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

발더스게이트3 윌타브 (윌카이룰라)

바다 b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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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브 이름 및 오리진 요소 有 (카이룰라), 짧은 글. 


 “카이룰라.”

 

 워록의 목소리가 한밤중의 공기를 낮게 울렸다. 불렀어? 칼날이 부르자, 창해는 가볍게 그 부름에 응했다. 타오르는 불꽃과 같은, 그러나 또 파도와 같은 – 시리게 푸른 눈빛이 붉고 날카로운 눈빛과 마주치자, 자연스럽게 둘의 거리가 좁혀졌다. 뿔과 뿔이 맞닿고, 손과 손이 맞닿았다. 팔라딘이 좀 더 가까이, 입술을 마주하려 하자, 잠시 웃던 워록은 때가 아니라는 듯 그를 가벼이 밀어내곤 말했다.

 

 “네게 나는 어떤 존재야?”

 

 칼날의 예리함이 창해를 갈라내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팔라딘의 눈빛이 거센 파도처럼 물결쳤다.

 

 “…갑작스러운 질문이네.”

 “나한테는 매일 물어보는 질문이기도 하잖아.”

 “그건 그렇긴 한데….”

 “매일매일 애정을 확인하려는 사람처럼 말이지.”

 “…그렇게 보였어?”

 “꼭 그렇단 이야기를 하려고 묻는 건 아니지만. 만약 그렇다면 –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도 하고 싶었고, 내 사랑. 솔직히 말하자면, 그래, 궁금해.

 

 카이룰라는 잠시 그에게서 몇 발짝 물러나 한동안 머뭇거렸다. 마치 시간이 필요하다는 듯이…. 한참을 서성이며, 고민하던 창해는, 숨을 들이쉬고, 다시 칼날의 앞에 섰다. 푸른 두 눈은 회색 의안과 붉은 한 눈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고 제 손끝만을 보고 있었다. 붉게 상기된 얼굴, 겨우 마주하는 눈 - 꼭 처음으로 사랑을 고백하려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게 이리도 어려운 일이었나? 카이룰라는 자신의 마음이 생각보다 더 커다란 형태를 하고 있어서 꺼내 보이는 것이 너무나도 어려운 것임을 그제야 깨달았다.

 

 “…좋아해.”

 “……….”

 “…너는… 그래, 내가 살아갈 의미 중 하나야. 예전에는 이 세상을 지킬 이유를, 살아갈 의미를 항상 찾고 있었어. 어느 날은 일몰의 붉음, 어느 날은 아이들의 웃음소리, 어느 날은 꽃의 향기…. …그 의미를 찾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함도 분명히 있었고.”

 “…카이룰라.”

 

 윌은 카이룰라의 떨리는 손을 마주 잡았다. 항상 직설적이고 곧은 카이룰라였고, 이번의 고백도 늘 그렇듯 그리 시작해놓고서는 - 자신의 말을 하면서 이리도 긴장하는 것을 윌은 지금까지의 여정에서 처음 보았다.

 

 “하지만, 이젠 굳이 찾지 않아도 돼. 네가 유일한 의미는 아니야. 하지만… 더 의미를 찾지 못하겠을 때, 네가 옆에만 있다면 괜찮을 거야. 비록 우리가… …영원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는 건.”

 

 영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건…. 우리의 서사시에 끝이 있을 걸 생각하고 있다는 소리구나. 네가 생각하는 우리의 결말은 다르단 이야기인가? 바드들이 노래하던 행복하고 영원한 이야기가 아니라? 윌이 잠시 미간을 좁혔다. 그런 그의 속마음을 눈치챘는지 카이룰라가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가 영원하지 않을 거라고 해서 미안해. 널 절대로 가벼운 생각으로 만나는 게 아니야! 하지만…. 아직은 아무것도 약속하지 못하겠어. 확신이 없거든….”

 “…나에게?”

 “아니, 나에게.

 

 둘 사이의 공기에 잠시 긴 정적이 이어졌다.

 

 “그러니까… 내가 나에게 확신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줄래?”

 “…어?”

 “나 자신을 믿을 수 있게 노력해볼게. 이것만은… 약속할 수 있어. 그때가 오면… …그래,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지만, 감히 세상 앞에 영원을 약속하자.”

 

 카이룰라가 윌의 두 눈을 제대로 마주하며 말했다. 새파랗게 빛나는 두 눈이 평소보다 더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의 말은 그 무엇보다도 진심이었다. 윌은 갑작스러운 카이룰라의 선언에 어안이 벙벙했다. 칼날은, 꼼짝없이 창해에 집어삼켜졌다. 그의 얼굴은 이제 카이룰라의 얼굴이 붉어졌던 것보다 더 붉어져 있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마주 잡고 있던 손을 더 꽉 잡았다.

 

 “아, 그리고… 네가 항상 말하듯이. 넌 좋은 댄스 파트너이기도 해.”

 “…이- 일단은, 형편없는 파트너가 아니라니 다행이네.”

 “…와, 너 얼굴 엄청 빨개졌어, 윌.”

 “방금까지 엄청 긴장했던 팔라딘이 하실 말씀은 아닌 거 같은데 말이지.”

 

 둘 사이에 실없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윌, 키스할래?”

 “크흠…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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