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제나
총 18개의 포스트
노아는 눈을 떴다. 까만 배경에 박힌 점들이 반짝거리며 빛을 발했다. '...꿈이네.' 그렇게 생각했다. 노아는 본래 꿈이라는 것을 꿔본 적이 없지만, 이 단어 외에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어쩌면 환각 따위의 것일 수도 있겠으나 최근에 그런 위험한 일을 했던가? 아마 아닐 텐데... 그러한 생각들을 뒤로 하고 노아는 앞을 바라봤다. 익숙하지 않은
“너 내 말 제대로 안 듣고 있지?” 맞은편에 앉은 검은 머리의 여성의 날카로운 지적이 들려왔다. 그 소리에 그는 노트북에 고정해두었던 시선을 옮겨 상대방을 바라봤다. “아, 아니야. 제대로 듣고 있었… . ” “거짓말. 보나마나 뻔하지, 뭐. 내가 말도 안되는 헛소리나 한다고 생각하던 거 아니야?” “아니래도… .” 여전히 불퉁한 얼굴을 하고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이진의 발걸음이 무겁다. 늘 당당하게 정면을 바라보던 시선은 어둡게 가라앉아 밑을 향한다. 이진의 입에선 길고 작은 한숨이 새어나온다. 붉게 물든 길이 보인다. 이진의 기분은 바닥으로 떨어져 처박힌다. ...노을 탓이야, 이건. 애써 핑계거리를 붙인다. 그렇다고 내 탓은 아니잖아? 울컥 올라오는 감정에 속으로나마 치졸한 분풀이. 아침부터
은회색 눈동자가 에녹을 향한다. 이진은 에녹을 바라본다. 이것을 바라본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이진은 정말 그를 '바로' 보고 있는 것이 맞을까. 말하자면 단순히 반복되는 현상을 기록하고 모아둔 일지에 가까울 것이라 생각한다. 희고 긴 머리, 붉은 눈동자, 보기 좋게 미소 짓는 얼굴. 타인의 호감을 사기 쉬운 모습이라 생각했다. 입을 열면 경악할만한 말
Q. 뭔가요 이게 A. 그냥 제가 쓰고 싶어서 쓰는 에녹이진 글. 어찌 되었든 그 이후, 다사다난했던 그날의 다음 날, 그다음 날, 또 그다음 날.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진은 핸드폰 바라보는 시간이 늘었다. 하다못해 학생 시절에도 이런 적은 없었는데. 그 이유이자 원인 제공자에 대한 것은 말로 꺼내지 않아도 알 테니 구태여 적진 않겠다. 이진은
제이는 너무도 손쉽게 폭력을 휘두른다. 높이 손을 치켜들었다가, 빠르게 아래로 내리꽂는다. 주먹, 손바닥, 혹은 다른 무기를 쥐고서고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제이에게 폭력은 곧 삶이다. 수단이자 그가 삶을 영위하는 방법. 아마 앞으로도 관둘 일은 없겠지. 그의 삶은 피가 낭자했고, 낭자하고, 낭자할 예정이었다. 그 피가 자신의 피가 되고 싶지 않다면 제이는
고도 험난했던 여행에서 돌아온 이진은 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지쳐있었다. 지금 뿐만 아니라 이후로는 더욱이 지칠 예정이었다. 예상치 못하게 길어진 일정으로 인해 밀린 일정과 공부가 두 달치는 되었으니까. 바쁜 나날을 보내는 이진에게 잡생각을 할 여유는 없었다. 아니, 그랬어야 할 터였다. 집중해서 해야 할 일들을 끝내도 모자랄 판에 잡생각은 무슨. 허
의미 없는 하루. 조금은 특별한 날인가. 이진은 나서서 이런 기념일을 챙기는 편이 아니었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그 속에서 이것저것 배우다보니 익힌 습관 같은 거랄까. 그리 큰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챙겨서 나쁠 것도 없었다. 그렇기에 챙기지 않을 이유가 딱히 없으니 챙기게 된, 그런 거랄까. 발렌타인데이 하루 전, 2월 13일. 이진은 근처 디저
어두운 영화관, 스크린에 반사되어 비치는 빛. 이진은 이따금 꿈을 꾼다. 늘 품에 안던 팝콘통도, 콜라도 없다. 덩그러니 푹신한 영화관 의자에 앉아있을뿐. 스크린에 비치는 것은 그저 하얗고 하얀 화면. 가끔씩 지직거리는 노이즈 소리가 들린다. 소리는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다만 저 하얗고 하얀 화면이 이진에게는 공포로 다가온다. 의미불명의 꿈은 그저 지루했
