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라더 경장은 자기만의 밴드를 꾸리는 것을 나름의 버킷리스트로 정했었다. 취미로 쳤던 기타. 경찰이 되어 바쁜 하루를 보내느라 더 이상 칠 수 없게 된 기타를 방 한 구석에 잘 진열해 놓고 청소할때마다 먼지 한올한올 털어내는 것이 이 버킷리스트가 여전하다는 것을 알리는 증거였다. 언제부터였나, 그걸 곰곰히 생각해 보면 중학생 시절 학교 축제에서 밴드
“나머진 집에 가져갈까.” 어깨를 통통 두드리며 뱉은 수 경사의 혼잣말이 수사반 사무실의 적막을 지웠다. 그렇지만 뒤따르는 목소리가 없다. 원래라면 일은 마무리 짓고 가라던가. 나만 두고 먼저 퇴근하는 것이냐며 경장들이 아우성을 질렀겠지만, 지금 사무실에 남아있는 것은 수 경사 한 사람뿐이었기에. 하나둘 퇴근하는 것을 지켜보며, 수 경사도 일을 최대한 빨
1. 끊긴 편지 _ 밤보눈 이과조 생자는 생자의 삶을, 망자는 망자의 삶을 살아감이 옳다. 각별은 평생을 그리 생각하고, 그리 여기고 있었다. 하지만 잠뜰은 예외였다. 잠뜰은 언제나 생자와 망자의 세계, 그 가운데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런 잠뜰에게서 늘 받던 편지가 끊겼다. 아무런 신호도 낌새도 비치지 않은,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다.
* 선동과 날조 / 부잣집 시리즈 스포 주의 * 글이 매끄럽지 않습니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어느 겨울의 한 날이었다. “당신, 평범한 사람 아니지?” 어느 작은 가문의 가정교사로 들어간 첫날, 수업을 마치자마자 여섯 살배기 꼬마 도련님이 제게 던진 말이었다. 능청스레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청년인 것처럼 눈웃음을 지으며 무마해보려 했지만, 어린
* 본 글은 잠뜰TV '초능력 세계여행' 2차 창작 팬소설로, 모든 이야기는 허구입니다. * 글 속 대화의 경우 필요에 따라 입말을 사용하였습니다. 때문에 어법에 어긋난 말이나 표현이 다수 나옵니다. “오랜만입니다. 잠뜰 학생.” “아, 네. 오랜만이네요. 한 10년만인가.” 올해 초인가, 덕개 선배에게 IPS 직원이 찾아올 거란 이야길 전해 들었
⚠️미스터리 수사반 EP.9 월성동의 등불 스포 주의⚠️ ▶ 토요일 오전 11시 25분. ▶ 약속보다 조금 이른 시간. 5분도 전에 도착해 자릴 잡은 곳은, 길성동 한 피자 레스토랑 구석입니다. 수현은 오늘 이곳에서 아주 중요한 사람과의 약속이 있습니다. 수현에겐 오랜만의 휴일 점심 약속이다. 최근 들어 잔업도, 긴급출동도 잦았던 탓에 주말만 되면
“용의자 추락 확인. 덕 경장! 라 경장! 용의자 상태 확인하도록 해. 수 경사, 공 경장이랑 같이 리버 씨 상태 확인하고 챙겨서 내려와 주게! 각 경사, 가세!” “알겠습니다!” 무전기의 잡음, 다섯 개의 목소리가 같은 대답과 함께 움직였다. 잠 경위는 무전기를 주머니에 쑤셔 넣고 곧장 각 경사를 뒤따라 1층으로 뛰어갔다. 일어나지 않길 바랐던 일이지
태석씨, 여긴 비가 온다. 차에 탔을 때는 분명히 비가 왔는데, 이 방은 창문이 없어서 비가 아직도 오는지 모르겠네. 자기를 잠뜰 경위라고 소개한 사람이 사정청취를 듣겠다면서 왔어. 사실 나는 할말이 많이 없었는데, 어쩐지 이 사람이라면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라. 어디서부터 이걸 설명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오랫동안 고민했는데, 역시
