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계 자체는 이미 다루기 한참 늦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 장르 저 장르 할 것 없이 유행이 이어지고 있다. 사실 이 유행을 다루는 것 자체를 심드렁해했던 이유 중 하나는 서사적 특성이 너무 단순한 탓도 있다. 어떤 장르를 고르든 간에 착각계의 공통점은 '실제로 주인공은 약은 구석도 있고 마냥 선량하진 않아 자신의 기준으로 어떤 합리성을 갖춘 선택을
폐렴이 끝물이라 한들 낡고 지친 체력이 뭐 대단히 회복하겠냐만, 말을 꺼냈으면 지켜야 하니 좀 가볍게 다뤄보겠다. 이전에도 얘기해줬지만 내가 질색팔색하는 것 중 하나가 집착/폭군남이다. 어떻게 이딴 종자를 사랑하냐는 게 가장 근본적인 의문이긴 하지만, 사실 이 의문은 감정권력으로 다 해석이 된다. 감정적으로 우위에 서서 권력자를 발 밑에 놓음으로써 권력을
시작하면서 이런 말 하면 웃기지만, 참... 쓰기 싫은 종류의 글이다. 그간 써온 글들을 보면 최저선의 기준을 얘기하지 이렇게 하면 꼭 성공한다 식의 발언을 하지 않는 점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런 보장은 그 누구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작법서 읽는다고 무조건 대박나는 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이론적 접근도 그런 면이 있다. 이론을 배운
어그로 가득한 제목이지만 어떤 의미로는 곁다리고, 본론은 트리거 워닝에 대한 내용이다. 일단 해당 작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겠다. 이보라 작가의 <당신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이하 당이돕)>를 런칭하며 카카페에서 꽤 푸쉬했고, 푸쉬한 만큼 성적도 좋았다. 그리고 나는 그 모든 사실들이 껄끄럽다. 분명 잘 쓴 소설이었음에도 십 몇 화 정도를 보는 게 한계일
이미 해줄만큼 해줬다고 생각하는데... 제대로 안 읽는 건지 아니면 이해가 잘 안 되는 건지 모르겠는데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썼는데도 꾸준히 질문이 들어와서 다시 쓴다. 미리 경고 해두는데, 오늘은 글 내용이 상당히 날카롭다. 로판 시장의 전망은 극도로 어둡다. 이러다 망해서 장르가 아예 쭈그러들지 않나 싶을 정도로 어둡다. 그럼 왜 어려울까. 먼저, 경
무협로판으로 시끌시끌했던 거 트위터로 가볍게 떠들긴 했는데 제대로 언급해볼까 한다. 익명함에 들어온 질문 몇 개를 대충 추려서 답하는 측면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일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올 게 왔네' 정도였다. 사실 언제고 이런 일이 벌어질 거란 경고 자체는 이미 <장르엔 본디 근본이 없다>에서도 했다. 그러니까 막 무협과 로판을 섞은 소설들이 나
요즘 로판 권태기가 와버려서 한참 밀린 리뷰 쪽에 집중하려고 했는데 왜 질렸는지에 대해서 얘기나 해둘까 싶어서 한다. 뭐 이미 여러번 지적했지만 그게 그렇게 곰방샤라락 고쳐질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고 우경화까진 그렇다 쳐도 2찍 어쩌고 하는 이상한 소리가 나오는 게 기분 나쁘기도 해서 덤으로 쓴다. 로판이 유독 우경화 어쩌고~ 하면 싸늘한 비웃음이 솟을
Q. 현재 로판 정형화의 원인 중에 2018하반기즈음부터 동인여성오타쿠집단 내에 판무 장르가 재유행하면서 "여주판, 여주중심/사건중심 성향의 로판 마이너 발굴단 독자층"이 판무로 이동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에 대한 유겸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무슨 헛소리임?이라는 반박까지 다 좋습니다ㅎㅎ (판무로 이동=거의 장르 이탈+판무와 병행하면서 예전만큼 로판
건강이 영 그래서 이번 달은 좀 쉬엄쉬엄 하려고 했는데 좋은 질문이 들어와서 여기에 대해 얘기해볼까 한다. 들어온 질문은 아래와 같다. Q. 장기적으로 로판 카테고리가 모든 종류의 여주판을 포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어떤 여주판들이 지금의 판타지/현판/무협 카테고리로 떠나서 자기 지분을 확보하는 게 낫다고 여기시나요 좋은 질문인데... 참
잡설 이전에, 일단 들어왔던 질문부터. Q. 제일 좋아하시는 작품... 궁금해요! A. 이 질문에는 정말... 가슴 아픈 얘기를 해야 합니다. 소싯적 제일 사랑했던 작품이 전민희 작가의 태양의 탑이었다는 거죠. 세월의 돌로 데뷔하고 바로 다음작이었던 게 태양의 탑인데 일러 표지가 표절이라 그렇게 기한 없는 연중에 들어갔고, 그래도 계속 기다렸는데 룬의 아이
