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양송
총 20개의 포스트
나는 신화콤이다. 신화콤이란? 신화를 좋아하는 사람, 그런데 사실 잘 알지는 못해요 라이오스의 주장처럼 크윽… 진짜 전문가들은! 하면서 앉아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왜 이 이야기로 서두를 꺼내는지? 아무리 구해도 탐라에서 사람을 구할 수 없자 저는 1인 총괄¹을 하기로 했어요. 그럼 뭘로 열거냐. 아 당빠 반신커 그것도 신살을 하는 커뮤가 열고 싶었던 버섯.
미묘한 날씨였다. 으레 추워지고 다시 온화해지기를 반복하는 가을의 날들이건만, 유독 미묘한 날씨가 지속됐다. 괜히 환절기라고 불리는 계절이 아니다 싶다. 아침 저녁으로는 외투 없이는 버틸 수 없는 추위가 몸을 찌르고, 한낮에는 걸친 외투를 당장 벗어버리고 싶을 정도의 날씨. 애매한 가을의 날씨. 그렇다면 가을답게 맑기라도 맑아야 할텐데, 야속한 하늘은 가끔
산토리니는 평화로운 섬이었다. 시라, 라고 불러야 할 지도 모르겠군. 공식적인 이름은 그것이니, 그리고 우리는 이제 이 곳에서 사는 주민이니까. 이 곳의 여름 아침은 잔잔하게 시작되어, 점심에는 잠시 멈췄다가, 저녁 즈음이 되어서 다들 뜨겁고 잔인한 태양을 피하여 조용하고 고요한 하루를 마무리한다. 우리도 그러하다. 우리도 이 곳 사람들과 다를 게 없다.
에르빈 그라나흐라는 이름을 “에스체트” 라는 말 그대로 한 글자의 이름으로 바꾸기까지 얼마나 질척이는 시간이 있었는가. 에르빈, 아니 에스체트는 옛 이름을 버리고 나서 묘하고도 커다란 해방감을 느꼈다. 룩소르에서 단 3개월을 보낸 후, 에스체트는 베를린으로 돌아가 모든 것을 ‘정리’ 했다. 자신의 이름부터, 자신에게 이름을 준 일가까지. 독재자들이여! 지옥
“에르빈.” 나지막히 부르는 그 목소리는 사뭇 다정했다. 에르빈은 필사적으로 제 위에 있는 것과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러나 그것은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이었다. 부드럽게 뺨을 쓸어내리는 손길이 잔인했다. “너는...” 그리고 아침이 밝았다. - 에르빈 그라나흐는 18살이 되었다. 그 말인 즉슨, 성인이라는 뜻이었다. 쿠르
이곳은 베를린, 미하엘 그라나흐라는 위대한 지도자가 있는 도시. 이 세계에는 수많은 도시국가들이 있고 그 중에 베를린은 상당히 부강한 도시였다. 혈족들의 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도시를 부강하게 만든 지도자. 그의 근심이라면, 단연코 ‘손자’ 에르빈 그라나흐일 터였다. 에르빈 그라나흐에 대한 세간의 추측은 다양했다. 학교에 보내지 않는 이유가 병약해서일 것
에스체트는 언제나 퀴빌라 리즈크와의 관계에서 자신이 없었다. 그것은 고질적인 불안이었고, 우울이었다. 불우한 유년기, 애착 형성의 불가능 부터 시작된 이 우울과 불안은 관계에서 가장 크게 작용했다. 그는 퀴빌라의 연인이었으나 그 것에 별 확신이 없었다. 그의 생각은 항상 흘러흘러 불안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불안은 곧 떨림으로 변한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일상이란 항상 비슷한 경로로 흘러가기 마련이죠. 누군가는 그걸 쳇바퀴 마냥 돌돌돌, 지정된 경로 위 만을 굴러가는 지루한 것이라고 표현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그런 표현을 쓰는 이는 일상이란 것이 얼마나 쉽게 흩어질 수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겠지요. 비슷한 하루하루, 별것 없는 나날이라는 건 바꿔 말하면 안정적이고, 갑작스런 비극이나 긴장, 고통이 없는
신들의 뜻이 잔인한가? 모든 것은 필연이다. 새벽의 딸이라는 존재가 그것의 표상이었으니까. 전쟁을 멈추려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나 그 표상에는 어떤 의미 있나. 그것이 스스로 의미를 가진다면, 스스로에게 의미를 부여한다면 이토록 애통한 일이 있을까. 그러나 그 누가 그 어긋난 운명에 안타까움 느끼랴. 모든 것은 순리대로 흘러가리라. 새벽이 오고
꽤 오래 고민했던 것 같다. 같이 살면서도, 함께 잠들고 함께 일어나면서 아침을 먹고 저녁을 준비하면서도, 그렇게 늘 계속될 것만 같은 일상을 보내면서도, 영원을 약속하는 것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이 삶의 동반자가 되자고 아주 오래 전 부터 약속했으면서 어떤 사회적 계약으로 얽매이는 것을 그가 원할지, 혹은 그저 이름 없는 관계를 원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먼
