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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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야(@eior_)님과의 연교로 받은 작업물입니다. 사야 님의 허락을 받고 공개합니다. - 그리스 신화 중 에로스와 프시케 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작품입니다. 하스티나푸라 왕궁에 찾아온 현자의 예언은 달갑지만은 않았다. 판다바와 카우라바 중 가장 뛰어난 영웅을 드와르카의 크리슈나의 반려로 바쳐라. 그러지 않는다면 이곳, 하스티나푸라에 재액이 내려
1. 아르주나가 죽었다. 어디까지나 서번트의 소멸을 ‘죽음’이라 칭할 수 있을 때의 이야기지만―그는 분명히 죽었다. 제 형의 품에 안긴 채, 피를 토해내면서도 웃는 낯으로, 만족스러운 양 눈을 감으며 사라졌다. 참으로 허무한 죽음이었다. 대영웅 아르주나, 모든 영광과 행운을 짊어진 승리자의 죽음이 그러하리라고 과연 누가 예상할 수나 있었을까. 생전의 그를
0. 신이 죽었다. 이 한 마디가 대륙 전역에 퍼지기까지는 열흘이 채 걸리지 않았다. 막연한데다 모호하기가 짝이 없는 문장이었음에도 말을 들은 이들은 모두 단박에 그 뜻을 알아차렸다. 의심하는 이도, 화를 내는 이도, 공포에 질린 이도,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었지만 그들 모두가 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살아있는 신의 현신, 위대한 크리슈나. 바로 그의
축제를 맞은 황성의 거리는 주야 할 것 없이 분주하다. 탕후루에 딤섬, 전갈 꼬치를 파는 포장마차하며, 불을 뿜어내는 곡예사가 몇 걸음마다 보일 지경이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끊길 기미가 보이지 않고 낮부터 술에 취해 노래를 흥얼거리는 노인들도 있다. 어느 모로 보나 흥겨운 분위기였으니,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이들이 웃고 떠들며 즐기는 중이었다. 아니,
카사블랑카 주의사항 - 영화 〈카사블랑카〉 AU - 이베리아를 배경으로 한 가상의 전쟁(내전)을 주요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쿠데타, 전쟁, 약자에 대한 차별과 모욕, 부상, 사망, 심문, 사상검증 등 민감한 소재가 사용됨에 유의해주세요. 모든 사안에 있어서 캐릭터의 견해와 글쓴이의 견해는 완전히 동일하지 않습니다. - 체스 기보는 D
주의: 러시안룰렛, 가스라이팅(에 준하는 행동), 자살 및 살해 협박, 캐붕...... “우르수스식 룰렛이라고 들어 봤나?” 쏜즈가 말했다. “리볼버식 총기에 탄환을 하나 넣고 실린더를 돌린 뒤, 차례대로 자신의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게임이다. 목숨을 칩으로 삼은 일종의 도박이라고 할 수 있겠지. 이론상 첫 번째 시도로 머리가 꿰뚫릴 확
야다바의 수장이자 드와르카의 왕, 비슈누의 현신인 크리슈나가 두문불출하기 시작했다! 드와르카 내에서나 암암리에 돌던 이 소문은 호사가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더니 순식간에 인도 아대륙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처음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때로부터 열흘 무렵이 지났을 때에는 이미 이 건에 대해 아무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손에 꼽을 정도로 부유하고 강력한
아득히 먼 곳을 헤매던 의식이 차차로 돌아오고, 무겁게 짓눌려있던 두 눈이 뜨였다. 깜빡, 깜빡 눈을 감았다 뜨는 사이 의식은 점차 또렷해지기 시작한다. 사방은 몹시도 조용했으며 어두웠다. 또 잠에서 깼구나. 아르주나는 금세 상황을 파악했다. 쉬이 잠에 들지 못하고, 겨우 잠에 든다고 해도 얕은 잠을 잘뿐인 그에게 있어 이런 일은 일상적인 것이나 다름없었다
왕궁의 창문 너머로 새벽녘의 옅은 햇살과 함께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타고 들어온다. 다섯 번째 새가 지저귀기 시작했을 즈음, 아르주나는 잠에서 깨어나 몸을 일으켰다. 금방 잠에서 깨어난 이가 으레 그러하듯 그는 살짝 멍한 정신으로 허공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창밖은 아직 살짝 어두운 감이 있었고 인기척 없이 고요했다. 아르주나는 한참 바깥을 바라보다
