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소설 타입 2

문호 스트레이 독스 - 에도가와 란포

솔직하게 털어놓자면 무장 탐정사의 상태는 빈말로도 좋다고 할 수 없다.

그야 그렇겠지. 란포는 재빨리 생각했다. 이 혼란 속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다. 아마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혼란에 몸을 맡긴 채 군중 속에 섞여들겠지. 모두가 주장하는 게 가장 옳은 의견이라고 할 거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그들은 제 나름대로 처신했을 뿐이다. 무장 탐정사를 악으로 정의하는 것도 스스로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손만 놓고 지켜보는 건 영 성미에 맞지 않았다. 란포는 슬쩍 고개를 돌렸다. 저보다 작은 체구를 지닌 여자가 바다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란포는 그 여성을 잘 알았다. 미하네 아키. 어째선지 모르겠지만 란포를 좋아하고 있는 자의 이름이다.

란포는 알 수 없었다.

어째서 그는 자신을 좋아하는 걸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그가 탐정사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잘 대해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좋아할 수 있을까? 어쩐지 억지를 부리는 거 같았다.

소금기가 느껴지는 바닷바람이 두 사람의 머리를 헤집었다.

“란포 씨.”

“……가야 한다고 말하려고 했지?”

“네. 비록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 놓은 채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기다릴 순 없어요. 저는 제가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해요.”

“그 끝에 네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단호하게 말하는 아키의 말에 여태껏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 피어올랐다. 어째서, 자신이 죽을 수 있는 상황으로 몰아갈 수 있는 걸까. 어떻게 저리 태연하게 있을 수 있는 걸까.

아키는 늘 그랬다. 올곧게 자신을 보며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결코 란포의 곁에 있어 주지 않았다. 보통 좋아하는 사람의 곁에 있으려고 하지 않나? 그는 아직 사랑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진심으로 상대를 위할 수 있다는 게 그리 간단히 생길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여겼다.

그런 의문과 별개로 아키는 곧바로 출발할 준비를 했다. 바다에 이어 그의 시선이 천천히 란포 쪽으로 옮겨갔다. 서로의 눈과 눈이 마주쳤다. 다정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그 눈빛은 어쩐지 슬프게 보였다. 아키는 무어라고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란포는 그 행동을 하나하나 눈여겨 보았다. 굳이 추리하지 않아도 그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 수 있다.

란포는 망설이지 않고 아키의 손을 붙잡았다. 갑작스럽게 잡힌 탓에 그의 중심이 잠시 휘청거렸다.

“란, 포씨.”

“가지 마.”

“네?”

“가지 말라고. …이런 말을 해서 안 된다는 건 알아. 지금 상황에서 널 보내는 게 정답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는 널 보내고 싶지 않아.”

마치 준비라도 한 것마냥 술술 내뱉었다. 가지 말라는 말을 들어서 그런 걸까. 아키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치 들을 리 없다는 말을 들은 것처럼. 아마 그는 이런 상황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 모양이다.

“나 네가 내 곁에 있어 주면 좋겠어.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건 자각하고 있어. 나도, 내가 왜 이러는 건지 모르니까.”

“…그렇, 지만.”

“나에게 있어서 탐정사 사람들은 모두 다 소중해. 그건 너도 알고 있을 거야. 나는 무엇이 더 중요한지 우열을 가릴 수 없어. 저번에 말했던 것처럼 너보다 다른 걸 더 소중히 여길 수 있지. 그래, 그때는 널 우선순위로 두지 않는다고 말했지. 그렇지만, 생각이 바뀌었다고 하면?”

“생각이 바뀌었다, 고요?”

아직 란포의 말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어째서 이런 말을 하는 걸까. 왜 자신을 붙잡는 걸까. 란포는 어렵지 않게 그의 표정을 읽어낼 수 있었다. 란포는 망설이지 않고 마지막 쐐기를 박았다.

“네가 필요해. 단순히 탐정사의 일원으로서 필요한 게 아냐. 너라는 존재 그 자체가, 나에게는 없어서 안 돼. 그러니까 부탁할게. 함부로 목숨을 버리지 마. 차라리 내 곁에 있어 줘.”

어렵사리 하고 싶은 말을 전달했다. 스스로 말했듯이 란포는 예전에 아키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도 그냥 넘어갔다. 그 당시에는 아직 사람이 서로 좋아할 수 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사랑은 자신과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아, 미하네 아키. 너도 나에게 있어서 둘도 없이 소중한 사람이었구나. 어쩌면 그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 자신이 생각하는 게 다를 수 있다. 좋아한다거나, 사랑이라는 단어는 꽤 많은 걸 포함하고 있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그를 놓아줄 생각은 없다.

란포는 아키의 손을 놔주었다. 혹여 제가 세게 잡은 게 아닐까. 그런 걱정을 담아 아키를 바라보았다. 아키는 어쩐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닌 건지 생각하고 있다.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머뭇거리고 있다. 아무래도 아직 제 말이 와닿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도 괜찮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곧장 대답까지 바라지 않았다. 란포는 이 뒤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을 가정해보았다. ……좋지 않았다. 그러나 어째선지 란포는 아키가 죽지 않아도 될 희망을 그려보았다. 평생 자신은 막연한 무언가에 기댈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제가, 란포 씨의 말을 잘 들은 건지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지금 란포 씨는 저를….”

“그래. 흔히 말해서 좋아하는 거지. 미하네 아키, 너는 나랑 함께 할 수 있어?”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말했다. 아키는 뒤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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