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시온 프로젝트

Elysion Project (엘리시온 프로젝트)

20화

나 말고도 지온이 카타르시스 기프트를 개방하는 동시에 관계자에게도 선전포고를 한 그날로부터 어느덧 며칠이 지났다. 기숙사로 막 돌아왔을때는 나중에 그 관계자로부터 또 연락이 와 무슨일이 생기지는 않을까하며 걱정을 했지만..... 그런 걱정과는 달리 휴일 내내 아무일도 없었으며 그러는 동안 휴일이 끝나 어느덧 등교일이 되었다.

나도 학생인지라 월요병이 좀 오긴 했어도 휴일동안 무사히 쉬고 와서 그런지 오늘 몸상태는 무척 좋았고 참고로 쉬는 동안 안경점에 가서 안경을 새로 맞추었기에 당분간은 눈에 안 띄고 무난하게 지내겠구나하고 생각했는데.......그것은 내 착각이었다.

교실에 들어가보니 다른 애들이 떠드는 소리에 교실이 소란스러운것은 평소와 같았지만 어째선지 분위기는 평소와 조금 다른게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처음에는 딱히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무시하고 내 자리에 앉아 수업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야, 혹시나 해서 그러는데 이거 진짜 너 맞아?"

그러다 반의 한 명이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나서는 자기 스마트폰에 있는 무언가를 보여주며 그런 말을 하는데 처음에는 뭔소린가 했지만 보여준 '그것'을 본 순간 내 머리속에 있는 사고회로가 일제히 멈추는 것 같았다.

"............에?"

그가 보여준 것은 바로 며칠 전 캐논에 의해 어쩔수 없이 버스킹을 하던 내 모습이 찍힌 동영상이었다.

그리고 예기를 들어보니 내가 휴일에 반단톡을 확인해보지 않아서 몰랐는데 누군가가 동영상 사이트에 내가 버스킹을 하던 영상을 찍어서 올렸고 또 반 애들 중 한명이 그것을 발견해서 단톡방에 올렸다고 한다.

단톡에 있던 애들은 동영상의 내가 평소 학교에서 보여주는 내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에 전부 깜짝 놀랐다고 그리고 이것을 보여준 뒤 이게 진짜인지, 그리고 자세한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지금 이렇게 대표로 나서서 물어볼려고 왔다고 한다.

마음같아선 아니라고 잡아때고 싶었지만 그들의 손에는 물적 증거가 있었고 하필 평소 변호하던 지온도 등교를 하지 않아 자리에 없었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결국, 어쩔수 없이 동영상의 인물을 내가 맞다고 이실직고를 하였다. 그리고 그 말이 끝내자마자 어느새 내 자리에 다른 애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여~ 모두들 좋은 아침......인데 이게 대체 뭔일이야?!"

그리고 타이밍도 참 드럽게 내가 애들에게 둘러싸일때 지온이 등교를 했다. 젠장, 조금만 더 빨리 오지......

그 후 매번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될때마다 반 애들은 내 주변에 모여서 영상과 버스킹에 대해 별의 별 질문을 하였지만 나는 그들의 질문들을 전부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왜 굳이 노코멘트라고 한다면 처음에는 대충 친한 선배나 친구의 부탁으로 했다는 식으로 얼버부리려고 했지만 그럼에도 꼬치꼬치 캐묻는 애들이 있기에 그럴바에는 아예 처음부터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서이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묵묵부답을 해도 주변의 질문은 계속해서 쏟아졌고 심지어 다른 교실에서도 내 예기가 퍼졌는지 다른 반과 다른 학년 선배들이 우리 반에 오기까지 하는 바람에 그들을 전부 상대하게 되었다.

*

"하아.........."

"야 너 괜찮아? 멘탈이 나가다 못해 아주 그냥 승천하고 있는데?"

"말도마....진심 죽을거 같아......"

