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내가 태어났을 때, 내 나이는 세계 밖에 있던 시간인 7살 이었다. 단지, 어둠을 떠돌아다니던 7년이어서, 내 나이는 다른 이들보다는 많이 어렸다. 나이를 먹은 지금도, 아마 나는 8살 정도겠지. "그거라면 여기 있는 츄야군이 도와줄 거야." "절대 싫어! 내가 왜 저런 녀석이랑 해야하는 거야." "이 자식이 뭐래냐. 확 날려버린다 꼬맹이!"
※ 포스타입 게시물을 옮겨와 리뉴얼한 글입니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 작열하는 하늘 아래 열사 위에 선 나그네여 몸과 마음을 단단히 여밀지어다 폭풍을 조심하라 우레와 낙석이 죽음과 함께 몰아치리라 폭풍을 경계하라 모래가 앗아가는 것은 비단 생명만이 아니다 어리석은 자여 그대의 운을 시험할 텐가 용기 있는 자여 그대의 운명을 바꾸어볼 텐가
#주간창작_6월_3주차 내가 너였더라면, 네가 나였더라면 어땠을까. 그때도 우리가 눈을 마주하고 앉아 시덥잖은 일로 웃으며 대화를 나눌 수 있었을까. 종종 그렇게 생각하면 속이 하염없이 답답해진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완벽한 상상 속에서 너와 나는 등을 마주한 채 어떠한 이야기도, 시선도 나누지 않고 있다. 이토록 현실적인 풍경이 내 머리에서 나
01. #멘션_온_단어로_짧은_글_연성 1. 청춘의 한 페이지 하라다 씨는 동아리 사진이라던가 찍은 적 없나요? 라이의 질문에 하라다 미노루는 짐짓 난감한 표정으로 어깨를 움츠렸다. 그게 말이죠, 실은 중학교 때도 고등학교 때도 문학동아리 소속이어서 마땅히 남은 사진이 없어요. 남자의 고백은 살짝 수줍고 이소이 라이는 실례라는 걸 알면서도 어머, 하고
공원은 한적하다. 한 아이가 식빵 쪼가리를 뜯어 비둘기들에게 뿌리고 있었다. 아토 하루키는 벤치에 걸터앉은 채 그 모습을 바라보다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이 얼마 보이지 않는 맑은 날씨. 푸른 하늘 위로 비행기가 지나가면 하얀 선을 그린다. 음, 오늘 하루도 평화롭군. 정말 평화로워. 그렇게 생각하고 있노라면 옆에 누군가가 다가와 앉는 기척이 있다. 하루
#트친이_주는_첫문장으로_글쓰기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맞춰봐. LDL의 리더는 때때로 이상한 헛소리를 하곤 한다. 애니는 그걸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장장 며칠에 걸친 밀입국. 숨어있기만 했지만 경계심과 피로로 녹초가 된 어른 한 명과 아이 한 명은 이미 LDL의 아지트 한 켠에서 기절하듯이 잠들어있다. 애니는 그들이 서로 몸을 모아 잠들어있는 것을
#01 빨간색은 먹으면 전지전능한 신이 되는 캡슐. 파란색은 평범하기 짝이 없는 보통 캡슐. 그걸 양 손바닥에 하나씩 든 카노 아오구가 말한다. "아소짱, 어느 쪽이 좋아?" "파란색이요." 카노 아오구의 왼손에서 아토 하루키의 오른손으로 파란 캡슐이 이동한다. 그걸 입에 넣고 씹어보면 소다맛이 났다. 그리 단단하지 못한 젤리가 이빨에 두 번 정도 짓
#01 햇빛이 따가워. 아토 하루키가 그렇게 말한 곳은 점심 무렵의 운동자 벤치 위였고 거대한 그늘막이 져 있는 곳이었다. 명백히 지금 이 상황을 가리키는 말은 아니었다. 대신 오토와 루이는 조금 발간 기미가 남아있는 아토 하루키의 왼쪽 아래 팔을 천천히 훑는다. 익었다, 는 식으로 표현하면 호들갑이겠지만 그렇다고 정상적이라고 하기에는 좀 마음이 껄끄러
#01 멘션_온_단어로_짧은_글_연성 [우리 집] 하라다 군. 힘들면 합창 연습에서 빠져도 된단다. 10월에 있을 합창대회를 대비해 9월부터는 맹연습에 들어가야 하는데, 하라다 미노루는 뜬금없이 생활지도실에서 그런 말을 들었다. 전 학년이 참가하는 합창대회. 규율을 중시하는 학교 분위기 탓인지 어느 한 명이라도 빠지면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호들갑을
-막간컾 분량 있음. #01 연구원의 방에는 거울이 없다. 아니, 사실 모르는 일이다. 카노 아오구는 다른 이들의 방을 방문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럴 이유도 없고 필요도 없는 행동에 구애될 정도로 그는 박복하지 않다. 적어도 아오구 자신은 그렇다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므로 좁은 방에서 누군가와 부대껴 앉거나, 자신의 얼굴이 비치는 거울과 마주 본
#01 양키 하루키 AU 난 멍청하다. 이건 지극히 사실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딱히 부끄럽게 여기진 않는다. 나에겐 그 이상으로 강한 주먹이 있으니까. 성적이 이게 뭐냐며 잔소리를 하는 사람도, 저 녀석은 머리가 안 좋다며 키득대는 녀석들도 주먹으로 몇 대 맞으면 금방 잘못했다고 빈다, 꼬리를 말고 도망간다. 그러니까 나는 공부를 안 해도 상관없다.
