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이 모래를 토하고 난 후로부터 박사는 되도록 자신의 시야에 팬텀을 두려고 했다. 팬텀에게 자신의 옆에 머무르라고 지시하며, 종종 팬텀이 발작하지는 않는지, 다시금 모래가 쏟아지지 않는지 확인한다. 팬텀의 몸에서 흘러내리는 모래는 흘러내리는 시기도 양도 굉장히 불규칙 적이다.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건 로도스에 오고 난 다음부터는 박사와 팬텀 두 사
팬텀이 죽었다. 이 문장을 적기 위해서 내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많은 생각을 거쳐야 했는지 나 조차도 모르겠다. 팬텀이 죽었다. 사실 죽고도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다. 주변에서 그렇게 이야기 하니 아마 적잖은 시간이 흐른게 맞을 거다. 그러나 그 시간의 흐름을 하나하나 헤아리기에는 그 감정의 밀도와 충격의 무게를 표현할 수가 없어서 일부러 생각
팬텀은 조심스럽게 프라이팬을 흔들었다. 뜨겁게 달궈진 프라이팬 속 기름의 위에서 천천히 요동치던 달걀이 팬텀의 손끝을 따라서 흔들리다가 그대로 철벅! 바닥으로 쏟아진다. 팬텀은 석고상처럼 굳어 움직임을 멈췄고, 굼은 아아아!! 하고 소리쳤으며 떨어진 달걀은 그대로 주르륵 미끄러져 바닥을 매섭게 질주했다. “스크램블에그가!!” 굼의 외침에 보답하듯
팬텀은 자신이 종종 모래속에 파묻혀 있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수많은 작품속에 언급되어지는 사막은 커녕 팬텀은 실재로 존재하는 지명인 사르곤에도 방문한적은 없었으나 종종 자신의 몸 위로 모래의 사륵거리는 소리들이 내려앉는 소름끼치는 감각을 좀저럼 지우지 못했다. 피부 위, 머리카락 위, 때로는 얼굴과 검은 옷가지 사이로 흩어내리는 모래들. 무엇보다도 목을
전편 나는 눈 앞에 놓인 가느다란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극단은 손톱 하나까지 다 관리하는 걸까? 분명 암살을 포함한 거친 일들을 하고 있음에도 장갑 아래에 드러난 손가락은 가늘고 세심하게 그지 없었다. 이 손가락으로 팬텀은 때로는 적군의 숨통을 끊고 때로는 섬세한 예술을 펼친다. 극단은 이 둘의 차이를 두지 않겠지. 갑자기 드는 생각에 헛웃음을 삼키고
전편 얇은 금속이 억지로 살덩이를 뚫고 파고든다. 부드러운 살결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이물질의 침입을 받아들었다. 그대로 천천히 은빛에 꿰어 눌러 들어간다. 뚜득 거리는 감각이 든다. 소리였을까? 망설임과 여러번의 시도를 거듭한 거 치고는 사람의 살점은 싱거울 정도로 상처는 손쉽게 났다. 어디를 잘못 찌른건지 아니면 이 시도가 한 번에
고통이 누군가에게 해방이 될 수 있을까? 아니 고통이라고 하면 너무 두루뭉실한 표현 같다. 자해가 누군가에게 해방이 될 수 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그 고통이 치사량에 대하서 죽음에 다다른다면… 죽음은 누군가에게 해방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확실히. 아마도. 나는 방 문을 열기전에 마음을 다잡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우르수스의 남자가 창문 밖
광석병은 굉장히 무서운 병이라고들 한다. 장기를 결정화 하고 통증과 더불어 신체의 변형을 가하는 불치병으로 감염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뿐만이 아니라, 사망후의 시체는 오리지늄 분진을 퍼트려 주변에 해로움을 끼친다. 그 때문에 광석병에 걸린 존재는 사람들에게 기피받으며, 차별은 물론이고 감염자는 사람답게 사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 때문에 광석병은
"으음~. 팬텀." "난 여기에 있다." 박사는 장난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마치 비스트를 훈련시키는 것 같은 몸짓이다. 팬텀은 박사의 장갑 낀 손가락을 보았다가 페이스가드를 보고 다시 한번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인다. 무슨 행동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는 뜻. 궁금함을 연극적으로 표현하는 몸짓이다. 박사는 그의 행동에서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