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u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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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오래 지내기에는 여의치 않은 임시 거처에도 아침이 오면 어김없이 햇빛이 방문한다. 깨져 있는 유리를 테이프로 대충 감아 둔 창문 사이로 따뜻하다 못해 뜨거운 빛이 스며들고, 누가 사용하다 떠났을지 감도 오지 않는 낡은 침대에 대충 누워 잠이 든 사람의 얼굴에 강한 열기가 내리쬐면 얼마 지나지 않아 겨우 잠에 들었던 이의 눈이 떠진다. - 지금 얼
달칵. 그러니까 말입니다, 루스 대원이 그 놈의 대가리를 의자로 내려쳤다니까요? 그걸로도 모자라서 손에 들리는 모든 것들을 무기로 사용하는 꼴을 당신이 봤어야 하는데! 아, 재밌었냐고요? 아뇨, 전혀요! 그건 재미의 영역이 아니었습니다. 아군과 적군을 분간하지 못해서 제 대가리도 잘못하면 똑 따일 뻔했거든요. 본래의 색이 무엇이었는지를 잃어버린 그 시뻘
죽은 이들의 영혼이 돌아와 잠시 나마 산 자의 곁에 머물다 간다는 삼하인의 밤. 그러나 죽은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이들의 최대 공포는 산 것에게 있다. 언제나 이 즈음의 봉사 활동을 펼칠 때면 자금이 부족할 시기이기도 하고, 당연하게도 인력도 부족하다. 그런 와중에 찾아 온 한 명의 헌터란 가뭄 속에서 내려온 한 줄기 달콤한 비… 라는 찬사는 부담스럽다
진하게 내린 커피 향과 달콤한 코코아 향이 함께 감도는 쾌적한 사무실 안. 검은 것은 글씨며 흰 것은 종이인 것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한참 깃 펜과 연필을 사각거리다 불쑥 고개를 내미는 희고 검은 머리통이 둘 있다. 그러니까 말이다, 성질 머리를 주체하지 못해 기어코 사고를 친 흰 것과 그것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는 죄로 연대 책임을 받고 있는 검은 것 말이다
그날은 비가 왔다. 생을 영위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먼 길을 떠난 이들을 애도하는 공간에서 그는 철저한 이방인으로 자리했다. 반짝이는 것들을 모두 빼버리고, 흰 색의 머리카락을 제외한 모든 곳에 검은 것을 두른 방문객은 그저 조용히 여행을 떠나보내는 자리에 존재했다. 검은 색의 우산을 든 이방인은 모든 이들이 자리를 떠날 때 까지 그 곳에 있었다. 저 분
그는 방의 바깥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눈을 뜬다. 익숙하면서도 전혀 다른 목소리가 자신의 이름을 호명한다. 흐릿한 정신을 붙잡으며 시계를 바라보면 8시 33분, 답지 않게 늦잠을 잔 이가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는 닫혀 있던 방 문을 연다. 그리고……. ‘나’를 발견한다. 그제서야 그는 자신의 몸을 감싸듯이 덮고 있는 긴 머리카락을 깨닫는다. 평소보다
커피를 그렇게 진하게 마시면 사람은 죽어요. 사람은 언젠가 죽긴 하지? 작작 마시라는 뜻이라구요. 이젠 주문도 안 받아 주면서. 보고 있기만 해도 심장이 뛰는 듯한 검은 색의 원액 대신 차가운 얼음이 가득 담긴 커피 두 잔과 무화과 케이크가 담긴 쟁반을 들고 가며 마침 마지막 주문까지 마친 점원과 가벼운 이야기를 나눈다. 테이블과 테이블 당 적당한 거리
해당 사용 설명서는 본 상품에 대하여 적은 고생으로 많은 효율을 뽑을 수 있게 설계된 설명서입니다. 경고의 말도 적어 두는 것이 좋을까요, 절대로 수칙을 위반하지 마세요! 위반하면 어떤 일이 생기냐고요? 물론 엄청나게 심각한 일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잘못 해체한 폭탄의 말미보다는 말입니다. 자, 그럼 제일 먼저 해당 상품을 들여다 봅니다. 새까만
물이 끓는 소리가 들린다. 물이 끓는다고 냅다 요리를 시도했다가 망한 경험을 되살리자면, 지금 당장 요리를 시작하기에는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안다. 레시피가 적힌 책을 손에 든 채로 냄비에 붙어 있는 온도계를 확인하다가, 적당한 온도가 되었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책에 적혀 있는 두 번째 절차를 시작하기로 한다. 잘게 썰어 둔 초콜릿을 물 위에 띄워 둔 접시
그는 바닥에서 잠이 든 사람을 관찰한다.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면 다리 길이가 소파의 면적을 초과해 몸을 웅크려야 했겠지. 소리 없이 누워 있던 침대에서 일어나 소파를 향해 이동해 본다. 그곳에 누워 다리를 쭉 뻗으면 아슬하게나마 세이프다.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던 시선을 바닥으로 내린다. 하루 종일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이들과는 달리 자신에게 있어 잠이라는
