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관전자의 무제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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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용이 아닌 철재, 땅이 가늠되지 않는 드높은 곳에서 우리 겁먹지 않았다는 듯 걷는다. 가는 다리 서너 쌍 그을린 자국을 부르고 싶었다면 문신이라 명명했을 지도 몰랐다. 타투이스트 손이 꺼멓고 고의가 없다. 무시가 때로는 지금의 법이라고. 형태가 남은 구조물에 불 밝히고 온전한 통조림 때 낀 손톱으로 틱틱거린다. 대여섯의 숨결 어떤 것도 말을 하지 않고, 애처로운 목소리가 애처럼 가장 큰 글씨만 읽는다. 친환경이라든가 무농약이라는 단어는 어느 세대부터 의미를 잃었더라.

생선의 뼈는 텁텁하기보단 마그네슘이다. 삼시 세 끼가 이지러지건 말건 존재하며 앉아있는 다리들. 이따금 부시식 솟는 불꽃, 차가움을 말한다고 전하는 이 없다. 모두 불타 없어지길 손 모아 비는 철판이 어떤 거대한 기계에서 떨어져나온 것이라는 걸 기억하는 이 없고 기록도 없다. 불탄 것은 오래 전이다. 잡지고 책이고 종이고 알량한 체온을 위해 불살랐으나 차가움이 다가온다고 한 발 너머 본 이 없었다. 주먹으로 탕탕 쳐 길을 내고 앉아, 지워져가 읽을 수 없는 로고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일은 언제쯤 끝장날텐지 모른다. 머리 위로 무너져내리는 철근은 어느 가르치려 드는 자식도 대처해보려는 의지가 말랐다. 말없는 도시 바라보며 후드티 소매로 대충 얼굴 검댕 닦아내는 조그만 심장이 자그마치 몇 개인지.

쾅. 편의점 창고 문이 비틀리고 그것은 어수선한 안과 어울린다. 창고에 뭐 더 있어? 아니. 벽이 있으면 기대고 앉는 흠집난 손들이 맞잡아대는 게 그나마 의지할 수 있는 전염병. 아, 진짜 과자 그냥 원없이 먹어봤음 좋겠다. 그 때 말했던 그 과자랑 다른 거 하나 없는 과자 조각들이 타일 바닥에 종류별로 널려있다. 저러면 벌레 올 텐데. 그러면 우리들만이라는 생각도 위로할 수 있겠지. 더러운 옷가지와 살덩이들이 껴안는다. 서로를 위해 죽으려는 마음은 한 톨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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