그렇게 시간이 지나 벌써 점심시간이 되었고 다들 점심을 먹으러 급식실로 간 덕분에 일단 지금은 상황이 어느정도 잠잠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학생들이 몇명 정도 있었고 급식실에서도 나에게 오는 사람들이 있어서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몰랐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는 탓에 슬슬 정신적 한계가 찾아오던 그때 노아 선배에게서 한 통의 문자메세지가 왔다. 내용은 우리 상황에 대해 알고 있는지 괜찮냐며 걱정하는 내용과 일단 자기가 부장으로 있는 컴퓨터 동아리 부실로 오라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그것을 읽고난 후 일단 그곳으로 대피하기로 했다. 선배 말로는 그곳은 동아리 시간때 외에는 사람이 오는 일이 거의 없는 곳이라서 괜찮을거라고.

"다들 어서와~"

그렇게 나와 지온은 선배가 말한 동아리실로 발걸음을 옮겼고 그곳에 오자마자 우리를 가장 맞이해준 것은 캐논이었다.

"어라? 그런데 미이는 어디있어? 같이 올 줄 알았는데?"

캐논은 부실에 우리만 온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는지 미이는 어디 있냐고 물어보았다. 

그러고보니 노아선배와 캐논은 모르겠구나. 하긴, 그때 사정을 들은 건 나와 지온뿐이고 두명을 만난건 그 사정을 듣고 난 후 였으니깐.

"그게 말이지 실은......"

"어서와, 오늘 많이 힘들었지. 자리 마련해뒀어."

말할려는 찰나. 노아 선배도 우리가 온 것을 확인하고 어서오라며 환영했고 방금 매점에서 사온듯한 음료를 나눠주고 가까운 자리에 앉게 마련해 줬다.

"그러고보니 미이는 어디있어? 아까부터 보이지 않던데....오늘 학교에 오지 않은거야?"

노아선배는 지금 여기 있는 사람이 나와 지온뿐이자 캐논과 마찬가지로 미이의 행방을 묻기 시작했는데 마침 캐논의 질문에 답하지 못했으니 한꺼번에 대답할겸 두 사람에게 미이의 사정에 대해 알려줬다. 

"그랬구나. 응, 뭐라 말해야 할지는 모르지만 일단 알려줘서 고마워. 일단 둘 다 이거 마셔. 방금 막 사온거야."

노아 선배는 그 말과 함께 우리에게 음료수를 나눠졌는데 우리는 선배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받은 뒤 자리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여기는 문자 내용처럼 사람이 없어 조용했고 덕분에 쉬는 시간마다 수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이리저리 치이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했던 것을 이 곳에서 보답받는 것 같았다.

그치만, 이따 점심시간 끝나면 또 사람들 몰려들텐데 그때는 또 어떻게 해야하지.....하아,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둘 다 많이 힘들었지.... 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뭔가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자꾸 너희에게 미안한 일만 시키네."

선배 본인도 일이 이렇게 될 줄을 몰랐는지 미안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예기를 들어보니 등교하기 이전 부터 이미 '1학년에 인기 동영상에 오른, 얼굴 끝내주게 예쁘고 노래도 엄청 잘 부르는 하얀 머리 여자애가 있다.'라는 소문이 학교에 널리 퍼진 상태였다고 한다. 오죽하면 다른 선생님들도 그 소문을 알 정도라고.....

"푸읍.......!!"

순간 그 예기를 듣고 마시고 있던 음료수를 뿜을 뻔 했다. 아니, 제 아무리 발없는 말이 천리 간다고 하지만 이 정도로 소문이 빨리 퍼질 수 있는거야?

"콜록콜록, 아니 벌써 소문이 그렇게 퍼진거에요? 애들이 저한테 그 동영상 보여준 시점에서 그 소문 퍼진건 어느정도 알고 있었지만. 그게 가능해요? 어떻게 학생들만 아니라 선생님들까지 알 정도가 될 수 있냐고요?!"

