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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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상하지 않아? 아마네는 중얼거리면서 고개를 오른쪽으로 기울였다. 맞은편에 앉아서 잔에 담긴 술을 홀짝거리고 있는 쿄라쿠는 웃기만 할 뿐,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나는 진지하게 말하는 건데? 왜 대답이 없냐고 물어볼 수도 있지만 제 손가락에 내내 찰랑거리던 술이 몇 방울 떨어졌다. “아아..” 입술을 가져다 대고 조금씩 마시는 동안 앞에 앉
이건 마치.. 우라하라는 순간적으로 찡그리려는 인상을 바로 폈다. 묘한 감정이 가슴 밑바닥부터 머리 끝까지 차올랐다. 다른 이들이 있는 곳에서 표정관리조차 하지 못하는 것은 어린 시절에나 하는 일이다. 나이가 찰만큼 찬 지금은 쉽게 기분을 드러내지 않는 일에 능해졌다. 하지만.. 이건 뭐라고 하면 좋을까. 그래, 농락을 당하는 기분이다. 늘 그랬던 것
“에에.. 에에에?!” 히츠가야는 제 부대장인 마츠모토의 반응에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눈을 천천히 감았다. 아침 해가 쨍하고 서류는 천장에 닿을 것처럼 쌓였지만 손가락을 움직이지 않던 그녀는 이리 오라고 부르는 목소리에 입술을 삐죽거리면서 다가왔다. 그리고 제가 내민 종이를 받자마자 엇.. 하고 조용하더니 계속 저 상태인 것이다. 시선을 옆으
벗어나는 거다. 이 악몽에서. 우라하라는 뻑뻑해진 눈을 비벼가며 손에 든 구슬을 매만졌다. 드디어 완성했다. 몇 달째 상점 문을 닫아놓고 연구에만 매진했다. 여기저기 음식 썩어가는 냄새가 진동을 했지만 이제는 그 냄새에 익숙해져서 크게 타격을 받지도 않는다. 실험실 안에서도 느껴질 정도로 많은 영압이 이 마을을 복구하는데 힘을 쓰고 있었다. 그들은 일
참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쇼파에 한쪽 팔을 굽혀 머리를 기대고 몸을 길게 누운 히라코는 팔락거리던 잡지도 내려 놓은 채 설거지를 하고 있는 아이젠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싱크대가 낮아서 한껏 허리를 숙이고 꼼지락거리며 그릇을 닦고 있는 모습을. 저놈은 말이지.. 참 알 수가 없는 놈이라니까.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 생각에 변화는 없다. 달그락
비 오는 날이라 그런가. 미술관은 조용했다. 세르주는 앞에 놓인 그림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도저히 알 수 없는 그림이었다. 어떤 부분이 아름다운지, 어떤 부분에서 마음을 빼앗겨야 하는지, 어떻게 이걸 받아들여야 하는지.. 저는 하나도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옆에 서 있는 마크는 달랐다. 그는 아까부터 이 그림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그는 끊임
아무래도 주변 공기가 사나웠다. 그럴 수밖에. 이 공터를 지나가야 하는 대원들은 다가오다가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돌렸다. 우라하라는 팔짱을 끼고 앞에 서 있는 두 사신을 바라보았다. 아이젠은 대답하기 싫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고, 자라키는 인상을 쓰면서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싸움 한 번 해보는 게 어때?”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걸.”
“어메, 추운 거..” 히라코는 어깨를 움츠렸다. 말을 할 때마다 입에서 새하얀 김이 폴폴 나왔다. 5번대 내부는 어제 내린 눈으로 새하얗게 변해있었다. 어린 대원들 어리지 않은 대원들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나와서 눈을 던지고 놀거나 눈사람을 만들고 있었고, 그 중 일부는 대사 내에 있는 눈길을 적당히 치워놓았다. 시오는 당당하게 턱을 들고 앞으로
아침부터 기술개발국의 분위기는 싸늘했다. 쿠로츠치는 이마를 짚으며 생각에 잠겼다. 아니, 생각을 하려고 하는데 자꾸만 밀고 올라오는 짜증이 제 생각을 잡아먹고 있었다. 어째서 협력을 해야 하는 것이지? 절대 그러지 않아도 되는 상황인데? 내가 할 수 있는데?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한데? 기술개발국의 실력을 무시하는 건가? 아니면 지금 나랑 싸우자는 건가?
