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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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떨리고설레다 2024 제국이 와해된 지 100하고도 17년이나 되는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제국이 위치했던 북부의 거대한 땅은 주인을 잃은 채 버려졌다. 아무도 탐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망국의 황족, 귀족, 혹은 그 비슷한 어떤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적어도 수십은 나타나. 저마다의 방법으로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다투었지만 아무도 옛 영광을
연성교환 | 18000자 | 1차 헤테로 페어 (자캐 세계관과 크로스오버) (C)떨리고설레다 2024 지난겨울 강지하 소위가 사망했으므로, 트로이 백주 지부 대(對) 판도라 사관학교 27기의 남은 생존자는 공식적으로 두 명뿐이었다. 이 사실을 떠올리면 늘 그랬듯, 김철수는 고개를 숙여 짧게 묵념함으로써 심심한 애도를 표했다. 세상을 떠나기에 너무 아까운
눈과 얼음의 마녀가 말했다. 저 애는 불행해질 거야! 싸늘한 예언은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졌다. 킨델라가 참여할 수 있는 첫 번째 마을 집회가 열리기도 전, 그러니까 채 해가 바뀌기도 전에 레제릿타는 이소브로 돌아왔다. 턱선에 겨우 닿게 짧았던 머리카락은 어깨를 넘는 길이까지 자라 있었다. 예쁘게 흐르던 윤기를 잃고 푸석푸석 상한 파란색이었다. 그것
"집회에 가도 된다고 하셨다면서요." 난데없이 들어온 목소리에 실라일란은 화들짝 놀랐다. 젊은 별지기가 여느 때처럼 발소리 없이 다가와 뒤에 서 있었다. "놀랐잖니. 기척 좀 내고 다녀라." 이제베는 미소만 지었다. "마음에 안 들어하시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왜 생각을 바꾸셨는지요?" "내가 끝까지 반대한다고 네가 꺾일 고집이더냐?" "그것도
이소브 이제베는 선언하듯 말했다. 마을 집회에 그녀도 데려가야겠습니다. 그러고는 어떠한 반대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곧장 뒤돌아 걸어갔다. 노인의 낡은 관절로는 도무지 따라잡지 못할 빠른 걸음이었다. 실라일란의 반발을 예상한 듯했다. 그리고 이제베의 행동은 몹시 현명했다. 별지기가 집회의 참석자 보조를 선정할 권한을 온전히 갖는 것과는 별개로,
따뜻한 나라의 꿈을 꿨다. 그녀가 꾸는 대부분의 꿈은 현실에 실존했던 사건에 기반을 두고 있다. 많은 것이 어린 시절의 신전 부속 구휼원 생활을 바탕으로 했다. 쥐가 파먹은 이불과 옷가지, 늘 부족했던 먹을거리, 겨울에도 손을 불어 가며 찬물에 빨래를 했던 나날. 그러나 이 꿈을 만들어낸 경험을 기억하는 데에는 그리 먼 과거까지 갈 필요가 없다.
이소브 곤은 지난달 열일곱 번째의 생일을 맞았다. 끝없는 겨울을 열일곱 번 난 사람은 성인이다. 미혼의 성인은 매년 초 겨울이 잠시 사그라드는 시기에, 장로와 함께 마을 집회에 참석할 자격을 얻는다. 이것은 눈과 얼음의 땅에 거하는 모든 주민에게 예외 없이 적용되는 세계의 규칙이자, 곤이 제 열일곱째 생일을 손꼽아 기다려 온 이유였다. 다른 모든 촌
-제국 북부, 경계 도시 이제리온. 중심가 성문에 도착해 비코는 말에서 내렸다. 후원자의 문양이 찍힌 패를 내보이니 통과는 쉬웠다. 한 마리의 지친 말과 한 명의 지친 사람에게는 다행인 일이었다. 비코는 출발할 때보다도 더 홀쭉해진 가방을 메고, 한 손으로는 말을 잘 달래 끌고 터벅터벅 걸었다. 따끈한 먹을거리와 포근한 잠자리가 눈앞에 어른거렸다
한 여자가 얼어붙은 땅을 걸었다. 하얗게 얼음으로 굳어 버린 눈은 여행자의 발자국 하나 남기지 않았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길을 지나갔을지 여자는 몰랐다.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길을 지나갈지도. 그리고 그 점은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과거와 미래의 모든 여행자가 가진 유일한 공통점이었다. 아무도 여자가 이 길을 지나간 사실을