세상살이는 결코 쉽지 않다. 뜻대로만 술술 풀리는 살기 쉬운 인생이란 없으며, 인생이란 것은 늘 자신의 예상과 뜻에서 비껴나가는 법이다. 세상살이는 결코 쉽지 않다. 개인의 문제, 사회의 문제. 조금 쉽게 흘러가는가 싶더니 금세 또 막혀버린다. 차라리 포기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때, 순응하는 것이 편하다는 생각이 들 때, 차이는 이때 생기는 것이 아닐
(*노래 가사와 함께 봐주시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길가에서 방황하던 그때 만났던 사람. 나에게 도피처를 내어주었던 사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난 사람. 한결같았던 사람. 그럼에도 달랐던 사람. 이제는 의문만 남아버려, 어찌해야 할지 모르게 만드는 사람. -안녕, ... 평범했던
너는 내게 가까운 듯 멀어서 한 걸음 다가갈 때면 수많은 생각을 해 하지만 내게 사랑은 처음부터 너야 | 김조한, 처음부터 너야 이어지는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들려오는 목소리가 기분 좋았다. 전해져오는 내용과는 별개로 말이다. " 미워하기는 누굴 미워한다고 그러는 걸까. " 나지막이 말을 뱉었다. 자꾸 슬프게만 생각하는 이유를 모르겠어
닭이 밝다는 말은 네가 참 예쁘단 거였어 별이 많다는 말은 네가 그만큼 좋다는 거였고 밤공기가 시원한 건 함께 있는 시간이 따스해진 탓이었지 그만큼 세상이 온통 너였고 네가 세상이었어 나는 거기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 했던 거야 -김준, 숨은의미 " 글쎄. 그럼 루시엘은-... 바라보기만 할 건가. 내가 무얼 하던 보고만 있을 거
내가 너에게 사랑을 말하자 너는 알고 있다 말하며 미소지었지 그제야 내가 존재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백색의 천사가 붉은 심장을 가졌을 때 꼭 이런 기분이었을까 | 향돌, 심장을 가진 천사 " ... ...난 그런 거 안 바라는데. " 바라는 게 뭐가 있겠는가. 늘 그랬다. 항상 자신의 생각보다 많은 것을 주려 하지 않았던가. 바라는 것보다, 아니
항상 이맘때쯤이면, 기승을 부리던 추위가 한풀 꺾인 것 같은 때쯤이면, 사랑을 영업하기 시작한다. 하트 모양, 분홍색 따위로 치장된 가게 일부. 시간이 더 지나 봄이 오면 거리에서는 사랑을 노래하고 따스한 분위기가 흘러넘칠 것이다. 이를 노아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노아의 작은 애인은 인간이다. 외관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작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지만, 노
도아에게. 실은, 이렇게 글을 적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 잘 쓸 수 있을지 모르겠어. 그렇지만 네가 좋아해 준다면 그걸로 충분할 것 같아. 요즘은 어떻게 지내? 편지에는 안부부터 묻는 거라고 하던데…. 나는 잘 지내. 건강하고, 사지 멀쩡하고, 아픈 곳도 없어. 이따금 피아노를 치러 음악실에 갈까, 하는 생각을 해. 그러고 있다 보면 네가 와주지 않을까
그대에게 묻는다. 노아는 인간인가? 신체에 물음이라면 답은 '아니', 정신에 대한 물음이라면 쉽게 답할 수 없을 것이다. 필자는 노아 블랙스타가 인간은 아니지만 사람이라 명명될 수 있다고 본다. 그의 육체는 무기체에 가까울지언정, 안에 담긴 것은 명백한 생명이기에. 누군가는 노아를 보고 비인간적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감정이 옅은 얼굴, 적은 표현, 인간
‘넌 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해?’ 언젠가의 이진이 미처 묻지 못했던 말. 이진은 그의 등과 그 등을 덮은 흰 머리칼을 여러 번 보았다. 이상하게도 그 위치에 있을 때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나에게 해가 오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도 그랬다. 나를 감싸기에 필사적이었던 그. 무섭지 않았어? 망설임도 없이 몸으로 막아섰잖아. 네가 다칠 수도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