저는 무신론자 무교입니돵 ^__^ 신이 없는 세계는 외롭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이건 약간 포켓몬 없는 세계는 외롭고 영령이 없는 세계는 외롭다 같은 감각이라…… 대충 그 정도로 받아들여 주시길 “오늘 저잣거리에 이상한 이야기가 떠돌더군요.”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남자의 가지런한 손이 말판 위의 기물을 움직인다. 탁, 가벼운 소리가 방 안에 울려퍼지
1. 부고 아르주나가 죽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위대한 영웅의 죽음이 모든 이들에게 알려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고매하던 법륜왕 유디스티라도, 용맹하던 비마도, 누구보다 아름답던 사하데바와 나쿨라도 이젠 없다. 판두의 아들들은 모두 영산 히말라야로 사라졌다. 사람들은 탄식했다. 크리슈나도, 판다바도 떠나버렸다! 이제 이 세상에는 신도
어느 날 아침 눈을 뜬 아르주나는 자신이 원수의 몸에서 깨어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른바 그런 이야기다. “아니, 그럴 리가 없잖습니까!” 그리 말해보아도 들리는 것은 본래의 정갈한 목소리가 아닌, 어쩐지 절로 화가 나게 하는 원수의 부루퉁한 목소리였다. 아르주나는 벌떡 일어난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방 한 켠에 위치한 거울에 제 몸을 비춰보고는 깊
선두에서 달리던 말이 속도를 줄임과 동시에 뒤따르던 병사들의 대열 또한 속도를 늦췄다. 잠시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던 말 위의 인영은 돌연 훌쩍 뛰어내리며 뒤쪽의 병사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 “이쯤에서 잠시 쉬어가는 게 좋겠다.” 대열을 이끌던 장군, 아르주나의 말에 병사들이 곧바로 대답했다. 예,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아르주나가 고개를 끄덕이자 병사들
알준(만) 없는 칼데아에 소환된 비마 “서번트, 랜서, 비마다. 판다바 다섯 왕자 중 하나이자 풍신의 아이로서, 그대의 힘이 되고자 찾아왔다……고는 하는데, 자, 우선 뭐라도 먹을까?” 비마! 비마다! 정말로 와줬어! 마슈, 나는 이제 죽어도 좋아! 진정하세요, 선배! 노움 칼데아에 새로이 소환된 서번트, 비마가 처음으로 마주한 것은 기쁨에 울
0. 인어에 대한 소문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만약 당신이 이베리아인이거나, 잠깐이라도 이베리아에 머문 적이 있다면 어렵잖게 “그렇다”고 답하리라 짐작할 수 있다. 그곳의 모든 것은 바다로부터 비롯된 것이니까. 이베리아의 어느 지역에 가든, 심지어 바다와는 한참 떨어진 내륙지역에 다다르더라도 바다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오래전 그들이 이룩했던
※ 시리즈의 전반적인 내용에 대한 주의사항: 부족한 시대 및 소재에 대한 고증, 종교(가톨릭), 종교인, 신학, 오컬트 등에 대한 흥미 본위의 해석, 전염병(흑사병)에 대한 언급 및 묘사, 자신·타인을 대상으로 한 비과학적인 인체 실험, 동물 실험, 가스라이팅, 죽음에 대한 그로테스크한 묘사 - 수도원의 일과나 건물의 구조 등에 있어 움베르토 에코 작 『
https://youtu.be/ENETOpNpIiI “아, 저녁 공기 시원하다.”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하하하! 버티느라 고생했어. 아직 파티가 끝나기까지는 한참 남았겠지만 메인 이벤트는 끝났고, 얼굴은 비췄으니 됐겠지.” “유럽까지 와서도 이런 곳에 끌려다니다니……. 다음부터는 참석할 일 없었으면 좋겠는데.” “너무 과분한 기대 아닌가? 자
학생 시절의 란기리가 유학을 앞두고 무테이와 함께 양장점에 들립니다. 별 내용은 없지만 급전개. “이건 어때?" “글쎄.” “이건? 아, 기장이 좀 크긴 하네. 그래도 따로 맞출 거니까 별로 상관은 없겠지. 이 원단은 어떠려나?” “글쎄, 잘 모르겠는데.” “아아, 정말, 조금만 더 성의 있게 골라줘!” “그래서 내가 별로 도움이 되진 않을 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