차가운 겨울 저녁이었다. 그새 짧아진 해는 벌써 사라질 채비를 하였고, 서늘한 냉기만이 그들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코끝을 스치는 겨울바람은 그들의 코 끝을 빨게 지게 했으며, 그들의 외투 속으로 침입하려 하는- 그런 겨울 저녁이었다. 그런 겨울 저녁에 두 남성은 그들의 업무를 마친 후 퇴근을 하고 있었다. 아직 남아있는 낙엽들이 그들의 발에 밟히며 바스
어느 겨울밤이었다. 제법 차가워진 공기가 그의 코 끝을 스쳤고, 매서운 바람은 힘이 죽어 가벼운 산들바람만이 거리를 활보하던 어느 겨울밤이었다. 조용한 골목길을 타박타박 혼자 걸어가는 그는 날씨가 어떻게 변하는지 관심도 없다는 듯 무표정을 지은 채 앞으로 나아간다. 적막이 흐르는 골목길에는 그의 발걸음만이 남아있다. 그는 자신의 집에 도착했다. 문을 열
“각별님! 일로 와봐요! 뚜따해야하는거 생겼어요!” “그려 그려 간다 가.” 그는 미스터리 수사반의 메카닉을 담당하는 경사, 각별이다. 능력자들이 넘치는 이 세상에서 그는 최고로 인정받는 수사반에 소속되어 있다. 사람들은 그의 성공 이유를 궁금해한다. 그가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그의 끈기, 성실... 즉, 근면함 때문은 아닐까. 언제나 휴식
포근한 봄날 아침이었다. 창밖에는 새가 지저귀고 있었고, 집 안에는 부드럽게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아 누군가 아침을 준비하는 듯하다. 붉은 머리칼을 가진 그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세우며 눈을 끔뻑인다. 잠에서 덜 깬 그의 둔한 두뇌 작용은 그가 지금 침대에서 나오지 않으면 지각할 수도 있다고 신호를 보낸다. 그는 뭉그적 거리며 침대에서 나왔다
아 사랑하 진않지만 그래도네가내 조카이기때문에 이렇게말해주는거니 잘들으렴네가정말너자신 의뜻으로움직였다고생각하니 그빛에한순간도지배되지않았다 고장담할수있어?그게너의뜻인지네멍 청한아버지가죽어서까지너를옭아매려하 는것인지한번이라도구분하려해본적있을까? 세상을구하고자하는것이잘못된걸까그도아니라 면이대지는속죄조차허용하지못하는곳일까 잔혹함으로점철된세계라는것을알고는 있었
“경위님. 여기 계셨습니까?” “라경장? 무슨 일이라도 있나?” 몸을 돌려 출입문 쪽을 쳐다볼 것도 없이, 어느새 난간 쪽으로 가까이 다가온 라경장이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붉은 머리카락 위로 노을이 내려 한층 더 짙은 색으로만 보이고 있었다. 그런 그는 한 쪽 손을 들어 들린 것을 잠경위에게 보여주었다. 캔커피였다. “이거, 티순경이 사왔더라고요.
세계여행부의 교내 부활동 대부분은 부실에서 쉬다 공룡이 내킬 때 시작되는 편이었다. 사실 교내의 부활동이라고 해 봐야 대부분은 ‘다음 여행의 목적지는 어디로 할 것인가’를 머리를 맞대 고민하는 것뿐이었지만 말이다. 그조차도 부원 중 잠뜰은 의견을 적극적으로 내지는 않았고, 라더는 나온 의견에 토를 달지 않고 고개만 끄덕이는 타입이기에. 그 시간은 공룡과
“―우리는 이 데드 밸리로부터 우리를, 우리의 미래를 끌어올려 삶의 불안과 내일에 대한 두려움을 잊고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덜덜대며 돌아가는 에어컨이 내뿜는 시원찮은 바람, 정오가 아니더라도 외벽을 달궈대는 태양, 그렇게 살을 태우는 볕을 막기 위해 치는 암막 커튼과 그 때문에 한낮에도 늘 켜 두어야만 하는 조명의 열기. 숨 막히는 이 상황의 나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