#01 트친이_주는_문장으로_연성하기 1. [문을 열어보니 아방수가 있었다.] 응, 이건 틀림없이 아방수我方樹지. 혼자서 생각하는 아토 하루키 앞에서, 방 침대에 앉아 오래된 책의 페이지를 넘기고 있던 오리진 알파가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온다. 슬리퍼를 신은 작은 발이 나무 깔린 마룻바닥을 작게 스치는 소리가 났다. "왜 그래? 아토 하루키. 생각이
#01 하츠토리 하지메는 암흑 속에서 눈을 뜬다. 피부를 태우던 열기는 어느새 사그라들었다. 때맞춰 도착한 소방대의 눈부신 활약으로 구조됐을─ 턱은 없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쉰다. 허리 아래로 돋아나 있는 두 개의 긴 다리가 이종의 촉수처럼 생경하게 느껴졌다. 노리유키. 소리 내어 불러본다. 반향은 없다. 어둠이 재빨리 목소리를 낚아채어 먹어버린
#01 아토 하루키가 그의 죽음 앞에서 안경을 챙긴 이유는 간단했는데, 여길 떠나면 이 시체를 장사지낼 수 없으리란 예감 때문이었다. 그 예감은 훌륭하게 적중하여 카노 아오구는 묘비 없는 불귀의 객이 되었고 아토 하루키가 주워든 금 간 안경과 피 묻은 쪽지는 유일한 유품이 되었다. 그리하여 아토 하루키는 작은 안경집에 그 유언과 안경을 함께 넣어두어
#01 첫번째_멘션_온_캐릭터가_두번째_멘션_온_캐릭터의_성격내면사고방식으로_세번째_캐릭터의_대사를_한다 시나노는 아토 하루키의 말을 떠올렸다. '뭔가 막힌다 싶으면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도 방법이야.' 기억을 잃었을 무렵 자신을 이끌어준 선배의 말은 어떤 직감이나 단서보다 강렬한 힘으로 자신을 이끈다. 조용히 눈을 감고,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
우리 3번대 대장 ‘카샤’ 란 샤오는 ‘3번대의 활화산’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사소한 일에도 쉽게 화내는 거친 성격이지만, 같은 3번대 요원 ‘유키온나’ 시로나 후유키에게만은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화를 내지 않고 상냥하게 대해 준다. 그러고 보니, 후유키가 3번대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 능력을 과다하게 사용하여 몸살 감기에 걸렸던 일
1학년 봄이었다. 여자애들이 사탕 가게 앞에서 꺅꺅거린다. 무슨 날인진 나도 알아. 시이나랑 같이 리본을 묶고 조각난 메모지에 삐뚤빼뚤 편지를 쓰던 날이었으니까. 스이소우 손님들에게 사탕꾸러미를 주고 쓰담아지곤 했다. 뒤늦게 찾아온 사장님과 사탕도 먹고. 그래, 「화이트데이」. 킹교는 표정을 잔뜩 구기고 길을 걸었다. 사탕은 달콤해서 싫어.
*경우에 따라 묘사가 징그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물고기' 소재에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들의 열람은 권장하지 않습니다. ...역겨워. 뱃속에 가득 들어 찬 붕어 새끼들이 무심코 토해낸 말들은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제 감정을 철저히 외면하기 위해 부던히 힘들이던 아이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고작 한뼘이 될까 한 저 꼬마의 손짓
졸린가? 그는 피곤에 찌든 눈으로 시간을 살폈다. 자정은 한참 전에 넘긴 시각이었다. 그렇게까지 붙잡고 있는 일이 새삼 하찮게 느껴져서 그는 몇 번의 머뭇거림 끝에 새하얀 화면을 꺼버렸다. 기한이 닥치면 어떻게든 해낼 일이었다. 아니, 어쩌면 일감은 진득하게 쌓여서 이미 그를 완전히 덮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을 머릿속으로 헤아리던 그는
수조에 가둔 그래, 인어의 눈물은 진주가 될 테지. 숨통을 죈다. 하나, 둘, 셋, 넷. 손에 들린 진주알들이 차례로 굴러 떨어진다. 모든 게 꼭 자신이 떨어질 때를 알고 있는 것마냥 순서를 지켜 하나씩 낙하한다. 이끼가 잔뜩 낀 수조는 나도, 그리고 너도 이제는 신경 쓰지 않는다. 너와 나는 형편없이 고여버렸다. 흔하고 묵은 생선은 가치가 없다. 육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