■■ ■■■는 그의 메일함에 수신되어 있는 발신자들의 이름을 믿을 수 없어 여러 차례 눈을 비빈다. 코끝에 대충 걸쳐 두었던 안경이 미끄러지는 것을 급하게 붙잡아 똑바로 착용하고, 답장이 올 것이라 생각도 하지 못했던 이들의 참여 의사를 확인한다. 당연히 함께 의사를 조율했을 것 같긴 했지만, 각자의 언어로 동일한 문맥을 내포한 두 사람의 답변을 몇 번이나
가볍게 눌러 쓴 밀짚모자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 머리카락이 흐트러진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것들을 태워버릴 작정이 아닌가 의심이 들 만큼 강하게 내리쬐던 햇빛을 피하기 위해 쓴 모자를 잠깐 들어 주위를 바라본다. 음, 의뢰를 받았던 물고기는 이 정도 잡으면 된 것 같고. 조금 더 지나면 해가 질 시간임을 체크하고는 집에서 나오기 전에 만들어 두었던 에너
광활한 바다와 궁궐 주위에 길게 늘어진 버드나무들이 아름다운 연양국(演楊國). 바다를 통해 무역을 주로 하고 있으며, 나라의 크기 자체는 크지 않지만 근접해있는 다른 나라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이렇다 할 피바람은 불지 않는다. 버드나무들이 특히나 아름답기 때문인지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 혹은 국왕의 기분에 따라 버드나무들 사이에서 축제를 벌이
원치 않았던 삶일 지라도 마땅히 부여받은 생이기에 오늘을 살아가고, 스스로 찾아낸 두 가지의 역할에 충실하여 살아가는 한 명의 평범한 인간. 그 삶의 여정을 궁금해 하는 이들이 수 없이 많았다는 사실을, 그의 고요한 눈동자 아래에서 길어내어 가벼운 종이 위에 무겁게 눌러 담는다.삶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기에 타인의 삶을 영위하는 방법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알
탁, 평상시에 사용할 수 있을 법한 평범한 의약품이 담겨 있던 상자가 닫히는 소리가 난다. 가볍게 입은 반팔과 단정하게 올려 묶은 머리카락 사이로 전부 아물지 못한 상흔이 비치는 이가 부엌에서 들리는 소리에 관심을 기울인다. 싱크대 가득 일렁이는 투명한 물 사이로 더위에 지친 꽃송이들을 밀어넣던 이가 등에 닿는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다. - 차가운 물에
해당 타래는 스타듀벨리 게임의 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일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봤자 플레이타임 4시간짜리가 뭘 스포일러 할 수 있겠냐만은. 힐링 목적의 게임이라고는 기껏해야 동물의 숲 정도만 해 오던 라이트? 게임유저… 좋아하는 아이의 커스터마이징을 보기 위해 스타듀벨리라는 게임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러니까 이 사람은 농경게임에 대한 지식과
둘이 어릴 적부터 알던 사이였다면 아마 마르코의 가족들이 바빠서(혹은 기타 등등의 사유로 인해) 마르코를 방치하고 있던걸 실비아쪽 부모님이 주워다가 잘 보살폈겠지… 이레네쪽 집안은 아무래도 음악계열 마법에 특화된 쪽이었을 것 같은데 소리를 증폭시킨다거나 등등… 바람속성이 가장 컸겠지 물속성이랑… 어쩐지 연구자 집안도 어울릴 것 같은데 실비아의 초기 설정이
할 말 없어. 한 시간 남짓 이어져 있던 통화를 일방적으로 끊어 버리고는 아무도 없는 방 안에 편하게 누워 버린다. 이제는 제법 뜨거워진 햇빛을 피하기 위해 쳐 둔 아이보리 색의 커튼이 살랑거리며 에어컨 바람을 타며 춤을 추는 것에 시선을 두다가, 착신 중이라는 표시를 킨 채 주위를 빙글거리며 돌아다니고 있는 라이너를 향해 연락 금지 모드를 작동 시
딸랑, 경쾌한 종 소리가 두 명의 손님을 맞이한다. 뒤이어 들리는 점원의 환영 인사를 받으며 적당한 음료를 시키고 자리를 잡는다. 한 쪽은 아메리카노, 한 쪽은 페퍼민트 티. 어딘 가의 병원 로고가 박혀 있는 흰 색의 가운을 입고 있던 이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가운을 벗어내고 나면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 된다. 데카루스, 그 소식 들었어? 소식이 뭔
솔직하게 말하자면, 어떤 의사는 예술에 관해 굉장히 무지한 편이었다. 쉼 없이 달려 왔던 인생에 휴식을 주는 것이 예술이라고 하지만, 글쎄. 그는 그것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법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혹은 휴식이 들어찰 틈이 없을 만큼 바빴을지도. 찰나의 숨조차 돌릴 수 없었던 응급 상황을 겨우 수습한 뒤에 가운을 벗은 이가 긴 한숨을 내쉰다. 한 선
대규모의 축제에는 언제나 사건과 사고가 손을 잡고 참석했다. 어찌나 사이가 좋은지, 보통의 조용한 상황이었다면 아무런 할 일이 없는 비상 인력으로 빠졌어야 하던 이들이 본부를 제대로 지키고 있지도 못 했다. 자신의 할 일을 마치고 돌아온 이와 바톤 터치를 하듯 호출을 받고 자리에서 일어나던 이가 그나마 시원한 곳에 속했던 자리를 양보한다. 농담 같은 장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