리에 이그니도 부지런히 식사를 이어갔다.

 

시타라가 지내던 에드윈의 바이트는 제국 게브하르트와 에드윈이 우호국이라는 말만 있었지,

영향력은 없었다. 우호국이니 요청하에 당연히 원군을 보내겠거니 생각했었다.

하지만 낮에 들렸던 말이 신경 쓰였다. ‘제국의 개가 이제 와서 에드윈의 눈치를 보나?’ 라니.

 

바이트는 이렌에서 거리가 있는 마을이라지만 한때 국가사업이 있었던 마을이었다.

 

그런 마을에서도 딱히 느끼지 못했는데 에드윈이 게브하르트의 눈치를 보고 있는 듯한 어투라니 모험을 하려면 나라의 정세 같은 정보도 꼭 필요하고 생각했고 시타라의 작은 머릿속에서는 이를 토대로 계획을 수정해갔다.

 

나름의 생각 정리를 끝내고 입에 앞에 있던 채소의 정체도 확인하지 않은 채 정신없이 하나를 입에 집어넣었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갑자기 표정이 왜 그래?"

 

자신이 뭘 먹었는지 살짝 끝을 뱉어 확인한 시타라가 접시 귀퉁이로 접시에 다른 것을 놓으며 섞여 있던 남은 채소를 골라 밀어 넣자 이그니는 가만히 지켜보다가 손을 얹어 입가를 가리고 쳐다본다. 명백히 웃음을 참는 행동이었다.

 

"큽, 크흠. 편식도 해?"

"약초의 뿌리는 괜찮은데 채소의 뿌리는 못 먹겠어…원래 먹는 뿌리채소라면 모를까."

 

갑자기 느껴진 자신이 싫어하는 재료의 맛에 입맛이 떨어졌는지 깨작깨작 손의 움직임이 소극적으로 변하자 이그니가 메인 디쉬처럼 보이는 육류를 갈라 자신의 접시로 가져가고, 시타라가 밀어뒀던 채소를 자신의 식기로 집어 자신의 접시로 가져간다.

 

"휴식을 위해 먹고 있는 음식인데 억지로 기분 상할 필요는 없지."

 

고기를 작게 잘라서 가져온 채소를 곁들여 먹는 이그니가 시타라에게 말하자, 시타라가 이그니의 행동이 맘에 들었는지 자신도 육류를 덜어 먹는다.

 

"아까도 느꼈지만 아샤랑 같으면서도 다르네."

"대체 어느 부분이? 나중에 써먹을 수도 있으면 듣고 싶은데."

“써먹다니…이런 게 어디 써먹을 정보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샤는 의사 선생님이 이런 것도 못 먹냐며 대신 먹어주다가 자기도 뱉었거든. 편식 좀 한다고 의사가 아니게 되나? 그건 아니잖아?”

“오, 그렇지? 이런면이 있었구나.”

 

초면에 남을 진중하게 여기며 자신에게 소원을 빌었던 아샤의 모습이 크게 받아들여졌던 이그니가 상상이 안 가는지 짧게 감탄하고 시타라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끄덕이자 시타라는 이어서 말을 한다.

 

"그러고 보니 신…들도 편식을 해?"

"우리? 음…뭐라고 해야 하지."

 

시타라의 질문에 고민하는 이그니가 손을 멈추자 대답을 기다리던 시타라도 말을 잘 들어주기 위해 같이 식사를 멈추고, 이그니가 뭐라고 입을 열려는 순간 뒤에서 페찬의 목소리가 들려와 둘 다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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