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참참
총 24개의 포스트
4/6/2093 Daily report Status: all green 써니는 조금 심심해 보인다. 내가 심심해서 감정이입하는 중이라고 봐도 되고. 도무지 할 게 없으니 봤던 경기 보고 또 보고……녹화라도 잔뜩 해 와서 다행이지, 아, 젠장. 휴가 한번 나갈 때마다 리그 순위가 하늘로 솟았다 땅으로 꺼졌다 한다니까? 취미가 비슷한 사람도 하나도 없고,
*푸른수염 어쩌고 모티프 *복스 로어 데몬헝거 업뎃 버전까지 다 알고 보시길 추천 가끔 스무 살 적 꿈을 꾼다. 누구에게도 들려준 적 없는 젊은 시절 이야기는 내가 생각해도 아주 기괴한 것이라, 식은땀을 흠뻑 흘리고서 일어나면 이 기억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가 없다. 한편으로는 내 머리가 형편 좋을 대로 왜곡하고 지어낸 전개 같기도 하지만 또
‘노력 없이 얻을 수 있는 아름다움은 없다.’ 우키 비올레타의 지론이니 받아 적어도 좋다. 펄거는 우키 앞에서만은 플러팅 같은 말을 마구 쏟아내는 게 버릇이 되어버려서 ‘넌 안 해도 예쁠 것 같다’ 비슷한 말을 한번 했다가 대단히 빈축을 샀던 적이 있다. 그 뒤로는 그렇다니 그런가보다, 전세계 남자들이 가슴에 새겨야 할 말마디를 곱씹으며 백 번씩 빗질
미디엄 레어, 버터와 소금으로만 구운 당근을 곁들인 티본 스테이크 식지 않도록 아주 뜨겁게 데운 콩소메 후추와 돌소금을 직접 갈아 뿌리는 야채 마리네이드 통밀로 반죽하고 무화과를 듬뿍 넣은 빵 아름답고 용맹무쌍한 왕자님은 과연 우리 모두의 자랑이시지요! 언니들은 왕자님의 우미한 용안과 당당한 풍채를 가장 흠모한다 수군거리지만, 저는 조금 달라요.
유난할 만큼 일가친척이 세계 곳곳 흩어져 사는 브리스코들은 연휴마다 온 가족이 여기저기 비행기 타고 떠나기로 널리(동네에) 알려져 있었으나, 이번 연말 아들 브리스코만은 가족 여행을 거부하고 집에 남았다. 아버지 브리스코는 입술을 씰룩거리며 얼씨고, 퍽도 '집에' 남겠다, 같은 중얼거림으로 아들의 귀를 벌겋게 만드는 데 성공했는데 과연 틀린 말도 괜한
(이 글이 나온 계기가 위 링크에 그대로 있음) 도피오가 경찰이며 히어로 본부에 들락거리기 시작한 지는 몇 개월쯤 되었는데, 더 어리고 혈기왕성하던 시절처럼 무언가를 박살내고 동네 경찰서에 끌려가는 게 아니라는 점이 퍽 고무적이라 베르는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우려의 목소리를 깔끔하게 무시했다. 그가 생각하기로는 ‘지금은 뭐 혈기왕성하지 않나’ 정도를 제외
"미스터 녹스. 잠깐 좀 괜찮으실까요?" 짐칸이 다 너덜너덜하게 터진 트럭에서 마지막으로 내린 윌슨은 여태 피와 점액으로 범벅이 된 신발 하나 갈아신지 못한 채였다. 상태가 좋지 않아 뵈는 리볼버를 본 알반이 마침 선반을 뒤져 찾아낸 소제용 솔과 기름을 건네주려고 했으나, 윌슨은 고개를 저으며 그를 잡아 끌고 창고 뒤로 갔다. 불을 피워둔 공터에서 떠
카네시로 선단은 우주해적 출신 선조가 어쩌다 떼돈을 벌어 이름이 알려진 케이스다. 말은 제3외행성계 자유무역을 추구하는 비전이 어쩌고저쩌고 하는데 그 뒤로도 쭉 그냥 돈 많은 우주해적, 깽값 물어줄 자신 있는 우주깡패, 뭐 그런 존재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다. 이제는 그 시절처럼 보이는 우주선 다 공격해가며 털어먹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게 되어 좀
눈을 감으면 야시장의 소음은 두 배로 크게 들린다. 직전에 했던 써니가 목소리 방향 같은 거 아무 도움도 안 된다며 버럭 역정을 내던 이유를 저절로 이해하게 되었다. 날이 서지 않은 작은 도끼를 잠자리채나 되는 것처럼 허공에 휘적거려 본 슈는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슈, 아하, 하하하! 그쪽이 아닌데, 이쪽! 이쪽이야, 슈!
