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고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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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민화인…” 비소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아뇨. 아닙니다. 정신차리세요. 비소가 바라보는 공간은 다시 일그러진다. 끔찍한 고통이 비소를 뒤덮는다. 다시 비어있는 연구실로 돌아왔다. 이질적이던 흰 빛이 가득한 민화인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비소의 눈 앞에는 검은 머리칼의 민화인이 서 있다.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비소. “방금은 뭐야?”
비소는 민화인을 두고 갈 수 없었다. 머릿속에 혼란만이 가득했다. 민화인이 악을 써 소리친다. “정신차리세요, 비소!!! 어서 이 자리에서 벗어납니다. 곧 이 복도로 들어올거에요!” “하…하지만.” 민화인이 비소의 두 어깨를 붙잡는다. 선명하고 흔들림 없는 눈동자가 비소를 꿰뚫어본다. “하지만이 아닙니다. 난 죽지 않습니다 비소. 그러니 움직이세요
비소가 죽었다. 뭐, 예상 못한 일은 아니지. 민화인은 그렇게 생각했다. 시야를 내리면 눈을 감고 있는 그가 보인다. 한참 전에 식은 육신은 아직도 온기를 머금고만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언제고 그랬듯. 언제나 했던 실험처럼. 그 창백함을 뚫고 다시 눈을 떠 자신의 멱을 잡아 줄 것만 같았다. 아니다. 아니지. 죽은 사람을 두고 쓸데없
비소는 들려오는 안내 방송에 멍해졌다. 도저히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이 기록은 과거의 것이 아닌가? 그저 우연의 타이밍인가? 비소의 앞에 놓인 녹음테이프에선 계속해서 노이즈와 녹음 된 음성이 흘러나왔다. “뭘 그리 넋을 놓고 있습니까? 정신 차리세요.“ 그것은 마치 비소에게 말을 거는 것만 같았다. 아니 확실히 말을 걸었다. 그것은
- 004 rec. 이전 기록은 무의미 했습니다. 아무도 보질 않았거든요. 자기 연구 외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니. 연구원이면서 이렇게 호기심이 떨어지는 놈들만 모여있을 줄이야… 그래서 난 조금 다른 방법을 구상해내었습니다. ???#-33 -3?33.00C ?이들은 실험체를 엄격히 관리하고 경계합니다. 미지의 것이라는 이유 하나로 말입니다.
- 008 rec. 인지란 무엇일까.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은 우리가 바라봄으로써 인지된다. 공간, 소리, 감각. 인지하는 만큼이 당신의 세계다. 당신은 인지 밖의 세상을 알 수 없다. 그것의 존재조차 발상할 수 없다. 인지의 밖이란 그런 것이다. 존재하지 않는다. 미지의 것이란 그런 것이다. - 009 rec. 인류는 우주 이상을 바라보지
* “민화인? 그 독쟁이를 왜 제게 묻습니까? 같이 있을 거 아니에요.” “걘 지금 상태가 안 좋다고. 너 정보상이면 알 수 있을 거 아냐!” 비소는 리여윈을 찾았다. 평소라면 밖에서 소식이 묘연했을 터지만. 이번은 운이 좋게도 궁에서 그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그걸 왜…. 그나저나 난 어떻게 알고 있는 거람? 그 독쟁이가 나불거렸나?” 리여
* "......나…" "....어나…!" 누군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일어나! 민화인! 야!" 비소였다. "비소?" 등으로 차가운 눈이 젖어 들어간다. 냉기에 정신이 점점 선명해졌다. "내가 잠든 지 오래되었습니까?" "태평한 소리하고 있네! 얘기하다가 잠든 건지, 기절한 건지! 기다려도 일어나지도 않고! 너 뭐야. 진짜 독이라도 먹었어?
* 꿈은 다른 세계를 느낄 수 있는 관문이다. 살다보면 어쩌다 한 번은 들어보았을 법한 유언비어. 다만 이번은. * “효월.” “예.” 당문의 가주의 눈빛이 나를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나 또한 그에 답하듯 그를 올려다보았다. “말씀하시지요.” 가주는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내 두 손이 올려진 탁상 위로 시선을 옮겼다. 잔뜩 엉켜있는 약재와
** 오늘따라 당신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나의 연구실에 남아있던 그대의 온기에 나는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당신과 함께한 날보다 나 홀로 지낸 날이 더 많거늘. 참 이상한 일이지요. 해가 저물었습니다. 여전히 당신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난 여전히 당신의 온기가 남아있다고 믿었습니다. 해가 떠올랐습니다. 나는
#자신이_내일_죽을_것을_안다면_자캐는_앤캐에게 * 명줄의 끝에 도착했는지, 반복되는 암살 위협에 몸이 상해 한계가 되었는지.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직감한 태지천의 하루는 평소랑 다를 게 없다. 교도들과의 회의에선 평소와 같이 일들을 처리하고 자신의 상태를 전한 뒤에, 일을 시끄럽게 만들지 말라는 경고와 함께 덤덤히 자리에서 일어나
* 이환연은 숨을 골랐다. 아무리 숨을 골라도 그의 손의 떨림은 사라지지 않았다. 출혈과 피로. 이 두 가지가 몰려오니 제대로 서 있는 것조차 버거웠다. 자신이 어떻게 정신을 갖고 서 있는지도 이해하지 못한 채, 이환연은 눈앞의 마교도를 하나라도 잡아내어 이환야의 행방에 대한 실마리를 알아내겠다는 집념 하나로 흑의인들 앞에 일어섰다. 이환연은 지금이
* '반드시 생포한다.' 이환연은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어떻게 해서든 그들을 잡아 이환야에 대한 정보를 얻어낼 필요가 있었다. 그것이 이환연이 집안의 말림에도 고집을 굽히지 않고 강호를 나선 이유였다. 소식 하나 알 수 없었지만, 이환연은 이환야가 마교에서 죽지 않았을 것이라는 신뢰가 있었다. 이환연이 아는 이환야는 그런 인물이었다.