네… 이 못말리는 트친들을 어쩌면 좋을까요? 저는 만화, 못그려서 오로지 “글”로 만 승부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이 모든 것은 8개월동안 커뮤를 못뛰었던 양송이가 다음 커뮤를 열면서 시작되었다. 그래요 저 총괄이에요 뭐 불만있나요? 불만 있을 시 : 조용히 하십시오 …모든 것이 원활했다. 심지어 개장도 됨! 저는 8개월동안 동결 불합 동결 불합을
사랑이란 것을 굳이 어떤 감정에 국한한다면, 나는 그 어떤 누구도 사랑할 수 없을 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감히 이 시도에 사랑이라는 감정을 붙이고 싶다. 내가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나는 애정을 주고 받는 것에 서툴다. 나에게 주어진 애정이란 다른 이들에게 고스란히 폭력으로 비춰질 수 있는 것들이었다. 나는 보통 사람들은 사랑하는 이의 목을 조
아르준, 아민, 그 어떤 이름이든 좋았다. 어차피 이름이란 다 거짓말이고, 신분도 거짓이고, 어쩌면 나의 모든 기억도 칼리에 의해 조작된 것일테지만… 나는 당신이 좋았다. 당신이 내 새 이름을 지어줬으면 했다. 당신만이 부를 수 있는 나의 이번 세대 이름을 말이다. “아민! 준비는 다 됐어요?” 당신의 목소리가 나를 현실로 끌어온다. 상념과 왜곡된 기억들에
첫 만남은 좋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요, 올드 머니를 굴리는 밑도 끝도 없는 부잣집의 빨간 머리 도련님과 타다 못해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프롤레타리아 운동가의 만남은 당연스레도 그리 달갑지 않았겠지요. 그러나 둘은 서로의 이유가 되고, 또 인연이 되고 운명이 되었습니다. 숨을 나눈 상대, 운명을 결국 같이 하고야 만 둘… 나는 그래서 이 둘의 주
“야, 유서 내용이 겹치면 어떡하냐.” 백발의 남자 둘이 낄낄대면서 남극의 설원에 서있다. 담배를 피우면서, 다 써버린 라이터를 뒤로 던지면서. 담배는 8미리 짜리 럭키 스트라이크. 꽤나 부드럽지만, 멘솔은 아니라 아저씨 담배 소리를 들을 만한 무언가. “유서, 내용… 결국 내가. 바라고, 너…에게 축복 내려준, 것… 너도, 나도. 결국 같은. 표상을 공유
괴물은 긴 여행을 떠올렸다. 그 중에 만났던 ‘알 수 없는’ 이를 떠올린다. 그는 삿된 것을 믿었다. 자신을 보고 흠칫 놀라서 다가온 그는 ‘당신’ 도 구원받을 수 있다고 했다. 괴물은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을 굳이 막지 않았다. “구원? 내가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괴물의 톤은 냉소적이었지만, 그 사람은 그 질문 아닌 질문에 두려움이 섞인 기쁜 기색
“...규칙이 있는데, 규칙에 맞게 태어나야 해. 그런 규칙이 왜 있는지 묻기 시작하면 나는 끔찍한 기분이 들어. 그런데 그 기분이 어떤 것인지도 사실은 잘 모르겠어. 좋은 것과 싫은 것 사이에 선을 그어 두는데 마음이 가끔은 선 이쪽에도 저쪽에도 보이지 않는 수수께끼가 되어버려…” 뒷골목의 한 바에는 사람이 둘 뿐이었다. 한 명은 분홍색 머리칼의 여성이었
마이나데스. 그러니까… 그러니까? 디오니소스의 여신도. 아마도 에일린은 사제장 정도 될 거다. 많은 마이나데스 중에서도 거듭태어남의 은사를 받았으니. 죽지 않음, 불사의 축복. 그는 끊임없는 번데기요 나비다. 에일린 블랙이 첫번째로 경험한 죽음은 사촌의 시기로 발발되었다. 계단에서 밀려버렸다. 목이 부러졌다. 첫 죽음, 아픔. 그리고 거듭태어남. 그러나
체류자들의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뉴인치 가장 번화가 마트는 인간들 차지라 못가요. 하지만 이주자들 상대 마트는 갈 수 있습니다. 오늘은 잔뜩 장을 보고, 가족들이랑 휴일을 즐겨야 하는 날이죠. 이주자 상대로 하는 마트는 365일 24시간동안 엽니다. 이주자 중에는 크리스마스에 낯설어하는 이들도 있고, 또 크리스마스를 반기지 않는 이들도 있습니다. 문화
어쩌면 인류가 우주에 진출하고, 안드로이드가 자아를 갖고, 인류가 셀 수 없을 정도로 지구와 멀어지고 또 발전해온 지금, 한 종교의 기념일은 우리에게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 종교의 축일은 오랜 시간동안 삶의 일부분, 축복을 나누는 날이 되었고 그렇기에 우리는 크리스마스, 12월 25일… 태고의 태양으로부터 멀어진 지금으로부터도 오랜 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