(C)떨리고설레다 2023 어느 새벽 강지하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 태양이 뜨면 나는 죽겠구나. 죽음, 이라는 개념에 관하여. 강지하는 군인이었다. 군인은 죽음의 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생명이 스러지는 장면은 익숙했다. 군인에게 삶은 전쟁이었다. 각자의 싸움에서 패배한 이의 이름을 강지하는 수도 없이 댈 수 있었다. 이민효,
리퀘스트 | 2300자 | 『스타듀밸리』 엘리엇 드림 (C)떨리고설레다 2023 생을 사냥하는 자는 자기의 생도 사냥당할 것을 항상 각오해야 한다. 엘리엇은 칼과 함께 달리기로 결정한 이후로 단 한번도 그 말을 머리맡에서 떼놓은 적이 없었다. 아니, 사실은 그보다 잊어버리지 못하는 쪽이었다. 제 의지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막 행위를 시작할 무렵의 엘리
◇ [ 문학의 이해와 감상 ] 과제 ◇ <셰익스피어 소네트 시집>, 피천득 역, 98면 (C)떨리고설레다 2023 나는 동트기 전에 여길 떠나리라. 간밤을 꼬박 새워 가며 결심했던 것. 결코 변할 일 없겠다 믿었던 다짐이 순식간에 무너집니다. 당신은 너무나도 쉽게, 말 한마디 혹은 손끝 하나조차 사용하지 않고 나를 무장 해제시킵니다. 생각해 보면 늘 그
(C)떨리고설레다 2021 씨발, 씨발, 씨발. 카마르 알제빈은 되는 대로 욕지거리를 주워섬기며 정신없이 복도를 내달렸다. 상황의 긴급함과는 별개로 그에게는 가고 싶은 곳도, 갈 곳도 없었다. 목적지를 찾지 못한 발은 결국 막다른 복도로 들어섰다. 복도의 모든 문을 하나하나 열어 보았지만 모두 잠겨 있었다. 카마르는 절망적인 심정이 되어 복도 끝 벽
(C)떨리고설레다 2019 방 안의 모든 건 아름다웠습니다. 황금과 온갖 보석들이 가구를 휘감고 있었어요. 걸린 산호와 커다란 진주는 물 속에서 봤을 때보다 수천 배는 더 반짝였지요. 인어 공주는 치렁치렁 보석 줄이 달린, 창문을 가린 커튼을 만져 보았어요. 하도 얆아서 밖이 반쯤 비치는, 손가락으로 훑어 내릴 때마다 옅게 주름이 지는 천은 여태껏 본
자컾 공식 서사 외전 (C)떨리고설레다 2023 -제국, 동부 대공 로딘 카미로사가 황제의 관을 쓴 지 한 달째. 이사도라 세스가 새로운 권력자로 부상했고, 기존의 부패와 탐욕에 찌들은 대귀족들은 모조리 숙청당했다. 그러나 철옹성에도 쥐새끼 드나들 구멍은 있다. 엄격하게 집행되는 제국의 법에도 하나의 빠져나갈 수단이 존재했으니, 임신한 여자와 그 남편
자컾 현대AU (C)떨리고설레다 2023 Stargazing 별 보기 3 하여튼 이사도라 세스는 이곳에 있었다. 사람 만나기를 귀찮아하고 여럿이 모이는 술자리는 더욱더 싫어하는 평소 성향을 고려했을 때 극히 드문 일이었다. 확률로 따지자면 일 년에 한 번쯤 겨우 일어날 정도로. 이렇게 취하기까지 한다면 가능성은 훨씬 낮아진다. 아이비 지니어
자컾 현대 AU (C)떨리고설레다 2022 Stargazing 별 보기 2 이사도라 세스를 처음 만난 그 순간을 바루는 기억하고 있었다. 밤 늦게 마지막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당분간 새벽에는 일이 없었기에, 간만에 오래 잘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집 가면 우선 뭘 좀 먹고 싶었다. 찬장에 바쟈가 숨겨 둔 과자가 몇
자컾 현대AU (C)떨리고설레다 2022 너는 기억하지도 못할 아주 예전에, 너는 나를 사랑했어. 이런 말을 하면 분명 믿지 않겠지만, 나. 오랜 시간을 뛰어넘어 계속 너를 그리워했어. …우리가 전생에 연인이었다고 하면 너는 믿어 줄까. Stargazing 별 보기 1 "…뭐야." 막 불을 붙인 담배가 손가락에서 빠져나갔다. 이
자컾 공식 서사(리뉴얼 전) 일부 (C)떨리고설레다 2021 ◈◇◈ 처음 마주했을 때부터 탐이 났다. 물론 지금과 같은 종류는 아니었다. 잘 다듬으면 쓸 만한 원석을 발견한 기쁨, 직접 깎아 길러 내고 싶다는 욕망, 마침내 완성된 보석이 제 손아귀에 들어왔을 때 얻을 환희. 태초에는 분명 그런 비슷한 것이었다. 온갖 오묘한 기분이 뒤섞여 만들어낸 인재
자컾 공식 서사 외전 (C)떨리고설레다 2020 ◈◇◈ 나이아 아카데미의 역사 과목을 담당하는 메이벨 루타는 귀족 출신이었다. 그것도 온 대륙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카르타헤나를 대표하는 고위 귀족. 말만 그렇지 실은 먼 친척 관계에 불과한 허울뿐인 이름이 아니라, 가주의 친누이인 진짜 루타였다. 후계자 자리에서 밀려난 귀족 남자들이 종종 선생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