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TOH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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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탭 한 명이 수애에게 다가와 마이크를 채워주었다. 방송에서 자주 사용했던 유선 마이크가 아닌 무선 마이크가 간단하게 셔츠 앞섶에 걸렸다. “마이크 이것만 가지고 하나요?” “네. 아마 방송인 거 까먹을 수도 있어요. 저희가 카메라는 다 숨겨놓기도 했고 마이크도 최대한 안 거슬리는 걸로 하려고요.”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준비가 끝났는지 웨
짧은 단발을 한 여자가 서류를 들고 회의실로 들어섰다. 기다리던 수애의 앞에 챙겨 온 서류를 내려놓고는 맞은편에 의자를 꺼내 앉았다. “한번 볼래요? 요즘 사람들이 옛날 예능에 더 관심 있는 건 수애 씨도 잘 알거예요. 10년도 넘은 예능의 다시보기 클립에 몇 백만 조회수가 나오는 건 기본이고. ‘짝’이라는 옛날 예능이 ‘나는 솔로’라는 이름으로 포
“으음….” 포근한 이불이 맨 살갗을 따뜻하게 간지럽혔다. 작게 소리를 내며 몸을 뒤척이다가 느껴지는 이질감에 느리게 눈을 떴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처음 보는 인테리어였다. 깔끔한 하얀색 벽지에 모던한 디자인의 스탠딩 조명, 그리고 심플한 미니 테이블까지. 뭐지…? 의아한 마음에 몸을 일으켰다. 제 몸을 덮은 이불이 떨어지자 속옷만 입은 제 모습
“수고하셨습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식당 여기저기에서 후련한 인사가 울려퍼졌다. 초여름에 시작한 촬영은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한여름을 보여주는 영화였지만 시리도록 추운 겨울에 개봉하는 것이 좋겠다는 윤 감독의 판단 하에 돌아오는 겨울이 영화 ‘흐름’의 개봉일이 될 예정이었다. “수애 소속사는 아직 거긴가? PAG
금연 4일차. 다리가 덜덜 떨려왔다. 틈만나면 담배냄새가 나냐고 물어본 통에 다들 도망간 것인지 대기실 안은 텅 비어있었다. 손톱을 물어뜯으려다 겨우 참고 입 안에 금연껌을 털어넣었다. 거칠게 껌을 씹어대며 거울을 바라보자 금단현상인지 조금 퀭한 얼굴의 제 모습이 보였다. 그 때, 문에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선배님.” 고개를 돌리
어느새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있었다. 살랑이는 바람이 불어오자 웨이의 입에서 새어나온 담배연기가 빌딩 숲 사이로 사라졌다. 필터 가까이 타버린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끄고는 담배 곽에서 새 담배를 이로 물어 꺼내었다. 라이터로 불을 붙이기 무섭게 윤 감독이 커피를 들고 다가왔다. “어디갔나 했네. 담배는 아직도 안 끊었어?” “끊을 이유 없으니까.”
허름한 마차 한 대가 잘 닦여진 오솔길 위를 가로질렀다. 북부는 길도 엉망이고 눈보라가 심해서 마차로도 들어갈 수 없다던데. 다 소문이었던건가. 수애는 창에 기댄 몸을 일으켜 구겨진 드레스를 빳빳하게 펴보았다. 조금은 나아졌지만 주름자국은 사라지지 않았다. 마치 제 처지와 같은 구겨진 자국에 한숨을 푹 내쉬고 다시 창 밖을 바라보았다. 하얗게 피어오
어딘가 이상한 개인레슨을 시작한 지 벌써 두 달이 되었다. 그 사이 수애의 실력은 놀랍도록 성장했으며 크랭크인 날짜는 성큼 다가와 벌써 첫 촬영일이 되었다. 태양빛이 뜨겁게 내리쬐는 6월의 아침, 이따가 해가 중천에 뜨면 더 더워질텐데…. 수애는 손부채질을 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삐 움직이며 카메라나 조명들을 셋팅하는 여러 스텝들이 보였다. 드라마
[ 감사합니다. 선배님. ] 그리고 허연 토끼가 깡총거리며 허리를 꾸벅 숙인다. 그 움직이는 이모티콘을 한참을 바라보고 있으니 토끼의 얼굴에 두둥실, 수애의 얼굴이 떠올랐다. 고개를 휘휘 저어 생각을 없앤 웨이가 포털을 열어 검색창에 그녀의 이름을 검색해보았다. 스물 한 살. 미성년자인가 했더니 성인이긴 했네. 가수, 배우. 그 아래에 적힌 소속그룹
영화는 낡은 모텔 앞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들꽃을 비추며 시작된다. 카메라 뒤쪽에서 앞을 향해 걸어가는 한 남자의 발이 보인다. 구도가 낮아 종아리만 겨우 보이는 남자 뒤로 허리를 한껏 숙인 한 여자가 끌려간다. 고정된 카메라 구도에서 그렇게 남자와 머리채를 잡혀 끌려가는 여자가 멀어지며 영화의 제목이 스크린 가득 떠오른다. 사람은 둘인데 영화에는 풀벌