* 이환연이 손에 든 청색의 호패. 그것은 이가장에서 값을 받고 강호에서 가주에게 일을 받아 활동하는 자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호패가 분명했다. "응? 이가장 호패네. 이 녀석들이 갖고 있었어?" "이 호패… 아세요?" "그럼. 거기 깐깐한 가주 아저씨가 단골손님이거든. 어찌나 귀찮게 하는지, 악질이야 악질. 왜 본부에선 그런 사람을 받아주는 건
* 이환연은 다시 내려치는 검에 몸을 틀어 검을 피하고는 손에 흙을 쥐어 그에게 뿌렸다. 잠시 상대의 시야가 가려진 틈을 타 그를 발로 차, 거리를 벌리고 놓친 검을 주웠다. 상대의 시야 탓에 시간의 여유가 생기자, 이환연은 오른팔의 소매를 걷었다. 본래 제대로 아물지도 않은 상처가 강한 힘을 무리해서 막으려는 탓에 벌어졌는지 붕대가 검붉게 물들어 가고
* 남세화는 청부업을 받는 사람이다. 그가 오늘 행한다는 의뢰와 관련되었을지도 모른다 생각이 들었지만, 이환연은 왠지 모르게 밀려오는 불길한 예감을 지나칠 수 없었다. 그가 아는 남세화는 일을 군더더기 없이 깔끔히 처리하는 사람이기도 했지만, 자신이 보내는 생명을 존중하는 정신이 있었고 그들의 최후를 책임져줄 때도 있는 만큼 미련한 사람이기도 했다. 더
* “엥? 아냐 아냐. 진정해 연비 대협. 아직 술도 다 마시지 않았다고.” 사람들에게 사례도 받지 않는다면서 뭐 그리 좋다고 나서는지 남세화는 이환연을 통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도 보면 그저 진정하라 했을 뿐인데 저렇게 불안한 얼굴로 떨떠름하게 자리에 앉고 있지 않던가. “누가 보면 못 가게 한 줄 알겠네.” 어느새 술 한 병을 다 비운
* "아버지. 왜 형님을 그냥 보내주시는 겁니까." 이혁린이 이환연의 처소에서 나오자, 처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둘째 공자 이환위가 차가운 음성으로 이혁린을 멈춰 세웠다. "매번 저렇게 돌아오시는데 부모로서 당연 막아주셔야 함이 아닙니까? 저러다 큰일이라도 입으시면..." "환위야." 이혁린은 강하게 말해오는 이환위의 말을 멈춰 세웠다.
* 중원 강서에 위치한 이가장(李家莊). 빠르게 부상한 샛별과도 같은 가문이다. 가주의 훌륭한 지략과 노력으로 가문의 표국을 운영하며 강서에서의 입지를 키웠다. 이가장을 이끄는 가주 이혁린은 뛰어난 심계와 책략가로 그의 손에서 불이익을 취하는 경우는 없다. 자신에게 적대적인 자에겐 한없이 무자비하며, 자신의 사람엔 한없이 자비로운 사람이다. 게다가 그는
* 태지천은 기분이 매우 불쾌했다. 자신이 예상하지 못 한 독 때문인가? 그렇지 않다. 자신에게 하독 된 독 같은 것들은 어찌 되든 상관 없다. 교성에 발을 들인 이후로부터 아주 익숙해져 있을 뿐더러, 이런 잔술책들은 그의 명줄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 허면, 눈앞에 자신이 모르는 은둔고수가 설치고 있는 것에 기분이 나빴는가. 그 또한 아니었다.
* “좋구나.” 그의 붉은 입술이 찢어지며 섬뜩한 웃음소리가 새어 나온다. “크흐흐흐… 그래. 흐흐흐.” 태지천은 참지 못하겠다는 듯 입에서 삐져나오는 웃음을 한참 동안 흘렸다. 그리곤 뚝. 그의 얼굴에서 웃음이 지워졌다. “희연. 돌아가면 대청소를 해야겠구나.” 태지천은 은동현에게 풀린 채찍을 휘둘러 그의 몸에 감겨있던 채찍을
* “흐으...으흐윽...” “조용히 하거라. 감상에 방해 된다.” 태지천은 손에 채찍을 쥐어 들고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홍파대에 의해 은위단의 조직원들이 모두 처참히 썰려 나가는 끔찍한 장면을. 그의 얼굴엔 어느 감정도 없었다. 자신의 사람을 건드림에 대한 분노도, 살업에 미친 자의 즐거움도. 여느 때처럼 푸르게 떠 있는 하늘을 바
* 화려한 전각. 모두가 잠들었을 법한 깊은 밤. 밝은 달빛 아래, 전각의 금 장식들은 은은하게 빛을 내며 고고한 전각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마치 황제라도 거처하는 듯한 화려하기 그지 없는 처소였다. “이번 의뢰는 특별히 더 중요하다. 목표는 핵심 인물인 것 같으니 잠입에 쉽지 않을 게다. 주의하도록.” 앞장 선 흑의인의 말이 끝나자 중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