"나 나간다, 루카!" "엉? 어……어! 잠깐잠깐잠깐 잠까안!" 신발을 구겨 신고 뛰쳐나가려던 알반이 뭔가에 걸려 넘어질 뻔한 사람처럼 멈추었다. 방만한 자세로 반쯤 누워있던 루카는 컨트롤러까지 떨어뜨리며 허둥지둥 몸을 일으켜 현관 쪽을 돌아보았다. 아니, 쟨 뭐 ‘잠깐’ 나갔다 온다면서 저렇게 번드르르 새로 산 옷은 죄다 껴입고 나간대? "너!
굳이 따지자면 써니는 형의 친구. 그러니까 나는 아마도 친구의 동생. 우리 둘은 친구가 아니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생각해 볼 만한 문제다. 친구……도 맞긴 맞겠지. 써니는 다른 애들이 동생이란 존재가 지독하게 귀찮아서 놀이터 미끄럼틀 위에 올려두고 도망쳤다가 어머니에게 볼기짝을 두들겨 맞던 시절에도 곧잘 나를 끼워 놀아주었고, 그건 나이를 더 먹은 뒤
"브리스코 경, 우리 돌발 상황 발생 시 행동 강령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 보죠." 그렇게 운을 뗐을 때, 왕정마법사 야미노는 두 팔 가득 음식 재료를 안고 휘청거리고 있었다. 커다란 늙은 호박과 성인 남성의 팔뚝만 한 가지 두 개만 해도 확실히 중량 초과였다. '전투 상황 발생 시 행동 강령' 같은 말보다는 아무래도 '식량 부족 사태를 피하기 위한
논컾임 호주조절대다시논컾친구관 ㅇㅋ? ㅇㅋ 눈앞에 별이 번쩍거린다. 별 하나에 구 도심지 재개발 사업, 별 하나에 클럽 하수도 정비 문제, 별 하나에 시의원 선거…… "……시로. 카네시로." 노랗게 번쩍거리는 게 별인지 저 머리털인지. 희미하게 돌아온 이성에 강하게 힘주어 부르는 소리가 잡히기 시작했다. 불행히도 온 머리통이 다 얼얼해 루카는
어린 남동생의 울음 폭탄 공격에 휴가 내내 시달렸다는 에나는 결국 장식장 위에 곱게 뉘였다. 십시일반 얇은 재킷이며 후드티, 망토까지 다 벗어다 이불처럼 깔고 남자들은 얼씬도 말란 말과 함께 포무와 밀리가 낑낑대며 정처없이 조는 에나를 겨우 그 위에 올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러니까 ‘곱게’ 뉘였다는 건 순 거짓부렁이고 그 좁은 데서 반 바퀴 굴러 벽
"와으헉! 너, 너, 너 그거 뭐야!" "뭐긴 뭐야, 사람을 보고 지금..." 아, 나 말하는 게 아니구나. 급히 목을 감싸 가렸지만 유고는 이미 놀랄 대로 놀란 뒤였다. 너무 펄쩍 뛰며 비명을 질러대서 나까지 덩달아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 하마터면 남는 손 대신 머그를 들고 있던 손을 쓸 뻔했는데, 차라리 그랬으면 커피 쏟고 수습한다는 핑계로 유고
먹고사는 문제라면 천하가 다 아는 대도가 되는 건 좋은 선택지가 아니다. 실제로 팬텀 시프라 불리기 전, 그러니까 적당히 입에 풀칠이나 하기 위해 훔치며 도둑질이란 적성을 찾아갈 무렵에 알반이 가장 많이 훔친 것은 적당히 잘 사는 행인들의 지갑 또는 지갑 속 현금이었다. 그 현금이 너무도 절실한, 즉 고만고만하게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털어먹지 않는 건
2월 14일, 두 사람은 작은 해변 카페 발코니석에. 오전 중에 비가 그친 하늘은 맑았지만, 바닷바람은 전날보다 한층 더 차가워졌다. 오래된 덱을 누군가 밟을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옅은 물소리가 배었다. 비, 추위, 점심시간도 꽤 지난 애매한 오후, 장사 공치기에 딱 좋은 요소만 모아둔 카페는 사람이 만드는 소음 대신 어디에나 듬뿍 얹어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