윤정우 감독의 신작 ‘흐름’에 주조연 캐스팅이 모두 확정되었다. 남자주인공 류가량에는 아시아의 배우 리웨이(31)가 캐스팅되었다. 최근 중국에서 사극 촬영을 마친 리웨이는 ‘흐름’ 촬영을 위해 지난 11일 한국으로 입국한 사실이 알려졌다. 윤정우 감독과의 세번째 만남인 만큼 지난 작품들에서 보였던 섬세한 호흡을 다시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여자주인공
얇게 쳐진 커튼을 투과한 햇살이 눈꺼풀을 간지럽혔다. 앓는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킨 웨이가 팔을 길게 뻗어 기지개를 폈다. 견갑골에서 뼈가 맞춰지는 소리가 들리자 미간을 찌푸리며 팔을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차라리 바닥에 모포를 깔고 잘 걸 그랬나. 뻑뻑한 눈동자를 돌려 곤히 잠든 수애를 바라보았다. 입원실로 병상을 옮긴 이후 진행된 정밀검사에서 모든 부
온 사방이 소란스럽다. 던전 깊은 곳에서 로프에 의해 당겨져 모습을 드러낸 수애가 센티넬의 품에 안겨 막사 앞으로 내려졌다. 웨이가 사람들을 제치고 앞으로 다가가자 무언가에 녹아내린 듯 살갗이 까져 피를 흘리는 수애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손을 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잔뜩 쓸린 작은 손바닥에서 뚝뚝 흐르는 피에 몸이 멈칫했다. 그 사이 구급팀이 다가와
일주일 째 내리던 폭우가 드디어 그쳤다. 그 동안 비추지 못한 태양빛을 몰아서 내리쬐기라도 하듯 매일이 뜨거운 여름이었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낸 수애가 양 손에 짐을 가득 들고 막사로 들어왔다. 덥고 습한 저수지 바로 앞에 세워진 이 막사는 작년 가을부터 이 곳을 지키고 있었다. 저수지 한 가운데에 생겨난 가로 30M, 세로 25M의 저 거대한
1917 - 국내 첫 센티넬 발현자 등장 1946 - 광복 이후 국내 센티넬 & 가이드 노동 조합 설립 1971 - 센티넬 & 가이드 노동 조합 정부 공식 기관 승인 1989 - 센티넬의 군용 소모품 취급에 대한 폭로 대서특필 1999 - 한국 이능력 관리 센터 설립 2001 - 한국 이능력 관리 센터 부산 지부 설립 . . . 2015 - 이능력자의
지난 삼 일,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비가 쏟아졌다. 간만에 얻은 휴식인데도 어디 나갈 엄두는 나지 않아 내내 집 안에서 시간을 보냈다. 눈을 뜨면 뉴스나 드라마 따위를 한참을 보고, 밥을 먹고.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다. 그러고 난 후에는 다시 저녁식사. 모든 일정을 그의 품 안에 안겨있었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여느 휴일과 다르지 않은 하루였다
“과장님. 수애요. 요즘 기량이 남다르던데요.” “그 중국인 가이드가 실력이 좋긴 한가보네….” “아니, 그 수준이 아니예요. 지난주에 인천 현장이요.” “말도 마. 그 때 현장 잘 마무리 해놓고 그 가이드 센터에서 폭주할뻔한 거 잊었어? 나 그거 생각만 해도 머리 아파.” “그 때 애들한테 듣기로는 수애가 능력 하도 써서 과호흡에 쓰러지고, 결국 회복
“정말 올까요…?” [ 일단 기다려보죠. 안 온대도 우리 쪽에서 중국에 연락하면 되니까. ] “계약서 내용을 마음에 안 들어하면 어떡하죠….” [ 물론 우리 쪽에 유리하게 작성하긴 했지만 그가 원하는 게 돈이 아니라 다른 거라면서요? 들어 줄 사람이 아가씨밖에 없으니까 정말 필요하면 들어주겠죠. 정 아니여도 수정하면 되는 문제고. …대가가 뭔지 정말 안
흥미로운 시선이 집요하게 수애의 얼굴을 바라본다. 뚫릴 것만 같은 뜨거운 시선에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린다. 두 사람 사이에 앉은 남자가 한숨을 내쉬며 안경을 고쳐썼다. “자…. 일단 리 웨이 씨. 한국어를 할 줄 안다고 하셨으니 미팅은 한국어로 진행하겠습니다. 괜찮으실까요?” “응.” “…. 네, 그럼…. 파트너로 김수애 씨를 신청하셨다고요. 타국 센
"여긴... 수애가 가기로 했지? 김수애 어디에 있어?" "강원도요. 거기도 가이드 없어서 지원 나갔어요. 새벽에 갔으니까... 올 때 됐네요." "해외 가이드 충원해준다더니, 대체 말만 몇번째야?" "제 말이요... 이러니까 치유형 센티넬들만 죽어 나가지..." "아무튼, 김수애 복귀하는 대로 가이딩 받게 준비시켜. 바로 출발이니까." 파일철을 닫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