"하긴, 리라 너 반에 처음 왔을때 엄청 예쁘다고 수근거리던 애들이 엄청 많았을 정도로 꽤나 튀는 외모에다가 키도 크지. 게다가 노래도 창법이 꽤 독특하면서 처음 하는 사람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잘했으니깐. 눈에 띄는 만큼 소문이 금방 퍼졌던거겠지."

"하 진짜, 이래서 버스킹 같은거 하고 싶지 않았는데.....앞으로 어떻게 학교 다녀야 할지 진심 막막하다....."

책상에 엎드려 한탄하며 남아있던 음료수나 마시고 있는데 그때 갑자기 캐논은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말야. 전부터 궁금했는데 리라는 왜 그렇게 다른 사람들 눈에 띄는걸 싫어하는거야?"

캐논의 질문에 순간 부실은 적막이 흘렸다.

"..............뭐?"

"아니, 지온이 말한것 처럼 리라 네가 여러가지고 눈에 띄는 사람이라는 것은 잘 알겠지만, 지금 상황은 오히려 우리에게 좋은거 아냐? 애초에 사람들이 너에게 모인다는 것은 그만큼 네 노래가 좋았던 것이고 너에게 관심이 있다는 거잖아. 그눈에 띄는것은 당연한건데 그렇게 싫어할 일인건가 해서."

"............" 

캐논의 말도 틀린건 아니다. 아니 오히려 그 말이 맞다. 애초에 버스킹을 시작한 이유가 캐논 대신 내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하여 인지도를 올리고 그것을 캐논의 힘으로 만들어 이곳의 정보를 얻는것이며 그렇기에 내 노래를 듣고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것은 오히려 좋은 상황이다. 물론, 나도 잘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에게 관심없던 다른 사람들이 갑자기 관심을 가지고 다가오는것이 나에게는 솔직히 말해 조금 거북하게 느껴지고 무엇보다....그런 사람들의 시선이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과 동시에 너무나도 무섭기 때문에.....도저히 익숙해지려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뭐, 시선에 대한 부담감이라는게 사람마다 다르니깐. 게다가 리라는 아까도 말했듯이 외모가 많이 튀는 편이니깐 그런거에 더 예민한거겠지."

"에~ 그런거야?"

노아 선배는 나에게 뭔가 사정이 있는거 같다고 생각해서인지 나를 배려해주는 듯하면서 캐논에게 대신 대답을 해주듯이 말해줬다. 솔직히. 이때 한 노아 선배의 말은 어느정도 사실이기도 해서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나도 중딩때 머리랑 눈 색때문에 여러가지로 눈에 띄어서 고생 많이 했으니깐. 지금은 딱히 신경을 안 써서 괜찮지만....그래도 네 심정 어느정도 이해 된다."

지온도 한 마디 거들어주듯이 자신의 과거를 조금 말하면서 공감을 표해줬다. 그건 그렇고.......

"그거 염색 아니었어? 난 지금까지 네 머리랑 눈 분명 염색이랑 컬러렌즈 한 건 줄 알았는데..."

"이거 순수 자연이거든?! 요즘에는 안 잡지만 예전에는 툭하면 염색이랑 렌즈 아니냐며 학주 쌤한테 걸려서 서러워 죽겠었는데 너까지 그러냐!"

"아.....근데 사실 나도 염색이랑 렌즈인줄 알았어. 여기 교칙이 워낙 자유로우니깐 그려러니 했는데...."

"아 형까지!! 진심 너무한거 아니에요?!"

라며 지온은 진심으로 억울하단듯이 노아 선배는 미안하다며 사과하는데 그 상황이 웃겨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화기에에하던 그때 갑자기 교실문이 활짝 열리면서 누군가가 찾아오자 부실에서 울려온 웃음소리는 일제히 멈췄다.

뭐지, 분명 선배가 말하기로는 동아리 시간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안 온다고 했는데.....그럼 이 웃음소리는 대체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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