드디어 본론인 로맨스판타지 속 여성의 이미지와 로맨스 서사의 특징을 분석해보자. 4~6편을 통해 대중문화 속에서 굳어져있는 여성 이미지에 대해 다뤘으니 어쩔 수 없이 미소지니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없는 점을 충분히 이해했으리라 믿는다. 이번 시리즈의 주제는 어디까지나 '덜 미소지니한 여성 이미지와 로맨스 서사를 제시할 방법을 생각해보자'는 거지 '미소
어디서부터 얘기를 시작할까 고민해봤는데 개인적인 경험으로부터 시작해볼까 한다. 성인이 된지 얼마 안 됐을 때 쯤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즈음에도 나는 페미니스트라는 정체성을 굳혔고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모습을 잘 알고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내킬 대로 하는 사람이었다. 또 연인 간의 사랑에 대한 호기심은 있었지만 아무하고나 마구 시도하기는 또 귀찮았
핀업 걸로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보자. 핀업 걸은 현실의 인물이기도 하지만 가상의 인물이기도 하다. 지금이야 사진이 누구나 찍을 수 있는 물건이지만 옛날엔 그렇지 않은 물건이다 보니 핀업 걸은 두 분야에서 동시에 존재하고 있던 셈이다. 예를 들자면 마릴린 먼로 또한 핀업 모델로 먼저 유명세를 탔는데 핀업 모델을 그대로 찍어서 사진을 인쇄해 사용하는 게 아니
로맨스를 페미니즘적 시선으로 보면 이 질문으로 시작하는 게 합당하다. 여성은 남성을 기본적으로 사랑하는가? 오늘날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당연히 갈릴 것이다. 어떤 이들은 긍정할 것이고 어떤 이들은 부정할 것이다. 하지만 로맨스는 그 과거에서부터 존재한 맥락상 이 질문을 전적으로 긍정한다. 2, 3편을 통해 소설에서 여성 작가가 나타난 배경과 대중문화가 구
설명하다 피곤해져서 은근슬쩍 넘어가게 된 1950년대 문화 파트부터 다시 시작해보자. 정말 대충 사는 사람이구나 싶은가? 정답이다. 체력이 안 되면 사람이 이렇게 글러먹어진다. 소설도 마찬가지다. 작가의 체력이 안 좋아지면 집필 중 집중력 유지가 힘드니까 코어근육을 만들어 둬라. 뇌근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색하고 말하면 뇌란 장기의 효율은 극악을 달린다
이 얘기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로맨스 = 여성용이라고 취급받는 현실에 대해 먼저 다뤄야한다. 그리고 이게 생각보다 되게... 맥락이 깊어서... 역사 얘길 해야하니 분량을 각오하길 부탁한다. 그리고 본론부터 내던지며 시작하자면 로맨스는 그 탄생도 존재도 온전히 여성을 위하지 않는다. 영미권에서부터 얘기를 시작해보자. 그 동네는 기사도 문학의 영향이 강해서
많이들 알법한 얘기를 구태여 하려니 이대로도 괜찮은지 모르겠는데... 뭐 어쩌겠는가. 창작은 원래 비대한 자아가 없으면 못하는데. 앞으로 더 뻔뻔해지도록 힘내보겠다. 페미니즘과 사이가 안 좋은 게 있다는 거야 이젠 새로울 것도 없는 얘기지만 아주 오래 전부터 페미니즘과 로맨스의 사이는 좋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런데 이 '사이가 안 좋음'을 그러니까 공격해
로판의 계보에선 영향력이 적은 게임 판타지에 대해 한번 얘기해보자. 왜 별로 로판에선 영향력도 없는데 얘기하나 싶은 사람도 있을 텐데 싫든 좋든 장르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개인적으로는 남성향 여성향으로 나누는 게 별로 바람직한 현실은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남자든 여자든 어쨌든 똑같은 사람인데 성별에 따라 가지고 있는 욕망이 몹시 다른 것
지난 글에서 인터넷 포르노 속 이미지가 현실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얘기했으니 구체적으로 왜 인터넷 포르노가 현실의 사람들에게 위험한지부터 얘기해보자. 10년 쯤 전에 본 TED 강연이라서 강연자의 이름은 기억 안 나지만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페미니즘 강연이 있다. 강연자이던 활동가는 인도에서 납치 당해 성매매 시장으로 넘겨진 여성들을 구조하는 활
지난 글의 남성에 대한 성적대상화는 워낙 없다는 얘기서부터 다시 시작해보자. 이 부분이 요즘 장르소설에 있어 크게 달라졌다. 개인적으로 로맨스는 워낙에 불편한 게 많다보니 안 읽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선호도가 어떨지 멋대로 판단한 플랫폼이 푸쉬해주는 광고 덕분에 알아차린 건데... 로맨스 소설의 표지에 남자 그림이 근래 부쩍 많아졌다. 이게 상