녀석은 변한 게 없었다. 아니, 있나. 있는데 없어 보이는 걸까. 조로는 가만히 상디를 살폈다. 어인섬에서 한바탕 일어난 싸움을 끝내고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우리 선장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파티를 열었으며 제 연인은 뚝딱뚝딱 많은 수의 음식을 만들어냈다. 예전이랑 똑같다, 이런 건. 아무리 자세히 봐도 여자를 보며 더 넋이 빠져 있다는 점 외에는 달
여기는 어딜까. 동료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지? 테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하늘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으리으리하게 크다 못해 곧 하늘에 닿을 것처럼 뻗은 나무들과 빽빽한 나뭇잎에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햇살. 고개를 한껏 젖히고 있어서 뒷목이 약간 저릿 거릴 정도였다. 양옆을 살피며 누가 오는지 안 오는지, 아는 얼굴이 있는지 없는지 살피는 게 우선이었지만,
켄짱이 잘못한 건 없는데. 야치루는 아마 두 팔이 있었다면 팔짱을 끼고, 눈을 부릅뜬 채 자라키의 편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검으로 돌아간 지금, 그렇게 할 수는 없다. 가만히 형태를 유지하며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최선이었다. 쿠로츠치는 무언가 마음에 안 드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정말로 스스로를 숨길 줄 모르는 남자였다. 발을 탁탁 소리가
이건 예상에 없던 일이다. 온전하게 저만의 실험일 줄 알았다. 쿠로츠치는 인상을 쓴 채 팔짱을 끼고 있었다. 성질 같으면 발을 탁탁 굴리면서 티를 냈겠지만 상대는 우라하라 키스케였다. 안 그래도 눈치가 빠른 사신인데 지금 제 불쾌감을 눈치 채지 못했을 리가 없다. 발까지 굴리면서 티를 내면 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짜증이 나는 걸 어쩌자는 것인가. 온전
“함만 믿어보라니께. 진짜 좋아할 거여.” “그래도..” “아, 나를 못 믿는겨?” 믿지.. 믿는데, 이건 너무.. 어린 아이들이 할 만한 것 아닌가? 히라코는 본인의 가슴을 탕탕 치면서 당당하게 말했다. 그렇지 않다고, 요즘은 어른들도 많이 하고 다닌다고. 하지만 이런 것을 아이가 좋아한다고? 가람은 어색하게 머리 위에 얹어진 토끼 모자를 만지
참으로 특이한 남자다. 쿠로츠치는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다. 이 남자, 자라키 켄파치라는 남자는 이것 저것 실험을 할 수 있는 게 참 많은 남자였다. 넘쳐나는 영압과 강한 몸, 어딜 내놔도 뒤쳐지지 않는 저 괴물 같은 생명체의 질긴 생명 같은 것들이 제게는 완벽한 실험체로 보였다. 처음으로 그에게 관심을 갖은 건, 아주 오래 전 엄청난 영압을 갉아
충분히 볼품없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더 이상 숨길 수가 없을 만큼 가득 차 버린 마음을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막아보려고 애를 썼는데, 끝이 났구나. 상디는 한숨을 쉬었다. 폐에서 덜 빠진 담배연기가 훅 하고 허공을 갈랐다. 숨이 모자라 뱉지 못한 것이 희게 퍼지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제 자신이 참 초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어
“이 섬에 정착을 하겠다는 거지?” 테티는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실례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루피는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분명 불평 가득한 얼굴인데. 나미는 그의 볼을 쭉 잡아 늘리며 말을 해보라고 했지만, 그는 조용할 뿐이었다. 조로와 로빈은 아무런 말이 없었고, 우솝은
배가 휘청거렸다. 표현을 하자면 그렇다는 뜻이다. 아니, 어쩌면 정말 휘청였을지도 모른다. 잠을 자다가 깜짝 놀랄 정도로 큰 소리를 듣고 급하게 뛰어나온 거니까. 올라오면서 슬금슬금 탄내가 날 때부터 불안했다. 심각하게 조용한 것도 문제였다. 방금 배가 휘청인 것 같은데, 아니, 분명히 휘청거렸는데 너무 조용했다. 불안하다, 불안해.. 그리고 역시나.
이번에는 정말로 죽는 줄 알았다. 히라코는 눈을 뜨자마자 가장 처음으로 떠올린 말을 입 밖으로 중얼거렸다. 다행히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 텅 빈 방에 저 혼자 남겨두고 다 나가 있다고 생각을 하니 약간 짜증이 나다가도 그들 나름대로의 배려라고 생각하면 뭐, 나쁘지 않았다. 몸속에 자리 잡은 호로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버거운 존재였다. 그를 제 아
해가 이렇게 강한데 눈부시지 않을까? 미나모토는 멍하니 잠든 히라코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하늘이 반짝거렸다. 구름도 한 점 없는데 이렇게 밝은 곳에서 잠이 들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게다가 꽤 깊게 잠이 든 모양인지 가까이 다가오는 제 기척에도 반응이 없다. 옆으로 누워있는 그의 마른 허리 사이에 딱 제가 앉을만한 공간이 있었다. 쪼르르 달려가서 엉
“자, 오늘은 말 예쁘게 하기를 연습해보기로 해요.” 오즈의 말이 끝나자마자 두 사람에게서 무슨 말이냐는 뜻의 욕설이 날아왔다. 무슨 개소리야?, 너 오늘 뭐 잘못 먹었냐? 이런 반응을 보일 줄 알았다는 것처럼 미소를 지으며 침착하게 대응했다. 제발, 오늘은 귀에서 피가 나도록 험한 소리를 듣고 싶지 않은 날이었다. 뭐, 특별한 날이라서 그런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