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에서의 첫 만남
다정하지만 이상한 자
숲을 걸어가는 자매는 이 숲이 참으로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분명히 험난하지는 않았다. 길은 직선이었으며, 갈림길은 없었다. 어두움은 그 무엇도 없었고, 따스하다는 감각은 그들을 채웠다. 하지만, 아무리 걸어가도 길이 끝나지를 않았다. 마치 저들이 지금 보고 있는 광경 자체가 신기루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사막 위에서 길을 잃은 것만 같다는 참으로 기묘한 감각이 들었다.
과연 이것이 맞는 걸까? 자신은 괜찮지만 동생이 힘들어하고 있었다. 더 걸어가기엔 무리인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앉아서 쉬어야 되겠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그때 어디선가 부스럭 소리가 들려왔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몇몇 소동물을 제외하고는 그 무엇도 보이질 않았다. 그리고 그것들이 숲을 지나갈 때에는 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발걸음 소리 역시도 함께하는 것을 보니, 이것은 사람인 것이려나?
긴장한 기색의 그녀는 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리곤 그곳에서 보이는 얼굴을 보고서 활짝 웃음을 지었다.
"에구, 왜 이렇게 천천히 왔어요? 너무 늦길래 직접 찾아왔잖아~"
"아니, 그... 늦을 생각은 없었어요! 저희가 길을 잃어버려서... 의도하진 않았는데 그렇게 되었네요..."
"으음, 사과하진 않아도 돼요~ 걔가 안내를 제대로 안 해줬나 보네."
"...H를 말하는 건가요?"
"그래, 맞아~ 걔~! 그냥 가다 보면 나오는 사람한테 H가 보냈다고 말하라고 했지? 어쩜 걔는 변하는 게 없냐~"
H를 아주 잘 아는 사람인 모양인지, 그가 참 답이 없다고 쫑알쫑알 말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자세히 보니 그를 참으로 닮은 것 같기는 했다. 남자 치고는 얇은 몸이라던가, 긴 머리카락이라던가, 눈매와 같은 부분이 말이다. 특징적인 부분들은 꽤 달랐지만 그런데도 형제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지 않나, 싶었다.
"아무튼, H가 보낸 사람이 맞죠? 숲에 살려고 온 새로운 친구들인 거~"
"아... 네, 네! 맞아요. 새로운 터전이 필요해서 마을에서 왔어요."
"그런 거면 숲에 정말 잘 왔어요. 여기에, 영 이상한 놈들 천지거든요. 마음에 쏙 들 친구가 한 명 쯤은 있을 거예요."
"어... 그거 좋은 뜻인 거 맞나요?"
"물론이죠~ 아, 맞다. 우리 애기는 좀 앉아서 쉬고 있을래? 미리 말해줄 게 좀 많을 것 같아서~ 앉아서 쪼오~금만 쉬자. 어때?"
"...좋아요."
"옳지~ 현명한 친구네~"
아주 능숙한 실력으로 아이를 평평한 돌 위에 앉혀서 쉬게 한 그를 보고서, 그녀는 살짝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아무리 타일러도 고집을 꺾기 힘든 경우가 많던 동생인데 이렇게 손쉽게 말을 듣다니. 약간 존경스러우면서 동시에 원망스럽기도 하였다. (제 동생이 지쳐서 말을 듣는 것이라곤 전혀 생각을 안 하고 있다.)
"동생도 쉬고 있으니까, 보호자들끼리 얘기 좀 해볼까요~?"
"아, 네! 좋아요. 근데... 미리 안내해줄 게 뭐가 있다는 건가요?"
"음~ 첫째! 다들 보편적 기준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뭘 보더라도 너무 이상하게 생각해서는 안 돼요. 알겠죠?"
"아... 그거는 손쉽게 할 수 있습니다. 가뜩이나 저희도 평범하질 않은걸요..."
그렇게 말하는 그는 제 동물 귀를 손끝으로 살짝 만져보았다. 그 모습을 보는 이는 웃음을 지어내고선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둘째, 우리의 이웃이 되면 더 이상 숲 바깥에서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것을 기대하면 안 돼요~ 비밀 유지라고나 할까요? 뭐, 월세도 아니고 전세도 아니고 사실상 내 집 마련도 시켜주는데 떠나가는 게 더 아쉬울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군요. 근데 혹시 조항이 더 있나요?"
"네에, 마지막이 남아있답니다~"
"...그게 뭔가요?"
"숲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건 다 우리의 탓이 아닐 거에요. 그것만 기억해줘요~"
"...네에, 알겠어요."
마지막 말을 들은 그녀가 살짝 잘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깜빡이는 것을 보고, 그는 마냥 웃어보았다. 웃음이 마치 표정의 기본값인 사람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 미리 알려줄 거는 다 알려줬어요~ 이만 돌아갈까요? 저 더 늦게 돌아가면 동생한테 혼나거든요~"
"어라, 동생이 있으세요?"
"네~ 여기 애기랑 비슷한 나이일 것 같은 동생이 있어요~"
"와... 가람아, 거기 가면 친구 사귈 수 있겠다. 다행이다, 그치?"
"...응."
"에이, 왜 이렇게 재미없게 굴어 가람아..."
"동생이 낯 많이 가리나 보네요~ 아 참, 저는 한이라고 불러주시면 돼요. 그쪽은요?"
"아, 제 소개를 안 하고 계속 떠들었구나! 저는 바다라고 해요. 잘 부탁드려요!"
"에이, 저야말로 잘 부탁드리죠~"
이 숲의 사람들은, 이웃이 너~무 오랜만이거든요~ 그렇게 말하며 웃는 그를 보고서, 바다는 저도 모르게 살짝 긴장이 된다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뭔진 모르겠지만, 마냥 순탄하진 못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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